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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작당글] 정호석은 바다를 사랑했고, 그리고 증오했다. - W.달밤책_°*°
[작당글] 정호석은 바다를 사랑했고, 그리고 증오했다. - W.달밤책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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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은| 





정호석은 바닷가 근처의 마을에서 태어났다. 우렁찬 목소리 대신 삐약거리는 병아리처럼 조용히 태어난 정호석은 엄마와 아빠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잘만 컸다. 태어나기 전부터 정호석을 배 안에 품은 채로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그의 모 때문이었을까, 돌이 지난 정호석은 틈만 나면 창 밖으로 보이는 바다에 마음이 온종일 끌렸다. 뒤집기를 마치고 걸어다닐 수 있게 된 때부터는 창 밖에 보이는 바다에만 시선을 고정한 채 호기심 가득한 별이 반짝이는 눈으로 멍하니 바라보는 게 취미이자 일이었다. 오죽하면 정호석이 엄마, 아빠 다음으로 처음 한 말이 `바다`였을까. 바다, 바다아……. 정호석은 날마다 울부짖으며 웃었다. 바다에 취한 사람처럼 바다를 늑대마냥 부르짖으며 창가로 비틀대며 걸어갔다. 그런 정호석에게 엄마가 바다가 왜 좋으냐 묻는 말에 정호석은 안존하고 순편한 미소를 입에 미미하게 머금을 뿐이었다. 어린 애다운 너무나도 유순한 미소였다. 날마다 정호석이 불러대는 `바다`라는 이름에 엄마는 정호석이 4살이 되는 해에 정호석의 손을 잡고 바다로 나갔다. 정호석은 아장아장 걸어 해안가로 갔다. 얼굴에는 엄마조차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헤벌쭉한 웃음이 반달마냥 걸려있고, 발걸음에는 의기양양함이 가득 담겨있었다. 바다에 가까워질 수록 정호석을 맞이하는 시원한 바람은 정호석을 반겼다. 정호석은 발끝부터 목구멍까지 온몸을 가득 채운 웃음을 빨리 바깥으로 꺼내기 위해 숨가쁘게 하하, 하 웃었고 바다 또한 정호석을 향해 웃어보이며 그의 등을 밀어 안았다. 정호석은 해안가에 도착하자마자 모래사장에 엎어졌다. 놀란 엄마가 정호석을 일으키며 집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정호석은 연신 바다 이뻐, 라는 말만 무한 반복하며 바다를 향해 두 팔을 벌리고 달려갔다. 그리고 커텐보다 더 부드럽고, 아이스크림보다도 시원한 파도에 발과 손을 담그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파도 소리를 가만히 귀에 담아 보관하려는 그의 모습은 바다 소년이라 해도 부정할 수 없었다. 여러 알의 진주가 파스스 부서지는 듯한 소리를, 파랑새가 깃털을 흩날리며 날아가는 듯한 소리를 정호석은 귀에, 가슴에, 머리에 꼭꼭 눌러담았다. 단 한 순간도 놓치지 않기 위해 정호석은 귀를 기울이고 눈을 떠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따스한 햇빛에 비쳐 푸른 바다가 반짝였다. 저 반짝임을 통에 담아 집에 가져갈 수 있으면 좋을텐데. 정호석이 멍하니 바다를 구경했다.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보석처럼 빛나는 바다는, 정호석의 하나뿐인 보물이었다. 




