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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05. 맞물리는 관계 - W.세상을누비는고래
05. 맞물리는 관계 - W.세상을누비는고래


추천 BGM : Sereno - 그림자 밟기



05. 맞물리는 관계















그동안 갑갑하게 만들었던 사건이 종결되었다. 물론 석진의 승리였다. 각종 비리로 시끄러웠던 정치인은 잡혀 들어갔지만 곧 보석금으로 풀려났다. 그로인해 아침 뉴스를 살펴보던 석진의 표정이 영 좋지 않았다.


“어? 저 사람 네가 집어넣지 않았어?”
“응.”
“역시 돈이면 다 되는가 보네.”


여주의 말이 더 가중되어 석진의 인상은 더 나빠졌다. 국을 내려놓던 여주는 입술을 비죽이다가 석진의 고개를 식탁 쪽으로 돌렸다.


“밥 먹을 때는 밥을 먹어야지, TV에 빠지면 안 돼.”


여주의 말에 석진은 싱겁게 웃어버렸다. 자신이 신경 쓰는 걸 알고 일부로 저러는 게 아닐까 싶었다. 석진은 젓가락으로 밥을 휘휘 저었다.


“지금 그 밥그릇에 밥풀이 몇 개쯤 들어있을까, 세고 있는 거야?”
“......”
“팍팍 먹어. 검사님은 아침을 든든하게 먹어야지!”


따닥따닥 잔소리를 늘어놓는 여주를 보며 석진은 일부로 보란 듯이 숟가락으로 밥을 퍽퍽 퍼서 입에 넣었다. 곧 급하게 먹은 탓에 사레가 걸린 듯 기침을 해대는 석진을 보며 여주는 한심스럽다는 듯 물 컵을 건넸다.



“하여튼 자존심이 밥 먹여주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고집부리지.”
“......”
“근데 저 사람 저렇게 풀려났는데 보복이라도 하면 어떡해?”
“그럼 또 집어넣으면 되지. 대한민국 검사를 함부로 건들면 어떻게 되는지 두고 보라고.”
“아주 대단하시네요.”


꽤 비아냥거리는 말투임에도 불구하고 석진은 웃어버렸다. 넌 말을 해도 꼭 얄밉게 해. 석진은 다시금 장난이 걸고 싶어서 두 손을 뻗어 여주의 볼을 잡았다. 말랑한 볼살을 주물럭거리자 여주는 숟가락을 소리 내며 내려놓는다.


“야!”





**





점심 식사를 맛있게 먹고 급식소 밖으로 나오는 데 갑자기 달려오는 학생들 무리를 보고 여주의 발이 멈춘다. 여주가 학생들을 쳐다보자 그중 한 남학생이 캔 커피를 건네고, 여주는 고개를 갸웃한다.


“드세요!”
“나 주는 거야?”
“네! 꼭 드셔야 해요!”


여주는 조금 놀란 듯 바라보다가 여유롭게 웃어버린다. 하여튼 이놈의 인기는. 여주는 꽤 시크한 척 표정을 짓더니 조심스레 캔 커피를 받았다. 태형은 웃더니 먼저 본관으로 들어가 버리고 그 남학생은 여주가 마실 때까지 기다리는 건지, 여주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여주는 할 수 없이 캔 커피의 뚜껑을 땄다. 하지만 그때, 누군가가 캔 커피를 빼앗아 들어서 커피를 마실 수는 없었다.


“야!”
“김민수, 이여주는 커피 안 좋아해.”
“네가 어떻게 알아.”


윤기가 가만히 여주의 입을 막고 대신 원샷을 해버렸다. 그에 망연자실이 되어버린 민수는 부끄러운 듯 친구들을 데리고 사라졌다. 그리고 여주는 윤기의 등을 퍽퍽 때려가며 간신히 벗어났다.



“너 죽을래!”
“너야말로. 누가 이런 걸 주는 대로 받냐?”
“독이라도 탔어? 마시라고 주는 건데 왜 마시면 안 되는데.”
“그야, 어쨌든 안 돼.”


여주는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간신히 억누른 채 윤기를 지나쳐가려 했고, 윤기는 재빨리 여주의 어깨를 잡았다. 여주가 뒤를 돌자 윤기는 여주에게 무언가를 살짝 던졌다. 여주가 받아들자 보이는 건 바나나우유였다.


