회원가입
친구에게 장난치기 꿀팁
방탄빙의글 [김태형] 딸기와 담배 - W.깡별
[김태형] 딸기와 담배 - W.깡별






딸기와 담배






트로이 시반 - strawberries and cigarettes 같이 들으시면서 읽어주세요!









"자, 우리 반에 새로운 전학생이 왔다."


"김태형이라고 해. 앞으로 잘 지내자."







와아-




새로운 친구를 맞는 아이들의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중에 몇몇 여자애들은 얼굴을 붉히는 모습을 보이는 반면에 남자애들은 전학생이 여자애가 아니라 꽤 실망한 듯한 눈빛이었다. 태형의 자기소개가 끝난 후 선생님은 맨 뒤 창가 자리를 검지로 가리켰다.





"저기 창가 자리가 너의 자리야."





태형은 자리를 한번 쓰윽 보고선 별말없이 선생님께 고개를 꾸벅이곤 발걸음을 옮겼다. 그에 아이들의 시선이 태형을 따라 움직였다. 아마 전학이 처음이었다면 숨 쉬는 방법도 까먹을 정도의 부담스러운 시선이었겠지만, 보다시피 태형은 벌써 여덟 번째 하는 전학인지라 이런 시선은 익숙한 듯 자리로 가 앉았다.






"자, 모두 집중."






출석부로 교탁을 두어 번 두드리며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아이들이 동시에 선생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몇 개의 공지들을 알리기 위해 선생님이 분필을 들고 칠판에 글씨를 적어 내리며 주절주절 말을 했다. 그에 태형이 턱을 괴며 귀를 기울이다 비어있는 자신의 옆자리를 힐끔 쳐다봤다.



주인이 없는 책상인 건지 아니면 아직 짝꿍이 학교를 오지 않은 건지. 흔적이 있는 거 같으면서도 말끔한 책상 때문에 태형은 아리송했다. 그래도 혹시 있을 책상의 주인의 흔적을 찾아 태형이 찬찬히 책상을 훑어봤다. 보통 여자애가 짝꿍이라고 치면 책상에 이런저런 그림이라던가 글씨 같은 게 써져 있을 텐데, 조금 허름한 거 빼고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뭐가 있다고 말하자면... 희미하게 맡아지는 딸기향과 또 다른 무언의 냄새. 정말 그뿐이었다.



관심이 사라진 태형은 이내 고개를 돌려 창문 너머 운동장을 바라봤다. 사실상 태형은 자신 옆자리에 누가 있든 없든 딱히 상관은 없었다. 그저 오늘 전학을 오기 전, 그동안 걸쳐왔던 일곱 학교 중 지금껏 자신의 옆자리에 짝꿍이 없던 적은 처음인지라 궁금했던 모양이었다.






"그럼 오늘 조회 끝. 오늘 하루 사고 치지 말고 잘 보내라."






담임선생님이 싱긋 웃음을 보이며 출석부를 챙겨 교실을 빠져나갔다. 아이들은 그런 선생님을 향해 해맑게 인사를 하곤 태형에게로 우르르 몰려왔다. 어딜 가나 똑같은 레퍼토리. 이미 이걸 일곱 번이나 겪은 태형은 이 상황이 익숙하면서도 이젠 지겹기만 했다.



어디에서 전학 왔냐, 공부 잘하냐 뭘 좋아하냐 이런저런 흔한 질문들이 쏟아져 내렸다. 그에 태형이 옅은 미소를 지으면서도 내심 귀찮은 듯 전에 학교에서 했던 똑같은 대답을 내뱉었다. 인간은 앞뒤가 맞지 않은 모순 덩어리라고 하면 그게 바로 태형이 아닐까. 그는 오로지 자신 이외에는 다른 사람에게 흥미를 가지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며 흥미를 느끼지 않았다. 그래서 남들 다 해본다는 짝사랑도 하지 않고 연애도 하지 않은 게 바로 태형이었다.






