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
방탄빙의글 I. 부서지는 그림자 - W.노란오월
I. 부서지는 그림자 - W.노란오월










양들의 침묵

I 부서지는 그림자



노란오월 씀











남준은 인천국제 공항 출국라인에 서있었다. 곁에 제 덩치만한 캐리어 하나를 두고 한창 통화를 하고 있다. 상대는 자신의 팀에 갓 들어온 파릇파릇한 신입이었다. 목소리에 들어찬 각 잡힌 군기가 남준을 어렵게 했다. 머리를 긁적이다 말을 잇는다.





"어, 너랑 호석이는 내일 들어오는거지?"

"네! 짐 다 쌌습니다!"

"어어... 힘 빼고. 거기 가서도 그렇게 말할거야?"





남준은 지난 일년간 모든것을 조사에 쏟아부었다. 있는 정보 없는 정보 가릴것 없이 캐가며 그 호텔에 미친 사람마냥 굴었다. 자신도 알았다, 무모한 짓이라는거. 홍콩 현지의 형사들도 세력이 커서 함부로 못 건드린다는 지하 조직과 그 조직에 직접 연루된 호텔을 캔다는거,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을 알았다. 그래도 호텔 고위층 인물들이 모두 한국인이라는걸 감안해서, 비리를 밝히고 호텔에서 벌어지는 갖은 일들을 알아 내겠다는 핑계하에 달려든것이었다.





"잠 잘 자두고, 내일 보자."



정국에게 잘 자두라고 했지만, 사실 밤잠을 설친건 남준이었다. 홍콩 본사로 잠입수사를 가게 됐다. 이번에 한국 지사에서 호텔 비리 건으로 은밀히 잡아들인 책임자 대신에 그의 신분으로 본사를 방문하는 입장이었다. 그의 지갑엔 이미 호텔 블랑 한국 지사의 책임자 명함이 꽂혀있다. 그것을 못내 만지작 거리다 헛웃음을 뱉었다. 정말 가는구나.



사실은 명분을 만들어 잠입수사 허가까지 받아왔음에도 남준은 그저 허망한 기분만 들었다. 무엇을 위해 이렇게까지 했나 싶기도 하고, 사실 가서 뭘 어떻게 하고 싶은건지도 모르겠고. 거기에 정말 네가 있다면, 그래도 이유는 있겠는데. 여기까지 왔음에도 남준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정말 네가 홍콩 본사로 끌려간건지, 아니면 그저 갑자기 기억이 돌아와 한 순간 날 떠난건지.





"......"



가 보면 알겠지. 남준은 세워뒀던 캐리어를 끌고 비행기에 올랐다. 여행의 시작이다. 못내 들뜨고 아프게 그리웠다. 거기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주제에 무턱대고 보고 싶기만 했다. 이 명함을 내밀때는 핑계를 뭐라 대야 하지. 한번도 국정원을 언급 한적은 없지만 적어도 공무원쪽 직업이었다고 알고 있을텐데. 만나서 할 말만 한가득 생각했다.





"실례하겠습니다."



그때, 비지니스석에 착석하던 남준 옆으로 순한 인상의 남자가 웃으며 앉았다. 어딘가 익숙한 얼굴 같기도 하고 묘한 느낌이 나기도 했다.





"출장 가시나 봐요."

"네."





말을 거는 남자에 잠깐 멈칫했지만 이내 이 남자가 누군지 기억해낸 남준이 싸늘하게 웃었다. 사장. 호텔 블랑 사장. 제이. 박지민.





"그쪽도 출장 가시나 봐요?"

"아 저는 출장 왔다가 본사 들어가는거에요."





해사하게 휘어드는 지민의 눈에 남준은 애써 입꼬리를 올렸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아니면 악연인지. 이렇게 같은 비행기 옆자리로 만나게 된 상황에서 남준은 할 말을 찾지 못했다. 한국 지사 근처 감시카메라와 그가 이동하고 움직였던 갖은 자료들을 뒤적이며 질리도록 봐온 얼굴을 눈앞에서 보니 감개가 무량하다 해야 하나.





"이렇게 만난것도 인연인데, 명함 교환이나 하죠."



남준이 말을 걸었다. 이내 호텔 블랑 한국 지사 책임자 김남준이 적혀진 명함을 지민에게 내민다. 지민은 말 없이 명함을 받아들고는 작게 미소 지었다.





"정말 인연이었네요."

"......"

"전 호텔 블랑 본사 사장 박지민이라고 합니다."



