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
친구에게 장난치기 꿀팁
방탄빙의글 시간의 바깥 - W.뭉
시간의 바깥 - W.뭉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곳 아닐까. 시간이 흐르지 않으니 곰팡이도 피지 않을 거고, 이런 꿈 같은 나날들도 없을 거야. 어쩜 우리도 만나지 못했을지 몰라.

그 애는 당연한 상황을 당연하지 않다고 말했다. 사랑한다는 말을 가득 담은 눈빛으로 그 애의 무릎에 누워 잠자코 속삭임을 들을 때. 어렴풋이 떠오르는 불만을 집어 삼킨 채로 고개를 끄덕이면. 얄팍하게 움찔 거리는 그 애의 무릎에서 사랑을 느꼈다. 있잖아, 우린 진짜 따뜻하고 너무 아늑한데. 널 보면 사랑이 아닌 것 같아. 그럼 뭐 같은데? 그 애의 물음에 아니라는 한 마디를 하고 다시 고개를 숙여 무릎에 머리를 묻고 눈을 감는다. 글쎄 그런 거 아닐까, 사랑을 빙자한 그리움... 같은 거 말야. 네 눈에선 그런 것들이 보여. 우린 이렇게 사랑하고 있는데 말이야.

그 애의 손을 잡았다. 이렇게 따뜻한데.



시간의 바깥



이상하리 만큼 운명적인 순간들이 있다. 난 그 애와 나 사이에 운명과 같은 단어들이 나열 되어 기다리고 있다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끈끈하게 엮일 수 없을테니까. 스무살이 되어 딱히 좋아하지도 않는, 큰 애정 없는 글이 유일한 재능이라 문예창작과를 지원했을 때. 난 내 글에 감정이 없다던 고등학교 선생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대회를 나가면 항상 장원을 받아오던 나였음에도 불구하고, 반응에는 `감동`이란 두 글자가 보이지 않아 한숨만 늘어놓던게 내 인생이었다.

그렇게 내가 글에 애정이 없음을 깨닫게 된 순간, 그리고 심심하던 스무살, 난 글이라는 재능에 손을 맞대기로 했다. 지나가던 여름, 찰나의 장면 아래 나와 눈이 마주친 그 애가 나에게 말을 걸어올 때. 나는 내가 스무살임을 느꼈다.

"느꼈다? 스무살임을 느꼈다? 이상한가..."
"아니"
"뭐야, 언제왔어?"
"또 글써? 나랑 놀아주지 좀"
"조금만 기다려 이 편만 다 쓰고"
"주인공은 나야?"
"아니"

아니라는 말에 그 애는 뾰로통한 표정으로 뭐야 그럼 누군데? 라는 질문을 일삼았다. 내 첫사랑. 내 한 마디에 표정이 바뀌는 것이 재밌어 놀리기 일 수 였다. 첫사랑? 네 첫사랑 나잖아 뭐야 숨겨둔 전남친이라도 있는 거야?

"너라고"
"..."
"귀여워"

벙찐 표정으로 `또 속았구나`를 얼굴에 써 둔 그 애를 볼 때면 웃음이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평화로운 삶이 존재 할 수 있을까?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한 삶이, 과연 존재 할수나 있는 걸까. 행복으로 둘러싸인 하루를 의심하는 나를 안아온다.

"사랑해"

매일 일정한 목소리로 같은 말을 하는 너지만 우리는 사랑함에 있어 진정한 것이 분명하다. 그것만은 분명해. 쌀쌀한 날씨는 창문을 두드리고 도망쳐도, 집 안은 온통 그 애와 나의 온기로 가득하다. 가끔 고요한 집 안에서 그 애의 무릎을 베고 휴식을 취하곤 하는데. 그럴 때면 꼭 하는 질문이 한 가지 있다.

"시간의 바깥에선"
"시간의 바깥에선"
"..."
"무슨 일이 있을 것 같냐 묻는 거지?"

소설적 영감을 얻으려는 것도, 의식해서 하는 질문도 아니였다. 그저 그 애와 맞닿아 있을 때 자연스럽게 나오는 질문이었다. 그러게, 나는 왜 계속 너에게 이런 질문을 일삼는 걸까. 항상 하는 질문에 항상 받는 대답이었다. 시간이 흐르지 않으니까, 곰팡이도 피지 않을 거고. 시간이 흐르지 않으니까, 어쩌면 사람들도 늙지 않겠지. 우리가 만날 가능성도 희박해질거야.

