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
방탄빙의글 11. 마음 정의 - W.세상을누비는고래
11. 마음 정의 - W.세상을누비는고래


추천 BGM : Sereno - 나선의 달



11. 마음 정의
















“뭘 그렇게 멍을 때리고 있어?”


여주가 들고 있던 머그컵을 내려놓았다. 막 퇴근을 한 석진이 한참 동안 상념에 빠져있는 듯한 여주에게 물었지만, 여주는 아니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뭐야?”
“야, 나 고백 받았다?”


석진은 가방을 내려놓다가 화들짝 놀라 여주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무서운 속도로 여주에게 달려와 유심히 여주를 째려봤다.


“뭘 받아?”


석진의 말에 여주가 말을 말자며 번쩍 일어났지만, 석진은 두 팔을 번쩍 벌리고 여주를 가로막는다.


“뭐 어쩌자고.”
“말은 끝까지 하고 가야지.”
“신경 쓰지 마.”
“야!”
“비켜! 피곤해. 밥솥에 밥 있으니까 오늘은 알아서 챙겨 먹어.”


여주는 손을 살짝 흔들며 방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멍하니 거실에 서있던 석진은 여주가 터뜨려버린 발언으로 인해 머릿속에 또다시 카오스가 밀려왔다. 분명 내 귀가 잘못 듣지 않은 이상 고백을 받았다고 했다. 누구한테? 누가 저렇게 덜렁거리는 걸 좋아해? 하긴 귀엽긴 좀 귀엽지. 좀 귀여운 게 아니라 정말 많이 귀엽지.



“......”


그럼 이여주의 마음은? 기울었나? 얼마나 잘생긴 남자가 고백을 했다고? 이여주도 정말 틀려먹었구먼! 석진은 또다시 혼자만의 망각에 빠져서 별 이상한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좋아해요, 선생님. 저 받아주시면 안 돼요?’
‘안될 게 뭐가 있겠어. 너 같이 잘생긴 학생을.’
‘선생님, 정말 사랑해요.’


그리고 뜨거운 포옹. 얼굴도 모르는 남학생이 여주를 품에 담아버린다. 석진은 머리를 쥐어짜며 최악의 상황을 가정을 해놓고 보니 상상조차하기 힘들었다. 이여주는 평생 남자를 만나면 안 될 상이야. 어째서? 그거야 뭐 이여주한테 어울리지 않으니까. 그럼 누구에게 어울리는데? 그건.


“아씨!”


그리고 동시에 여주의 방문이 열린다.


“야! 밥 한 번 안 차려준다고 죽어? 왜 성질이야!”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





“미안해.”
“......”
“혼자 밥 먹기가 좀 그래서.”


석진이 괜찮다며 물수건으로 손을 닦았다. 이렇게 마주 보는 것조차 석진에게 힘이 든다는 것쯤은 알고 있지만 도대체 놓아 줄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아미가 조심스레 여주의 안부를 묻고, 석진은 대수롭지 않게 잘 지낸다고 대답을 했다. 사실 내가 묻고 싶었던 건 그게 아니었는데.



“넌 그 남자랑 아예 연락 안 하는 거야?”
“누구, 형민 씨?”
“응.”
“아내가 임신했대.”


예전에 전혀 말해주지 못했던 이야기들도 술술 터져 나왔다. 석진의 눈에 안쓰럽다는 눈빛이 가득했다.


“네 눈빛, 다 알고 있는데 그런 식으로 쳐다보면 내가 정말 부담스럽거든?”
“그래도 씩씩하네.”


석진의 말에 아미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내가 씩씩할 리가 없잖아. 예전부터 날 봐왔다면 그런 소리, 하면 안 되는 거야. 나라는 인간은 한 번 마음을 놓아버리면 아무것도 못하니까. 그걸 너무 잘 아니까 참는 거야. 꾹꾹 눌러 담다가 도저히 못 참을 것 같을 때 뱉어버리면 그만인 거지. 그때쯤 되면 이미 현실도 아무렇지 않게 되어버려서 익숙해지는 것 같아.


