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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강가 위의 선율 - W.온더문즈
강가 위의 선율 - W.온더문즈



강가 위의 선율
애들러





***(1894) 동학농민운동을 이야기의 전개 소재로 삼았으며, 역사적 배경에 가상의 인물을 투영하였음과, 본 글이 실제 역사를 왜곡하려는 의도를 지니지 않고 (날조로 이어질 수 있는 본 소재의 역사적 사실을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고) 있음을 알립니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 밭에 앉지 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 간다

한 아이의 길을 잃은 듯한 목소리가 그 골목 위를 유영합니다. 녹두 꽃은 졌고, 한 아이의 슬픈 노래가 피었습니다. 아이의 노래는 메아리가 되어 시무치겠지요. 아픈 만큼 멀리 가고, 큰 소리가 되어 울려 퍼집니다. 종소리처럼 맑으나, 고라니의 울음마냥 처연합니다. 아이의 눈물은 강이 되어 흘러갑니다.

/
갑오(甲午)년, 부당하다 하여 든 반기였다. 제 아비의 설움은 온데간데 없고 정국의 목소리만 남았다. 새야, 새야 파랑 새야 하고 연거푸 귀에 때려박히는 율조가 마을을 가득 메웠다. 정국이 녹두의 아들이라 하여 나도는 풍문은 매번 이리 저리 부딪혀 다시 되돌아 정국의 귀로 전해졌다. 정국의 귀로 다시 들려오는 말들은 매번 그 형태가 변모되어 있었다. 친 아들이 아니라는 둥, 지 아비 얼굴도 모른다는 둥, 심지어는 정국이 ***김경천과 한패인 간첩이라는 둥.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소문이 매일 정국의 가슴을 후볐다.
*** 한때 (녹두 장군) 전봉준의 부하였으며, 후에 김경천의 밀고로 전봉준은 재판을 받고 교수형에 처해짐.

ㅡ 언젠가 농민들의 장군이 되더군요, 그리고는 말했습니다. 지척에는 *위정(爲政)자와 일본 놈들이라하는 적이 있고, 내 곁에는 **청포 장수라하는 동료들이 있으매, 너는 내 혈연이라 하니 가장 가까우며 소중하다고. 저에게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제 아비는 갔지요.
*위정자: 정치를 하는 사람
**청포 장수: 백성을 이르는 임의적 표현.


정국이 말했다. 여주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갈 곳 잃었던 정국의 노래는, 마음이 서는 대로 여주의 앞에서 멈추었다. 여전히 고을은 소란했고, 지나간 녹두의 여파가 끝을 맺지 못했다.

ㅡ ...식어요. 밥.

여주가 나지막히 일렀다. 정국이 숟가락을 들며 여주를 빤히 보았다. 둘 사이에는 항상 모호한 기류가 돌았다.

ㅡ 왜 이리 큰 사람이 이런 주막집에서 재주를 헛되이 쓰고 있는지요.
ㅡ ......제게 무슨 재주가 있는 줄 아시고 말입니까?
ㅡ 분명 다른 정체가 있는 게지요?
ㅡ ...아닙니다.
ㅡ 어찌 숨기겠습니까. 이리 티가 나는데.
ㅡ ......
ㅡ 때가 되면 일러 주시지요.

정국의 말의 여주는 무언의 대답으로 살며시 미소를 지어보였다.

참 어렸다. 정국이 여주를 처음 봤을 때만 해도 그랬다. 다만 조금의 시간이 지난 지금은 변한 것이 여주의 얼굴인지, 정국의 인식인지 알 수 없도록 여주는 어딘가 불가사의했다. 여주의 그 의미심장한 표정과 면모. 여럿 섬섬옥수 중의 가시 돋힌 손마냥 심상치않은 말본새를 보아하면, 여주는 결코 평범한(당시 전형적인 삶을 살던) 여인은 아니라는 것이 정국에게 적나라하게 와닿았다. 꼭 색다른 이면을 가진 여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도록. 새삼 정국이 여주의 진모에 대해 물을 때면 여주는 항상 미소를 띄웠다. 신비적인.

ㅡ 왜 늘 이곳에만 들르시는 겁니까?

여주가 반대편을 향해 앉은 정국을 보며 물었다.

ㅡ 그야 말하지 않아도 알 듯 한데.
ㅡ ...제가 알고 있어야 하는 이유입니까.

여주가 덤덤하게 반문했다.

ㅡ 그럼 좋으련만.

정국이 씁쓸히 웃는다.


/

바깥의 소란은 정국의 선잠을 깨워냈다. 문 틈 사이로 필요 이상의 소음이 들려오고 있었다. 골목에는 군을 이루어 어디론가 향하는 한 무리가 있었고, 그 속에는 정국이 아는 얼굴들도 몇 있었다. 정국의 아비를 따르던, 서민들의 얼굴이었다.

