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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07. 인연 - W.세상을누비는고래
07. 인연 - W.세상을누비는고래


추천 BGM : Blue Wind



07. 인연













윤기가 돌아간 뒤 열린 문. 여주는 낑낑 거리다가 지친 건지 문 앞에서 죽치고 앉아있었다. 열리는 문에 여주의 고개가 절로 들렸고 석진이 여주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여주가 힘겹게 일어나서 석진을 노려본다.


“민윤기는?”


여주의 말에 석진은 어깨를 들썩하며 모르는 듯한 모션을 취했고 여주는 석진을 살짝 밀치고 거실로 나왔다.



“갔어?”
“너는 좋겠다.”
“뭐가.”
“엄청 걱정해주는 제자도 다 있고.”
“뭐야, 그 뉘앙스는?”


여주의 말에 석진은 아무런 말이 없다. 저 녀석은 뜬금없이 왜 민윤기를 쫓아낸 거야? 걔 딴에는 정말 걱정돼서 찾아온 건지도 모를 텐데, 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민윤기는 또 왜 찾아온 거야? 민윤기가 나를 걱정해서 올 일은 절대 없었다. 나를 완전 싫어하는 듯 괴롭히는 게 얼마나 얄미운데. 하여튼 이해 안 가는 족속들이야.


“야.”
“왜?”
“너 바지 좀 긴 거 입어. 그러니까 감기 걸리고 그러지!”


뜬금없는 말에 여주는 어이가 없어졌다. 쟤 진짜 왜 저래? 여주는 투덜거리며 방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석진은 여전히 앙금이 남은 건지 발을 동동 굴렸다. 쟤는 진짜 눈치가 없는 거야, 뭐야? 분명 민윤기인가 뭔가 하는 녀석은 이여주를 좋아하는 게 틀림없다. 딱 두 번 본 것뿐인데도 확신할 수 있었다.


“......”


근데 쟤는 그런 녀석 앞에서 저런 꼴을 보여? 어? 다리가 뻔히 보이는 반바지를 입고! 석진은 괜히 마음이 갑갑해졌다. 아니, 난 또 왜 저 녀석 걱정을 자꾸 해? 쟤가 뭔데?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여주! 설거지해!”


아픈 사람에게 괜히 심술인 건 어쩔 수 없는 심리였다.





**





며칠 전 감기로 인해 재충전을 시도했던 여주는 말끔히 나아 팔팔해진 상태였다. 석진은 왠지 더 기운차진 여주를 보며 피곤한 일상이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했지만 팔랑거리며 날아다니는 여주를 보니 안심이 되는 듯했다. 아침에 밥은 스킵. 간단히 토스트를 하는 여주는 시계를 확인하며 노릇해진 식빵을 접시에 올려놓는다.


“오늘 엄마 오실 거야.”
“뭔 엄마?”
“우리 엄마.”
“뭐?”


어머님이 오신다고? 어머님이라니. 조금 징그럽다.


“정말 너희 엄마께서 오신다고?”
“우리 엄마 오면 안 되냐?”
“그건 아니지.”


여주는 석진이 잔뜩 사온 주스를 꺼내 잔 안에 콸콸 쏟아 부었다.


“야! 넘치잖아!”


석진의 말에 황급히 페트병을 들었지만 싱크대는 이미 주스 대란이었다.



“다 치우고 나가라.”
“네가 그렇게 말 안 해도 할 거거든? 너희 엄마께서는 왜 오신대?”
“이사하고 한 번도 못 오셨거든.”


어머님의 잘난 아들은 이렇게 잘 살고 있습니다. 이여주라는 착한 선생님의 보살핌 아래에서요. 그나저나 내가 같이 산다는 얘기는 했는지 모르겠다. 석진을 살짝 찔러 물어보자 석진은 고개를 끄덕인다.


“진작 말씀 드렸어.”
“나랑 동거하는데 별말 없으셨나보다?”
“당연히 동거라고 말 안했지. 사정 대충 말하고 동창인데 며칠만 있는 거라고 했어. 어차피 내가 늦게 퇴근하는 것도 아시고.”
“그럼 다행이네. 갑자기 집에 오셨는데 뜬금없이 내가 튀어나오면 좀 그렇잖아.”
“오늘 저녁 먹고 오지 마. 엄마가 저녁 해준다고 그렇게 강조하더라.”


