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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클럽 헤모글로빈 - W.신인류
클럽 헤모글로빈 - W.신인류

John Mayer, I don`t need no doctor



​​

클럽 헤모글로빈
Club_Hemoglobin









김태형과 헤어진 건 단지 내 변덕 때문이었다. 긴 무명에도 포기 하지 않는 밴드나, 하루도 쉼없이 골초마냥 피워대는 담배가 아닌 한순간 뒤집혀 버린 감정이 이유였다.


김태형이 긴 무명이 문제였던 것은 아니다. 돈벌이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김태형이 반지하 방에서 살아야 했고, 벽에 잔뜩 슬은 곰팡이와 동침 해야 했고, 얼마되지 않는 돈으로 햇반 한 셋트도 살 수가 없어서 꾸역꾸역 돈을 아껴가며 편의점 크림빵이나 삼각김밥으로 때워야 했지만 이기적이게도 그런 김태형을 아는 사람이 소수의 팬들과 나 뿐이라서 무명 시절의 김태형을 나는 나름대로 좋아했다.


하지만 그런 것도 잠깐의 콩깍지에 불과할 뿐. 애정이 모두 사라지고 김태형만 그대로 남았을 때, 김태형의 무명은 우리의 관계에 있어 마이너스 포인트가 됐다.

하루에도 몇 번씩 김태형에게 트집을 걸고 넘어지는 나한테 무명이라는 김태형의 꼬리표는 질리도록 씹어 먹는 단물빠진 껌이었다. 이제 그만하고 새로 일자리를 알아봐라, 자취방에 쌓아둔 LP판이라도 팔아서 생활에 보태라, 밴드 멤버들이랑 갖는 술자리에 그만 나가면 안되겠냐, 너 하는 것만 보면 화가 난다. 이것 이외에도 내가 김태형을 향해 날린 화살은 수두룩했다. 그 말들은 모두 하나같이 십퍼센트의 애정과 오십퍼센트의 짜증, 사십퍼센트의 공허함을 담은 채였다.


김태형은 그런 내 말에 단 한번도 나서지 않았다. 내가 그럴 때면 조용히 기타를 치면서 제 밴드의 노래만 불렀다. 하필이면 부르는 노래도 전부 다 우중충한 분위기. 재떨이에 놓인 여러개의 꽁초들과 삐걱거리는 중고 식탁 의자, 김태형이 손톱으로 긁을 때마다 음을 내는 기타. 그게 지치고 질리다 못해 한순간의 짜증으로 모두 터진 순간 나는 김태형에게 이별을 고했다.


“헤어지자, 너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살아. 난 이제 더 이상 못해먹겠다.”


연애한다고 친구들과 만나는 걸 줄이고,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장르의 밴드 음악을 밥먹듯이 맨날 듣고. 그런데도 김태형으로부터 나에게 돌아오는 것들 중 8할이 힘든 것이라서, 지치는 것이라서 더 이상은 버텨낼 자신이 없었다. 어차피 남아 있던 십퍼센트의 애정도 고백과 함께 사라진지 오래였다. 그냥 잠깐의 시간을 함께한 사이로 끝내고 기억만 지워버리면 정말 김태형의 모든 게 다 사라질 정도로 다 끝인 거였다. 평생 안녕이었다. 정말 끝이 되는 거였는데,

내 구질구질한 기억의 일부분이었던. 나를 구질구질하게 만들었던 존재 중 하나였던 김태형이.


나와 헤어지자마자 그 다 죽어가던 밴드로 홍대를 홀라당 접수해버린 것이다. 200도 채 되지 않던 사운드 클라우드의 팔로워는 어느새 10K를 훌쩍 넘겼고, 어느 구제 옷 집을 가면 가는 곳마다 김태형이 소속되어 있는 클럽 헤모글로빈의 노래가 쉬지 않고 연달아 흘러 나왔다. 탑급의 인디밴드만 취급하는 인스타 그래머도, 유튜버도 김태형네 밴드를 몇번 인터뷰 해갔다. 아마 클헤가 지산에도 갔다왔던 걸로 안다.


지우려 했더니 더 진해졌다. 잊으려 했더니 더 선명해졌다. 김태형은 말라비틀어진 내 머릿 속에서 제 존재의 부피를 자꾸만 멋대로 키워 나갔다. 언제 술에 취해서 부르던 밴드 노래 가사처럼,


야 난 니가 자꾸 떠올라
야 난 너를 계속 찾아대

보고 싶은 건 아냐
다시 또 무너지고 싶진 않아

근데 넌,
Why do you think I`m lying?


구질구질해지고 있었다. 길을 걸을 때마다, 인스타그램을 훑을 때마다, 사운드 클라우드를 들을 때마다 가끔씩 마주치는 클럽 헤모글로빈의 흔적을 마주하면 보기 싫게 물러 터져버렸다. 더 구질구질해질 것도 없이 구애인의 정점을 찍었다고 홀로 자괴감에도 빠졌다. 너무 쓰레기 같다고, 이제와서 메마른 우물을 파고 있는 꼴이 너무 버러지 같다고 당장이라도 죽고 싶은 사람처럼 굴었는데.


“야, 김태형아···.”


그게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난 오늘로서 정말 구질구질함의 끝을 찍게 됐다. 낯짝 두꺼운 놈들이나 할 수 있다는 구애인 집 찾아오기. 오늘 클리어 했다. 김태형이 꺼지라면서 발길질을 날려도 백퍼센트 이해. 쪽팔려서 창문 밖으로 뛰어내릴 준비도 완전 완료. 그러니까 일단은.