“내가 약하다는 것쯤은 알고 있으면서.”
“넌 다른 사람을 이용할 줄 아는 사람이니까 괜찮잖아.”


정곡을 콕콕 찌르는 저 말투도 이제는 전혀 밉지 않다. 석진은 냉소적인 말투로 말을 내뱉더니 잠시 생각에 빠진 듯했다. 무슨 생각을 할까. 또 여주 씨 생각하니? 아미는 체념의 한숨을 쉬다가 저도 모르게 손이 미끄러져 물을 쏟고 말았다. 석진이 깜짝 놀라서 휴지를 뽑아 아미에게 건넸다.


“하여간 조심 좀 하지, 이여주.”
“나 이여주 아닌데.”


석진은 저도 모르게 나온 이름에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넌 내 일상에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구나, 정말.


“괜찮아?”
“신경 쓰지 마.”
“......”
“안 괜찮으면 뭐 어쩌려고.”
“또 삐뚤어진다.”


아미가 신경질적으로 물을 닦았다. 적어도 나와 있을 때만큼은 그 사람 생각 안 해도 되잖아. 네가 여주 씨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도는 알고 있는데. 네가 그렇게 꼬집어 말하지 않아도 난 충분히 상처받아.


곧 나온 메뉴에 석진은 1차적으로 나온 반찬을 옆으로 살짝 밀었다. 종업원은 메뉴를 내려놓으며 말없이 스쳐 지나갔다. 아미는 묵묵히 밥을 먹으면서 생각했다. 김석진은 정말 바보가 아닐까. 저렇게 똑똑해서 검사까지 된 애가 지 마음 하나를 왜 모르는지. 저렇게 갈피를 못 잡고 허둥지둥하니까 나 같은 독충이 꼬이는 거 아냐.


“넌 그렇게 혼자 지내는 거 좋아하면서, 여주 씨랑 같이 지내면 안 불편해?”


아미가 던진 단순한 질문에도 여주라는 이름이 들어가자 석진은 꽤 진지해졌다. 글쎄, 녀석이 정말 철없고 성질만 내기는 해도 한 번도 불편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마치 원래부터 둘이 지내던 것에 익숙한 것처럼 오히려 그 녀석이 나보다 늦을 경우에는 괜히 걱정되고 그러더라. 석진의 생각은 길었지만 단순히 별로라는 말만 내뱉어본다.


“......”


아직까지 이런 긴 생각은 누구에게도 비밀이었다.





**





“어이, 김 검사. 저녁 먹고 들어왔나 봐?”
“어.”
“술 한잔하실까.”
“생뚱맞게 웬 술이야.”
“오늘 내가 월급 탄 날 아니냐. 근사한 안주 깔아 놓을 테니 얼른 오셔.”


뭐, 돈 주고 안주까지 만들어서 바친다는 데 별로 걸릴 게 없어서 석진은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며칠간 우울해 보이더니 정말 술이 마시고 싶었나 보다. 술도 잘 못 마시는 것 같더니 센 척이야.


석진이 간단히 옷을 갈아입은 뒤 거실로 나왔다. 여주는 무릎까지 오는 바지를 입은 채 다리를 저벅저벅 휘젓고 다닌다.



“넌 사시사철 반바지냐?”
“겨울에는 긴 바지 입지.”
“......”
“그리고 이게 반바지냐? 무릎까지 오는데? 이제는 바지도 트집이냐?”
“마음에 안 들어.”
“하여간 못돼 쳐 먹어서. 너 그러다가 벌 받는다. 전래동화 몰라? 나쁜 사람들은 벌 받는다잖아. 권선징악!”


여주가 안주를 간단히 세팅하고 소주 몇 병을 들고 왔다.


“너 안주 만드는 거 아니었어?”
“내가 누구 좋으라고 안주를 만들어 바쳐?”
“하여간 기대를 하는 게 아니었지.”
“시끄럽고 얼른 와서 앉아.”


여주는 술 마실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 건지 배시시 웃어 보였다. 그리고 잔 가득 소주를 채워 넣기가 무섭게 한 잔 쭉 들이켜더니, 감탄사를 내뱉고 마른안주를 집어먹는다. 괜히 또 무리해서 먹다 술병 날라. 여주는 그런 석진의 말에 별 걱정을 다 한다며 웃어넘겼다.