석진의 말에 여주는 고개를 끄덕인다. 오래간만에 제대로 된 식사하겠다.





**





이럴 줄 알았으면 무리를 해서라도 청소를 해둘 걸 그랬다. 어머님은 낮에 오신다고 했건만 집이 더러우면 어떻게 생각하겠나. 김석진은 몰라도 내가 가사일 하나는 끝내주게 잘하는데. 집이 그렇게 더럽지는 않다만 그래도 청소했습니다, 하는 티를 내서 어머님께 예쁨이라도 받아야 하는데. 아! 이여주 또 멀리 나가지.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좋은 아침이에요, 김 선생님.”


태형이 작은 화분을 책상 위에 떡 하니 올린다. 뭔가 싶어 물어봤더니 7반 여자애가 선물로 줬단다. 인기 많으셔서 좋겠어요, 하는 여주의 말에 태형은 가볍게 웃는다.


“이 선생님이야 말로요.”
“네?”
“민윤기 그 녀석을 어떻게 구워삶으셨기에 선생님을 걱정해요? 선생님이 아프시던 날 아주 죽상이던데요?”
“그럴 리가 없어요.”


그 녀석 같이 못돼 먹은 놈이 내 생각을 할 리가 없지. 아닌데 하며 고개를 갸웃하는 태형을 보며 여주는 싱겁게 웃어버렸다.


“거참! 착각이시라니까. 저 먼저 교실 들렸다가 오겠습니다.”


여주가 출석부를 들었다. 살랑거리며 걷는 여주를 보니 웃음이 안 나올 수가 없었다. 암만 봐도 귀여운 선생님이시라니까.





**





여주가 교실 문을 열자 반 아이들이 잠시 여주를 바라보는 듯했다가 다시 제 할 일들을 하기에 바쁘다. 요 녀석들 선생님이 왔는데 매번 저러지. 금메달 급 싹퉁 바가지들.


“아직 안 온 사람 있니?”
“민윤기요.”


호석의 목소리에 여주의 시선이 절로 윤기의 자리로 향했다. 가끔 늦는 경우가 있으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오늘은 영 껄끄럽다. 여주는 휴대폰을 들어 윤기의 번호를 눌렀다. 딱딱하기 그지없는 신호음이 몇 번 흐르는 듯하다가 누군가 전화를 받았다. 윤기인 듯 싶었다. 여주는 잠시 귀를 기울여 주위의 소리를 듣는데 조금 소란스러웠다.


“너 어디야.”
- 왜.
“학교 안 오냐?”
- 신경 쓰지 마.


그리고 끊긴다. 여주는 이런 황당한 경우가 있나 싶어 휴대폰만 멍하니 바라보다가 다시 걸었다. 전화가 꺼져있다는 안내가 흘러나오자 여주는 더 기가 막힐 수밖에 없었다. 곧 호석과 시선이 마주쳐진다. 여주가 손을 까딱하며 호석을 조용히 복도로 데리고 나왔다.


“지금 민윤기 어디 있어?”
“안 올 거예요. 오기 싫대요.”
“어디 있는데?”


여주는 호석을 구슬리고 구슬려서 있는 장소를 알아냈다. 비행청소년은 선생님의 사랑의 인도로 구해진다고 했지. 기다려라, 민윤기! 바삐 교무실로 달려가 태형에게 이야기한 뒤 교무회의는 스킵. 월요일 1교시는 교무회의에 걸맞게 독서시간이니만큼 데리고 올 시간은 충분했다. 여주는 빠른 속도로 학교를 빠져나갔다.





**





호석이 일러둔 곳은 24시간 운영을 한다는 호프집이었다. 정말 딱 까진 놈들 천지구만. 여주는 민증을 대충 보여준 뒤 입장했다. 그리고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윤기를 발견했다. 레이저 망이 좁혀오자 여주의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딱 걸렸어, 민윤기.


“일어나.”


여주가 꽤 많이 마신 듯 널브러져 있는 윤기의 팔을 잡았다. 윤기가 앉은 상태로 여주를 올려다보더니 보기 좋게 비웃는다. 왜 왔냐, 이런 거였다. 여주의 시선이 조금 매서워졌다.


“안 일어나?”
“왜 왔어.”
“학교 데리고 가려고 왔다. 어쩔래!”