본인의 명함 대신 손을 내밀었다. 되려 당황한건 남준이었다. 들리는데 의하면 쉽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고 거래한 사람들에게도 철저한 입단속이나 비밀유지를 요구한다 했는데, 그래서 이 남자의 얼굴이나 이름 모든걸 알아내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음에도 이렇게 간단히 자신의 모든걸 오픈한 지민에 남준이 멈칫했다.





"안 그래도 한국 지사에서 오신다고 듣긴 했는데, 반갑네요."



환하게 웃는 지민의 얼굴에 남준은 소름이 돋는것도 같았다.

얼떨떨하게 악수를 하는 와중에도 목덜미에 끼치는 묘한 기분을 떨칠수가 없었다.





**





지민은 복귀 소식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은채 호텔 지하 주차장과 이어져 있는 문으로 들어갔다. 아까 남준을 마주할때와는 또 다른 얼굴이다. 싸늘한 표정에 감히 범접할수도 없는 분위기를 풍기는 지민에, 곁에 있던 비서가 눈치를 봤다. 말 한마디 잘못 꺼냈다 잘릴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만큼 비서는 잘 알았다. 자신이 조직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 늘 함부로 대하지는 않지만 사실상 지민이 손가락 하나만 까딱하면 비서 같은건, 손쉽게 자르고 처리할수 있다는거. 비서는 말없이 침을 삼켰다.





"왜 정문으로 안 들어가시고..."

"원래 이런건 서프라이즈로 해줘야지."



평범한 한마디에도 냉기가 뚝뚝 떨어지는 지민에 비서는 눈을 질끈 감았다. 갑자기 한국에서의 일을 급하게 끝내고, 지민이 본사로 달려온 이유. 자신이 자꾸만 지민을 한국에만 묶어두려던 이유. 그걸 모조리 눈치 챈 걸까.





"아 그리고."

"..네?"

"내일부터 나오지 마요."





집에서 푹 쉬세요. 자신을 바라보며 웃는 지민의 웃음에 소름이 돋았다. 해고 통보였다.





"생각 같아선 비서님 손모가지든, 아가리든 모조리 찢어 발기고 싶은데."

"......"

"정보 흘려줘서, 내가 참는거야."





비서는 아무말도 할수가 없었다. 잘 숨겼다 생각했는데, 결국은 들킨 모양이다. 우연히 지민의 집에 갔을때 호텔에서 한번 마주쳤던 여자가 지민의 집에 있는걸 보고 조직에 보고 한적이 있었다. 그것 때문이었는지 여자는 어느 순간 사라졌고, 덕에 지민이 반 페인처럼 살던 때가 있었다. 폭발사고로 죽었다고 했는데... 1년 전쯤 본사쪽에서 사장 대리인이라는것을 만들었다고 했다. 아무래도 지민이 전세계를 자주 돌아다니다 보니 본사에 소홀할수 밖에 없어, 예전부터 만들겠다 말겠다 말만 많았지 실행된적은 없었는데.





"사장 대리인 정해졌어."

"아, 네. 누군지 혹시 여쭤봐도 됩니까?"

"......"





비서는, 지민 먼저 본사를 들어간 김태형의 전화로 모든걸 들었다.



박지민의 애인이던 여자는 죽지 않았고, 기억을 잃었으며. 김태형이 몰래 찾아서 본사로 빼돌리고 조직과 접촉해 지민의 약점이라 핑계를 대며 여주를 사장 대리인으로 만들었다는것까지.





"...박지민한테는 비밀로 하는거 알지?"

"네..."

"그리고 박지민은 한국에 더 오래, 묶어두는게 좋을거야. 네 목숨 부지하고 싶으면."



너 이제 나랑 한 배 탔잖아.





그 뒤로도 온갖 일정을 잡아 들이며 지민을 묶어두고, 철저히 비밀을 지켰다 생각했는데.





"뭐해? 안 가고."



눈앞의 살벌한 얼굴을 보면 그 모든게 부질 없어질 만큼 오한이 돋아왔다. 이 남자 정도면, 소리 소문 없이 자신을 매장시킬수도 있다. 자신이 숨겼던 모든것을 마지막 인사와 함께 조용히 삼킨채 주차장을 나섰다. 지민은 미련도 없이 떠나는 비서를 힐끗 쳐다보다 걸음을 옮겼다. 너를 만날 차례였다.







**



지민은 엘리베이터에 몸을 싣고 망설임도 없이 꼭대기 버튼을 눌렀다. 자신이 묵었던 곳이다. 아마 이젠 여주가 묵고 있을. 손이 떨렸다. 비서가 실수로 흘린 서류의 사장 대리인 이름을 보지 않았다면, 영영 몰랐을 사실이었다. 아마 조직의 허락을 받고 본사로 돌아올때쯤엔 여주가 어떻게 되어 있을지도 몰랐다. 여주를 잃을뻔 했다. 그 사실만으로 치가 떨리고 분해서, 지민은 가만히 있을수가 없었다.





