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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08. 혼자만의 감정 - W.세상을누비는고래
08. 혼자만의 감정 - W.세상을누비는고래


추천 BGM : Sereno - 낙원으로 돌아가는 길



08. 혼자만의 감정














석진은 선잠이 들어 잠시 다시 깼다. 그리고 목이 말라 침대에서 벗어났다. 여주가 잠에서 깨어날까 싶어 문을 살짝 열어 부엌으로 향하는데 석진의 엄마도 마침 방에서 나오는 듯했다.


“왜 일어나셨어요?”
“나도 목이 말라서. 여주는 자니?”


여주의 이름을 다정스레 부르는 자신의 어머니를 보니 조금 웃음이 터지려고 했다. 하긴 오늘 여주를 생각하면 그렇게 부를 수밖에 없을 듯했다. 자신의 엄마도 아님에도 싹싹하고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 모습이 정말 의외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석진의 엄마는 물을 한 잔 따라서 석진에게 건넨 뒤 자신도 문을 한 잔 따라 마시기 시작했다.


“여주가 참 애가 괜찮은 것 같아.”
“여주요?”
“응, 애가 참 귀엽게 생긴 것 같고 말이야.”


하긴 이여주가 좀 귀엽기는 하지. 아니, 좀 많이 귀엽기는 하다. 애가 떽떽 거리고 그러기는 해도 귀여운 인상에 그것도 애교로 들리는 경우가 가끔 있다. 엄마가 참 사람을 볼 줄 아시네.


“예의도 바르고 싹싹하고.”


그럼, 이여주가 하는 걸 보면 어른한테 참 잘하겠다고 생각했지.


“엄마, 여주는 빨래도 잘하고 청소도 잘하고 요리도 잘해요.”


석진의 말에 석진의 엄마는 그냥 웃어버린다.


“넌 아주 좋은 사람을 옆에 둔 것 같구나.”


엄마의 말에 석진은 이내 웃어버린다. 복덩어리 정도 되려나? 라는 말은 생략하고. 석진은 물 컵을 싱크대에 놓은 뒤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막상 찬물을 마시니 잠이 확 깨는 기분이었다. 석진은 조심스레 여주의 옆에 자리 잡아 침대에 기대었다. 시선을 아래로 내리니 자고 있는 여주의 얼굴이 확 들어왔다. 잠버릇도 없는지 고요하게 자는데 자세히 들어보면 쌕쌕거리며 숨소리가 들려오는 것도 같았다.


“......”


석진이 이불을 끌어올려 덮어주자 여주는 잠깐 몸을 뒤척이다가 석진이 있는 쪽으로 몸을 틀었다. 웅크려 누워 자는 모습이 귀여워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여주는 정말 여동생 마냥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고, 친구같이 편할 때도 있다. 또 엄마 마냥 퍼부어대는 잔소리도 있는데, 그건 다 자신을 위한 잔소리인 걸 알기에 다정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귀엽기는.”


석진이 살짝 손가락으로 여주의 볼을 찌르자, 여주가 인상을 찌푸리다가 이내 다시 얼굴이 평온해진다. 볼은 또 왜 이렇게 말랑거리는 건지. 가만 보면 이여주는 고생은 안 하고 자랐을 것 같이 생겼는데. 민윤기인가 뭔가도 꼬시고 말이야. 못내 미워지는 마음이 들어 석진은 다시 한 번 여주의 볼을 쿡 찔러버렸다. 그래도 여주의 얼굴을 보니 웃음이 터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넌 도대체 뭔데 이렇게 내가 이런 생각을 들게끔 만들어 버리냐. 석진은 몸을 제대로 누워 베개에 고개를 뉘었다. 사람의 체온이 근처에 느껴지니 여주는 잠결에 달라붙기 시작했다.


“......”