|바다를 사랑했고,| 




어부인 아빠에게서는 날마다 바다 냄새가 났다. 퀴퀴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짜면서도 시원한 바다 냄새를 잔뜩 묻혀 집으로 들어오는 아빠는 정호석의 동경의 대상이었다. 아빠는 바다와 닮은 사람이었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정호석은 아빠를 사랑했다. 아빠와 닮은, 바다와 닮은 어부가 되고 싶다는 정호석에게 항해사라는 직업을 소개시켜준 아빠 덕에 정호석은 항해사라는 꿈을 얻었다. 커다란 배를 운전하며 늘 바다와 함께 움직이고 싶었다. 더 넓은 바다로 나아가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듣고 싶었다. 넓은 바다만큼 꿈을 넓게 키워가는 정호석에게 아빠는 날마다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바다 생물에 대한 이야기, 고대 바다 괴물에 대한 괴담, 풍랑을 만나 죽을 뻔 했던 이야기……. 그럴 때마다 정호석은 토끼처럼 귀를 쫑긋 세운 채 머릿속에 아빠의 이야기를 담았다. 한 단어 한 단어를 곱씹으며 아빠의 입모양을 그대로 따라했다. 자신도 언젠가, 아빠처럼 배를 타고 바다를 누빌 것이라 다짐하며. 바다에 나가 저 넓은 수평선을 보며 미소지을 것이라 제 자신에게 약속하며. 아빠의 이야기는 정호석의 꿈의 토대를 만들어주었고, 정호석은 그 토대를 밟고 제 바다에 대한 사랑을 키워나갔다. 그리고 8살, 조금 멀리 떨어진 학교에서 꿈을 발표하라는 말에 아이들은 의사, 판사, 선생님 등 학부모들과 사회가 주업시킨 정해진 직업들을 자신있게 말했다. 그 중 유일하게 정호석이 `항해사`라는 말을 꺼냈을 때, 아이들 모두가 비웃었다. 그들은 정호석을 손가락질 했고, 단지 그가 다른 꿈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멀리했다. 그런 날이면 정호석은 아빠와 엄마에게 달려가 안기는 대신 바다로 갔다. 그러고는 해변가에 앉아 바다를 쓰다듬으며 울었다. 제 마음 속에 응어리가 지지 않도록 모두 쏟아내며 제가 사랑하는 것을 품었다. 바다라는 친구는 정호석을 잘 보듬어주었다. 정호석은 바다의 품에 안겨 제 바지춤이 젖어가는 줄도 모르고 울었다. 짜디짠 뜨거운 눈물은 바다가 삼켜 열기를 식혔다. 눈물은 내가 모두 가져갈테니 마음껏 흘리렴. 바다가 정호석에게 조용히 속삭이는 듯 했다. 잔잔한 물결이 정호석의 발을 시원히 적셨다. 그제야 정호석이 입가에 미미한 웃음을 머금었다. 



|그리고| 



정호석이 만 14살이 되던 날이었다. 한마디로 정호석의 15살 생일이었다. 어느새 중학생이 되어버린 정호석은 여전히 바다를 사랑했고, 항해사라는 꿈을 꾸며 바다와 함께 울고 웃었다. 15 번째 생일날, 정호석은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가는 길이었다(중학교에 재학하게 되면서 더 멀어진 위치 때문에 정호석은 버스를 타고 다녀야 했다). 정호석은 바로 집 앞에서 저를 맞이하려 나온 엄마와 아빠에 부드럽게 입꼬리를 올리며 눈을 접었다. 그리고 멘 가방을 달랑달랑 흔들면서 뛰어갔다. 0.1초라도 아끼고 싶은 마음에 그는 달렸다. 차가운 길을 즈려밟고 뛰어가 그 따뜻한 품에 안기는 순간 귀청을 때리는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해일 경보였다.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다. 마음을 내려놓으며 눈을 감으려던 정호석이 눈을 번쩍 떴다. 느릿느릿, 행복하게 뛰던 심장 박동이 위기감을 느끼고 펌프질을 거칠게 해내었다. 순간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 것 같았다. 저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도, 어서 가야한다는 아빠의 고함도, 무언가를 챙겨가야된다며 집안으로 뛰어드려는 엄마의 발걸음 소리도. 모두 얼음이 된 것처럼 딱딱하게 얼어붙은 순간에서 정호석 혼자만 멍하니 차가워진 공허에서 고개를 들어올렸다. 정적. 정적임에도 불구하고 귀가 아팠다. 정적 속의 시끄러움이 귀를 때렸다. 소리없는 비명이 몸을 관통하는 기분에 정호석이 크게 숨을 들이마쉬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세상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위급하고 위급한. 아빠가 멍하니 있는 정호석과 집안으로 들어가려는 엄마의 팔을 붙잡고 뛰었다. 가장 높은 건물인 마을회관 꼭대기가 목적지였다. 그럼에도 정호석은 목적지가 어딘지 몰랐다. 저 바다 속인지, 삶인지. 정호석의 집은 육지의 가장 끝에 있었고, 마을회관은 그 반대쪽 끝에 있었다.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할 것이다. 정호석은 알고 있었다. 바다는 제게 손을 뻗으며 달려왔다. 정호석이 엄마와 아빠에게 달려갔던 것처럼 해맑은 걸음걸이가 아니었으며, 어릴 적의 정호석에게 호의적으로 내밀던 손 또한 아니었다. 마왕처럼, 바다는 정호석을 삼키고 싶어했다. 삼켜서, 죽이고 싶어했다. 두려웠다. `바다`를 유일하게 친구 삼아왔던 정호석이 생각했다. 산다고 해도, 의미가 있을까. 바다는 이미 정호석의 전부였다. 전부가 배신했다. 전부의 태도가 바뀌었다. 제 마음을 포근히 안아주는 곰인형인줄 알았던 바다는 알고 보니 제 마음을 찌르는 가시덩쿨이었다. 바다는 아빠와 엄마, 그리고 정호석이 달리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다가왔다. 그리고 곧, 덮쳤다. 삼켜버렸다. 꿀꺽, 삼켰다. 바로 앞에서 아빠와 엄마의 모습이 사라졌다. 꼭 쥐고 있던 손조차 놓쳤다. 정호석이 눈을 꼭 감고 숨을 참았다. 흙탕물인 탓에 그 바다가 이끌고 온 잡다한 것에 팔과 다리가 긁혔다. 사실 그 쓰라림보다 먼저 머리가 아팠다. 정호석이 숨을 쉬기 위해 개구리처럼 팔딱이며 위로, 위로 올라갔다. 딱 한 번, 수면 위에서 숨을 들이쉬자, 바다는 정호석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정호석의 발목을 잡고 끌어내렸다. 정호석이 숨을 놓쳤다. 입과 코로 물이 한가득 들어왔다. 눈 앞이 어지러웠다. 폐가 터질 것 같았다. 죽을 때가 되면 주마등이 스쳐지나간다더니. 바다의 소리를 처음 들었던 날, 바다가 이쁘다는 말만 반복했던 날, 바다를 사진 찍었던 날, 항해사라는 꿈을 얻었던 날, 바다 옆에서 울었던 날, 바다와 함께 웃었던 날. 그 모든 추억들이 바다와 함께였다는 사실이 짜증나게 만들었다. XX. 울고 싶었다. 모든 날을 함께했던 바다가 자신을 집어삼켰다. 자신을 배신했다. 바다, 친구, 추억, 배신, 그리고 또 배신. 머릿속에 떠오른 키워드들이었다. 정호석이 소리질렀다. 야아아. 바다에게 하는 말이었을까. 바다는 듣지 않았다. 정호석이 그동안 흘렸던 눈물의 양만큼, 웃음의 양만큼 바다는 정호석을 찔러왔다. 그리고는 까무룩, 작고 연약한 어린 새는 정신을 잃었다. 





