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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04. 둘의 차이 - W.세상을누비는고래
04. 둘의 차이 - W.세상을누비는고래


추천 BGM : Sereno - 작은 행복으로부터



04. 둘의 차이















TV를 틀어도 심심한 게 뭔가 부족한 기분이 들어 여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김석진이 늦어서 그런 건가. 여주는 TV 채널을 계속 돌려보다 결국 휴대폰을 들었다.


[야, 오늘 늦냐?]
[야, 오늘]
[야]



여주는 괜히 이렇게 카톡을 보냈다가는 며칠을 놀림을 당할 것 같아 화면을 껐다. 내가 어? 너 없으면 못 살 것처럼 카톡을 보내게 되면 이여주의 자존심이 얼마나 상하게 되는데. 여주는 애꿎은 휴대폰을 꾹꾹 누르다가 갑자기 걸려온 전화에 덜컥 받아버렸다. 번호도 확인을 못한 채로.


“여보세요? “
- 집 주소, 문자로 날려라.


그리고 끊겨버린 전화. 여주는 목소리로 봐서 누군지 분간이 가지 않아 번호를 확인했는데 윤기였다. 여주는 조금 황당한 감이 생겼지만 날리라면 날려야죠. 잘난 민윤기 씨인데. 여주는 꽤 속도감 있게 문자를 날렸고, 확인을 한 건지 만 건지 답장은 없었다. 피곤한 기색이 생긴 건지 여주는 살짝 소파에 기대어 잠이 든 것도 같았다.





**





아미의 오피스텔에 도착한 석진은 버릇대로 자신이 문을 열고는 했다. 어디서 배운 버릇인지는 저도 모르겠다는 듯 아미는 말없이 집 안으로 들어왔다. 며칠을 집에 안 들어 간 탓에 냉기가 가득한 집안이었다. 옆집 아줌마께 맡긴 똘이를 되찾고 집안에 내려놓자 똘이는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똘이는 꼬리를 살랑거리고 있었다.


“방이 너무 춥네.”
“보일러 좀 틀어야겠다. 거기 앉아 있어.”


아미의 말에 석진은 자리에 앉았다. 맡은 사건이 있어 도움을 청하고자 아미의 집에 찾아왔는데 올 때마다 참 사람 사는 집 같지가 않았다. 녀석이 집에 정붙이고 안 사는 탓도 있겠지만 이런 분위기를 즐기는 건지 습관이 되어버린 것 같다. 석진은 아미가 건넨 주스를 받아 그 자리에 마셨다.


“설마 이것도 유통기한 지난 건 아니지?”
“아니야.”


지난번 아미의 집에 왔을 때 오래 방치된 음료를 마시고 얼마나 기겁을 했던지. 아미는 혹시 몰라 음료수 병의 유통기한을 다시 확인했다. 다행히도 3일 정도 남은 듯 보였다. 똘이는 꼬리를 살랑이다가 석진의 발밑으로 자리를 잡아 앉았고, 석진은 똘이를 한 손으로 들어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버릇을 잘못 들여놨나. 사람 때 타는 걸 엄청 좋아하네.



“누구랑 비슷하네.”
“......”
“너도 사람 좋아하잖아.”
“그런가.”
“그래서 나도 곁에 두는 거겠지.”


조금 가시가 박힌 말에 아미는 힘없이 웃었다. 대학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 모든 걸 꿰뚫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석진의 마음은 너무 뒤늦게 알아버렸다. 언제였더라. 내가 무지 아픈 날이 있었는데 김석진은 한 걸음에 우리 집으로 찾아와 이것저것 잘 챙겨주었다. 매번 불안해 보이는 나로 인해 김석진은 내 손을 꼭 붙잡고 얘기하더라. 난 널 좋아하고 있으니 혼자 아프지 말라고.


“무슨 말이 그래. 설마 아직도 그 시답지 않은 감정 타령하는 거야?”
“너무하네. 누구한테는 진심이고 상처거든.”


나의 대답은 당연히 킥이었다. 김석진을 친구 이상으로 두기에는 너무 멀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당시 나에게는 짝사랑하는 상대가 있었고 잘 되어가는 시점이었다.


“너의 그 사람은 잘 지내냐?”
“물론.”
“너랑 알콩달콩?”
“물론.”