다 낡아빠진 초인종 버튼을 눌렀다. 반대 손으로 옆에 놓인 캐리어의 손잡이를 매만졌다. 부끄러움에 사무쳐서 노크를 대신해 현관문에다 머리도 두어번 쾅쾅 박았다. 이제 이 바닥에서 뜰대로 뜬 놈이니까 이딴 반지하 셋방에는 안 사는 게 당연한가. 이 곳에 김태형이 살고 있을거라는 걸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나. 내 부름에 김태형이 오는 걸 뻔뻔하게 여기고 있었나.


큰 기대 말고 다시 되돌아 갈까, 바닥에 붙은 발을 달싹이던 그때.


“······.”
“······.”


현관문에 붙어있던 전단지가 우수수 떨어졌다. 옥색 문을 열고 익숙한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익숙한 담배냄새가 코 끝에 달라붙었다. 김태형. 나는 그의 이름을 불렀다. 손에 닿아 있는 캐리어 손잡이를 꼭 붙잡았다. 오랜만이라는 인사따위는 할 수 없었다. 애초에 그런 걸 할 분위기도 아니었다.


“오랜만··· 이네?"


대신 김태형이 했다. 김태형은 검정색 반팔 티셔츠를 입고 있었고, 염색된 빨간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다. 몸의 문신은 더 는듯 했다. 담배 냄새도 더 진해진 것 같았다. 왜 다행이라 여기는지는 모르겠지만 다행히 여자의 흔적도 없었다. 이제는 구질거리는 게 버릇이 됐다.


"···너 잘나가더라? 전보다 얼굴도 좋아보이고··· 난 니가 다른 여자 만날 줄 알았는데··· 하하··· 그러니까, 난 니가, 다른 곳으로··· 이사 갔을 줄 알았는데.”
“난 아직 안 잊었거든."
“······.”
“모질게 굴어도 좋은 네가 계속 좋아서, 못 잊고 살았다고.”
“······너 진짜 짜증나, 오지 말았어야 했어."


내가 뭐라고. 못되게만 굴은 내가 뭐라고. 입술을 잘근 씹으며 김태형의 얼굴로부터 고개를 틀었다. 벽에 기대 선 김태형을 외면했다. 머리 속에서는 또 다시 한번 노래가 재생됐다.


“그래서 왜 왔는데. 단순히 나를 보기 위해서 왔다기엔 그 캐리어 무지 신경 쓰이는데."
“자취하는 원룸에서 쫓겨났어, 집주인 아줌마랑 대판 싸우는 바람에.”


정확하게는 아줌마의 싸가지 없는 고삼 딸이랑 시비가 붙으면서, 아줌마까지 휘말려드는 바람에.


그래서 잠깐 지내게 해달라, 이거? 캐리어부터 시작해서 내 얼굴까지 느릿이 훑어 올린 김태형이 옆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나는 김태형의 얼굴을 올려다 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허를 제대로 찔려서 아니라고 할 수도 없었다. 어차피 더 이상의 자존심도 남아 있지 않았다. 나한텐 사는 게 더 중요했다.


“꼭 다시 기회 준단 걸로 들린다."
“안된다는 거 돌려서 말하는 거야?”
“그럴리가. 넌 늘 환영이야, 사양말고 들어와.”


입술로 호선을 그린 김태형이 내 손아귀에 잡힌 캐리어를 뺏어 들었다. 잠깐 닿인 김태형의 차가운 손에 손을 흠칫 떨며 뒤로 내뺐다. 그 손으로 뜨거워진 뒷목을 쓸어냈다. 쉴새없이 말을 늘어놓는 김태형을 따라 집 안으로 걸음을 천천히 뗐다. 몸 깊은 곳까지 김태형의 냄새들이 파고들었다.


“지독한 사랑이고, 지독한 운명이다. 그치. 결국엔 너도 나를 놓을 수 없었던 거야. 내가 그래온 것처럼.”
“···진짜 죽을래.”
“몇번을 더 죽일 셈이야.”
“······됐어.”
“원래 이러면 죽을 때까지 죽일거라고 해야하는데.”
“그럼 죽던가.”
“이왕이면 네 품에서 죽고 싶다.”
“진짜 죽이기 전에 입 다물어.”
“응.”
“웃지도 마.”
“알았어.”











-다음 클럽 헤모글로빈의 앨범 타이틀 곡 제목은 여주의 이름을 따 <김여주>가 되었다는 소문이••• 그것두 디게 달달한 노래라는... >.<
-글에 삽입된 클럽 헤모글로빈의 노래 가사는 제가 작사했어용 가사 만드는 거 넘 잼잇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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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장민복네민박  30일 전  
 우왕 진짜 이런글 처음보는데요 작가님 진짜 글 잘쓰시네요 즐겨찾기랑 추천 누르고 갑니다ㅠㅠㅠ

 답글 0
  백인호_  31일 전  
 작가님의 글을 사랑해요

 답글 0
  리은0613  31일 전  
 리은0613님께서 작가님에게 10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리은0613  31일 전  
 재밌어요ㅠㅠㅠ 작가님 언제나 글 잘 보고 갑니다!

 답글 0
  엽서화  31일 전  
 흐히히힣 재밌어요 자까님

 엽서화님께 댓글 로또 4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두두루나  31일 전  
 완전 재밌어요!

 답글 0
  ㅎ히ㅏ느  31일 전  
 너무 재밌어요ㅠㅠㅠㅠ

 ㅎ히ㅏ느님께 댓글 로또 6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7  31일 전  
 7님께서 작가님에게 59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코야♡♡  31일 전  
 재밌슴당

 코야♡♡님께 댓글 로또 10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hyung1995  31일 전  
 씁쓸한 이야기지만 재밌어요(?)

 hyung1995님께 댓글 로또 2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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