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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01. 발그레한 두 뺨은 - W.수국
01. 발그레한 두 뺨은 - W.수국

 

 

 

 

 

 

 


체리 블라 `썸` 

 

 

 

 

 

 

 

 

 

 

 


01

 

달큰한 내음이 코 끝을 스치면 하얀 종이 위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던 연필은 긋던 선을 그만 뚝- 멈춘다. 삐걱거리는 낡은 나무 바닥에 드르륵 소리를 내며 의자 다리가 마찰하면 하여주는 책상에 팔꿈치를 에둘러 그대로 고개를 파묻었다. 그러면, 옆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은 눈에 띄게 조심스러워졌고 그게 또 하여주의 심장을 무진장 간지럽힌다지.


 

 

 

 

"야, 전정국!"


 

"조용히 해 김태형." 


 

"뭐 인마?"

 

 

"여주 자고 있잖아."




 


이른 아침부터 문을 벌컥 열고 교실이 떠나가랴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전정국을 찾는 김태형의 부름이 무안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중학교 때부터 함께 지냈던 친구의 입을, 옆의 조그마한 여자아이 때문에 막아버렸으니. 전정국 너 진심이야? 이야, 5년 우정 별것 없었네. 이번에 처음 만난 짝지한테 내가 밀린 거야 지금?




 


"야, 너. 계속 입 열고 있을 거면 가."

 

 

"... 허. 좋아하냐?"



 



조용히 하란 말에도 타령을 계속 늘어놓는 게 거슬려 단호하게 쳐낸 정국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김태형의 질문은 훅 들어왔다. 그 덕에 전정국의 말문은 턱 막혀버렸고, 책상에 고개를 파묻고 잠자코 그 대화들을 듣고 있던 하여주의 숨 또한 막혔다. 긴장한 듯 끈적이는 식은땀이 하여주의 손바닥 안에서 주름들을 타고 맺혔다.





 

"... 뭐래. 헛소리할 거면 그냥 가라고."

 


"아니 그럼 걔가 자는 걸 네가 왜 신경 쓰고 있냐고, 병신아."




 


침묵이 길어질수록, 김태형의 놀림 농도가 더 짙어질 걸 알기에 전정국은 마른 혀를 한 번 축이고 언뜻 부정의 말을 흘렸다. 그게 또 어이없는 건 김태형의 몫이었고, 하여주는 자기 아랫입술을 뭉툭한 이로 살짝 깨물었다. 사실상, 하여주가 고개를 묻은 탓에 자는 것으로 알고 있는 전정국이나 김태형은 하여주가 그 대화들을 듣고 말 하나하나에 반응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겠다마는.



 



"자는데 시끄러우면 누가 좋아해."


 

"누가 그걸 몰라? 남이 뭘 하던 관심 없던 놈이 이러니까 그러지."


 




사실이었다. 전정국은 워낙 남에게는 일말의 관심조차도 주지 않는 사람이었다. 오랫동안 가까운 친구들 사이에서도 매정한 놈이라 참 많이도 불린다면, 이미 말 다 한 게 아니겠는가. 보통이라면 제 짝지가 자는 것도 모르고 있을 놈이, 지금은 옆에 엎어져 누워있는 여자아이의 잠을 신경 쓰고 있다니. 김태형은 그 모습이 경악스러워 당장이라도 거품 물고 쓰러질 지경이었다.




 


"... 저기, 있잖아. 정국이가 원래 되게 다정하니까 그런 거니까,"


 

"...... 누가? 전정국이?"




 


아마 지금 이 순간에서 혼란이 많은 사람은 아마 하여주도, 전정국도 아닌 김태형일 것이다. 자고 있는 줄만 알았던 애가 조심스레 일어나서는 말을 건 것도 놀랐지만, 그 오밀조밀한 입에서 나온 말이 더 충격적이었다. 그러니 생판 처음 보는 하여주에게도 저렇게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빠르게 되물었겠지.




 

아니 초면에 정말 실례이긴 하지만, 전정국이 다정하다고? 저놈이? 정녕 내 앞에 있는 이놈이? 너 설마 동명이인이랑 착각한 건 아니지? 입에 모터라도 달린 마냥 빠르게 속사포로 말을 내뱉은 김태형의 입을 막은 건 전정국의 손바닥이었다. 아, 물론 정말 직접적이게 손바닥으로 입을 막은 게 아니라 뒤통수를 찰지게 때려서.




 


"아니 말로 하면 될 걸 뒤통수를 갈기고 지랄이야, 지랄이."


 

"네가 말로 해서 듣냐? 그리고 욕 쓰지 마."

 

 

"아니 갑자기 왜 또 욕으로 뭐라 그,"


 

"......"