나에게 있어 유부남을 사랑한다는 건 죄악이었다. 그 남자의 아내에게 들키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불안해하는 마음도 이젠 익숙해졌다. 김석진을 그걸 알고 있으면서 늘 내게 헌신적이었다. 정말 평생을 나만 볼 것처럼. 정말 영악한 건 내가 그 마음을 이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여주 씨는 잘 지내고?”
“그 녀석은 워낙 근성이 뛰어나서 뭘 하든 잘 지내지.”
“여주 씨한테 유독 까칠하다, 너?”
“뭐, 그 녀석 놀리는 재미가 쏠쏠하달까.”


석진의 눈을 보며 아미는 알 수 없는 기분을 느꼈다. 정말 이여주라는 사람은 너에게 재미만 주는 사람인 거 맞니?





**





잠깐 선잠이 들을 때쯤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여주는 귀찮은 듯 인상을 찌푸렸다. 계속해서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여주는 벌떡 일어나 현관 쪽으로 향했다.


“김석진이야? 문 따고 들어오면 될 거 가지고 왜 이렇게 소란이야.”


여주가 문을 열자 보이는 건 윤기의 얼굴이었다. 교복 차림 그대로인 녀석은 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내가 미처 인사를 하기도 전에 집안으로 발을 들였다. 저 녀석은 또 왜 갑자기 찾아온 거야? 여주는 일단 윤기를 집 안에 들이기로 결정했다. 윤기는 신발을 벗고 성큼성큼 다가가 여주가 앉았던 자리 근처로 앉아버린다.



“공무원이라서 돈 없다더니 잘 사네.”
“친구한테 얹혀사는 거야. 너는 여기 무슨 일이야?”
“집 나왔어. 하루만 재워줘.”


이 녀석이 지금 뭐라는 거지? 그러니까 네가 지금 가출한 비행 청소년이라 이거야?


“안 돼, 집으로 돌아가. 이게 무슨 짓이야.”
“정 그러면 뒷골목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콱 사고나 쳐버리지.”
“야!”
“재워준다고? 고맙다.”


내가 언제 말이라도 했던가? 여주는 막무가내인 윤기를 막을 도리가 없었다. 지금껏 봐 온 녀석으로 봤을 때 쫓아버리면 정말 말 그대로 시행할 것 같아서. 여주는 석진에게 양해라도 구해야 할 것 같아서 휴대폰을 켰는데 어느 틈인지 석진에게서 카톡이 와 있었다. 오늘 일 때문에 외박을 할 것 같으니 문단속 잘하고 자라는 카톡. 다행이라 생각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너 하루만 재워주면 집으로 갈 거야?”
“어, 나 원래 답답하면 이러다가 집에 가고 그래. 그래서 아무도 신경을 안 써.”


정말 삐뚤빼뚤한 마음이었다. 여주는 한숨을 쉬다 윤기의 옆자리에 앉았다. 윤기는 잠시 배를 움켜잡더니 배가 고프다며 여주를 졸랐다. 여주는 어이가 없다는 눈빛으로 윤기를 바라보다가 부엌으로 향했다. 대충 재료를 뒤져 볶음밥을 했는데 녀석이 냄새를 맡고 슬슬 식탁으로 다가왔다. 그릇에 볶음밥을 담고 녀석의 앞에 내놓으니 녀석은 한 입 두 입 먹기 시작했다.


“맛있지?”
“짜네. 존나 맛없어.”
“싫으면 먹지 마.”


여주가 그릇을 뺏으려고 하자 윤기는 그릇을 잡아당겨 뺏기지 않으려는 태세를 갖췄다. 이제는 화를 내는 것도 지친 건지 여주는 말없이 먹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고등학교 남자애답게 식욕이 왕성할 텐데, 녀석은 급하게 먹지도 않고 정말 배운 녀석대로 먹었다. 어릴 적부터 예의범절을 배웠나. 하긴 부잣집 도련님이랬지.


“친구 누구랑 사는데? 여자?”
“남자. 궁금한 것도 많다.”
“뭐? 남자랑 같이 산다고?”
“야,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라? 진짜 그냥 얹혀사는 거니까. 아무 사이도 아니야.”


윤기는 묵묵히 밥을 먹었고 어느새 한 그릇 뚝딱 비웠다. 여주는 다 먹은 그릇을 확인하고 물을 떠다 준 뒤 그릇을 싱크대에 담근다. 윤기는 물 한 잔을 쭉 들이켜더니 여주를 다시 자신의 건너편으로 앉힌다.