“이거 나보고 마시라고?”
“어, 너랑 어울려.”
“너 완전 맞먹는다?”
“안 마시면 뒤진다.”


여주는 윤기를 노려보았고, 그런 여주를 보고 윤기는 살짝 웃는 듯하다가 여주를 지나쳐갔다. 하여튼 저 싸가지.





**





조금 덥다는 기분이 들어서 입고 있던 재킷을 벗었다. 손부채질을 하며 버스 정류장 쪽으로 향하는 데 워낙 인적이 드문 골목을 지나가는 탓에, 갈 때마다 좋지 않은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여주는 태연한 척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가 뒤에서 들리는 발소리에 조금 긴장을 했다. 침착하자. 여주는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고 뒤에 있던 사람 또한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웬만하면 좀 서지.”


여주는 낯선 목소리에 살짝 기가 죽어 걸음을 멈췄고, 남자는 다가와서 여주의 팔을 끌어당겼다. 얼떨결에 딸려간 여주는 남자의 얼굴을 확인했다. 남자는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는데 엄청난 덩치를 소유한 사람이라 감히 끽 소리도 못했다.


“뭐야? 같이 산다는 게 여자였어?”
“......”
“아무튼 꽁치 이 새끼는 제대로 된 정보 하나 말 안 하고. 야, 따라와라.”


이런 게 납치가 아닌가 싶어 여주는 나름대로의 반항을 해 봤지만 무지막지한 힘을 자랑하는 남자는 여주를 들쳐 맸다. 주위에 사람도 없고 소리를 지르면 큰일이 날까 싶어 어떤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있는데 남자가 휴대폰을 들었다. 짤막한 통화가 오가는 데 통화가 끊긴지 얼마 안 되어 한 대의 차가 골목 쪽으로 들어왔다. 여주는 정말 이대로 골로 가는 게 아닌가 싶어 긴장을 하기 시작했다.


“좀만 참아라. 어?”


남자의 말에 여주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고, 여주를 태운 차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골목을 빠져나갔다. 남자는 나름 납치의 상황을 만들려는 듯 여주의 입을 청테이프로 막았고, 준비한 밧줄 따위로 여주의 두 팔과 다리를 묶었다. 갑작스레 일어나는 일이라서 여주는 상황 대처법 따위는 생각하지도 못하고, 이 사람들이 누구인가 정도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좀만 참으면 김 검사 그 새끼가 올 거다.”
“......”
“김 검사 주위 사람 중에 만만한 게 너뿐인 걸 어쩌냐.”
“......”
“야, 꽁치야. 김 검사 번호는 따 왔냐?”


김 검사라면 분명 김석진일 텐데. 아침에 했던 대화가 생각나서 조금 소름이 돋았다. 이거 정말 앙갚음인가? 난 그 앙갚음에 이용되는 거고? 이거 완전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보던 상황이잖아. 꽁치라고 불리는 남자는 운전석에서 운전을 하고 있었고,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 여주의 옆에 있는 남자에게 건넸다. 건네받은 남자는 다소 영악한 미소를 내비추더니 휴대폰을 들었다. 여주는 조금 간절한 눈으로 휴대폰을 노려보았다. 그 녀석이 와서 해결될 일도 아닌 거 같은데, 괜히 저 때문에 위험에 처하는 건 아닌가 싶어서.


“김 검사님이십니까?”


남자의 목소리는 다소 차가웠다. 잠깐 통화가 오가는 듯하다가 남자는 만족스럽다는 미소를 일관한 채 통화를 끝냈다. 여주가 조금 걱정스레 남자를 바라보자 남자는 말없이 여주의 정수리를 문질렀다.


“가만 보니 좀 예쁘게 생겼네? 안 그러냐, 꽁치야?”


꽁치라는 남자는 원래 말이 없는 듯 별다른 대답이 없었다. 곧 낯선 창고로 들어간 남자는 이미 대기 중이던 사람들과 합류를 했다.


“형님, 오랜만이십니다.”
“그래, 이 귀염둥이 좀 간수 잘 해라. 곧 김 검사 오실 거다.”


그 무리 중 눈 밑에 상처가 있는 남자는 여주의 팔을 거칠게 잡아당겼다. 여주는 더 이상 두려운 듯한 눈을 보일 수가 없었고 묵묵히 그들이 하는 대로 몸을 따를 뿐이었다. 제발 운 좋게 모든 일이 끝나길 빌 수밖에 없었다.