“하여간 김석진, 너는 날 너무 과소평가한다니까? 나도 이제 다 컸어.”
“......”
“근데 너 밖에서 사고치고 다녀? 아니면 윗사람들이 뭐라고 그래? 왜 그렇게 소주를 맛나게 먹냐.”


여주의 말에 석진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요즘 들어 답답한 감정이 맴도는 탓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런데 왜 그 감정을 상상하면 이 녀석 얼굴이 떠오르는 건지.



“이여주.”
“왜.”
“넌 어느 별에서 떨어졌냐.”
“너 벌써 취했어?”


구시렁거리는 여주의 입술이 왜 그렇게 예뻐 보이는 건지. 나 정말 취했나 보다.


“이여주.”
“또 왜.”
“넌 말이야. 막 두근두근하고 콩닥콩닥 거리고. 뭐 그런 거 있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아, 그냥 두근두근 콩닥콩닥.”


얘가 또 소녀감성 일으키네. 김석진, 너는 검사 말고 시인이라도 하지 그러냐? 그리고 두근두근 콩닥콩닥은 내가 하는 거지. 왜 네가 하는 거냐. 아, 너 아미 씨 좋아하지? 꼭 티를 내요. 밥맛없는 놈.


“너 아미 씨 못 잊었어?”
“그게 무슨.”
“두근두근 콩닥콩닥은 사랑이잖아.”


손이 미끄러지는 줄 알았다. 석진의 눈이 순간 커졌다.


“그게 사랑이라고?”


석진이 되묻자 여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가 두근두근 콩닥콩닥하면서 이여주를 떠올린 이유가 너를 좋아해서야? 그런 거야? 말도 안 돼. 석진의 얼굴이 조금 붉어진 듯했다.


“부끄러운 거야, 취한 거야?”
“......”
“안 어울리게 발그레해서는.”


애초 엄마의 술 기질을 타고나서 역시 술에 있어서는 자신감 있게 말할 처지가 아니었다. 여주가 갑자기 터지는 딸꾹질을 삼키려고 노력했는데, 쉽게 멈추지가 않았다. 진짜 넌 애가 왜 그렇게 말랑거리게 생긴 거야? 네가 좋아한다고 언질을 놓으니까 진짜 그래 보이잖아. 석진은 시선을 어디에도 두지 못하고 정신없이 시선을 돌려버렸다.


“네가 그렇게 부산떨면 나도 어지러워.”
“......”
“네가 아미 씨 좋아하는 건 알겠지만 티 좀 내지 마. 내가 더 갑갑하니까.”


진심으로 한 말이었지만 이여주는 괜히 내가 배알이 꼴려 내뱉는 말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석진은 계속해서 혼란이 오는 것 같아 입술을 깨물었다. 이여주는 원래부터 말랑거려 보이고 귀엽게 보였는데. 첫 만남 때 쇼를 하던 그 순간도 뭐 저런 애가 있나 하며 웃었던 기억이 난다. 다음 날 출근길에 빵을 물고 정신없이 엘리베이터에 타는 모습도, 슬리퍼를 신고 왔음에도 당당히 걸어가는 모습도 전부 귀엽게 느껴졌던 거다. 그래, 이거다.


“이여주.”
“응?”


미치겠네. 딸꾹질이 멈추지 않는 건지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몸을 들썩이는 녀석이 귀여워 보여서 마냥 웃어버렸다. 여주가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자 석진은 말없이 손을 뻗어 여주의 손을 내려놓는다. 딸꾹 거리며 살짝 벌려진 입술에 석진이 그대로 직진했다. 두 번째로 와닿는 입술의 느낌은 전처럼 차갑지 않았다.


“......”


여주는 즐길 새도 없이 황급히 석진을 밀어버렸다. 석진의 눈빛은 여전히 여주를 향하고 있었다.


“너 취했다.”


석진이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아니, 안 취했어.”





**





햇살에 자연스레 눈이 떠진 석진이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살짝 눈을 비비고 침대에서 일어나니 적막감이 방 안을 에워쌌다.