응? 뭐야. 왜 나한테 달라붙는 거야. 석진은 살짝 몸을 틀어 여주의 얼굴과 마주 바라본다. 여주는 조금 품으로 파고들어 석진의 가슴팍 쪽으로 향했다. 석진은 순간적으로 두근거리는 마음이 들어서 눈을 끔뻑거렸다. 여주의 머리카락에서 달콤한 냄새가 솔솔 풍긴다. 석진은 자신도 모르게 살짝 팔을 뻗어 품에 닿아있는 여주를 안아보았는데, 이상하게 품에 딱 맞았다. 중요한 건 품에 딱 안고 보니 놓아줄 수가 없는 거다. 참 묘하네. 작은 몸은 석진의 품이 편안한 건지, 여전히 잠에 취해 있는 상태였고 석진은 여전히 두근거리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여주를 꼭 껴안았다. 평소 그렇게 혼자 자는 걸 좋아해서 남들이 자신과 붙어 자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여주만은 다른 것 같았다.


“넌 진짜 어디서 뚝 떨어진 거야.”


석진이 살짝 팔을 여주의 머리카락 쪽으로 뻗었다. 부들거리는 머릿결이 그대로 손가락에 닿는데 묘하게 기분이 좋아졌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미워할 수 있는 구석이 없어 보이는 이여주는 정말 하늘에서 뚝 떨어진 이상한 생물체가 아닌가 싶다. 석진은 그렇게 서서히 눈을 감으며 잠을 청했다.





**





번쩍, 하고 여주의 눈이 뜨였다. 조금 이른 시간인 듯 보였다. 눈을 뜨기는 떴는데, 몸을 전혀 움직일 수가 없었다. 가만 보자. 내가 지금 누워있는 곳은 김석진의 침대이고,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건 이 녀석의 가슴팍이고, 내 몸 위에 올려져 있는 건 녀석의 손이다? 나 그럼 지금 이 녀석 품에 안겨서 잠든 건가? 뭐야! 잠깐, 마음을 진정시켜보자. 여주는 꼴깍 침을 삼키며 눈으로 주위를 살피는데 온통 석진의 몸 밖에 보이지 않는 거다. 여주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나 진짜 어떻게 빠져나가지? 이대로 빠져나가면 녀석이 깰 거 같은데. 여주는 조금씩 몸을 빼려다가 석진이 움찔 거리는 것 같아서 하던 짓을 멈춘다. 완전 제자리걸음 수준이었다.


“......”


난 왜 김석진 품에 있는 거고 김석진은 날 왜 끌어안고 있는 거냐고. 아, 진짜. 가슴 떨리게. 여주는 살짝 손을 가슴에 대어보는 데 정말 심장박동 수가 급 빨라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엄마! 나 어떡해. 얘가 내 심장소리를 들으면 어떡해. 여주는 이내 석진이 깨어나기만을 기다리려는지 하던 짓을 체념했다. 그리고 고개를 살짝 올려 석진을 바라보는데 석진의 잘생긴 얼굴이 턱 하고 보였다. 아, 거참 잘생겼구만. 괜히 스스로 뿌듯해져서 여주는 작게 웃는다. 이 잘생긴 눈도 좋고 높고 곧게 뻗은 콧날도 좋다. 야, 이여주, 등등. 정나미 없이 불러대는 요 입술도 좋은데.


“헉.”


나 지금 뭐 하는 거지. 여주는 자신도 모르게 석진의 눈 코 입을 찔러본 것에 대한 후회를 하기 시작했다. 미쳤어. 그래도 묘하게 중독성이 있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나 변태 같아. 여주는 입술을 곱게 깨물며 손가락을 뻗어서 다시 석진의 눈 코 입을 찔러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입을 다시 한 번 쿡 찌르는데 잡혀버린 손에 여주의 눈이 단번에 커져버렸다.


“아! 놀래라.”
“잘생긴 얼굴 찔러보면 뭐가 달라지냐?”


석진의 목소리가 조금 잠긴 듯했다.


“무슨! 하도 못생겨서 찔러 봤는데.”


여주는 자연스레 석진의 품에서 벗어나는데 성공했다. 다행히도 석진은 자신이 석진의 품에 있었던 일들을 전혀 물어보지도 않았고 자연스레 기지개를 펴며 일어나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아침부터 혼자 쇼를 한건 아닌가 싶어 여주는 자신의 머리를 콩콩 때리기 시작하고, 석진은 혀를 내두르며 여주 쪽을 지나친다.