“야.”
“왜.”
“너 뭐냐?”
“뜬금없이 무슨 소리야?”


집은 막상 나왔는데 생각나는 사람이 어째서 너냐는 말이야. 처음 담을 넘다가 만났을 때부터 왜 자꾸 거슬리는지. 너만 보면 왜 자꾸 마음이 간질간질 거리는 건지 모르겠네. 여주는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윤기를 바라보았고 윤기는 이내 한숨을 내쉰다. 물어 본 내가 머저리다, 머저리지. 윤기의 시선이 곧 여주의 얼굴에 머무르고 빤히 바라보는 윤기를 보며 여주는 능청을 떨기 시작한다. 양손으로 턱을 괴고 최대한 깜찍한 표정을 짓고는.


“왜, 귀여워 죽겠냐?”


윤기는 웃음이 터지려는 걸 간신히 참는다. 그래, 귀여워 죽겠다. 나보다 나이는 훨씬 많은 게 왜 이렇게 생겨 먹은 거야?



“귀엽기는. 못생긴 게.”
“야!”
“나 졸려. 안 자냐?”


여주는 실망스러운 눈빛을 하며 슬슬 식탁에서 멀어져 갔다. 나쁜 놈, 빈말은 죽어도 없지? 여주가 성큼성큼 욕실로 들어가는 모습이 그대로 눈에 들어왔다. 역시 이여주는 이상하다. 여주가 칫솔을 입에 앙 물고 집안을 누비는 데 그 모습을 가만히 관찰하던 윤기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정말 딱 유아용 칫솔에 딸기 맛 치약을 짜서 양치질하는 게 가장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야, 이리 와봐.”


윤기가 손을 까딱하자 여주는 총총걸음으로 윤기에게 다가섰다. 입에 여전히 칫솔을 문 채 윤기를 바라보는데 윤기는 볼을 쭉 잡아당겼다. 여주는 갑작스러운 행동에 대뜸 소리를 질렀고, 치약이 윤기의 얼굴에 묻어버렸다.


“너 죽을래!”
“미안.”
“치약 다 묻었어. 더럽게, 진짜!”


윤기는 욕실로 들어갔고 여주는 윤기의 뒷모습을 향해 몰래 웃어줬다. 고거 참 쌤통이구나.





**





자료 타이핑을 하다가 잠이 든 듯 아미는 책상에 얼굴을 박았다. 아미가 새벽에 약하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이제는 이런 생활이 익숙해질 만도 할 텐데 아미는 잠을 이기지 못했다. 석진은 방에서 담요를 꺼내와 아미의 몸을 덮어줬다.


‘좋아해.’
‘알고 있어. 하지만 미안해. 나는 그냥 친구로 지냈으면 좋겠어.’


나를 거절한 이유가 고작 유부남 때문이었다는 걸 알게 된 날. 정말 처음으로 최아미에게 화를 냈다. 나를 좋아하지 않아서라기보다는 유부남이라는 타이틀이 최아미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너만큼 잘난 사람도 없을 텐데 왜 유부남이어야 할까. 한 번은 물어 본 적도 있었다. 그 사람이 뭐가 좋냐고. 최아미는 살짝 얼굴을 붉히며 대답을 했었다.


‘다, 그냥 다 좋아.’


최아미는 내가 봐도 약간 영악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 탓에 내 마음이 어떨지 배려조차 못하고 조금 직설적이게 얘기하고는 했다. 그게 최아미 나름의 매력이라고 생각을 해버리면 익숙해지는 것도 같았다. 번뜩 이여주의 얼굴이 떠올랐다. 최아미와는 정 반대의 성격을 가진 녀석. 완벽하고 꼼꼼한 아미와는 다르게 어딘가 어수룩하고 서툴기만 한 녀석. 그래서 뭐든지 내가 챙겨야만 했고, 아미는 챙겨주는 게 익숙하지 않다며 스스로 하려는 성격이었다. 워낙 단순하고 어린애 같은 구석이 있어 놀리는 재미가 쏠쏠한 이여주는 지금쯤 자고 있으려나.



“......”