‘너 취했다.’


갑자기 달아오르는 얼굴을 느끼며 괜히 애꿎은 베개를 꾹꾹 누르던 석진은 살짝 문을 열고 밖을 바라보았다. 부엌에서 이리저리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니 아침을 준비하는 듯했다. 여주의 뒷모습은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어젯밤, 그렇게 뜻하지 않게 일을 저지르고 여주는 말없이 방안으로 들어가 버렸었다.



“잘 잤어?”


석진이 어색하게 던진 말에 여주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석진이 조금 뻘쭘한 기분이 들어서 엉거주춤 서 있자 여주가 생긋 웃더니 석진을 바라본다.


“웬일이야, 늦잠도 다 자고?”


굉장히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였다. 석진은 다소 실망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어색해지는 게 좋다는 것이 아니라, 그래도 조금 자각을 해줬으면 한다고. 나는 너를 좋아하는 것 같으니 너도 조금 알아달라고. 아마 여주는 여전히 어제 그 상황을 술에 취해서였겠거니 하고 넘겨버리는 듯싶었다.


“밥 거의 다 됐어. 씻고 나와.”


석진이 아무런 대답 없이 욕실로 들어가 버리자, 여주는 그제야 긴장한 마음이 풀리는 듯했다. 마음 없는 두 번째 키스는 예전보다 더욱 힘들게 느껴졌다. 내 마음은 언제쯤 작아질 수 있을까.





**





오랜만에 얼굴을 비친 윤기는 예전보다 훨씬 어두운 얼굴이었다. 여주는 출석체크를 하다가 마주친 눈빛에 회피할 수밖에 없었다.


‘난 이 선생님 많이 좋아할 테니까.’


오버랩이 되어 들려오는 목소리는 생각보다 덤덤했었다. 윤기의 눈 밑에 붙여진 반창고가 움찔거린다. 윤기가 인상을 찌푸리고 있다는 증거였다. 아마 여주의 표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오늘도 제발 말썽 일으키지 말고 수업이나 열심히 들어.”


여주는 간단명료하게 조회를 마치고 교실을 나가버렸다. 그런 여주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윤기가 슬쩍 일어난다.


“따라가게?”


호석의 말에 윤기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교실을 나섰다. 걸음이 꽤 느린 여주였기에 얼마 걷지도 못했다. 윤기가 걸어가서 여주의 팔을 잡자 뒤를 돈 여주는, 눈앞에 윤기가 드리워지자 다소 놀란 표정이었다.



“왜 그런 눈인 건데?”
“......”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좋다고 하니까 우스워?”
“그런 거 아니야.”


그래, 그런 거 아닌 거 알아. 근데 마음이 괜히 삐뚤게 먹어져. 윤기가 조금 힘을 주어 잡고 있던 팔을 놓아준다. 여주가 물끄러미 윤기를 올려다보는데, 그 눈을 들여다보자니 또다시 마음이 간질거렸다. 윤기가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눈을 뜨면 그냥 사라져 있기를 바랐다. 처음부터 모르던 사이인 것처럼, 그렇게 돌아가고 싶었다.


“네 마음을 몰라줘서 그러는 게 아니야. 내 마음이 너무 커서 그런 거야.”
“......”
“그래서 다른 어떤 마음도 비집고 들어올 수가 없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다 알아. 너는 김 검사를 좋아하니까 더 이상 마음을 주지 말라는 뜻이겠지. 여주가 어색하게 손을 뻗어 윤기의 머리 쪽으로 향했다. 작고 하얀 손이 윤기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었다.


“나한테는 네가 아까워. 그리고 너, 엄청 매력 있고 멋있어. 그러니까 더 좋은 사랑 할 수 있을 거야. 넌 아직 어리잖아.”


쐐기를 박는 목소리임에도 불구하고 화를 낼 수도 없었다. 그 다정한 손길이 진심인 것 정도는 알고 있으니까. 그리고 더 이상 내가 화를 낼 입장도 아님을 알고 있으니까.