“이제는 자학이냐?”
“......”
“하긴 넌 좀 해야지.”


석진이 문을 열고 방 밖을 나섬과 동시에 여주는 석진의 뒷모습을 잔뜩 째려보기 시작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요란스러운 아침은 다시 시작이다.





**





달콤한 휴일은 매번 여주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잔심부름 따위를 시켜대는 김석진으로 인해 그 주말도 얼마 못가 깨지기는 하지만, 뭐 나름 쉬고 좋다. 다시 고쳐 말하자면 계속 김석진하고 붙어 있어서 좋다. 여주는 무료한 일상을 느끼며 TV 채널을 돌리고 있는데 진동이 울려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누구지?”


모르는 번호였다. 여주는 대수롭지 않게 전화를 받았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저, 여주 씨?
“네?”
- 저 아미에요. 통화 가능해요?


여주는 방 안에서 일 처리를 하고 있는 석진을 한번 바라보고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왔다. 통화가 가능하다는 여주의 말에 아미는 잠시 말이 없다가 곧 만나고 싶다는 말을 건네 왔다.


“지금요?”
- 네. 묻고 싶은 말도 있고, 하고 싶은 말도 있고 해서요.
“어디서 만나면 되는 거죠?”


솔직히 거절할 수도 있었다. 거짓말을 잘하는 성격은 아니었으나 이런 식으로 둘러대는 것쯤은 별거 아니었다. 그러나 만나고 싶었던 이유는 아마 아미가 만나자고 한 이유에 김석진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여주는 만날 장소를 듣고 옷을 대충 껴입기 시작했다. 어차피 옷만 입으면 금방 나갈 수 있는 타이밍이었다. 석진은 잠시 물을 마시러 부엌에 나왔다가 부랴부랴 준비하는 여주를 발견했다.



“너 어디 나가냐?”
“어.”
“어디?”
“비즈니스.”
“비즈니스는 개뿔. 네가 만날 사람이 어디 있다고.”
“민윤기 만난다, 왜!”


여주가 홧김에 내뱉은 말에 석진은 마시던 물을 내뱉을 뻔했다. 그리고 곧 식탁에 물 잔을 올려놓고 여주 쪽으로 바삐 걸어와서 여주의 팔을 붙잡는다. 여주가 석진을 올려다보자 석진은 무서운 인상을 팍팍 풍기며 여주를 주시하고, 여주는 하나도 안 무섭다는 듯 메롱 하며 석진을 지나친다.


“너 진짜 그 꼬맹이 만나냐?”
“신경 끄셔.”


석진은 괜히 발을 동동 굴리며 여주가 나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늦을지도 몰라. 저녁 챙겨 먹어.”





**





여주가 어색하게 카페를 들어갔다. 서울의 카페가 낯설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딸랑 거리는 소리에 대학생쯤 돼 보이는 여자 종업원이 여주를 잠시 바라본다. 여주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손을 살짝 들고 있는 아미를 발견하고 천천히 다가갔다. 테이블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이 보였고 여주는 조금 목이 말라서 식은 커피를 들이켰다.


“나와줬네요.”
“바쁘지 않았으니까요.”


여주가 아미를 바라보는데, 아미는 업무 중 나온 것인지 단정한 복장이 눈에 띄었다.


“석진이는요?”
“집에서 일하죠, 뭐. 걔가 안 바쁠 때가 있나요.”


여주의 말에 아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머리를 살짝 긁적이며 아미를 바라보는데 분명할 말이 있는 눈치였다. 여주는 워낙 답답하고 어색한 분위기를 싫어하는 성격이라 이 상황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묻고 싶은 말은 뭐고, 하고 싶은 말은 뭔데요? 라는 여주의 말에 아미는 그제야 시선을 여주에게로 돌렸다.


“석진이랑은 원래 알고 있는 사이에요?”
“뭐, 알고 있다고 하기에는 너무 모르는 사이니까, 모르는 사이였다고 해두죠.”


알쏭달쏭하게 내뱉은 말에 아미는 조금 고개를 갸웃하는 듯했다.