“형님, 정말 김 검사가 올까요?”
“그 새끼 통화하는 목소리 보니깐 영 감이 안 잡히더라. 검사들은 다 그러냐?”


남자의 말에 주위가 꽤 부산스러워졌다. 여주는 몸이 꿇리는 과정에 다친 건지 무릎이 화끈거렸다. 아픈 것도 잊은 채 문만 바라보던 여주는 곧 덜컹거리는 소리에 눈이 커졌다. 설마 진짜 온 건가? 무리 중 하나가 문을 열자 웬 남자 한 명이 들어왔고 그 남자가 석진인 것을 알아챈 여주는 당황한 눈치였다. 네가 왜. 솔직히 올 거라고 기대를 하지 않았건만 보기 좋게 등장해버리니 당황할 수밖에 없잖아.



“인질을 좀 보여주지.”


석진의 말에 여주의 무릎을 꿇렸던 남자가 여주를 일으켰다. 여주가 절뚝거리며 앞으로 나섰고, 석진의 눈빛이 조금 날카로워졌다. 석진은 검지에서 뱅뱅 돌리고 있던 USB 칩을 그들에게 내보였다.


“우리 의원님이 보석금으로 풀려나서 겁이 참 많아지셨어. 고작 검사 하나에 이렇게 바들바들 거리시니 말이야.”
“......”
“인질부터 넘기지.”
“그쪽부터.”
“인질부터.”


양쪽 모두 팽팽한 기류가 흘렀다.


“인질부터 내놓지 않으면 난 그냥 갈지도 몰라.”
“......”
“너희 내 성격 알지? 내 뜻대로 안되면 내 성질대로 나간다는 거. 본전도 못 찾기 전에 먼저 내놔.”


석진의 말에 동요하는 듯 주위가 또다시 시끄러워졌다. 제일 우두머리로 보이는 남자가 대충 눈짓을 하자 여주를 잡고 있던 남자가 여주를 석진 쪽으로 밀었다. 중심을 잃고 쓰러진 여주를 일으키던 석진은 박수를 크게 두 번 쳤고, 곧 대기 중이던 경찰들이 들이닥쳤다. 조직원들은 당황한 듯 어떻게든 도망치려 창문을 깨기 시작했고 경찰들은 주위를 에워싸기 시작했다.


“......”


석진이 말없이 여주의 묶인 손발을 풀어주고, 청 테이프를 뜯어주었다. 여주는 입을 굳게 다문 채 석진을 바라볼 뿐이었다.


“너 진짜 사람 간 떨리게 만들래?”
“너야말로!”
“......”
“네가 뭔데 여기를 와! 너까지 큰일 났으면 어쩌려고 그랬어!”


여주의 목소리에 석진은 다소 놀란 듯 보였다. 자기 일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내 걱정까지 하고 있냐, 너는. 석진은 말없이 여주를 일으켰다. 여주는 다친 무릎 때문에 절뚝거리며 걷기 시작했고 곧 그것을 알아챈 석진이 멈춰 섰다. 여주가 석진을 바라보자 석진은 결심한 듯 여주에게 다가와 여주의 목뒤와 무릎 뒤쪽에 손을 놓고 번쩍 들었다.


“야!”
“너 쪽팔린 거 알아. 그러니까 좀 조용히 가자?”


석진은 천천히 창고 밖을 나갔다. 대기 중이었던 아미가 놀란 듯 석진 쪽으로 다가왔다.


“나 오늘 먼저 퇴근한다.”
“......”
“뒤처리 좀 부탁할게.”


석진은 살짝 웃더니 아미를 지나쳤다. 아미는 그대로 요지부동 상태였다. 왜 항상 너랑 여주 씨가 같이 있는 걸 보면 마음이 쓰이는 거지. 석진아, 나 왜 그럴까.





**





“아! 살살해.”
“엄살은.”
“아프거든!”


석진은 구급상자에서 큰 밴드를 찾아 여주의 무릎에 붙였다. 여주는 아린 듯 무릎을 살살 문질렀고 석진은 웃어버렸다. 하여튼 완전 엄살쟁이야. 석진은 수고했다는 의미로 여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검사 친구 둬서 고생 많다.”
“응, 무지무지 많지. 거의 죽다가 살아난 건데.”


마치 큰일이라도 한 듯 결의에 찬 눈빛을 내보이는 데 새삼 그 모습이 귀여워 보여, 석진은 다시 웃어버렸다. 여주는 조금 피곤한 듯 소파에 벌렁 누워 버렸다.