"......"



마침내 여주의 방 문앞에 도착하고 문을 열었을때.





"......"



여주의 침대에서, 잠든 여주를 끌어안은 김태형을 보는 순간 이성의 끈이 끊겼다. 지금...뭐하는거야? 목소리마저 툭툭 끊긴다.





"...나가서 얘기해."

"지금 뭐하는거냐고!"

"여주 자는거 안 보여?"





2년만에 보는 얼굴인데, 그토록 그립고 보고 싶던 얼굴인데. 넌 태형의 품에 안겨 있구나.





"......"



차마 여주의 잠을 깨울순 없어 조용히 나갔다. 이내 태형도 지민의 뒤를 따랐다. 문을 나서는 순간 지민의 주먹에 태형의 얼굴이 반쯤 돌아갔다. 입속에서 비릿한 맛이 느껴졌다.





"아무리 반가워도 그렇지."

"김태형!!!!"

"인사가 좀 격하다?"





터진 입에도 되려 웃는 태형에 지민의 눈이 돌아갔다, 태형의 멱살을 잡았다.





"니가 어떻게 그럴수 있어. 니가 어떻게!!!!"

"내가 뭐!!"



내내 여유롭던 태형의 표정마저 일그러졌다. 자신의 멱살을 잡았던 지민을 밀쳐냈다. 화난 얼굴이었다.





"폭발 현장에 서여주 없다고 죽었다고 단정 지은거 너 아니야?"

"......"

"그 날! 니가 서여주 생일날. 약속 장소에만 제대로 나갔어도 그렇게 안 잡혀가. 서여주."

"......"

"평소엔 걔 옆에 민윤기나 내가 항상 붙어있으니까 못 건드리고."

"......"

"너네 둘, 단둘이 데이트 한 그 날을 놈들이 노린거."

"......"

"우리 사장님은 너무 바빠서 생각도 못했나 보다. 그치?"





태형의 얼굴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 눈에는, 눈물이 맺힌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여주 사라지고, 폭발 장소에 그 애가 있었다는걸 알고."

"......"

"여주 시체도 못 찾은 니가, 그러고 나서 한게 뭔데."

"......"

"내가 미쳐서 그 애 찾으러 다닐때, 넌 대체 뭘 했는데!!!"

"......"

"잘 들어 박지민."





내가 뺏은게 아니고, 네가 놓친거야.​



태형이 지민의 어깨를 치고 지나갔다. 이내 전의를 상실한 지민이, 금방이라도 주저 앉을것처럼 벽에 기댔다. 문 너머 여전히 자고 있을 너를 떠올리다 눈물이 나서, 주먹을 말아쥐었다. 벽을 내리쳤다. 주먹이 찢겼는데도 멈출 념을 하지 않았다. 자신이 너무 미워서, 못나서. 어떤 얼굴로 너를 마주해야 할지 생각만 하면 눈앞이 캄캄해서.





"......"



너와 난, 대체 어디부터 잘못된걸까.







벽에 머리를 박은채 한참을 울면, 굳게 닫혀있던 문이 열렸다. 네가 걸어나온다. 깼구나.



"어... 무슨 일이세요?"



두 걸음 떨어진 곳에서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그 눈은 여전하구나. 맑고 예쁜, 다정한 눈.





"......"



한참을 빤히 쳐다보면, 이상함을 느꼈는지 볼을 긁적이던 네가 다시 물어왔다.





"혹시... 저 아세요? 그, 제가 2년전에 기억을 한번 잃어서요... 진짜 거짓말 같겠지만! 그 전 일들은 잘 몰라요. 지인들도 못 알아 보고..."





응, 알아. 널 세상 누구 보다 잘 알아. 따뜻한 핫초코를 좋아하고 겨울이면 이불에 숨어서 창밖의 눈을 보는걸 좋아하고, 봄이면 꼭 졸라서 벚꽃 축제를 봐야 하는.





"아... 저 아시는 분 맞는것 같은데... 죄송해요, 제가 진짜 기억이 하나도 안 나서..."





삐지면 애교로 풀어주는걸 좋아하고 꼭 안아주는걸 좋아하고, 뽀뽀하는걸 좋아하고.





"이름이 뭐에요?"



강아지 같고, 이따금 작은 여우 같기도 한 너를. 난.





"박지민이에요."