“친구관계, 그 이상은 아니죠?”
“무슨 말이 묻고 싶은 거예요?”
“혹시 석진이 좋아해요?”


정곡을 찔린 듯 커피 잔을 들고 있던 여주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아미는 다소 불안한 눈빛이었다. 요즘 석진의 모습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자신에게 쌀쌀맞게 대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쳐도, 여주와 가끔 카톡을 하거나 통화를 하는 모습을 보면 전과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였다. 가끔 일이 바빠서 챙기지 못했던 서류들을 여주가 챙겨줄 때가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 다정해보였다.


“좋아해요.”


생각보다 내뱉기에는 쉬운 말이었다. 여주는 이 사람에게만큼은 별로 숨기고 싶지 않은 듯한 마음이었다. 아미는 역시나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불안한 마음이 가장 앞섰다. 석진의 마음을 알 것 같아서.


“석진이는.”
“알아요, 아미 씨 좋아하는 거. 아미 씨도 이미 대충 눈치채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
“그 녀석이 워낙 그런 쪽에는 단순하고 저지르는 편인 것 같아서 눈치채기 쉽지 않았어요?”


그렇게 내뱉는 여주의 표정은 별로 달라질 게 없었다. 아미는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어째서 그런 표정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나한테 얘기하는 거예요? 상처를 받았거나 속상해하거나 아니면 화라도 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당신이 그렇게 좋아하는 김석진이 나를 좋아한다고 알고 있으면서, 왜 나랑 이렇게 마주 보고 있는 게 힘겨워 보이지 않아요?


“내가 좀 이상해 보이시죠.”
“......”
“그래도 순전히 나 혼자만의 감정이니까 부담 주기 싫어요.”


이게 나와 이여주의 차이였다. 욕심으로 붙잡고 있던 나 말고 그냥 순수하게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었구나. 아미는 조금 망설이는 듯했다. 여주 씨는 모르겠지만 아마 석진이도 같은 마음일 거예요. 그래도 석진이는 당장 눈치 채진 못 할 거예요. 아마 아직도 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착각할 테니까. 적어도 석진이에게 있어서 난 습관 같은 존재거든요. 그래서 나를 살피는 게 습관이 되어 있고, 나에 대한 마음은 당연하다는 듯 여겨버려서 주위를 인식을 못해요.


“내가 말할지도 모르는데, 왜 그렇게 쉽게 말을 해요?”
“말 안할 거 다 아니까요. 아미 씨도 석진이 좋아하잖아요.”
“네?”
“어느 정도 상황 돌아가는 거 보면 얘기 안 하는 게 좋을 거 같지 않아요? 똑똑한 사람이니까 알겠네요.”


여주는 여전히 목이 탄지 커피를 금방 다 마셔버렸다. 아미는 뭔가 크게 한방 먹은 듯한 마음이었다. 이렇게 쉽게 내뱉으리라 생각도 못 했는데. 게다가 나의 마음을 너무 잘 아는 이 사람은 정말 무서운 사람이겠구나 싶었다.


“인정 좀 하시죠.”
“......”
“치사하게 혼자 아닌 척하지 말고. 이런 일로 부르신 거면 이제 할 말 없겠네요. 너무 빨리 내뱉어서 재미없죠? 제가 원래 좀 이래요. 그럼.”


여주는 미련 없이 일어섰다. 충분히 기분이 상해 있는 게 당연했다. 기분이 안 나쁠 리가 없잖아. 지금 보란 듯이 김석진은 자기 거니까 건들지 말아 달라고 선전포고라도 할 모양인 것 같았는데. 하여튼 김석진, 그 잘생긴 놈은 이래저래 인기가 많아서 탈이다. 여주는 끝없이 터져 나오는 한숨을 멈출 수 없었다. 무슨 자신감으로 그렇게 말을 내뱉었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냥 내 할 말은 하고 싶었다. 그 녀석에게 전달되지는 못할망정 다른 사람에게까지 숨기고 싶지 않았다. 특히나 최아미, 당신한테는.





**





[오늘 외식하자.]