“자려면 방에 들어가.”


석진의 목소리에 여주는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대뜸 눈을 감았다. 곧게 뻗은 다리에 덜렁 붙어버린 밴드를 보니 괜히 속상해졌다.


“......”


처음 조직원 쪽에서 전화가 걸려왔을 때 얼마나 덜컹했던지. 하얗게 웃던 여주의 얼굴이 생각이 나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일을 해나가야 할지 막막해졌었다. 조금이라도 다치게 될 걸 생각하니 불안해 미칠 정도였다. 이 녀석이 나한테 이렇게 크게 작용했었나? 어떻게 작용을 하는 건데?


석진은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것 같아 머리를 살짝 헝클었다. 적어도 내 일로 인해 이 녀석이 다치거나 힘들어하는 경우가 없었으면 했다. 어느새 잠이 들어버린 여주는 작은 숨소리를 내뱉었다. 석진은 조심스레 손을 뻗어 흘러내린 머리를 쓸어 올렸다. 처음에는 피곤하게만 느껴졌던 이 녀석이 금세 소중해져 버린 걸 인정한다면 어떡하지. 나는 그런 것에 별로 익숙하지 않은데.


“완전 잠만보네.”
“......”
“그런 큰일을 당하고도 잠이 오냐?”


머리를 쓸어 올리던 손이 여주의 얼굴 쪽에 닿으려다 허공에 머물렀다. 정말 감당 안 되는 녀석이네.





**





“아내가 임신이라고요?”
- 응.
“축하드린다고 말씀드려야겠죠?”


아미의 말에 남자는 낮게 웃어버렸다. 아미는 남자가 야속하게 느껴졌다. 자신이 얼마나 속상해할지 뻔히 알고 있으면서. 온갖 쿨한 척 넘길 때마다 마음이 속상한 건 이해해줘야 한다. 세상 그 누가 좋아하겠는가.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의 아내가 아이를 가졌다는데.


“행복하시죠?”
- 아미야.
“알아요. 괜히 물어봤네요.”
- 미안하다.
“덜 사랑하는 쪽이 사과하는 건 더 사랑하는 쪽을 비참하게 만드는 거 알아요?”


남자는 말이 없었다.


“형민 씨.”
- ......
“끊을게요.”


대답을 들을 새도 없이 아미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리고 그대로 책상에 고개를 박아버렸다. 이제는 익숙해졌다고 스스로 주문을 걸어 봐도 마음 상태는 여전히 아찔했다. 이럴 때마다 생각나는 건 역시 석진이었다. 이래서 더 사랑하는 쪽은 항상 손해라니까. 수레바퀴처럼 굴러가는 내 마음이 복수하는 것 마냥 너에게 전달되잖아. 아미는 단축번호 2번을 꾹 눌렀다. 익숙하게 뜨는 이름과 함께 컬러링이 흘러나왔다.


- 응.
“석진아, 나 좀 만나줘.”
- ......
“응?”


너와 내 관계는 그와 나의 관계와 비례하여 맞물려져 있다. 너에게 미안한 감정도 이제는 바래져간다.





**





“밥 줘.”
“......”
“밥 줘!”


석진은 침대에서 일어날 기력이 보이지 않는 여주에게 소리를 지르면서 콕콕 몸을 찔렀다. 인상을 찌푸리며 몸을 뒹굴뒹굴하는 여주를 보자 괜히 또 마음이 간질거려서 석진은 웃어버렸다. 네가 이러면 어쩔 수 없지. 석진은 여주가 둘둘 말은 이불 그대로 번쩍 들었다. 여주는 갑자기 붕 뜬 기분에 눈을 떴고, 곧 석진의 품에 안겨 있는 걸 보고 질겁했다.


“야, 내려놔!”


자다가 일어나서 조금 잠긴 목소리가 새삼 생소했다. 석진은 여주를 데리고 그대로 부엌으로 가 내동댕이쳤다. 여주는 이불을 돌돌 말은 채 바닥을 기어 방 쪽으로 향하려다가 석진에게 잡혀 버둥거렸다.


“어딜 도망가!”


석진의 목소리에 여주는 두 손 두 발 다 들은 듯 이불에서 벗어났다.



“여주야, 나 콩나물국 먹고 싶어.”
“개자식.”
“국어 선생님은 말 예쁘게 하는 거래도.”
“개자식, 개자식, 개자식!”