집에 가고 싶다...






겉으론 즐겁지만, 사실은 재밌지만 않은 대화들이 오고 가는 게 지루했던 태형이 온통 머릿속에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창문 밖을 쳐다봤다. 푸른 하늘과 함께 이동하는 구름. 스쳐 지나가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들. 나... 사이코 인가? 사람도 일상도 흥미 없는 무의미한 일상에 갇혀 있는 게 태형은 답답하게만 느껴졌다.





여주를 만나기 전까지는.








딸기와 담배










태형이 여주를 처음 만난 건 바로 전학 온 지 첫날부터였다. 모두가 점심을 먹으러 간 시간에 태형은 점심을 거르고 혼자 학교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열려있는 옥상 문을 발견했다. 열린 옥상 문에 가까이 다가간 태형이 고개만 빼꼼 내밀어 누가 있는지 확인했다. 누가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참에 열려있는 거 태형은 바람이나 쐴 겸 문턱을 넘어 바깥으로 나갔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며 태형의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그동안 교실에 있으면서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리기라도 하는지 태형은 두 팔을 양쪽으로 피고 숨을 크게 들이쉬며 만족한 듯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이내 난간으로 다가가 가까이 몸을 밀착시켜 촘촘히 붙어 있는 빌라와 빠르게 지나가는 자동차, 그리고 느긋하게 걷는 사람들의 모습을 내려다봤다.





"아아악 XX!!! X같은 학교!!!"






벌써 여덟 번째 하는 전학에 지친 태형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발악은 허공에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다. 목에 핏줄까지 세우곤 지른 우렁찬 목소리는 누가 듣기 딱 좋은 볼륨이었다. 물론 태형은 자신 밖에 없다고 확신을 하고 있었지만, 그곳에 자신 이외에 다른 사람이 있을 줄은 아마 상상조차도 못했겠지. 쌓여있는 책상과 의자들이 가득한 곳에 누워있던 그녀가 태형의 목소리에 감고 있던 눈을 뜨고 상체를 일으켰다.






"이야, 목소리 되게 크네."






귀여우면서도 천진난만한 여자 목소리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들려오자, 태형의 눈이 점점 커져갔다. 힘을 줘 난간을 붙잡고 있던 태형이 힘이 풀린 듯 손을 떼며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인기척도 없이 언제 태형의 뒤까지 다가온 건지 태형을 향해 여주가 싱긋 웃는 얼굴로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에 태형은 꽤나 놀란 표정으로 눈썹을 들어 올리며 자신보다 한참 키가 작은 여주를 내려다봤다.


태형이 찬찬히 훑어본 여주의 첫인상은 이랬다. 갈색 빛깔의 앞머리가 있는 긴 생머리를 가지고 있었고, 짙은 쌍꺼풀과 도톰한 분홍빛 입술을 띤 예쁘장한 얼굴이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눈 밑에 있는 눈망울 점이 태형에겐 크게 와닿았다. 겉보기엔 불량함과 거리가 먼 청순한 모습이 여주의 목소리와 어울려 보였다.





"누, 누구세요!"





더는 물러설 공간도 없는 상태로 태형이 말을 더듬으며 무의식적으로 여주의 왼쪽 가슴팍에 있는 명찰을 확인하려 했지만, 안타깝게도 달려있지 않은 바람에 여주가 몇 학년인지 알 수 없었다. 조금 겁은 먹은 태형과 반대로 여유가 가득해 보이는 여주의 긴 치마와 머리카락이 바람에 의해 찰랑거렸다. 그에 잠깐이지만 그녀에게서 풍기는 딸기향이 태형의 코를 스쳐 지나갔다.


정말 아주 잠깐이었다. 짧은 순간이지만 진했던 딸기향에 홀린 듯 태형이 여주의 눈을 마주 봤다. 태형의 물음에도 아무런 대답이 없었던 여주는 무언갈 부탁할 거 같은 부담스러운 눈으로 입술을 달싹 거리더니, 이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야, 너 담배 있냐?"