정신을 잃은 정호석을 구출한 건 해양 구조대였다. 마침 그 근처에 해양 구조대가 있었기에, 그들은 금방 정호석의 마을로 달려왔다. 그들은 시체인지, 기절한 사람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살덩이들을 건져내어 마을 회관으로 이동시켰다. 개중에는 정호석도 끼어있었다. 심폐소생술을 시행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정호석이 바닷물을 한 움큼 토해냈다. 그의 가슴을 누르던 사람은 정호석이 일어나는 모습을 보고는 미련없이 다른 사람에게로 가 또 심폐소생술을 하기 시작했다. 엄마. 정호석이 중얼거렸다. 아빠. 중얼거림은 곧 흐느낌을 바뀌었다. 정호석이 눈커풀을 들어올렸다. 밝은 형광등이 익숙치 않게 다가왔다.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폈다. 엄마, 아빠. 처음 말할 수 있게 됬을 어릴 적, 연신 바다를 말했던 때처럼 계속해서 말했다. 바다는 더 이상 떠오르지 않았다. 몸을 일으킨 정호석이 머리를 붙잡았다. 머리가 핑핑 돌아 금방이라도 땅에 꽂힐 것 같았다. 주변 사람들은 모두 쓰러져 있거나,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거나. 둘 중 하나였다. 정호석이 휘청거리며 일어났다. 땅에 발을 딛는 것이 익숙해질 때 쯔음, 정호석이 근처에서 모르는 이에게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는 김씨에게 다가갔다. 아저씨, 저희, 엄마 아빠는요? 김씨가 여전히 심폐소생술을 하며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고갯짓으로 벽보에 붙은 종이를 가리켰다. 사망자 명단이다. 아직 신원 확인이 안된 사람도 많아 다 있는 건 아니지만. 말끝을 흐린 김씨가 고개를 다시 돌렸다. 정호석이 또다시 비틀비틀 걸어가 벽에 몸을 의지한 채 쭉 명단을 위에서부터 훑어 읽기 시작했다. 안돼, 안돼. 제발, 아. 그 중에는, 보란듯이 제 엄마와 아빠의 이름이 써있었다. 정호석이 무릎을 꿇었다. 마치 사죄라도 받고픈 사람처럼. 더 이상 정호석에게는, 남은 것이 없었다. 그가 그토록 기대했던 15살을 맞이하는 정호석의 생일은, 그에게 최악의 날로 남았다. 