슬슬 종례 준비를 하려는 여주는 카톡을 확인하고 정말 뜬금없다고 생각했다. 아무튼 이놈은 시도 때도 없이 자기 원하는 대로 한다. 여주는 조금 툴툴거리는 듯하다가 이내 기분이 좋아져 답장을 보낸다.


[언제 만날 건데?]
[너 퇴근 시간 맞춰서 데리러 갈게.]



여주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멈추지 못하고 출석부를 정리했다. 지켜보던 태형은 무슨 좋은 일 있냐며 여주를 툭툭 치는데 여주는 비밀이라며 교무실을 빠져나간다. 오랜만에 녀석과 얼굴을 마주하고 밥을 먹는다고 생각하면 간질거리고 어색해서 죽을 것 같지만 그런 분위기를 즐기려고 노력 중이다. 이상해, 아무튼.


“다들 우산은 챙겨 온 거 맞지? 오늘부터 장마라더라.”


여주의 말에 다들 동요하는 듯했다. 벌써 먹구름이 끼고 비가 한두 방울 떨어지는 듯한데 몇몇의 학생들은 우산을 깜빡한 듯싶었고 같이 갈 친구를 찾는 듯했다.


“너희들은 준비성이 없어서 어떡하냐. 다들 조심히 집에 가도록. 이상.”


여주의 말과 동시에 학생들을 하나 둘 빠져나간다. 여주도 기지개를 한번 쭉 피더니 교실을 빠져나간다. 그 이후로 윤기는 꾸준히 학교를 나왔다. 여전히 여주와 말을 안 하는 게 흠이기는 하다만 여주는 학교를 나와 주는 것만 해도 어딘가 싶어서 꾹 참기로 했다. 곧 외식한다는 설렘에 콧노래를 부르며 교무실로 다시 입성. 하나 둘 퇴근 준비를 하는 선생님들이 보였고 여주는 조금 남은 일 처리를 하기 위해 의자에 앉았다. 태형은 일찍 퇴근 준비를 마친 듯하고.


“퇴근하시게요?”
“네, 내일 봬요.”


태형은 가방을 들고 교무실을 빠져나가는 듯했고 곧 음악선생님이 뒤따랐다. 여주는 그 모습을 슬쩍 지켜보다가 어이가 없어서 고개를 내젓는다. 어이구, 김 검사에 이어서 김 선생님으로 갈아타셨나 봐요.


“교감선생님, 여기에 사인해주셔야 하는데요.”
“아, 그래요. 민윤기 학생은 학교 잘 다니죠?”


갑작스러운 말에 여주는 문서를 들던 손을 잠시 멈칫하며 교감을 바라보았다. 교감은 어색하게나마 헛기침을 내뱉는다. 역시 잘 사는 도련님은 여기저기서 터치를 받는구나 싶어서 여주는 대충 고개를 끄덕한다. 여주는 모든 일처리를 끝내고 가방을 싸기 시작했다. 태형이 선물 받은 화분은 꽤 잘 자라고 있다. 여주는 조금 메말라 보이는 화분에 분무기로 물을 뿌렸다. 잘 자라라. 우리 김 검사처럼.


“저 퇴근하겠습니다!”


여주의 목소리에 선생님들은 고개를 꾸벅이며 인사를 건넸다. 여주는 1층 건물 입구에서 멈칫했다. 맞다, 나도 우산 놓고 왔네. 내가 애들한테 뭐라고 할 게 아니었어. 어차피 그 녀석이 학교로 온댔으니 상관은 없겠구나. 여주는 입구에 서서 비를 간신히 피하고 있었다. 벌써 교문은 학생들의 발길이 조금 산산했다. 여주는 언제 오는가 싶어 휴대폰을 켰는데 또 닦달한다고 잔소리를 해댈까 봐 휴대폰 화면을 황급히 꺼버렸다.



“우산 줄까.”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여주는 옆을 바라본다. 윤기였다.


“너 쓰고 가. 또 골골 대지 말고.”


여주는 자신의 손에 쥐어진 네이비색 우산을 바라본다.


“괜찮은데.”