윤기보다 연배가 조금 높아 보이는 인상의 남자들은 여주의 등장에 꽤 흥미진진한 듯 바라봤다. 윤기가 귀찮다는 듯 여주의 팔을 뿌리치자 남자들은 호응을 하며 슬슬 자리에서 일어나 여주 주위를 맴돌자, 여주는 저놈들은 또 뭔가 싶어 인상을 찌푸렸다. 온몸에서 알코올 냄새가 진동을 하던 한 남자가 여주의 팔을 잡았다.


“선생님이신가 봐요?”
“......”
“야, 너네 학교 선생님은 다 이렇게 예쁘냐? 존나 예쁘네, 진짜.”


그때 윤기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그 남자를 밀어냈다. 남자가 밀려나고 여주가 윤기를 바라봤다. 윤기가 여주의 팔을 끌고 호프집을 빠져나간다. 조금 비틀거리는 자세였다.



“여기 오지 마. 또 오면 안 구해준다.”
“야! 너 진짜 왜 그러는데!”


글쎄. 윤기가 여주를 빤히 바라보다가 헛웃음을 터뜨린다. 나도 모르겠다. 이여주 집에서 나온 이후부터 그냥 이렇게 무기력해졌다. 첫 번째는 자존심이 상해서일 테고, 두 번째는 그 남자 때문일 거고. 첫 번째 두 번째 모두 살펴봐도 근본적인 원인은 너일 테고. 짜증나게 왜 나타나서 사람 마음을 헷갈리게 만들어, 진짜.


윤기는 조금 풀린 눈을 한 모습으로 여주를 벽으로 살짝 밀고 계속 여주를 주시했다. 여주는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이겠거니 싶어 슬슬 뒤로 물러서기 시작하고 윤기는 한숨을 쉬더니 뒤돌아선다. 네가 그렇게 방심하고 서 있으면 나도 어떻게 할지 모르겠어.


“너 학교 안 갈 거야?”
“안 가. 내가 가고 싶을 때 갈 테니까 신경 쓰지 마.”
“......”
“진짜 두 번은 안 봐준다.”


저건 뭔 소리인가 싶어 여주는 윤기를 노려봤다. 윤기는 뒤 돌은 채로 손을 팔랑 흔들더니 호프집으로 다시 들어가 버렸다. 저 녀석이 저런 식으로 나와 버리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렇게 상처받은 눈을 하고, 상처를 줄 일을 하고 다니면 난 너한테 뭘 해줘야 해? 시답지도 않은 위로를 해줄 수도 없고, 내가 인생을 얼마나 더 살았다고 충고를 해줄 수도 없고.


“......”


그나마 안심이 되는 건, 민윤기는 적어도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책임을 질 줄 아는 녀석일 것 같다는 것이었다.





**





매번 여주는 석진보다 이른 퇴근을 했다. 익숙하게 문을 열고 들어가니 벌써부터 음식 냄새가 풍겨오는 것 같았다. 여주는 아침보다 깔끔해진 집안을 보며 어머님이 오셨구나, 하는 예상이 들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앞치마를 하고 있던 석진의 엄마는 살짝 걸어 나와 여주를 맞이한다. 정말 서글서글한 인상에 굉장한 미인이셨다.


“안녕하세요.”


어색하게 여주가 인사를 건네자 석진의 엄마는 웃으며 대답한다.


“반가워요. 집에 문제가 생겨서 잠깐 같이 산다고 들었어요.”
“네, 그렇게 됐어요. 불편하실 텐데 죄송해요.”
“아니에요. 들어와서 옷 갈아입어요. 석진이도 곧 올 거예요.”


여주는 고개를 끄덕하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다. 그래도 어머님이 오셨으니 반바지 차림은 좀 그렇겠다 싶어서 긴 바지를 꺼내 입었다. 여주는 최대한 빨리 옷을 갈아입고 방에서 나왔다. 부엌에는 한참 요리가 진행 중인 듯 싶었다.


“도와드릴까요?”


여주의 말에 석진의 엄마는 고개를 내저으며 괜찮다고 사양했지만 이대로 있을 여주가 아니었다.


“제가 이래 봬도 요리를 좀 하거든요. 그거 썰려고 하시는 거죠? 제가 할게요!”