 

"...... 전정국 너 설마… 진짜냐? 진짜야? 어?"




 


뒤통수를 갑자기 때리는 것도, 그 반응에 김태형이 툴툴대던 것도 원래 일상 중 하나였기에 별 개의치 않았지만, 제 입에서 나온 비속어를 단속시키는 전정국은 처음이었다. 나 원 참. 똥 씹은 표정으로 한 마디를 하려던 찰나, 옆에서 전정국과 저를 똘망똘망한 눈으로 쳐다보는 하여주와 눈이 마주치자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기억에 김태형의 등에서 닭살이 돋았다.




 


그러고 보니 전정국이 요즘 욕을 쓴 적이 있었던가? 평소 같으면 반에 찾아오는 김태형에게 꺼져라는 한 마디를 날리고 말았을 전정국이, 웬일에서인지 오늘은 가라라는 말만 남길 뿐이었다. 자... 그러니까, 전정국 이놈이 지금 짝으로 시작해서 사랑으로 끝나는 뭐시기를 하고 있다 이 말이지?







"전정국 너… 이 형아가 응원한다."


 

"... 돌겠네 진짜."

 


"도움 필요하다면 말해. 이쪽은 내가 더 전문인 거 알지 아우야?"





 

한 쪽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전정국의 어깨를 툭툭 치는 꼴이 참 약 올랐다. 하필 걸려도 다른 사람도 아니고 김태형에게 걸릴 것이 뭔지. 조만간 시끄럽게 되겠구나를 예상하며 전정국은 제 골을 짚었다. 아무튼 이건 이따가 다시 얘기하자 전정국. 나 먼저 갈 테니 좋은 시간 보내. 뭐가 그렇게 신이 나는지 웃음을 끅끅 참으며 교실 밖으로 나가는 김태형이었다.




 


도통 무슨 상황인지 가늠도 가지 않는 하여주가 앙증맞은 입술을 살짝 오므리고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렸다. 습관 마냥 하여주를 쫓는 전정국의 시선이 찰나 흘깃 한 하여주의 시선과 미묘하게 맞닿았다.


 



"미안. 너무 시끄러웠지?"

 


"아냐, 어차피 자는 것도 아니었어."

 


"... 안 잤… 다고?"







전정국의 두 귀가 순식간에 붉게 달아올랐다. 아마 하여주가 깊게 잠든 줄 알고 나눴던 김태형과의 대화를 생각했던 탓이었으리라. 몰려드는 부끄러움에 손바닥으로 목 뒷덜미를 쓸어내리며 붉어진 두 귀를 숨기려 고개를 푹 숙이는 모습이 수줍었다. 창가 자리에 드나드는 미미한 바람이 전정국의 빨간 머리를 쓸었다. 익숙하고 달큰한 내음이 또 하여주의 코를 찔렀다. 새빨간 전정국의 머리를 똑 닮은, 체리 향이었다.




 


"... 체리."




 


향에 취해 무의식 적으로 뱉어낸 과일 이름이 당황스러웠다. 응? 이라며 되물어 오는 전정국의 물음에 본인이 되려 놀란 듯 토끼같이 동그란 눈망울의 시선을 바닥에 두었다. 애꿎은 엄지발가락이 꿈틀꿈틀 움직였다. 창밖에서 바람을 타고 휘날리는 벚꽃이 간질간질 하여주의 심장을 간질였다. 유독 따스한 햇살이 나른하게 만들었다. 달짝지근 꽃내음과 함께 살랑이는 봄바람이 하여주의 웃음을 훑고 전정국의 눈에 닿았다.


 


두 쌍의 뺨이 발그레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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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꾸기없인못살아  3시간 전  
 정주행이요

 꾸기없인못살아님께 댓글 로또 5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joaoy00  3일 전  
 장주행이영!!

 joaoy00님께 댓글 로또 6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방탄짱뿡빵  5일 전  
 크릅 정두행이영뮤ㅠ

 답글 0
  겸둥성연  10일 전  
 와우... 미쳐따...

 겸둥성연님께 댓글 로또 5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MINAH  13일 전  
 정주행 하도록 하죠 하하하

 답글 0
  쿄쿄쿄뷁뷁  13일 전  
 1화부터 기대됩니다!!

 답글 0
  듑둡듀  16일 전  
 정주행갑니다

 듑둡듀님께 댓글 로또 4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a__rin  18일 전  
 처음부터 너무 귀엽네용

 a__rin님께 댓글 로또 1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유정425  18일 전  
 정주행이요!
 

 유정425님께 댓글 로또 7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밍키쮸쮸!  18일 전  
 정주행이요

 밍키쮸쮸!님께 댓글 로또 9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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