연락을 한 번 해보려다가 그냥 화면을 꺼버렸다. 정말 내가 녀석에게만 까칠한 걸까. 처음 이여주를 봤을 때는 고향에 있었던 누군가구나 싶었는데 점점 존재감이 커지기 시작했다. 그 어수룩한 행동과 짜증 섞인 말투도 그러했고, 세상을 처음 맞이한 사람처럼 환하게 웃는 하얀 미소도 그러했고.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석진은 웃음이 터졌다. 나도 미쳤지. 갑자기 이런 생각을 왜 하는 거야? 내일은 뭐 좀 시켜 먹자고 한 번 말해봐야겠다. 그럼 녀석은 밥 안 해서 좋다고 환호를 하려나.


최아미와 이여주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





**





여주는 종이 치는 것과 동시에 배가 고픈 것을 느끼고 급하게 교무실로 향했다. 오늘 메뉴는 뭐였더라. 식단표를 확인하던 여주는 마음에 드는 음식이 없는 듯 실망한 눈치였고 곧 책상에 널브러지고 말았다. 밥을 먹으러 가자는 태형의 말에 여주는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갑자기 자신을 찾는 누군가를 확인하고 다시 자리에 앉아야 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꽤 나이가 있어 보이는 여성을 보며 여주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태형에게 먼저 가라는 식으로 눈치를 줬고, 태형은 고개를 끄덕이며 나가려고 하는 체육 선생님을 붙잡고 함께 급식소로 향하는 듯했다.


“저는 윤기 도련님 집에서 일하고 있는 가정부입니다.”
“아.”
“사모님이 학교생활 좀 대신 들여다보라고 명하셔서 이렇게 찾아왔어요.”


절로 인상이 찌푸려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무리 바쁜 사람이겠지만 이건 좀 너무하다 싶었다. 직접 오지 않아서 예의가 없다는 생각이 든 것이 아니라, 아들의 학교생활이 궁금한 사람이 이런 식으로 하겠나 싶어서. 여주는 공동 냉장고의 문을 열어 음료수 한 병을 여자에게 주었다. 여자는 두 손으로 받으며 음료수 병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윤기 도련님은 요즘 조용한가요? 사고치는 횟수가 조금 준 것 같아서요.”
“저기,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윤기네 집안 사정을 좀 듣고 싶어요.”


여주의 말에 여자는 고민하는 듯싶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듣자 하니 윤기가 태어나기 전부터 가정부 일을 한 탓에 집안 사정을 잘 꿰뚫고 있는 듯했다.


“전 사모님은 윤기 도련님이 태어나시자마자 도망을 가셨어요.”
“......”
“반대가 심한 결혼을 하셔서 그에 대한 스트레스가 엄청나셨거든요.”
“그럼 현재 엄마라고 하는 분은 새엄마예요?”
“그런 셈이죠. 사장님의 비서로 계셨던 분이에요. 이런 말 하는 것이 좀 결례라고 생각하지만 생각보다 좋으신 분은 아니에요.”


듣자 하니 새엄마라고 불리는 여자는 돈 때문에 결혼을 승낙했다고 한다. 워낙 젊고 예쁜 미모로 여기저기서 구애를 많이 받은 인생 같은데, 돈 하나로 자신과 나이 차이가 꽤 나는 남자와 결혼까지 할 정도면 엄청난 여자가 아닐까 싶었다. 얼마 못가 두 사람 사이에서는 아들이 태어났다고 한다. 그러니까 윤기에게는 동생이 되는 아이가.


“지금 초등학생이에요.”
“나이 차이가 꽤 나네요?”
“......”
“근데 윤기가 집에서 꽤 애물단지 취급인가 봐요.”


농담스레 던진 말에 여자는 당황하는 눈치였다. 여주는 한숨이 나올 뿐이었다. 애물단지 정도가 아닌가 보네. 여자의 말에 의하면 윤기는 아예 집안사람의 취급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각종 행사에서 가끔 제외되는 것은 물론, 심할 때는 윤기의 아버지에게는 현재 윤기의 동생만 자식으로 두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존재 자체가 부정 당한다는 것에 대한 충격은 꽤 클 텐데.


“많이 외롭게 자랐네요.”
“네, 특히 사모님이 도련님을 많이 미워하세요. 그렇겠죠. 친 자식이 아니니까 눈엣가시로 여겨지지 않을까요?”


너의 그 상처받은 눈동자는 정말 진심이었구나.





**





여느 날처럼 먼저 퇴근을 해서 소파에 누워있는 여주를 발견한 석진은 성큼 다가왔다. 여주의 표정을 바라보니 꽤 고민이 있는 듯해서 석진은 빤히 여주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너 누구랑 싸웠냐?”
“아니.”
“근데 얼굴이 왜 그래?”