여주는 석진의 엄마에게서 칼을 빼앗아 들고 썰고 있던 야채를 마저 송송 썰었다. 빠르고 정갈한 칼질에 석진의 엄마는 조금 놀란 듯했다. 말투 하며 하는 짓이 꽤 싹싹해 보여서 마음에 들었다.


“정말 요리 잘하나 봐요?”
“아니에요. 김석진보다는 좀 하죠.”
“우리 석진이는 이런 거 잘 못하거든요. 워낙 지 애비를 꼭 빼닮아서.”


그럼 김석진 아버님도 정말 미남이시겠네요.


“말 편히 놓으세요.”
“그래도 될까?”
“그럼요!”


여주가 생글생글 웃자 석진의 엄마도 따라 웃었다. 여주의 트레이드마크라면 트레이드마크인 저 웃음은 옛날 고향에서 꽤 써먹히던 웃음이었다. 어른들에게 예쁨을 받고자 하는 묘한 독점욕에 저 웃음을 짓고 다녔는데 효과가 꽤 있었다. 여주는 생글생글 웃으며 석진의 엄마를 도와서 음식을 해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리고 석진이 들어왔다. 꽤 화기애애해 보이는 두 사람을 보며 멍하니 바라보며 웃어대던 석진은 큼큼하며 헛기침을 한다.


“어머, 아들 왔어?”
“그새 이여주하고 친해졌나 보네?”
“여주가 말이야, 어? 애가 참 싹싹하고 예쁘네.”


석진이 자신의 엄마의 뒤에 서있는 여주를 바라보는데 여주가 살짝 브이를 해대며 얄밉게 웃는다. 하여튼 저거 여우야.


“얼른 옷 갈아입고 나와. 배고프지?”
“알았어.”


석진은 방으로 들어가서 역시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두 사람은 만들었던 음식들을 식탁에 모셔놓고 먼저 앉아 있었다. 석진은 자신의 엄마 옆에, 즉 여주의 건너편에 앉았다. 석진의 엄마는 만족스러운 미소로 먼저 수저를 들었고 두 사람도 따라 들었다. 밑반찬이 정말 맛있었다며 여주가 살짝 말을 건네자 석진의 엄마는 크게 기뻐했다.


“우리 아들은 그런 얘기 잘 못하는데.”
“......”
“여주가 우리 며느리였으면 좋겠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거든.”


석진이 질색하자 여주는 살짝 석진을 노려보다가 곧 그 미소로 둔갑하며 석진의 엄마에게 또 생글생글 웃는다. 식탁 아래에서 석진의 발을 툭툭 걷어차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저 여우, 진짜! 석진이 인상을 찌푸리자 여주는 마음속으로 쾌거를 부르짖는다.


“오늘 엄마 하루 자고 가도 되는 거지?”
“뭐?”
“자고 간다고. 네 아빠한테 벌써 얘기 다 해놓고 왔어.”


잠깐 여주를 바라보던 석진은 침대 얘 방 하고 내 방 하나 있는데, 라며 말을 건넨다. 듣자 하니 석진의 식구들은 모두 침대 체질이시란다. 그렇다면 여주의 방이나 석진의 방 둘 중 하나를 내놓아야 한다는 소리였다. 여주는 고민을 하는 듯하다가 흔쾌히 얘기를 한다.


“어머님, 제 방 쓰세요! 제가 김석진 방에 바닥에서 자면 돼요. 저는 머리만 대면 잘 자거든요.”
“그렇다면 고맙지. 자, 어서 먹자.”


여주는 입으로는 웃고 있지만 막상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저녁식사가 어느 정도 끝이 나고 세 사람은 거실에 있는 소파에 둘러앉았다. 석진이 사온 과일을 깎던 석진의 엄마는 예쁘게 접시에 올려놓고 두 사람에게 권했다. 석진과 여주는 포크로 콕 찍어서 먹기 시작하는데 석진의 엄마는 마냥 흐뭇해져 두 사람을 바라봤다.


“여주 네가 막촌리에 살았었다며?”
“네.”
“어디 살았는데?”
“그 과수원 지나 초록 지붕집 아세요?”
“어머나, 네가 진숙이네 막내딸이니?”


