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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01. 재수 없는 날 - W.세상을누비는고래
01. 재수 없는 날 - W.세상을누비는고래


추천 BGM : 시즈코 모리 - 너에게 봄을 줄게



01. 재수 없는
















“으악!”


눈을 뜨자마자 시간을 보고 기겁을 했다. 학교 첫 출근부터 지각이라는 명칭을 달수는 없는데. 급하게 일어나 화장실로 뛰어가서 급하게 세수를 하고 이를 닦고. 아, 배가 좀 고픈데. 토스트기에 넣어 놓은 빵이 솟아올랐다. 급하게 옷을 챙겨 입고, 우유 한 잔을 거뜬히 원 샷 한 뒤 빵을 입에 물었다. 다행히 어제 저녁에 부산스럽게도 싸 놓은 가방이 눈에 띄어 들고 나왔다. 빵가루가 옷에 묻은 것 같아 탈탈 터는데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려는 듯 보여 급하게 열림 버튼을 눌렀다.


“어.”


하필 이런 난잡스러운 꼴을 저 녀석이 볼게 뭐람. 여주의 눈앞에는 거하게 차려입은 석진의 모습이 보였다. 석진의 앞에 서니 한층 작아 보이는 자신이 괜히 부끄러웠다. 석진은 살짝 손을 들어 여주에게 인사를 건네고 문을 닫았다.



“출근하나 봐?”


석진의 물음에 여주는 빵을 우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길이 바쁘면.”
“아니야! 안 태워다 줘도 돼!”
“무슨 소리야? 지하철 타라고.”


저 녀석은 끝까지. 여주는 속에서 끓어오르는 화를 누르며 참을 인자를 가슴에 새겼다. 말이라도 그렇게 해주면 어디 덧나나? 여주는 조금 심술이 나서 됐다며 석진을 지나쳤다. 석진은 여주가 걸어가는 모습을 보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저런 덜렁이도 있구나 싶어서.


“야.”


아, 이제야 좀 태워다 주겠다는 말이 좀 나오는가 싶어서 여주는 고개를 돌렸다. 나름 도도한 얼굴을 잊지 않은 채.


“너 슬리퍼 신고 나왔어.”


여주가 살짝 고개를 내리자, 정말 슬리퍼였다. 돌아갈 시간도 없는데. 부끄럽다, 진짜. 여주는 인상을 찌푸리며 저벅저벅 걸어갔다. 왜 김석진은 쓸데없이 멋있고 지랄. 난 왜 이렇게 덜렁대고 지랄. 아침부터 재수 없게 되는 일이 없구나 싶었다.





**





“응?”


교문이 닫혀있는 모습을 보며 순간, 오늘 휴교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 학교의 방침을 단번에 눈치챘다. 지각을 하면 얄짤없구나. 이렇게 닫아버리다니. 나같이 지각한 선생님들은 어쩌라고. 여주는 한숨을 푹푹 내쉬며 학교 주위를 돌았다. 아무리 찾아봐도 들어갈 구멍이 없는 것 같아 담을 넘기로 결심했다. 담 넘는 건 고등학교에서 끝날 줄 알았는데, 또 넘게 되다니. 여주는 조금 두리번거리다가 그나마 낮아 보이는 담을 찾았다.


“좋았어!”


과거 회상에 잠깐 빠졌던 여주는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겠구나 싶어 얼른 담을 넘으려고 했다. 그리고 신고 있던 슬리퍼가 무색할 정도로 멋지게 담에 걸터앉기에 성공했다. 역시 내공은 죽지 않았구나. 여주는 일단 거추장스러운 슬리퍼를 바닥으로 던져버리고 가방도 던졌다. 나름 가벼워진 몸으로 착지하려는데 원치 않던 상황이 발생했다.



“응?”
“뭐야?”


