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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1950 - W.파울❤
1950 - W.파울❤

 










그 들판에 핀 개살구 꽃이 듬성듬성 눈에 든다. 좋아라 말 것이 차피 다 져버리고 만 시든 것들이라 슬피 울음을 먹었다. 모난 쇳소리와 스치는 바람결이 두 뺨을 사무치게 곤두박질친다. 전쟁통에 잃은 울 오라버니는 송장마저도 검게 타버려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됐고 배냇물도 마르지 않은 채 세상을 뜬 어린 동생은 묫자리도 못 알아보고 있다. 이제 막 성사될 참이던 협상도 결렬이 되구 우리가 살던 이 터는 독한 잿덩이만 안고 있으니......



두 자식을 여윈 울 어머니는 굽은 등허리를 못 핀다. 오라버니의 사진과 동생의 배냇저고리를 한참 쓰다듬으신다. 며칠을 암것도 안 드시고 끙끙 앓기만 하시니 답답한 심정에 구운 감자라도 몇 알 드렸지만 이마저도 무의미해진다.



전쟁은 상상 그 자체 이상의 재난을 가져온다. 위에서 빨간 군대들이 자꾸만 우리를 몰고 간다. 계속 아래로. 나락으로 빠지는 것처럼 자꾸만 아래로. 피난을 다닐 때마다 문득 서울의 모란이를 생각하게 된다. 깡촌은 후줄근하다며 도망치듯 떠난 모란이는 그 뒤로 얼굴 한 번 트지 못했다. 가장 위에 있는 서울에서 홀로 벌벌 떨고 있진 않을까.



후줄근한 깡촌이 싫어

구질구질한 이곳 냄새가 싫어

돈도 못 되는 벼나 심으면서 살기에는 내 춘春이 아까워

나는 서울 갈래

경서야 나 갈 거야



모란이는 울면서 말했다. 눈가가 벌게지구 어깨는 진정될 기미가 없어 보였다. 눈물이 후두둑 떨어지면 거친 옷소매로 벅벅 닦아대는 게 집에 돌아오면서까지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내 손을 꼬옥 잡구 잘 지내라는 말이 괜스레 낯간지러우면서 슬퍼서 그냥 집으로 오고 말았다. 그게 거짓말인 거 뻔히 다 알면서 괜히 말이다.











『모란아 네 이름이 왜 이렇게 쓴 거니 한 입 베어 물면 입안 가득 혓바늘이 돋고 막 그래 하퇴골에 살랑이던 긴 치마를 잡구 뒷산 시냇물에 물장구를 치던 네가 자꾸 떠올라 우리 꽤 행복했는데 말이야 윗놈들이 자꾸만 아래로 내려오잖니 아래로 내려가라는 말에 계속 내려오긴 했는데 이제 갈 곳이 없어 근데 서울로 올라간 너는 어쨌는지 궁금해서 편지라도 보내 이 전쟁통에



살아만 있어줘도 참 고마울 것 같아 너한테 못다 한 말이 얼마나 많은데 그중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은 우리 담번에도 뒷산 시냇물에서 물장구치면서 놀자 개살구 꽃 따다 귀에 걸구 옷 마를 새 없이 재미나게 놀자



방금 폭격 소리가 들렸어 이 근처에 또 뭐가 떨어졌나 봐 소리가 큰 걸 봐서 얼마 안 될 거리일 것 같은데 나 무서워 근데 이 편지가 너한테 가긴 할까 보고 싶어 모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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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글]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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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이넌  25일 전  
 이넌님께서 작가님에게 862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에에에벱  32일 전  
 글 잘쓰세요..

 에에에벱님께 댓글 로또 4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강하루  33일 전  
 글 잘쓰시네요

 답글 0
  공전선  33일 전  
 공전선님께서 작가님에게 127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념류€  33일 전  
 글잘쓰시는것 같아용!

 답글 0
  꿀떡뭉냥므암  33일 전  
 꿀떡뭉냥므암님께서 작가님에게 65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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