그 말에 여주는 우리 엄마 이름을 어떻게 아냐며 석진의 엄마에게 되물었다. 이런 우연히 있을 수가. 오래전 석진의 엄마와 여주의 엄마는 고교 동창이셨단다. 석진의 엄마는 일찍이 남편을 외조하기 위해 서울로 와 있는 상태였고 석진은 할아버지의 성화에 못 이겨 그 마을에서 지냈다고 한다.


“그러니까 내가 네 얼굴을 못 볼 수밖에 없었지.”
“......”
“그래도 가끔 막촌리 갈 때마다 너희 집에 들르고는 했었는데. 기억 안 나려나?”


석진의 엄마의 말에 여주는 곰곰이 생각해보는 듯했으나 고개를 내저으며 모르겠다고 얘기했다. 석진의 엄마가 막촌리에 오래 머물렀어도 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막촌리는 꽤 넓은 마을이기 때문에 집들이 참 많았다. 석진과 여주는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서로의 집이 있어서 학교 이외에 볼 수 있을 리가 없었고 두 사람 다 3년 내내 다른 반이었기 때문에 학교에서 마주칠 일도 별로 없었다.


“신기하다. 진숙이는 잘 지내니? 안 본지 꽤 됐는데.”
“네, 그럼요.”


억척스러운 강지숙 여사는 잘 지내신답니다. 석진의 엄마는 새삼 과거 일이 생각이 난 건지 괜히 좋아하는 듯했다. 그러다 밤이 깊었으니 씻고 자겠다며 두 사람에게 인사를 하고 욕실로 사라졌다.



“신기해. 이여주 너랑 나는 어떤 식으로든 묶여있네.”


그러게 말이야. 친구로 묶였으면 참 좋았을 텐데.


“근데 넌 진짜 나 모르려나?”
“......”
“김석진 회장님은 워낙 유명했으니 모르는 분이 없으셨을 테지만.”
“글쎄, 난 계속 앞 건물에 있는 반이어서.”
“난 뒷 건물.”


이래저래 정말 인연이 꽝이었다. 너무 멀리 돌아서 재회를 한 것이 아닌가 싶다. 아, 물론 녀석은 날 기억할 리가 없으니 재회까지는 아니겠지만. 여주는 과일을 우물거리다가 계속 꽂히는 시선에 슬쩍 앞을 바라보는데 석진이 뚫어지게 자신을 쳐다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뭐야, 왜 쳐다봐?”


여주가 퉁명스레 내뱉은 말에 석진은 그냥 웃어버린다.


“왜.”
“무슨 과일을 토끼처럼 먹냐.”
“토끼? 또 놀리는 것 봐!”
“너 상해죄로 고소한다?”
“뭐?”
“상해죄의 처벌은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넌 포크 하나로 찌른다고 상해죄냐!”


포크로 찌를 기세던 여주는 어이가 없어서 석진을 노려보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자러 가겠다는 여주가 자신의 방 쪽으로 향하자 석진은 여주의 뒷덜미를 붙잡고 방향을 반대로 틀어버린다. 여주가 석진의 방 쪽으로 걷기 시작하는데 마음이 참 이상했다. 그래, 오늘 우리는 한 방에서 자는 거야. 그래, 그냥 자는 거야. 나 지금 안 떨어.





**





여주는 먼저 씻고 나와서 침대에 기대어 있었고, 석진도 대충 씻고 나왔다. 석진의 방에는 욕실이 딸려 있어서 굳이 밖의 욕실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었다. 석진은 침대에 떡하니 누워 있는 여주를 보며 손가락으로 까딱한다.


“나와.”
“뭐가.”
“난 침대 아니면 못 자거든.”
“그건 나도 마찬가지거든.”


여주가 살짝 째려보자 석진은 잠깐 고민하는 듯하다가 여주의 옆쪽으로 냉큼 누워버렸다. 여주가 놀라서 눈을 끔뻑이는데 석진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계속 누워 있다. 석진의 침대는 사이즈가 큰 편이라 두 사람이 누워도 충분한 넓이였다. 여주는 이렇게 둘이 누워있다가는 떨려서 잠도 못 자지 않을까 싶어서 자리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그래, 침대에서 안 잔다고 죽겠냐. 침대를 벗어나려는 여주의 팔을 붙잡는 건 석진이었다. 여주가 놀라서 뒤를 바라보는데 석진이 자신의 옆에 있는 베개를 툭툭 친다.



“그냥 자.”
“......”
“뭐하러 굳이 이불 깔고 밑에서 자. 어차피 침대도 큰데.”