그대로 웬 남자와 부딪쳐서 넘어졌는데 이 남자가 또 엄청 짜증 난다는 표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여주는 그 모습에 조금 쫄아서 남자를 바라보는데 남자의 머리가 조금 헝클어져 있었다. 그 남자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여주를 바라본다. 여주가 눈을 끔뻑이며 남자를 관찰했다. 잘생겼네.


“우리 학교는 외부인 출입 금지인데, 어느 학교냐?”


어느 학교냐 라니. 여주가 그 말을 되새겨 보았는데 그 말은 즉, 자신이 그 남자의 또래로 여겨졌다는 것이다. 교복을 입은 걸 보니 이 학교 학생인데 내가 무슨 고딩이라는 거야? 대학교 졸업한 지가 언젠데.


“어느 학교? 그전에 너 손에 들고 있는 거 담배지? 너 나이가 몇 살인데 담배야!”
“너는 누군데.”
“너? 이 자식이! 오늘 너네 학교로 부임한 선생님이다, 왜!”


여주는 남자를 보며 제대로 호들갑을 떨었다. 손에 들린 담배까지 빼앗아서는 바닥에 떨어뜨리고 발로 끄는 과정까지 30초가 걸렸을라나. 여주가 학생은 담배를 피워서는 안 된다며 갑작스러운 연설을 하기 시작했다. 남자는 조금 어이가 없다는 듯이 여주를 바라봤다. 그리고 귀찮은 듯 귀를 후벼 파며 전혀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너 몇 학년 몇 반이야!”
“2학년 1반.”
“이름은?”
“민윤기.”


막상 반과 이름을 묻기는 했지만 별다르게 할 말이 없어졌다. 여주는 괜히 민망해져서 헛기침을 하더니 다시 한 번 윤기를 쏘아보았다.


“너 다음에 또 걸리면 혼난다. 하여튼 요즘 애들이 이래요.”


쫑알쫑알 대면서 걸어가는데 저건 또 뭔가 싶어 윤기는 그냥 웃어버렸다. 오래간만에 혼자 있게 된 시간을 방해한 게 누군데. 윤기는 여주가 떨어뜨린 휴대폰을 주웠다. 잠금조차 되어있지 않는 휴대폰 화면을 켜자 고등학교 때 찍은 사진인 듯 교복을 입고 환하게 웃고 있는 여주의 얼굴이 보였다. 바탕화면에 있는 메모에 이여주 화이팅이라고 적혀 있는데 여간 유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선생이라고?”





**





첫날부터 엄청 깨졌다. 하필 오늘은 월요일이었고, 교무회의가 있는 날이었던 것이다. 나름 아무렇지도 않게 문을 열고 발랄하게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나를 아니꼽게 쳐다보고 있었다. 민망함에 문을 닫았고, 내 자리를 찾지도 못해 헤매고 있었는데 한 남자 선생님이 자신의 옆을 톡톡 쳤다. 대충 눈짓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자리에 앉았는데 첫날이라는 설렘에 아무 내용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김태형이예요.”
“아, 저는 이여주예요. 이번에 처음 부임 받았어요.”
“아! 강 선생님 대타?”
“네.”


태형의 말투는 매우 착했고, 얼굴 또한 잘생겼다. 여주는 괜찮은 동료가 생긴 것 같아서 내심 기분이 좋았다. 어영부영하다 보니 회의는 끝났고, 여주는 태형에게 물어물어 교무부장을 찾아갔다. 그리고 이래저래 잔소리를 듣고 한숨을 내쉬었다. 월요일 1교시는 독서시간으로 넘겨 회의 시간을 마련한다고 했다. 여주는 간단하게 학교 방침에 대한 얘기를 들은 뒤 교무부장이 안내한 교실로 향했다.


“후, 이여주. 잘 할 수 있다!”


여주는 눈을 질끈 감고 문을 열었다. 고등학교라서 삭막할 줄 알았는데 그건 맞았다. 삭막해도 삭막한 정도가 아니었다.