그게... 여주와의 첫 만남이었다.







곱상한 얼굴로 담배 있냐고 잘도 물어보는 여주. 웃는 모습이 참 예뻤다. 태형은 여주가 담배를 피운다는 사실에 충격을 먹은 것도 잠시 아무 대답도 없자 괜스레 눈썹을 들어 올리는 여주를 멍하니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 아니요."


"그래? 그럼 어쩔 수 없네."







태형의 시원찮은 대답에 여주가 아쉽다는 듯 입술을 내밀며 주저 없이 몸을 돌렸다. 옥상에서 나가려는 건지 문쪽으로 거침없이 직진하는 여주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태형이 정신을 바짝 차리며 급하게 여주를 불러 세웠다. 그러자 발걸음을 우뚝 멈춘 여주가 고개를 돌려 태형을 바라봤다.









"여기 문... 그쪽이 열었어요?"


"응. 내가 열었는데 왜?"


"아니... 그냥 궁금해서요."









태형은 지금껏 태어나 살면서 제일 한심스러운 대답에 민망한지 붉어진 얼굴을 푹 숙였다. 남자든 여자든 가릴 거 없이 원래 무뚝뚝한 모습만 보였던 태형이다. 그런 그가 이렇게 여자 앞에서 심장이 저릿하게 떨린 건 처음인지라 괜히 뒷머리를 어루만졌다. 그러자, 그런 태형의 모습이 꽤나 귀여웠는지 여주가 참고 있던 웃음을 터트렸다.




태형이 화들짝 놀라며 커진 눈으로 여주를 바라봤다. 귀엽다 너. 호탕하게 웃는 여주의 입에서 새어 나온 말이었다. 방금 무슨 말을 했는지 어리둥절해 하는 태형을 뒤로 여주가 치마 주머니에서 길면서도 삐뚤빼뚤한 작은 쇠 같은 걸 꺼내 들었다. 태형이 눈가를 좁혀 요상한 물건을 자세히 바라봤다. 그리고 그건 다름 아닌 클립을 일자로 핀 것이었다.








"가끔 담배 피우려고 이걸로 내가 문 딴 거거든. 아까 보니깐 학교 되게 싫어하는 거 같던데, 답답하면 너도 올라와도 돼."


"아... 그래도 돼요?"


"당연하지. 아 근데 혹시나 해서 한번 더 물어보는 건데, 너 라이터는 있어?"


"아뇨..."


"역시 없을 줄 알았어. 그럼 나 먼저 내려갈게."








여주가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몸을 돌리다 뭔가 깜빡했는지 아 맞다! 하고 손뼉을 치더니 또 치마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무엇을 찾고 있는 건지 태형은 치마 주머니로 시선을 옮기며 눈썹을 올렸다. 그것도 잠시 뭔가를 찾았는지 여주가 주머니에서 손을 꺼내 잡기 좋게 태형에게 던졌다.







"자! 이거 받아!!!"


"......?"







여주의 힘찬 소리와 함께 태형이 잡은 건 다름 아닌 딸기 사탕이었다. 달달해 보이면서도 분홍빛을 도는 게 어딘지 모르게 여주와 잘 어울리는 사탕이었다. 태형은 아주 잠깐이었지만 여주에게서 풍겼던 딸기향이 혹시 이것 때문인가 생각해봤다. 거리가 좀 떨어진 곳에 있던 여주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태형이 내리깔고 있던 시선을 들어 올렸다.









"원래 라이터 빌려주는 사람한테만 주는 건데, 너는 마음에 들어서 특별히 주는 거야!"


"......"


"그럼 다음에 또 보자, 김태형."