하여튼 말을 좀 예쁘게 하면 어디 덧나나? 여주는 구시렁거리며 앞치마를 맸다. 석진은 멍하니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또 여주가 너무 귀여워 보였다. 냉장고에서 콩나물을 꺼내 다듬기 시작하는데 완전 주부 9단이었다. 이여주는 매번 투덜거려서 문제지, 해달라고 해서 거절을 제대로 한 적도 없다. 그런 거 보면 얘가 성심은 착한 것 같은데, 성장 과정에서 무슨 문제가 생긴 건지 육두문자가 남발하는 거다.


“뭘 쳐다봐, 이 개자식아.”


마치 저렇게.


“오늘 저녁은 외식할까?”
“정말?”
“너무 좋아하지 마라.”
“너무 좋은데 그럼 티를 어떻게 안 내냐!”


여주는 급 기분이 좋아져 흥얼거리며 콩나물을 다듬는다. 무슨 사람이 저렇게 단순하냐. 석진은 혀를 내두르며 거실로 향했다. 그리고 우연히 TV를 틀었는데 대문짝만 하게 아미의 얼굴이 나왔다. 이번에 큰 사건 하나 처리했다더니 찬양이 대단했다.


“아미 씨, 이번에 사건 하나 처리했나 보네?”
“어.”
“대단하다. TV에도 다 나오고.”
“나도 가끔 나오거든?”
“예, 잘나셨어요.”


잔뜩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섞인 듯한 말투에 석진은 대꾸를 하지 않았다. 아미가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환하게 웃는데, 그 모습이 정말 화려했다. 저 아이는 저렇게 대중의 관심을 무척 좋아했다. 스스로 화려한 것을 찾기를 원했고 빛나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그 아이가 택한 게 그 남자였다.


“아미 씨는 애인 생기면, 그 애인은 진짜 좋겠다.”
“......”
“얼마나 땡잡은 거야. 예쁘지, 능력 좋지.”
“있어.”
“진짜?”
“응, 유부남.”


순간 콩나물을 다듬던 여주의 손이 멈칫했다. 그리고 그 말이 장난 같아 보여서 석진을 살짝 바라보는데 석진의 표정이 굳어있었다. 거짓말은 아닌 것 같고. 여주는 문득 석진과 아미의 관계를 생각해 보았다. 저 녀석 성격에 남의 사진을 소중하게 액자에 걸어 간직할 성격도 아니고, 두 사람 관계가 특별한가? 그런데 아미 씨는 애인이 있고.


이상한 쪽에 눈치가 빠른 여주는 이렇게 단정 지을 수밖에 없었다. 비단 액자의 문제가 아니라 저 녀석이 아미 씨에 대해 말하는 것이나 행동하는 것을 보면 느낄 수 있었다.


“너.”
“뭐.”
“아니야.”


아미 씨, 좋아해? 라는 물음은 삼킬 수밖에 없었다.





**





석진이 여주를 데리고 온 것은 지난번 음악선생과 선을 봤던 그 레스토랑이었다. 여주는 괜히 께름칙한 기분이 들어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고, 석진은 그런 여주의 표정이 새삼 신기해서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메뉴판이 두 사람 앞에 놓이자 여주는 착착 넘기며 일부로 비싼 음식을 고르기 시작했다.


“넌 돈 잘 버는 검사님이니까 비싼 거 시켜도 되지?”
“말이 또 어떻게 그렇게 되냐.”
“다 그런 거야. 나중에 내가 월급 타면 쏠게.”


여주는 절대 지키지 않을 것 같은 약속을 하고는 메뉴를 뒤졌다. 결국 코스 메뉴로 석진이 추천을 해서 그걸 시키고 잔에 담긴 물을 마셨다.


“너 한 선생님하고 연락해?”
“그게 누구야?”


연락 안 하나 보군. 여주는 뿌듯한 마음을 숨기고 애써 한심한 척 석진을 바라보았다.


“한승미 선생님 말이야. 너하고 선 본 여자.”
“그 후로 연락 안 와. 누가 나를 완전 임자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놔서 말이지.”
“아니거든!”
“괜히 찔리니까 발끈하기는.”