|증오했다.| 



수능이 끝났다. 친척들이 축하해주었다. 정호석이 작은 웃음을 지었다. 친척들은 몰랐다. 그 웃음이 정호석에게는 눈물이었다는 것을. 엄마와 아빠가 돌아가신 후, 정호석은 가까운 친척의 집의 눌러살았다. 그들은 그저 정호석을 아들처럼 대했다. 잔소리도 했고, 안아주기도 했다. 그럴 때면 정호석은 웃었다.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제 눈물을 가져가줄 바다를 잃었으니까. 진심이 아닌 웃음을 내보이며 웃을 수록, 그의 마음에는 응어리가 하나 하나 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정호석은 알았다. 응어리가 목구멍까지 차오르고 있다는 걸 알았다. 모른 체 할 수가 없었다. 날마다 그 응어리를 쏟아내고 싶은 토기를 참아내는 것은 꽤 어려웠으니까. 그래도 정호석은 절대로 드러내지 않았고, 쏟아내지 않았다. 그 응어리를 쏟아낼 수 있는 곳은 바다 뿐이라는 것도, 자신은 그 바다를 절대 눈물 없이 마주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기에. 정호석은 15살 생일 이후 바다를 더 마주할 수 없었다. 그는 결심했다. 수능이 끝나고, 자신은 바닷속으로 가 죽음을 맞이하겠다고. 제 엄마 아빠와 같은 방법으로, 바다에게 복수하듯 몸을 던지겠다고. 정호석은 수능이 끝난 날 웃었다. 바다와의 지독한 연을 드디어 끊겠구나.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갈아타 바다의 도착했다. 정호석이 엄마와 아빠와 함께 웃던, 그 동네였다. 시간이 많이 지나 사람들은 적었고, 뛰어놀던 아이들도 더는 보이지 않았다. 시설물들은 복구가 되어있었다. 정호석이 한숨을 쉬며 발걸음을 옮겼다. 바다가 눈에 들어왔다. 한때 저 바다를 누비리라 다짐하며 보았던 그 드넓은 세상이었다. 노을이 져 참으로 붉은 바다였다. 정호석이 물에 잠겼다가 가까스로 살아나온 그날의 상태와 비슷했다. 정호석이 그제야 울었다. 바다를 보고 나서야 울었다. 엄마의 품에 안긴 아기처럼, 본래의 본질로 돌아온 정호석은 어릴 적의 정호석의 모습처럼 똑같이 울었다. 해변가에 앉아 그때와 같이 울었다. 바다가 그날처럼 잔잔히 파도를 보내어 정호석의 발끝을 적셨다. 정호석이 몸을 웅크렸다. 바다가 얄미웠다. 제가 남긴 상처를 제가 치유시키려는 모습이 참으로 가소로웠다. 그런데 웃긴 것은, 그 바다의 손길에 자신이 치유받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정호석은 바다의 소년이었고, 어떤 일에도 결국 제 본질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돌고 돌아온 길에는 결국 바다만이 있었을 뿐이었다. 정호석이 눈물을 닦아내며 일어서 한 발, 한 발 바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바다가 정호석을 끌어당겼다. 정호석이 홀린 듯 바다로 걸어나갔다. 정호석의 마음에 쌓였던 응어리들이 정호석의 눈물로 빠져나가 그의 옷자락을 적셨다. 바닷물이 점차 올라와 그의 허리를 적실 쯔음, 정호석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노을이 져 붉었다. 모두 놓아버린 정호석이 눈을 감을 때였다. 


-미친! 여봐, 거기! 