여주는 답답한 마음을 석진에게 말해버릴까 싶다가 진지하게 받아주지 않을 것 같아서 그냥 입을 다물어버렸다. 석진이 손을 뻗어 여주의 볼을 꾹 눌렀고 입이 쩍 벌려진 여주는 그대로 석진을 노려본다. 석진은 큭큭 웃으며 붕어 같다고 놀려대기 일쑤였고 저런 녀석은 무시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여주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너 아직 저녁 안 먹었지?”
“어.”
“나가자.”
“어디?”
“오늘 모임에 초대를 받았는데 누구를 꼭 데리고 가야 하는 장소더라고.”


석진의 말에 여주는 고민하는 듯하다가 밥통에 밥이 없다는 게 생각나 당장 옷을 입기 시작했다. 10분쯤 흘렀을까 여주는 꽤 차려입은 상태로 석진과 함께 집 밖을 나섰다. 여름이 곧 오려는 듯 밤임에도 불구하고 날씨가 꽤 후덥지근했다.


“웬 모임?”
“그냥 좀 사람들끼리 모여서 파티하는 거지, 뭐.”
“......”
“나 같은 사람은 물론 기업가 같은 사람들?”
“윽, 어렵다.”


석진은 시동을 걸다가 여주가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걸 확인하고 몸을 뻗어 조수석의 안전벨트를 잡았다. 여주는 단번에 눈이 커져 석진을 바라보았고 석진은 싱겁게 웃다가 안전벨트를 매주었다. 여주는 숨을 꾹 참다가 석진이 다시 몸을 똑바로 하자 숨을 크게 내쉰다. 긴장 하지 말자. 이여주, 왜 이래.


“학교생활은 재밌어?”
“학교를 재미로 다니나.”
“......”
“나 괴롭히는 어떤 못된 학생이 있는데, 그 녀석이 건드리지만 않으면 행복할 것 같아.”
“넌 학생한테 당하고 사냐?”
“넌 내가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 모르는구나?”


석진은 여주를 살짝 바라보다가 조금 어울리는 이미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했고, 그 괴롭히는 녀석은 나랑 같은 마음을 가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그냥 옆에 있으면 재밌고 괴롭히고 싶고 그런 거. 꼭 초등학생 남자애들이 좋아하는 여자애를 괴롭히는 심리 같아서 다시금 실없이 웃어버렸다.


“너야말로 요즘 야근이 잦다?”
“왜, 내가 없으니 잠이 안 오든?”
“시끄러워. 존나 행복해.”
“넌 국어선생님이 존나가 뭐냐?”


여주는 석진을 향해 메롱을 해버리고 만다. 국어 선생님은 은어 쓰면 안 되니? 곧 약속 장소인 듯한 연회장에 도착을 했고, 석진은 안쪽 주머니에서 초대장을 꺼내 입구에서 내 보였다. 말없이 들어가는 석진을 보며 여주는 쫄래쫄래 쫓아 들어갔고 정말 커다란 연회장을 보자 여주의 입은 다물어지지가 않았다. 석진은 손을 뻗어 여주의 입을 꾹 잡았고 여주가 노려보자 석진은 가만히 여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걸어갔다.


“이게 누군가? 김 검사 아니야?”
“오랜만입니다, 사장님.”


정말 젊어 보이는 인상의 사장이 석진에게 인사를 건넸고 석진은 두 손으로 청한 악수를 받아들였다. 그 모습을 보니 꽤 근사해 보여서 여주는 빤히 바라보다가 조금 배가 고파져 음식이 놓인 코너로 향했다. 석진은 여전히 사장과 담소를 나누는 듯 보였고 여주는 음식을 담으며 행복감에 싱글벙글이었다.


“여주 씨 아니에요?”


여주가 고개를 들자 아미가 반갑게 인사를 해왔다. 여주가 들고 있는 접시를 한참 바라보던 아미는 무심코 웃음이 터졌고 여주를 보며 미안하다며 웃음을 참았다. 여주는 애써 웃으며 접시를 잠시 내려놓았다.


“석진이랑 같이 온 거예요?”
“네.”
“그럼 즐겁게 놀다 가세요.”