여주는 불안한 눈빛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석진의 옆에 살포시 누웠다. 천장을 바라보며 눈을 깜빡이는 여주는 별생각이 다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옆에 누워 있는 게 석진이라고 생각하면 가슴은 마냥 콩닥콩닥 거리고.


“자?”
“아니.”
“자.”


무슨 인사가 저래. 여주는 괜히 산통이 깨지는 듯싶어서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그래,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그냥 난 잠자리가 없어서 여기 누워 있는 거고, 긴장할 필요는 전혀 없다 이거지. 여주는 오지 않는 잠을 달래려 머릿속으로 양을 세기 시작했다.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그런데 그 양의 얼굴이 왜 또 김석진이냐.




















민트차양♥ 님(200) 고양이천사 님(100) 눈나리는날 님(50) 실연 님(50)


모두 감사드립니다!





[1000포인트 이상]




헐렐렐 휘소님 고래입니당. 또 새해라구 2020 포인트를 주셨군욤. 이렇게 의미있는 포인트라니 절을 해야겠어요. 헤헤 항상 너무 감사해용. 2020 도 잘 부탁드려요. 오늘 하루도 행복하세염!



유니님 ㅠㅠ 고래입니당! 오랜만에 오셔서 이렇게 큰 포인트를 투척하고 가시다니욧. 이러면 저 감동해서 울어버릴거에여....ㅋㅋㅋㅋ 뻥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항상 감사합니당!



울 금손 작가님 어련님 ㅠㅠㅠㅠ 항상 저에게 안부도 물어봐주시고, 부끄러운 글도 봐주시고 ㅠㅠㅠ 넘넘 감사드리고 영광이에용... 새해에는 좋은 일만 가득하시기를 바라요. 헤 감사합니닷!



크림님 고래입니닷! 진짜 뜬금없는데 저희 동네에 메가커피라고 있는데 저 단골이에요... 헛소리였고 항상 좋아해주셔서 넘 감사해ㅕㅇ ㅠㅠ 오늘따라 건후가 넘 귀엽네용... 새해복 많이 받으세욥!!



케이 님, 고래입니당~~ 천사포인트는 케이님이 천사라서 그런거라고 생각할래여... 인정하시죠? 아무쪼록 2020도 잘 지내 보아용~ 항상 넘넘 감사드려욧.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용!


















글 왤케 오랜만인거 같죠(마즘)...이거 무조건 어남석진이에여...윤기는요. 제가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반박하지 말아주세여... 저는 양아치거든요. 제가 지금 잠이 좀 와서 횡설수설하네욬ㅋㅋㅋㅋㅋㅋㅋ항상 감사합니닷! 저는 아직 2020년인게 실감이 안나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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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망고포도  51일 전  
 알파카아녀....?ㅋㅋㅋㅋㅋㅋㅋㅌㅋ

 망고포도님께 댓글 로또 8점이 지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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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튀녀  76일 전  
 으아아아ㅏㅏ아나아아아넘 넘 서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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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양호  79일 전  
 으앙우 너무 설레 으아ㅏ 현실 손 흔들고 오도방정 난리났어요 꺄 진짜 1인 1석진 시급함! ㅠㅠ

 이양호님께 댓글 로또 9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hasam  79일 전  
 여주야 그거 양 아니고 알파카야..ㅋㅋㅋㅋㅋㅋ

 hasam님께 댓글 로또 2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_문달  79일 전  
 아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마지막말 ㅋㅋㅋㅋㅋㅋ

 답글 0
  비티에스_아미  80일 전  
 양 얼굴이 석진이 얼굴ㅋㅋㅋㅋ

 답글 0
  미늉가  81일 전  
 이런 소소하고 발랄한 분위기 너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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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uhoa47  92일 전  
 양 얼굴이 슥찌 얼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쭈야, 혹시 양이 아니라 알파카를 세고 있는거 아니니?ㅋㅋㅋㅋㅋ

 Yuhoa47님께 댓글 로또 7점이 지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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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콩이어무이84  117일 전  
 완전내스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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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백월  119일 전  
 여주야 김석진 얼굴이 알파카상이여서 그래ㅋㅋㅋㅋ
 잠만..
 그러면 여주는 양이 아니라 알파카를 카운트다운한것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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