작은 목소리에 윤기는 슬쩍 웃더니 여주의 머리를 한번 매만지며 운동장으로 뛰어간다. 민윤기는 자기는 비 맞으면서 왜 나한테 우산을 주고 난리야? 여주는 손에 올려진 우산을 바라본다. 근데 왜 귀한 선생님의 머리통은 건드리고 난리지? 쟤는 끝까지 맞먹으려 들어.


“야! 예의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자식아!”


여주의 목소리가 들릴 리 없는 거리였지만 듣기라도 한 건지 윤기가 살짝 뒤돌았다. 여주는 혹시나 얘기를 들었을까 싶어 입을 황급히 닫는다. 저 녀석이 가끔 무서운 표정을 지으면 조금 무섭거든. 그러나 곧 윤기는 다시 제 갈 길은 간다. 여주는 우산을 꼭 쥔 채 지루한 시간을 감당하는 듯했다. 곧 올 것 같던 석진이 늦는 듯했다. 여주는 혹시 자신의 퇴근시간을 잘못 안건 아닌가 싶어서 통화를 시도했지만 받지도 않았다. 몇 통 더 해봐도 마찬가지였다. 차가 막히나? 여주는 내심 불안한 마음이 들기는 했지만 약속 하나는 잘 지키는 녀석이니 괜한 걱정이 아닌가 싶었다.


“이 자식이 진짜 장난하나.”


정말 많이 기다렸다. 비는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하늘이 먹구름으로 가득 차서 평소보다 금방 어두컴컴해졌다. 여주는 괜히 억울한 마음이 들어서 한숨을 크게 내쉬고는 손에 쥔 우산을 펼쳤다. 윤기가 건네준 우산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여주가 서운하고 허무한 마음을 가지고 터벅터벅 걷는데 모든 게 괜히 억울해졌다. 그 녀석은 왜 기대하게 만들고 안 나타나는 거야.


[나 먼저 간다.]



카톡을 전송하기도 전에 걸려온 전화. 석진이었다. 여주가 황급히 전화를 받았다.


“죽을래!”
- 미안해.


목소리가 좋지 않다.


- 설마 아직도 기다리고 있어?
“그럴 리가 있냐. 진작 집에 왔지. 딱 이십 분 기다렸어.”


거짓말이다.


- 하여튼 기다릴 줄도 모르지.
“......”
- 오늘 아미가 일이 좀 있어서 같이 있어줘야 돼.
“야, 김석진.”
- 미안, 다음에 같이 먹자.


허무하게 끊긴 전화는 허무한 마음만큼이나 순식간이었다. 여주는 억울했던 마음이 더욱 가중되어 할 말을 잃어버린 듯했다. 결국 나타나지 않았던 이유는 내 퇴근시간을 잘못 알고 있어서도 아니었고, 차가 막혀도 아니었다. 단지 최아미, 그 여자 때문이었다. 이유야 어쨌든 난 그 아이에게 두 번째인 건 분명했다. 그래 첫 번째는 항상 그 여자겠지.


“밉다.”


정말 밉고 밉다. 네가 그럴 때마다 난 네가 진짜 밉다.



















민트차양♥ 님(200) 하은이당.!!! 님(111) 고양이천사 님(100) 토끼네설탕 님(100) 삐약이는왕자님 님(59) 방탄을사랑합니닷 님(15)


모두 감사드립니다!




[1000포인트 이상]





꺄 만쥬님~ 갠공에서는 자주 뵙는데, 방빙에서는 오랜만이죠 ㅠㅠㅠㅠ 이렇게 오랜만에 들르셔가지고 큰 포인트를 팡 쏴주시고 가주셔서 넘 감사드려용! 어디에 계시든 항상 감사드려용. 앞으로도 오래봐요!



휘소님! 고래입니당. 혹시 손가락이 두번 눌리셨다거나... 아니면 말고요..(???) 어쨌든 오늘도 천사역할 하시는 휘소님... 그리고 어남윤파ㅏ.. 죄송합니다....ㅋㅋㅋ항상 너무 감사드리고, 오늘 하루도 행복하세요!