예의상의 미소를 보며 참 근사하고 예쁘다는 생각을 했다. 아미는 부드럽게 여주를 스쳐 지나가 석진에게 다가갔고 석진은 아미와 다시 이야기를 나누는 듯했다. 여주는 괜히 혼자 촌스럽다는 생각이 들어버려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우연히 고개를 돌리다 테라스 쪽에 서 있는 누군가를 발견하고 빠른 속도로 걸어갔다. 분명 민윤기 같았는데.



“야, 어쭈? 청소년이 술?”
“촌스럽게. 무알코올이거든?”


그 말에 여주는 목이 마른 듯 윤기의 잔을 뺏어 쭉 들이켰다. 윤기는 어이가 없는 듯 웃어버렸다.


“넌 여기 왜 왔냐?”
“그 얹혀산다는 친구가 친절히도 데려와 줬지. 넌 가족들하고?”
“가족은 무슨.”
“하여간 생긴 건 잘 생겨가지고, 참 멋지게도 웃는구나.”


여주는 심심하던 참에 잘 됐다고 생각하며 윤기와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나누기 시작했다. 윤기도 혼자 있다가 여주가 옆에 있으니 뭔가 괜찮은 기분이 들어서 꽤 이야기를 잘 이끌어나갔다.





**





“내 아들 녀석이 근처에 있을 텐데. 두 사람같이 훌륭한 사람들 하고 얘기를 좀 나눠보라고 데리고 왔는데 녀석이 이런 곳에 익숙지 않나 봐.”
“신경 쓰실 것 없습니다.”
“아, 저기 있구만.”


사장의 손가락 끝을 바라보던 석진은 조금 눈이 커졌다. 사장이 가리킨 아들이라는 녀석의 옆에는 여주가 붙어 있었다. 꽤 즐거운 듯 방긋 웃어대는 여주를 보자 석진은 알 수 없는 기분이 들어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석진의 표정을 확인한 아미는 석진의 옆구리를 살짝 찔렀고 석진은 아미를 보며 살짝 웃었다.


“여주 씨랑 친한가 봐.”
“......”
“그러고 보니 사장님 아들이 여주 씨 학교에 다닌다고 하던데?”


‘나 괴롭히는 어떤 못된 학생이 있는데, 그 녀석이 건드리지만 않으면 행복할 것 같아.’


직감이란 게 생긴 건지 아까 여주가 했던 얘기가 오버랩 되어 석진의 머릿속에 뎅뎅 울렸다. 석진은 거침없이 테라스 쪽으로 다가갔고, 아미는 따라가려다 사장이 말을 걸어 상대해주느라 걸음이 절로 멈춰졌다. 석진은 테라스 앞에 서서 여주의 이름을 불렀다. 여주는 고개를 돌려 석진을 보았고 손을 흔들거리며 웃는다.



“여기서 왜 실실 쪼개.”
“도수가 꽤 있는 와인을 계속 마셔서 그래요.”
“......”
“무알코올이라고 거짓말 쳤더니 계속 마시네.”


석진이 윤기를 슬쩍 바라보다가 여주의 팔을 잡아당겼다. 그에 놀란 여주가 석진을 빤히 바라보았고, 윤기 또한 석진을 바라보았다. 석진은 두 사람의 시선을 깡그리 무시한 채 여주의 팔을 끌고 거침없이 연회장 밖을 나섰다.


“너 택시 태워줄 테니까 집으로 가.”
“싫어. 왜 쫓아내는데!”
“말 들어!”


석진은 곧 택시를 잡아 여주를 억지로 밀어 넣고 문을 닫았다. 여주는 딱히 석진의 말을 거역할 생각이 없었는지 말없이 택시를 타고 빠져나갔고, 석진은 택시가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다 다시 연회장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입구에는 따라 내려온 윤기가 보였고 석진은 말없이 윤기를 바라보았다. 윤기는 석진 쪽으로 성큼 다가왔다.



“아, 혹시 이여주랑 같이 사신다는 남자분?”
“넌 선생님한테 이여주가 뭐냐?”
“걔는 선생님 아니에요.”


윤기의 말에 석진의 눈썹이 살짝 찡그려졌다.


“선생님이 아니면 뭔데?”
“그냥 그런 게 있어요.”
“이여주 가지고 장난하지 마라.”
“......”
“저 녀석 단순해서 여기저기 잘 치이니까.”


어른의 향기가 물씬 풍기던 석진은 윤기를 잠시 바라보다가 연회장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덩그러니 혼자가 되어버린 윤기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애써 참으려고 하지 않았다. 지금 그거 경고인가? 방실거리던 여주의 얼굴이 잠시 아른거린 것도 같았다.




