이 녀석하고 말싸움을 하면 절대 이길 수가 없다. 여주는 괜히 자존심이 상해서 물을 벌컥 들이켰다. 시시콜콜한 몇 마디가 더 오가자 애피타이저라며 나온 음식에 이어 수프가 나왔고, 여주는 별 감흥 없이 조금 먹기만 했다. 석진 또한 마찬가지였다. 곧 본 메뉴가 나오고 나서 여주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보였다. 오랜만에 몸에 기름칠 좀 하겠구나. 먹으면서 쉴 새 없이 떠들어대는 여주를 보며 석진은 충분히 귀찮아할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꼬박꼬박 잘 대답해주었다. 볼이 빵빵해질 정도로 먹으며 힘겹게 얘기하는 게 귀여워 보이니까.



“그 자식이 아직도 너 괴롭히냐?”
“누구? 아, 민윤기?”
“......”
“걔가 나 괴롭히는 건 어떻게 알았어? 걔 전에 연회장에도 왔었는데.”


아주 잘 알지. 수컷 냄새 폴폴 풍기는 건방진 꼬맹이.


“걔랑 말 섞지 마.”
“얼씨구?”
“눈도 마주치지 마.”
“적당히 해. 걔가 우리 반 학생인데 어떻게 말도 안 섞고 눈도 안 마주치냐?”


아무튼 저 답답한 이여주는 그 녀석 속도 모르고 이렇게 헤벌쭉이지. 석진은 여전히 마음에 안 드는 듯한 눈빛을 내비치고 있었다. 여주는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어버렸다. 그러다가 우연히 주위를 둘러보는데 익숙한 사람이 보여 어! 하며 테이블을 가리켰고, 석진은 여주를 손가락을 따라 뒤를 돌더니 곧 표정이 굳는다. 눈앞에 보이는 건 아미와 그 문제의 유부남이었다.


“진짜 유부남하고 사귀는 거야?”
“......”
“잘생기기는 했네.”


여주가 멍하니 두 사람 쪽을 주시하고 있자 석진은 미련 없이 고개를 돌려버렸다. 또다시 억눌러져 있던 마음이 흔들렸다. 석진은 미처 다 먹지 않은 여주를 데리고 일어났다. 여주가 놀라서 석진을 바라보며 아직 다 안 먹었다고 말을 했지만 석진은 그대로 여주를 끌고 레스토랑을 벗어났다.


“야! 변덕도 정도껏 부려.”
“술이나 마시자.”
“......”
“나 술 마시고 싶어.”


석진의 눈빛을 보니 또 화를 낼 수가 없어서 여주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주위를 좀 벗어나니 포장마차 하나가 보여서 두 사람은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왔다. 석진은 어묵 국물만 떡하니 시키고 소주를 까기 시작했다.


“너나 마셔.”
“......”
“한 명은 정상이어야 되잖아. 요즘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데.”


여주의 말에 석진은 싱겁게 웃다가 잔에 가득 채워진 소주를 들이켰다. 쓴 표정을 지은 채 소주를 들이켜는 석진을 보니 여주는 마음이 안 쓰일 수가 없었다. 김석진이 정말로 아미 씨를 좋아하는 건가. 괜히 안쓰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여튼 이래저래 사람 걱정만 시킨다니까. 아니, 근데 나는 또 왜 김석진 걱정으로 머릿속이 꽉 차는 건데.



“고등학교 때부터, 신경이 쓰여서 견딜 수가 없었어.”


석진의 목소리에 여주의 고개가 절로 들렸다.


“그저 화려하고 빛나는 걸 좋아해서 앞만 보고 달리니까 넘어지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지금까지 왔어.”
“......”
“물론 고백도 했었어. 정말 당시에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마음을 담아서.”


그런 얘기를 왜 나한테 내뱉는 건데. 여주는 괜히 짜증이 돋아서 한 대 때려버릴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석진은 말없이 소주잔을 계속 들이켰다. 너 지금 속상해서 나한테 하소연하는 거지? 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고작 유부남일까, 하는 마음이라서. 그런 거 맞지? 여주는 조금 떨리는 손을 뻗어 석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언젠가부터 습관처럼 자신의 머리를 매만져주던 손은 아니었으나 최대한 흉내를 내보며 석진의 마음을 위로하는 듯했다.