가벼운 손 인사를 끝으로 여주가 갈색 빛깔의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옥상을 빠져나갔다. 태형은 여주가 자신의 이름을 어떻게 아는지 얼떨떨해하다가 왼쪽 가슴팍에 박혀있는 명찰 쪽으로 눈길을 옮겼다. 노란색 배경으로 김태형하고 떡하니 쓰여있는 세 글자가 태형의 눈에 들어왔다.






"신상정보가 이렇게 털려버렸네."





바람을 통해 여주의 딸기향이 은은하게 퍼져나갔다. 그에 태형이 어이없으면서도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여주가 떠나고 보이지 않은 문 너머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아주 잠깐 동안 한편의 좋은 꿈이라도 꾼 듯 황홀한 감정이 태형의 온몸을 감싸 돌았다. 하지만 꿈이 아니라는 게 자신의 손바닥에 놓여있는 여주가 준 딸기 사탕이 증명이라도 하듯 있으니, 이건 분명 현실이 맞았다.



딸기 사탕은 여주가 태형에게 남긴 유일한 흔적이니깐.









딸기와 담배








황홀했던 여주와의 만남 뒤로 점심시간이 끝나 5교시가 시작되었다. 조용한 교실에는 선생님의 말소리와 분필 소리가 반복되어 들려왔으며, 집중하곤 열심히 필기를 하는 애들이 있는 그 반면에 이미 드러누워 꿈나라로 간 애들과 일어나 있기는 하지만 딴짓을 하는 애들로 나뉘었다. 그중에 태형은 일어나 있기는 하지만 딴짓을 하는 애들 중 한 명이었다.



벌써 수업이 시작한 지 반이나 훌쩍 지난 상태. 무언가를 곰곰이 고민하거나 깊은 생각을 하고 있을 때면 턱을 괴는 습관이 있던 태형은 흥미 없는 칠판 대신 창문 너머로 보이는 운동장으로 시선을 고정한 채 턱을 괴며 온통 여주 생각만 하고 있었다.



절대로 잊지 못할 정도로 짜릿했던 여주와의 첫 만남. 아직도 태형의 코 끝에는 여주에게서 풍겨져 나온 딸기향이 맴돌았다. 운동장을 가로질러 뛰어다니는 아이들이 우르르 지나가자, 웃는 모습이 참으로 예뻤던 그녀의 얼굴이 아른아른하게 그려졌다. 그에 드디어 미쳤다는 신호가 이렇게 오는 건가 싶어 자신의 두 뺨을 두 어번 쳤지만, 그것도 잠시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태형이 힘없이 책상 위로 팔을 떨어트렸다.




사실 태형은 꿈같았던 여주와 어정쩡하게 헤어지고 난 후,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옥상을 빠져나가 1학년 교실부터 3학년 교실까지 곳곳을 돌아다니며 여주를 찾아다녔다. 애들이 모여있을 만한 곳은 물론이고 옥상도 한번 더 가봤지만, 여주는 학교에서 찾아 볼 수 없었다. 귀신도 아니고 자신과 동일한 교복을 입은 게 틀림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이 학교 학생이 아닌 것 마냥 어떠한 흔적조차도 보이지 않았던 태형은 결국 종소리가 울려 퍼져서야 교실로 돌아갔었다.



태형은 어째서인가 다시는 여주와 만나지 못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면에 담배 있냐고 물어본 게 뭐가 인상 깊었는지. 이럴 줄 알았으면 대화나 좀 더 나눠볼걸. 태형은 아쉬운 마음에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조용했던 교실 뒷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오자 반복됐던 선생님의 말소리와 분필 소리가 멈췄다. 흐름을 깨트린 주인공이 누구인지 아이들의 시선은 뒷문을 향했다. 물론 여주의 생각으로 가득한 태형은 빼곤.






"서여주, 너 지금 시간이 몇 시인데 지금 등교하는 거니?"


"헤헿, 쌤 안녕하세요. 늦잠을 좀 많이 자버려서요!"


"일단 자리에 가서 앉고, 나중에 담임선생님한테 가서 출석체크해라."