공주^에염^ 님(700) 민트차양♥ 님(200) 실연 님(135) 고양이천사 님(100)


모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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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포 (실수로 댓글 삭제하셨대여)

헉 캡처본은 없지만 합치면 무려 9000포;;;;; 아니 선포 많다고 하셨지만 이건 너무 몰빵 아닌가용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별 거없고 클리셰범벅글인데 ㅎㅎㅎㅎ 넘 과분하네여 ㅠㅠㅠㅠ 항상 너무 감사드려용!!



울 예빈 님!! 항상 큰 포인트 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제가 그 포인트에 맞게 더 열심히 으쌰으쌰해야겠어요 ㅠㅠㅠ 항상 사랑해주셔서 넘 감사드립니당 2020년에도 함께 열심히 달려보자요~~~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당~~!!



갸악 크림 님 ㅠㅠㅠㅠ 이렇게 또 감동을 주시고 가시네욥.. 항상 예쁜 댓글, 좋은 말 감사드리고 제 비루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 ㅠㅠㅠㅠ 더 열심히 하는 고래가 되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욥!



우리 휘소 님... 제가 포인트 넘 많이 주시는 거 아니냐고 하자 그러면 5000포를 드리겠다며 협박을 하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넘 귀여운 거 아니세여? 알았어요 이제는 그만 쏘라고 안 하겠습니다(????) 양아치가 되겠어요(????????????) 어쨌든 항상 매일매일 감사드리고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닷!



갸앗 앤토 님 글을 읽어주시는 것만으로도 눈물 일리터 뽑는데 이렇게 큰 포인트까지 주시다니요 ㅠㅠㅠ 고래 우럭요 ㅠㅠㅠ 아무튼 항상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드리고요. 남은 연말 잘 보내시기를 바랍니당!



















잠깐 큐엔에이 슬쩍 봤는데욬ㅋㅋㅋ아니... 저 최애가 윤기라는 걸 아직 모르시는 분들이 있더라구욧...? 다음에 답변올릴 때도 말하겠지만...제 최애는 윤기에여...ㅋㅋㅋㅋㅋㅋㅋㅋ내일은 크리스마스지만...12월이 얼마 안남았...나이 먹기 시러요 ㅠㅠㅠㅠㅠㅠ그래도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니까요... 미리 메리크리스마스입니당~~ 항상 감사하고 사랑해요!!♥


아니 제가요. 정신머리가 나자빠졌는지, 로딩중인데 안 눌런진건지 알고 글 등록 버튼을 한 번 더 눌러버린거 있죠. 그랬더니 (두둥탁) 글이 두 개가 올라간거에요. 물론 여러분한테 알림도 두번 갔을 것;; 그래서 헉 하고 놀래서 뒤에 거를 삭제했죠! 그런데 삭제하고 나니까 이게 무슨... 장편최신란에 글이 안뜨네요?ㅋㅋㅋㅋㅋㅋ고래놈 대가리 박아... 뭐하는 짓이야.... 읽어주신 15분에게는 죄송하지만 다시 올릴게요 ㅠㅠㅠㅠㅠㅠㅠ.... 다시는 이런 실수 안 하겠습니다..급하게 안하겠습니다...반성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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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망고포도  52일 전  
 엇....! 삼각관계인건가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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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양호  79일 전  
 이 삼각관계 찬성이오! 근데 윤기 이제 또 혼자 남았네 ㅠㅠㅠ 안쓰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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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_문달  79일 전  
 삼각관계..?!!!.!.!.!!.!.!!!!!!

 답글 0
  비티에스_아미  80일 전  
 삼각관계로구나

 비티에스_아미님께 댓글 로또 13점이 지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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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늉가  81일 전  
 윤기쓰 안타깝지만..... 남주는 석진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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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빵보빵  90일 전  
 오홋

 호빵보빵님께 댓글 로또 6점이 지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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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웅  93일 전  
 오옷...!!

 니웅님께 댓글 로또 9점이 지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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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콩이어무이84  117일 전  
 콩이어무이84님께서 작가님에게 5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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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율산  118일 전  
 아 ...이글도 넘 재밋어요♥

 산율산님께 댓글 로또 10점이 지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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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뷔태형(V)  140일 전  
 두명다 짝짝쿵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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