**





잔뜩 취해버린 녀석을 낑낑거리며 집안까지 들였는데, 제 자신이 정말 장하다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여주는 석진을 이끌고 석진의 방까지 들어오는 데 성공했다. 석진을 눕혀놓고 한숨 돌리는 차에 괜히 또 마음이 이상해져서 씻고 잠이나 자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주가 송골송골 맺힌 땀을 살짝 닦고 뒤를 돌려는데 우악스럽게 잡힌 손목에 이어 몸이 기우뚱하고 침대로 넘어졌다.


“야, 너 눈 풀렸어.”


여주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건지 석진은 여주를 눕히고 주시하기만 했다. 살짝 거친 숨이 들려오는 듯싶더니 그대로 돌격. 잠시만 돌격? 여주는 당황스러워 눈을 동그랗게 떠서 석진을 바라본다. 지금 네가 입술박치기를 하고 있는 상대가 누구인지는 아는 건지, 석진은 눈을 지그시 감고 있었다.


“야, 너 지금 미친 거 아니야?”


입을 맞추는 건.



“... 아미야.”


사랑하는 사람하고 해야지, 이 녀석아. 그대로 아미의 이름을 부르고 자신의 위로 쓰러지는 석진을 보는데 못내 미워졌다. 여주는 입술을 꾹 깨물고 무게감 있게 위에 쓰러진 녀석을 밀어내지도 못했다. 괜히 마음이 서러워졌다.


“나쁜 새끼.”


적어도 상대방은 생각해줘야지.




















고양이천사 님(200) 토끼네설탕 님(200) jechjl14 님(50) 씅. 님(29)


모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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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휘소 님, 큰 마음 쓰셨네요 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제가 이과출신이라 뷰티풀 드립...좋았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항상 큰 사랑 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오늘은 날씨가 좀 춥네요. 따뜻한 하루 되시기를 바라요. 메리 크리스마스!




석진이 질투를 넘 좋아하시는 예빈 님ㅋㅋㅋㅋㅋ포인트를 석진이 생일과 크리스마스에 맞춰서 주셨다고 했는데 센스 굿이에용~~ 항상 너무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많이 좋아해주셔요. 메리 크리스마스에요!



사막 님 ㅠㅠㅠㅠ 예전부터 사막 님을 봐왔는데 드디어 작당이 되셔서 같은 작가가 되었네요. 너무 뿌듯한 것 같아요... 그런데도 이렇게 잊지 않고 찾아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앞으로 건필하셨으면 좋겠어요.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당!



타몽님 예쁜 네임텍 사셨나욥 헤헤헤ㅔㅎ 항상 커다란 사랑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하는 고래될게요. 팬덤에서도 꾸준히 댓글 달아주시구 ㅠㅠㅠㅠㅠ 넘넘 고마워요. 오늘 하루도 행복하세요.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당!



케이 늼~~ 갠공에서 글 읽으시랴 여기서 읽으시랴 바쁘시죸ㅋㅋㅋㅋㅋ어떻게 이렇게 꾸준히 읽을 수 있는지 신기해요. 저라면 지겨울...앗...ㅋㅋㅋㅋㅋㅋ아무튼 항상 너무 고마워요. 저에게 큰 힘이에요. 오늘 하루도 행복하시길! 메리 클쓰마스!!



















저는 오늘 그냥 방콕하고 있다가... 가요대전 봐야되는 거 생각나서 후다닥 올려요;;; 늦었네요 반성합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항상 너무 고마워요. 크리스마스 마무리 잘 하시고, 즐거운 연말 되셔요!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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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티티타타  7일 전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석찐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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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indy_cloud  26일 전  
 하....나 반대야 여주는 그냥 윤기꺼 하자..

 cindy_cloud님께 댓글 로또 13점이 지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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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고포도  51일 전  
 ㅠㅠㅠㅠㅠㅠ그건아니지...ㅠㅠ

 망고포도님께 댓글 로또 7점이 지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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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튀녀  76일 전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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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양호  79일 전  
 석진아 난 아미 싫다 나 갖긴 싫고 남주긴 아깝다고 생각하는 애...

 이양호님께 댓글 로또 29점이 지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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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_문달  79일 전  
 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 슬픈고아닙니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_문달님께 댓글 로또 2점이 지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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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티에스_아미  80일 전  
 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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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늉가  81일 전  
 착각하는거는 좀 심했다
 이거는 누구든 속상하지....

 미늉가님께 댓글 로또 9점이 지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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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주가될래요  93일 전  
 석진이가 잘못했네

 여주가될래요님께 댓글 로또 4점이 지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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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웅  93일 전  
 아구.....상처 받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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