"우리가 만나서 늙지 않고 사랑 할 수도 있잖아"
"그렇지"

처음으로 든 생각이었다. 그러게 넌 왜 맨날 우리가 만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하지? 네게 로맨틱한 답을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어딘가 이상했다. 뭔지 모를 묘한 대답에 기분까지 멍해지는 날이었고, 네 눈에선 평소와는 다른 감정이 보이던 날이었다.

"나 요즘 이상한 기분이 들어"
"무슨 기분"
"우리가 어쩌면"
"..."
"시간의 바깥에 있는 게 아닐까 하는"
"..."
"의심 같은 거"

그 애가 미소지었다. 아니야, 우리는 그냥 이렇게 있는 거야. 그만 이제 자자.



환자분 눈 떴어요! 그 말을 시작으로 내 주변에 웅성거림이 가득해졌다. 그 애의 무릎은 어디 간건지 새하얀 베개를 베고 있는 나, 그리고 멈춘 시간. 흘러가는 시간. 머리 속엔 깜빡임이 연속됐다. 누워있는 그 애와 나. 저 구석엔 곰팡이도 가득하고, 늙은 사람도 젊은 사람도 움직이고 우리는 만났는데. 눈을 뜨고 있는 건 나 뿐이었다.



우리는 그냥 이렇게 있는 거야





!같은 날 같은 사고로 함께 병원에 들어 온 둘은 긴 잠에 빠지게 되고, 주인공을 깨우려 그 애가 잠을 재워줬다는 내용이에요.

ㅠㅠ 오랜만에 쓴 글이라 너무... 어색하네요
사실 시간의 바깥, 자장가라는 곡에서 생각이 들었는데 자장가라는 노래가 잠에 들면 만날 수 없는 상대가 불안해 못 자고 있을 때, 자신이 사라지더라도 마지막 잠을 재워주는 자장가라는데 너무 감동 받아서ㅠㅠㅠ... 계속 듣는 중이에요. 으악ㅠㅠ


추천하기 9   즐겨찾기 등록
글이 재미있었다면 작가님에게 포인트 선물을 해주세요.
나의 Point :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작가님에게
추천수와 선물받은 포인트 합산을 기준으로 글의 순위가 결정됩니다.




    로그인 후 댓글쓰기가 가능합니다.
댓글
  A구역  28일 전  
 마지막 문장이 짱이네요 우리는 그냥 여기 이렇게 있는 거에요 ㅠㅠ 뭉 님 체구

 A구역님께 댓글 로또 2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고래⁷  29일 전  
 고래⁷님께서 작가님에게 200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1
  세연잒  29일 전  
 너무 잘쓰시네용 ㅠㅠ

 답글 0
  화주ㅤ  32일 전  
 화주ㅤ님께서 작가님에게 1004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1
  Ah  34일 전  
 글이 너무 이뻐요ㅠㅜ!!

 답글 0
  물실  34일 전  
 뭉님 저 진짜 글 보고 감동받았어요...ㅠㅠ
 마지막 사담 부분에 있는 해설 읽고 다시 읽으니까
 또 다른 느낌이에요ㅠㅠㅠㅠ 진짜 진심으로 짱입니다
 뭉님 사란내요ㅠㅠ 너무 잘 보고 가뵤ㅣ요ㅠㅜㅜ♥

 답글 0
  백 연화  34일 전  
 예쁜 소재도 포근말랑한 문체랑 분위기 움짤두 다 너무 너무 좋아요 뭉 님 너무 오랜만에 뵙는 거 같아서 홀리듯 들어왔는데 잘 보구 가요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0❤

 백 연화님께 댓글 로또 10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석건  34일 전  
 제가 너무 좋아하는 노래인데 이런 글을 읽을 수 있게 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ㅜㅜㅠㅜ !!

 석건님께 댓글 로또 4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_꽃일다_  34일 전  
 _꽃일다_님께서 작가님에게 113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2
  강하루  34일 전  
 글 잘쓰시네요

 답글 1

16 개 댓글 전체보기


친구에게 장난치기 꿀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