서빙어어어 님! ㅠㅠ 매일 댓글도 예쁘게 달아주시는데, 포인트 모으셨다구 이렇게 예쁘게 쏴주시면 고래는 웁니당 ㅠㅠㅠㅠㅠ 항상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오래오래 봐요. 감사해요!



항명 님 ㅠㅠㅠㅠ 너무 보고 싶었어용 ㅠㅠㅠㅠ 정말 오랜만인데 ㅠㅠ 댓글알림 보고 처음에 눈 잘못본줄 아랐어요.. ㅠㅠㅠ 현생도 바쁘셨을텐데 보고싶었다고 말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정말 너무 감사해요!



갸악 실연 님 고래입니당! 심장은 좀 괜찮으신가여... 이제 관에도 그만 들어가시곸ㅋㅋㅋㅋ항상 재밌게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해요. 오늘도 재미있게 읽으셨기를 바랍니당. 항상 감사해요!!



유니 님~~ 천사 유니님이 천사포인트를 남기고 가셧군요.. 유니님은 천사...탕탕탕..ㅎㅎㅎ 저의 모든 글을 좋아해주시고 사랑해주셔서 감사해용. 앞으로도 오래오래 봤으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닷!



케이 님~~ 저는 결국 꿈에 석진이가 안 나왔어요... (눈물) 갑자기 너무 슬프네여... ㅋㅋㅋㅋㅋㅋㅋ항상 글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넘 감사해욧!! 오늘도 천사인 케이님 감사합니닷!



















ㅋㅋㅋㅋㅋㅋ아미는 욕하지마세요. 왜냐면 여주인공은 여주니까요... 사실 제 캐릭터들 욕먹는거 좀 안 좋아해서 ㅠㅠㅠㅠ 골디보다가 헉 놀래서 올립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낮에 뭐 한건 아니고 그냥 놀았어요...

여러분, 댓글 달아주시는 것도 고맙고 봐주시는 것도 감사한뎅... 제일 첫화에 평점 좀 남겨주세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시간되시면 제 작품중에서 전도령전 1화에도 평점 좀... 조회수가 7000인데 평점이 200밖에 안됩니당 ㅠㅠㅠㅠㅠ 눈물 주륵....

어쨌든 항상 너무 감사드립니당.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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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쏘현쏘  2일 전  
 감사합니다 제 눈이 좋아졌어요

 쏘현쏘님께 댓글 로또 5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토끼네설탕  9일 전  
 작가님 사랑합니다 정말 너무좋아요ㅠㅠㅠㅠ
 이런 일들은 잘풀면 사이가 더 좋아지는 계기가 되잖아요
 잘 풀거라고 믿습니다ㅎㅎㅎㅎ

 답글 1
  노련_도령  10일 전  
 하필 말해도 아미를...
 아. 여주도 윤기 팔아먹었으니 (?) 쌤쌤인가...?
 아니면 진짜 석진이 아미 만나러 갔나...?
 아닌데... 내 삘은 석진이가 윤기가 여주한테
 우산주고 머리 쓰다듬는 거 보고 집 간 거 같

 답글 2
  챼빈  10일 전  
 석진아 그러면 안돼!!!

 답글 1
  깜찍아아  10일 전  
 석진아 그러면 앙대ㅠㅠ

 깜찍아아님께 댓글 로또 5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항명  11일 전  
 항명님께서 작가님에게 106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2
  하진야  11일 전  
 아오 진짜 와 그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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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chjl14  12일 전  
 jechjl14님께서 작가님에게 5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1
  하은이당.!!!  12일 전  
 아 ㅠㅠㅠㅠ 억장 와르르멘션이에요 진짜 그와중에 윤기 너무 귀엽..!! 읍읍 고래님꺼 오늘도 좋은글 잘 봤어요!!:)

 하은이당.!!!님께 댓글 로또 6점이 지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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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실  12일 전  
 아이구우 석진아ㅠㅠㅠㅠ 너 그러면 안 됐어ㅠㅠㅠ
 여주 억장 무너진다구ㅠㅠㅠ
 작가님 석진이에게 정신 차리라고 전해주세요!!

 물실님께 댓글 로또 20점이 지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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