웬 아저씨의 고함이 들렸다. 정호석이 홱 고개를 돌렸다. 머리가 히끗히끗한 아저씨가 첨벙첨벙 물살을 가르며 제게 다가오고 있었다. 정호석이 흔들거리는 물살에 몸을 가누지 못한 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 순간, 아저씨가 정호석의 몸을 수면 밖으로 이끌어내었다. 정호석이 아저씨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용을 썼으나 이미 우느라 체력을 소모해버린 정호석은 힘이 없었다. 가만히 몸을 놓자 아저씨가 정호석을 질질 육지로 끌어냈다. 정호석이 눈을 떠 아저씨를 살폈다. 김씨였다. 뭐야, 정호석 아니냐? 김씨가 큰 목소리로 말한다. 정호석이 몸을 일으킨다. 왜 끌어내요. 정호석이 중얼거리자 김씨가 허탈하게 웃는다. 죽는 사람 죽게 놔둘 것이지, 웬 오지랖이냐고요! 정호석이 말하며 운다. 또 운다. 바다 옆에서 또 울었다. 바다 없이는 울 수가 없나보다. 정호석이 속으로 자신을 비웃는다. 쟤가 내 거 다 뺏어갔단 말이에요. 쟤가 나 배신했단 말이에요. 속에 응어리진 짐들이 입으로 튀어나온다. 김씨가 가만히 그 말을 들어준다. 바다가 없었더라면, 내가 이렇게 망가지지 않았을텐데. 바다와 함께 크지 않았더라면, 내가 이렇게 큰 배신감을 느끼지도 않았을텐데. 아니, 애초에. 내가, 바다를 사랑하지 않았더라면. 뭐냐, 그게 다냐? 정호석의 말을 중간에 김씨가 끊고 들어왔다. 정호석이 끝없이 4년 전의 재해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김씨도 잘 알고 있었다. 김씨 또한 그 재해의 산증인이었으니까. 김씨 또한 그 재해로부터 많은 것을 잃었고 울었다. 



-바다를 사랑한 것도, 결국 네 선택이잖냐. 



선택을 했으면 책임을 져, 짜식아. 사내자식이, 참. 김씨가 픽 웃는다. 넌 백 대 맞아도 싸다. 이 자식, 생명 귀한 줄 모르고, 죽으려 해? 김씨가 아프지 않게 정호석의 머리에 꿀밤을 먹였다. 정호석이 멍하니 김씨를 본다. 그리고는 다시 바다를 본다. 아직도 식지 않은 눈물이 눈에 찬다. 제 속에 바다라도 있는 건지, 눈물은 마를 줄을 몰랐다. 정호석이 또 운다. 또 우냐? 김씨의 목소리가 들려도 정호석은 고개를 들지 못한다. 김씨가 한숨을 쉬고는 말한다. 또 죽으려 하면은, 나한테 와서 한 대 맞고 가라. 짜식, 참나. 그러면서 멀어져간다. 모래사장의 모래를 잔뜩 흐트러뜨리며 간다. 



정호석이 아예 통곡을 한다. 제게 모든 것을 주고, 모든 것을 앗아간 바다를 과연 사랑해야 할까, 증오해야 할까. 증오하려 해봤자 결국 돌아오는 곳은 또다시 바다인데. 여기서 모든 응어리를 쏟아낸다고 하더라도 난 또 어디로 가야할까.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정호석은 답을 몰랐고, 정답 또한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바다를 사랑하면서도 증오할 수 밖에 없었다. 





_end 






정식으로 인사드립니다. 2020년 1월 16일 작당이 된 달밤책입니다. 몇 십번의 작도 끝에 당발되어 감회가 남다릅니다ㅠㅠ 응원해주셨던 분들 잊지 않고 건필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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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글] [작당글] 정호석은 바다를 사랑했고, 그리고 증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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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봄셸  27일 전  
 봄셸님께서 작가님에게 2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KDobal  32일 전  
 늘 꽃길만 걸어라 내가 항상 응원할테니❤️

 답글 0
  한아연ㅤ  33일 전  
 헐 대박 ... 축하드려요!! 캘리도 잘하시고 글도 잘쓰시고... 축하드려요 >♡♡

 답글 0
  @요구리  33일 전  
 축하드립니다 8○8 건필하세여!!

 @요구리님께 댓글 로또 15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너처럼,  33일 전  
 작당 축하드립니다 ♡0♡

 너처럼,님께 댓글 로또 12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닉네임하나짓기도어렵네  33일 전  
 작당 축하드려여!!!

 닉네임하나짓기도어렵네님께 댓글 로또 2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김단옝  33일 전  
 작당 축하드려요

 김단옝님께 댓글 로또 14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MICHU  34일 전  
 이 글 진짜 많이 응원했었는데..드디어 작당되셨네요!! 정말 축하드립니다(๑ゝω·)ノ♡ 앞으로 작가생활 꽃길만 걸으셨으면 좋겠구요. 건필하세요♡

 MICHU님께 댓글 로또 3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니효[탄이들사랑해]  34일 전  
 작당축하드려요!!♡♡

 니효[탄이들사랑해]님께 댓글 로또 14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자매유튜버  34일 전  
 작당 축하드립니다. 건필하세요.

 자매유튜버님께 댓글 로또 15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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