네엡-!




귀여우면서도 천진난만한 목소리. 불과 1시간 전에 들었던 여주의 목소리와 똑같았다. 태형이 턱을 괴고 있던 것을 풀곤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익숙한 여주의 얼굴. 자신에게로 점점 다가오는 여주와 눈이 마주치자 태형의 심장이 다시 쿵쾅 쿵쾅하고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미친 듯이 뛰는 심장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자신의 옆자리에 의자를 빼고 앉는 여주를 따라 태형이 고개를 움직였다. 그토록 찾아다녀도 보이지 않았던 여주였는데, 자신의 앞에 그것도 같은 반 짝꿍이었다는 게 황당하면서도 내심 기분이 좋은지 태형은 그녀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태형의 시선을 느낀 건지, 아니면 처음부터 알아본 건지 여주가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아 보이는 텅 빈 가방을 고리에 걸어놓고 입꼬리를 태형을 향해 입꼬리를 올렸다.







"네가 새로 온다고 했던 내 짝꿍이구나."


"... 어? 어... 새로 전학 왔어."


"반갑다. 난 서여주."







옥상에서 그렇게 헤어지고 나서 어떻게 담배와 라이터를 구하긴 했는지 작으면서도 고운 손을 내민 여주에게선 담배 냄새와 특유의 딸기향이 어울려 풍겨왔다. 태형은 이제야 자신이 이 자리에 처음 앉았을 때 옆자리에서 맡았던 냄새가 여주의 딸기향과 담배 냄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태형이 여주가 내민 손을 잡았다. 딱히 이 냄새가 나쁘지 않다는 뜻이었다.



전 짝꿍은 코가 예민했던 애라 그동안 대놓고 싫어하는 티를 내서 태형도 냄새 때문에 싫어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태형이 자신의 손을 잡아주자 놀란 듯 여주가 말을 걸어왔다.






"지금까지 내 짝꿍들은 냄새나서 싫어했는데, 넌 괜찮나 봐?"


"생각보다 맡을 만해."


"아까 옥상에서도 말했지만 너 진짜 마음에 든다.






역시나 여주 또한 태형을 기억하고 있었는지 옥상에 있었던 이야기를 꺼내며 주머니에 있던 담뱃갑을 책상 서랍에 집어넣었다. 확실히 어떻게 가지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겉으로 보기에 흠칫도 없고 깨끗한 게 새로 산 모양이다. 태형이 그런 그녀의 손을 덤덤하게 바라보다 그녀가 이번엔 그 안에서 딸기 사탕을 하나 꺼내 선생님 몰래 입안에 쏙 넣자, 또 그녀의 손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근데 너 존댓말 안 쓰네. 아까 보니깐 존댓말 쓰는 거 되게 귀엽던데."


"그, 그건 네가 몇 학년인지 몰라서 그랬던 거지!"


"푸흡- 너 되게 속이 잘 보이는 캐릭터다. 딱 그래 보였어."







태형이 보기에도 여주는 다 알고 있어 보이는 눈치였다. 웃고는 있지만 그 뒤에 감쳐져 있는 아리송한 여주의 감정과 남자와 대화하는 게 익숙하면서도 귀여워하는 거까지 여유로운 모습은 지금껏 무뚝뚝하게만 대하고 여자에게 무언의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는 태형과 많이 달랐다. 그래서 그런가 마치 고양이와 쥐 같은 모습이랄까? 그것도 속이 다 보이는 쥐를 귀여워하는 예쁜 고양이.


하지만 가끔은 쥐가 고양이를 당황시킬 때가 있다. 쉽게 끌려다닐 거 같으면서도 은근 겁이 없을 정도로 박력 넘치는. 그게 바로 태형이었다.








"옥상에서 너랑 헤어지고 나서 계속 찾아다녔어."


"왜 찾아다녔는데?"


"네가 보고 싶어서."


"어?"