“이제는 열심히 학교 다녀. 걱정 많이 했어.”
“......”
“이건 진심이야. 난 사랑하는 내 제자가 험한 꼴 하면서 다니는 거 싫어.”


결국 관계의 끝은 그거였다.



“... 없었던 마음인 것처럼, 그냥 그렇게 지내.”


윤기의 목소리가 조금 떨리는 듯했다. 여주는 곰곰이 생각하는 듯하다가 빙그레 웃는다. 글쎄, 네 마음이 진심인 걸 아니까 잊을 수 있을까. 네 마음이 꼭 내 마음 같다. 간절해도 바라봐 주지 않잖아. 너를 보면 나를 보는 것 같아서 정이 가는 건 사실이다. 네 고백이 김석진의 고백이었으면 하는 바보 같은 생각도 해보고는 했어.


“힘내, 선생님.”
“너도 힘내, 제자님.”


모든 기로의 끝은 결국 존재했다.





**





“요즘 나랑 너무 자주 밥 먹는 거 아니야?”
“......”
“뭐야, 또 왜 그런 눈빛이야?”


아미가 말을 내뱉자 석진은 한숨을 크게 쉬었다.


“김 검사님이 한숨 쉴 때도 있네. 뭐 큰 사건이라도 맡은 거야?”


아미의 말에 석진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럼 무슨 문제인 건데?”


아미가 조심스럽게 묻자 석진은 망설이는 듯했다. 딱 보니 여주의 이야기인 것 같았다. 아미는 자리라도 깔면 성공하겠거니, 하는 엉뚱한 생각을 잠깐 했다.


“내가 맞춰볼까?”
“......”
“여주 씨지? 맞구나.”


역시 오래된 사람의 눈은 못 속인다. 아미는 물을 한 잔 들이켜고 석진을 바라보았다. 그것도 조금 한심스럽게. 아무리 내가 널 좋아하고, 여주 씨가 미워도 이런 건 원하지 않아. 내가 생각하는 김석진은 매번 멋있고 당당해야 돼. 이런 모습은 너와 전혀 어울리지 않아. 내가 너를 알고 처음 보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내가 이여주를 좋아하는 것 같아.”


석진이 또박또박 말을 내뱉는데 아미의 마음이 콕콕 찔려온다. 김석진, 너는 역시 어느 방면에서나 똑똑하구나. 조금은 둔해지기를 바랐는데 알아차려 버렸네. 아미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석진은 또 한 번의 한숨을 쉰다.


“네가 무슨 마음으로 나를 보고 있는지 알겠어. 너한테 순정을 다 바칠 줄 알았던 내가 마음이 변하니까 좀 이상하지? 내가 봐도 이상한데 네가 보면 오죽하겠냐.”


석진이 조근조근 말을 내뱉는데 아미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막상 외면하고 싶었던 사실이 살갗으로 닿으니 기분이 많이 좋지 않았다.


“어제 이여주한테 키스를 해버렸는데, 걔는 내가 술김으로 한 건지 알아.”
“너 의외로 바보구나.”


뜬금없는 아미의 말에 석진의 시선이 단번에 아미에게로 꽂혔다.


“차근차근 말로 해야지, 당장 입술부터 들이대면 누가 좋아해.”


아, 그런 건가. 하긴 그 순진한 눈을 봐서는 많이 당황했을 텐데. 내가 너무 성급하게 군 건 사실인 것 같다. 아미는 여전히 한심스럽다는 표정을 내비치고 석진은 난감한 표정이었다.


“아, 진짜. 내가 크게 실수한 것 같은데, 어떡하지?”
“나, 여주 씨를 만난 적이 있어. 물론 내가 먼저 연락했었어.”
“네가 이여주를 왜 만나?”


석진의 말에 아미는 잠시 말을 멈췄다.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 누구 잘 되라고 이런 소리를 늘어놓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내가 두 사람이 잘 되라고 빌어줄 정도로 착한 사람도 아니고. 내 것을 남에게 뺏길 만큼 양보하는 사람도 아닌데, 어째서.


“그때 내가 물었었어.”
“......”
“너를 좋아하냐고.”
“......”
“너 혼자 좋아하는 거 아니니까 삽질 그만해.”