ㅡ 무슨 일이십니까?
ㅡ 찾고 있었다 정국아, 드디어 네 아버지의 원수를 갚을 때가 아니냐.
ㅡ 무슨 말씀이신지...
ㅡ 너도 스물이면 다 큰 아다. 따라 오거라.

정국이 영문도 모른 채 서민 무리를 따랐다.

ㅡ 야밤에 어딜 가시는 겁니까?
ㅡ 우리가 한참을 찾아다닌 간첩의 근거지로 간다.
ㅡ 예?
ㅡ ...네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아간 놈과 한통속인 놈들 말이야. 생각보다 머릿수도 많고 성별도 다양하다 해서 여럿 모았다.
ㅡ ...그렇습니까.
ㅡ ...궁금한 것이 또 없더냐?
ㅡ ......예.

정국이 애써 대답했다. 그리고 소리 없이 그들을 따랐다.



/

바람이 세찼다. 제법 높은 언덕 위 건물에 도착하자 희미하게 새어나오는 빛이 눈에 띄었다. 서민 무리의 우두머리가 든 횃불이 희미한 빛 위로 강렬하게 타올랐다. 다짜고짜 열어젖힌 문을 넘어서는 양복 차림의 남성들과 머리를 땋아 내린 여성 몇이 앉아있었다.

ㅡ 무엄하게 무엇하는 게야!

양복 차림의 한 남성이 버럭 성을 냈다. 서로를 마주한 두 무리가 밤 공기 속에 있었다.

ㅡ 녹두의 휘하(군사)들이다.

우두머리가 대답했고 상대는 다소 당황한 듯했다. 정국은 그 혼란 속에 서있었다. 정국이 얼결에 함께한 무리는 경각한 의지를 가감없이 뿜어내고 있었다. 반대편에 선 (쉬이 말해)간첩들을 바라보고 있자 하니 정국은 다시 심장이 아려 바닥을 향해 고개를 푹 숙였다. 어찌 체념한 마음을 복수심이 뒤흔드는 듯싶었다. 정국이 불규칙하게 뛰는 제 심장 소리를 들으며 다시 상대편을 향해 시선을 두었을 때 급작스럽게 눈에 띄는 한 사람이 있었다. 정국의 동공이 미친듯이 떨림은 아무래도 부정의 의미일 것이다. 정국의 두 눈에 뚜렷하게 들어오는 한 사람의 형태. 모호한 면모, 익숙한 눈빛. 정국이 그것을 확신했을 때, 여주의 시선과 정국의 시선이 정확히 맞닿았다.

떨어지는 것이 정국의 눈물인지 땀방울인지 정국은 알 수 없었다. 다만 눈물이라면 제 눈을 마주친 저 여인의 모습이 원망스러워 흘리는 눈물일 것이었다. 여주는 공허해진 눈동자로 정국을 멍히 바라볼 뿐이었다. 서민 무리와 간첩 무리의 소동이 언덕 위로 시작 되었을 때도, 둘은 여전히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국이 간신히 발걸음을 옮겨 마주한 여주 역시 두 볼이 촉촉했다.

ㅡ 숨기던 정체가 결국은 이것이었습니까.

정국이 말했다.

ㅡ 왜 제게만 그리 모호했는지, 이제야 알겠습니다.
ㅡ ......
ㅡ 할 말이 없을 걸 압니다.
ㅡ ......
ㅡ 알았으니 되었습니다.

정국이 몸을 돌리자 처연한 정국의 뒷모습이 여주를 아리게 했다. 언덕 아래로 유유히 사라진 정국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닿을 수 없었던, 닿지 못했던 연모의 정이 결국 끝을 맺었다.

허무하고 아프게.


/

간신히 유영을 멈춘 노래가 다시 고을 위를 떠다닙니다. 흐르는 강물이 더 불어나니 재앙이라 일컫습니다. 결국 모든 걸 잃은 아이의 눈물입니다.







/
특정 년도를 반영한 글의 요청이 있어 써 보았는데 참 어려운 소재였던 것 같아요 ㅠㅠ 너무 좋은 소재를 제가 다루어서 글도 넘 미숙하네요 ㅠㅠ 그래도... 이 멋진 합작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열심히 써보았습니다 ㅠ.ㅠ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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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강하루  257일 전  
 글 잘쓰시네요

 답글 0
  Bo_Na  257일 전  
 잘 보고 갑니둥♡

 Bo_Na님께 댓글 로또 3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ARMY1217  257일 전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답글 0
  던뚜⁷  257일 전  
 던뚜⁷님께서 작가님에게 166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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