"오, 이름 예쁘시네요."





난.







"그쪽 몰라요."

"아......"

"그냥 갑자기 슬픈 일이 생각나서, 좀 울었어요."





모른다 했다.





"근데 여긴 무슨 일로...?"

"아, 오늘부터 제가 그쪽 경영학 수업을 책임지게 돼서요."

"수업은 지배인님이 다 해주시는데..."

"제가 그 인간보다 조금 더, 잘하거든요."





언제 울었냐는듯, 너를 보며 웃으면 더 예쁘게 웃는 네가 보인다. 다 잊어도 좋으니, 날 몰라도 좋으니.





"더 매력있고."



처음부터, 차근차근. 다시 시작할수 있길.





"내일 다시 올게요."

"아, 어...네!"





자신의 말에 두 눈 동그랗게 뜬 여주가 귀여워 웃으면, 이내 정신을 차린 여주가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작게 웃었다. 어찌되었건 상관없다. 염치 없고, 자격 없다 해도 할말은 없지만.



그저 너 없인 안되니까.



천천히 두 손으로 너의 눈을 막고, 귀를 막고 다시 너의 세상을 나로 가득 채울것이니.





"......"



처음부터 시작해도 괜찮다.













​***
1~100 연중//님 방탄을 사랑합니닷님 耀安님 유은이에요님
소중한 포인트 이러케 예쁘게 남겨주셔서 너무 고마워요ㅠㅠㅠ❤❤

101~500 큐브님 500포
큐브님 ㅠㅠ 오랜만이에요ㅠㅠㅠ 오랜만인데 또 이렇게 포인트까지ㅠㅠ 진짜 너무 고마워요 눈물나요❤❤ㅠㅡㅠ

1000이상 도하링님 2000포
세상에 도하랑밈 ㅠㅠ 이렇게 포인트 남겨주신것도 모자라 댓글까지 예쁘게 남겨주시면 저 눙물 광광 흘림니다 ㅠㅠㅠ 제 글에 좋은 글이 많다는 말과 제 다른 글들 마지막화 10포인트씩 남겨주신것도 너무 고마웠어요ㅠㅠ 항상 제 글의 가치를 인정받을때 제일 좋고 기쁘고 그렇습니다 더 글을 쓰고 앞으로 나갈 힘도 얻구여 댓글만 이쁘게 남겨주셔도 좋아죽겠는데 이렇게 포인트까지 선물해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다음날 아침 갑자기 인순 4위까지 올라간거 보고 기뻐 날뛰었슴니당 ㅠㅠ 너무 감사드리구 건강 잘 챙기세여 행복하세요❤❤






***

돌아온 박지민. 박필터.



A화 평점 눌러주세요ㅠㅡㅠ

추천하기 165   즐겨찾기 등록
글이 재미있었다면 작가님에게 포인트 선물을 해주세요.
나의 Point :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작가님에게
추천수와 선물받은 포인트 합산을 기준으로 글의 순위가 결정됩니다.




노란오월 작가님의 다른글 보기       전체보기
    로그인 후 댓글쓰기가 가능합니다.
댓글
  꽃같읃방탄  8시간 전  
 뭐야이거..몇각이야ㅠㅠㅠ

 꽃같읃방탄님께 댓글 로또 17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퍼플유우  14시간 전  
 눈물나... 맘 아파요ㅠㅠㅠ

 답글 0
  아기요정망개  1일 전  
 ㅠㅠㅠㅠㅠㅠ슬퍼요ㅠㅠㅠㅠㅠㅠ

 아기요정망개님께 댓글 로또 1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레드홀릭  2일 전  
 이것이 말로만 듣던 삼각관계인가..?

 답글 0
  호비가최고얌  2일 전  
 그런거였어ㅠㅠㅠㅠ

 답글 0
  쭈우=  2일 전  
 ㅇㄴ 남준파 어디있어여ㅜㅡㅠㅠㅠㅜㅜ
 이렇게 남준이 버리는거냐고 여주야... ㅋㅋㅋ쿠ㅜㅜㅜㅜㅜㅜㅡ

 답글 0
  희한한배  3일 전  
 잠깐만 이거 어떡해요ㅠㅠㅠ 와ㅠㅠㅠㅠ 진짜 대박이야ㅠㅜㅜ

 답글 0
  123태  3일 전  
 허....허...아고..

 답글 0
  〠눈사람〠  3일 전  
 우엥ㅠㅠㅠㅠ

 답글 0
  다영지민  3일 전  
 여주 기억 안돌아오나?요?

 답글 0

150 개 댓글 전체보기


친구에게 장난치기 꿀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