아미가 기분 좋게 웃어 보였다. 그래도 일말의 양심은 남아 있었나 봐. 나 때문에 몇 년을 속앓이 했을 너를 위해 이런 빚을 갚을 기회가 생기네. 이제는 너의 눈이 나를 바라보지 않겠지만 충분히 괜찮은 마음을 누렸다고 생각할 것 같아. 아직까지는 나를 좋아했던 너의 모습이 훨씬 길 테니까.


석진은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그러니까 이여주는 나보다 먼저 제 감정을 눈치 채고도, 한 마디도 안 했다 이거지.




















항명 님(309) 유월_有月 님(268) 고양이천사 님(100) 아미주주 님(100) ㅏ아이아아 님(100) 방탄을사랑합니닷 님(25)


모두 감사드립니다!





[1000포인트 이상]




민윤긱 님! ㅠㅠㅠ 큰 포인트 투척 넘나 감사드립니다. 윤기가 서브남주라서 그런가, 윤기와 관련된 닉넴분들께 다 좀 그렇네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쨌든 큰 사랑 너무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윤지넴 ㅠㅠ 모으기 힘든 포인트 모으셔서 저한테 주시는거 보면 ㅠㅠㅠ 고래놈 눈물 흘려용....ㅋㅋㅋㅋㅋ 헤헤 항상 너무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케이님 프사 바뀌고 연필 사라진거 넘 맴찢이네여...엉엉... 어쨌든 항상 너무 고마워요... 포인트는 이제 없다고 하셨으니까 그만~~~ㅋㅋㅋㅋㅋ매일 많은 사랑 주셔서 감사하고 사랑함다~~



















흠 원래 오늘 본하가 올라와야 되는데, 수정을 덜 해서용 ㅎㅎㅎㅎ.... 아이고 밀린 드라마 좀 봤더니 시간이 벌써 허허허... 울 윤기는 여주 말대로 더 좋은 사람 만날거에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항상 감사합니당!




오늘도 전도령전 홍보합니다.
제 작품란에서 전도령전 1화에
평점 좀 눌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닷!
완전 쭉 내려야 있어욥!

220명 남았습니다.



추천하기 81   즐겨찾기 등록
글이 재미있었다면 작가님에게 포인트 선물을 해주세요.
나의 Point :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작가님에게
추천수와 선물받은 포인트 합산을 기준으로 글의 순위가 결정됩니다.




세상을누비는고래 작가님의 다른글 보기       전체보기
    로그인 후 댓글쓰기가 가능합니다.
댓글
  티티타타  9일 전  
 한사람은 자기가 짝사랑인줄 알고...
 한사람은 자기혼자만 둘다 좋아한다고 알고....
 거참..!

 티티타타님께 댓글 로또 10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망고포도  52일 전  
 아미 쿨하네ㅠㅋㅋㅋㅋㅋㅋㅋ

 망고포도님께 댓글 로또 11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이양호  80일 전  
 후ㅠ 다행이다! 아미가 정신을 좀 차렸네 고맙다 사랑의 작대기

 답글 0
  _문달  81일 전  
 헉 드디어 서로가 쌍방향인걸 알아챘숴!!!석지니만알았지만..

 답글 0
  비티에스_아미  81일 전  
 어우 진짜 ㅜㅜ

 답글 0
  콩이어무이84  119일 전  
 슬퍼...

 답글 0
  yejinn0n  132일 전  
 아 진짜 민윤기 ㅠㅠㅠㅠ

 yejinn0n님께 댓글 로또 7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뷔태형(V)  141일 전  
 윤기야ㅠㅠ 알고있었지만 그래도.. 맘 아프다

 답글 0
  수봉봉  151일 전  
 융가여 ㅠㅠㅠㅠㅠ

 답글 0
  gayun11  173일 전  
 늉..늉기야ㅠㅜㅜㅜㅡㅡ엇흑유ㅠㅜㅡㅠㅜ으ㅠㄴ기ㅜㅜㅜㅡ

 gayun11님께 댓글 로또 12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70 개 댓글 전체보기


친구에게 장난치기 꿀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