"그렇게 찾아다녔는데, 같은 반 내 짝꿍이라니 허탈하네."





꽤나 직접적인 태형의 말에 사탕을 빨고 있던 여주가 왼쪽 볼에 두고 태형을 빤히 바라봤다. 그러자 정말 허탈하기라도 한 듯 바람 빠진 웃음을 짓는 태형은 이내 바지 주머니에 있던 딸기 사탕을 꺼내 몰래 입안으로 집어넣었다. ?달달한 딸기맛이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태형은 이것조차 여주 같아서 슬쩍 입꼬리를 올리자, 그때 여주가 반대편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태형에게 건네며 입을 열었다.







"오늘 학교 끝나고 같이 가자."






달콤한 의견이었다.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러갔다. 종례가 끝나고 선생님과 잠시 이야기 좀 나누고 오겠다던 여주는 반 애들이 청소를 다 끝내고 집에 가서야 돌아왔다. 미리 여주가 오기 전에 가방을 챙겨놨었던 태형은 여주가 교실에 돌아오자마자 자리에 일어섰다. 그런 태형에 여주는 잠시만 하며 조그만 목소리로 아직 움직이지 말라는 듯 손을 들어 올리더니 쪼르르하고 다가와 책상 서랍에 있는 담배를 꺼냈다.






"이걸 깜빡할 뻔했네."


"아 맞다 그걸 생각 못했네."


"옥상에 갈래?"





여주의 물음에 태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여주가 자신을 따라오라며 담배를 들고 있는 손으로 두어 번 까딱하고 흔들었다. 그에 태형이 여주를 뒤따라 교실을 빠져나갔다.



옥상은 맨 꼭대기 층인 5층에 있었다. 3층에 있는 태형과 여주는 2층을 더 올라가야지만 옥상을 갈 수 있었다. 18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고작 2층 더 올라가는 건 식은 죽 먹기로 금방 옥상 문 앞에 도착한 태형과 여주는 그대로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어 재꼈다. 그러자 강한 바람이 빠져나와 태형과 여주를 지나치며 이번엔 푸른 하늘 대신 주황빛 노을 진 하늘이 둘을 반겼다.


여주가 먼저 발을 넘기고 그 뒤를 태형이 따랐다. 여주는 난간 쪽으로 가까이 다가가면서 곧바로 담뱃갑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그리곤 멀뚱하게 서 있는 태형을 쳐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가만있지 말고 태형아, 네가 담뱃불 좀 붙여줄래?"


"어...?"


"수업시간에 내가 라이터 줬잖아. 그걸로 불 좀 붙여줘."







태형이 그제야 이해가 갔는지 허둥지둥 자신의 가방에서 라이터를 꺼내더니 한쪽 어깨에 가방끈을 걸친 채로 여주의 앞으로 한 발자국 다가갔다. 하지만 처음 사용해보는 라이터는 태형에게 꽤나 어려웠다. 불 붙여지기만을 기다리고 자세를 잡고 있는 여주와 다르게 엄지에 제대로 힘을 못 주고 계속 다른 쪽으로 빗나가자 그 모습이 귀엽게만 느껴졌던 여주가 부드럽게 태형의 손 위로 자신의 손을 겹쳤다.









"라이터는 이렇게 켜는 거야."






치익- 탁!






엄지에 약간의 힘을 주고 빠르게 밑으로 내리자 라이터에 작은 구멍에서 불이 올라왔다. 성공한 게 신기했는지 우와! 하고 소리치는 태형을 뒤로 여주가 자연스럽게 담배에 불을 붙였다. 빨간 불씨로 인해 담배가 타들어가며 여주가 연기를 깊게 들이 마신 뒤, 후- 길게 내뱉었다.



뿌연 연기가 앞을 가리는 동시에 담배의 그 특유 냄새가 태형의 코를 찔렀다. 지독하면서도 어딘가 중독되는 냄새. 이제는 이 담배에서조차도 여주와 같아 보이자, 태형은 달콤함과 담배연기에 완전히 바보가 된 기분이 들었다. 바람에 흩날리는 그녀의 머리칼을 지나 태형이 핑크빛이 도는 그녀의 입술을 빤히 쳐다봤다.








"참 이상해."


"왜?"


"딸기와 담배맛이 느껴져오면 네가 떠올라서."


"....."


"아무 생각도 할 수 없게 날 바보로 만들어."








여주를 바라보는 태형의 눈이 깊게 파고들었다. 그에 여주가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손이 쥐며 머금고 있던 뿌연 연기를 다시 한번 내뱉었다. 그러자 역시나 바람이 부는 지라 오래 머물러 있지 않고 금방 희미하게 퍼져나가자 태형이 그 사이를 뚫고 성큼 다가와 커다란 손으로 여주의 볼을 부드럽게 감싸며 입을 맞췄다.



말캉한 촉감이 느껴지자 여주는 놀라기는커녕 자연스럽게 눈을 감았다. 고작 18살 밖에 안 된 고등학생들의 첫 뽀뽀. 여주는 처음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반면에 이것이 첫 뽀뽀였던 태형은 보통 연인들이 하는 뽀뽀 수준으로 얼마 안 있다 입술을 급히 뗐다.



그에 여주도 저절로 눈을 뜨자 박력 있게 다가와 입 맞췄던 아까와 달리 금방이라도 터질듯한 얼굴로 쑥스러움과 부끄러움 그 중간에 위치해 뒷머리를 만지작거리며 어쩔줄 모르는 태형이 눈에 들어왔다.







"... 미안. 그러니깐, 이게 나도 모르게. 하고 싶었던 건 아니고 진짜 내 몸이 저절로..."


"키스하면 1일이라는데."


"... 어?"



"사귈까 우리? 아주 달달하게."






잠깐의 입맞춤 때문에 혹시나 태형의 입속에 담배 냄새가 맴돌까 걱정이 된 여주가 딸기 사탕을 건네면서도 귀여운 나머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자 태형이 생각지도 못한 말에 당황한 것도 잠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여주의 손에 올려져 있는 딸기 사탕을 집어 든 태형은 다시 담배를 입에 무는 여주를 천천히 바라봤다. 짜릿했던 여주와의 첫 입맞춤. 그녀에게서 딸기와 담배의 맛을 느꼈던 태형은 절대로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딸기와 담배의 맛을 느낄 때면 항상 여주가 떠오를 테니깐.


















오랜만에 쓰는 단편이네요ㅎㅎ 풋풋하기도 하지만 서로에게 담담하면서도 담백한 대화를 통해 설레어하는 모습을 담고 싶었는데 그게 잘 전달 됐는지 모르겠네용ㅠㅠ 그래도 재밌게 읽으셨다면 즐추댓포 부탁드립니당:)


이 빙의글은 strawberries & cigarettes 라는 노래를 듣고 가사를 보니 너무 좋아서 한번 써보고 싶었어요ㅎㅎ 이 노래 완전 강추입니다!!!

추천하기 4   즐겨찾기 등록
글이 재미있었다면 작가님에게 포인트 선물을 해주세요.
나의 Point :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작가님에게
추천수와 선물받은 포인트 합산을 기준으로 글의 순위가 결정됩니다.




    로그인 후 댓글쓰기가 가능합니다.
댓글
  지아1015  3일 전  
 헐ㅠ 여주언니 넘 내스탈이야ㅠ

 답글 0
  상상마녀  12일 전  
 진짜 글 너무 좋아요 ㅠㅠㅠㅠ 잘 읽고 갑니다

 상상마녀님께 댓글 로또 7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강하루  12일 전  
 여주야 담배 나쁜거야

 답글 0
  레나염  12일 전  
 여쥬 담배 몸에 안 좋아 ㅜㅠㅠ

 레나염님께 댓글 로또 7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친구에게 장난치기 꿀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