“아, 안녕?”
“......”
“월요일 아침부터 좀 웃지그래. 하하하.”


미안, 무리수를 뒀구나.


“내 이름은.”


칠판에다 이름을 멋지게 쓰려던 여주의 손이 멈추었다. 엄청난 소리와 함께 뒷문이 열렸고 두 녀석이 걸어 들어왔다. 여주가 유심히 두 명을 보니 한 명이 낯이 익다. 가만 보자, 여기가 2학년 1반이지?


‘몇 학년 몇 반이야!’
‘2학년 1반.’


그 녀석이 단번에 생각나 버렸다. 이름의 마지막 글자인 주까지 완벽하게 쓴 뒤 뒤를 돌아 봤는데 지각 주제에 뻔뻔할 정도로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두 녀석이 여간 아니꼬울 수가 없었다. 나도 지각이지만 너네는 훨씬, 훨씬, 훨씬 지각인 거 아냐? 윤기는 들고 있던 가방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정면을 바라보았다. 가만 보니 아까 봤던 그 여자?


“내 이름은 이여주야. 담당은 국어. 1년 동안 잘 부탁해.”


윤기는 뭐가 그렇게 웃긴지 새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반 아이들이 유달리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윤기를 보며 이상한 시선을 던졌지만 곧 마주쳐지는 윤기의 시선에 고개를 돌렸다. 윤기는 턱을 까딱 거리며 계속 얘기하라는 듯한 사인을 보냈다. 여주는 목을 한 번 가다듬고는 다시 얘기를 이어나갔다.



“오늘처럼 지각하는 일은 없기를 바라. 두 사람 다.”
“그쪽이나. 요즘 담 넘으면서 들어오는 선생이 어디 있냐.”


저 자식이. 여주의 눈에서 활활 불꽃이 타올랐다. 엄청나게 아니꼬운 녀석이 내 앞에 나타난 것만 같았다. 윤기는 개구지게 웃었다.





**





하루가 얼마나 길게 느껴지는지 첫 출근부터 이런 기분이 들었다면 갈수록 정붙여서 지낼 수가 없잖아. 실업 고등학교의 방침상 야자가 없다는 건 그나마 다행으로 여겨진다. 야자 감독은 나 같은 신입이 굉장히 많이 떠맡아서 할 텐데, 생각할수록 끔찍했다. 엄마에게 출근 기념으로 전화라도 하려 했건만 이놈의 휴대폰은 어디서 실종이 된 건지 찾아볼 수가 없다. 아직 월급날도 까마득한데, 휴대폰까지 없으면 난 어쩌란 말이야.


“......”


교문을 지나치는데 누군가가 여주의 팔을 잡았다. 여주는 가뜩이나 짜증 게이지가 쑥쑥 올라가는 데 가는 길까지 막나 싶어 잡은 남자를 보며 홱 시선을 쪼았다.


“넌. 아, 이름이.”


미안, 내 기억력이 이렇다.


“민윤기.”
“아, 맞다. 왜? 선생님한테 뭐 볼 일이라도 있니?”


금세 천사표 얼굴을 띠며 윤기를 바라보는 데 윤기는 기가 막혀 콧방귀를 뀌었다. 이 자식은 착하게 굴어줬더니 버르장머리 하고는 쯧쯧. 윤기는 여주의 손바닥을 펼쳐 휴대폰을 턱 하고 올려놓았다. 여주는 우연치 않은 횡재에 기분이 좋은 듯 오, 하며 윤기의 머리를 헝클어 놓았다. 너도 생각이라는 건 있는 녀석이구나. 개념이 잘 박힌 녀석이야, 아주 훌륭해.



“지랄한다.”
“뭐? 지, 뭐?”
“이여주 화이팅! 이게 뭐냐? 촌스럽게.”


화이팅의 모션까지 취해가며 얘기하는 윤기를 보며 내심 부끄러워진 여주가 얼굴을 찌푸렸다. 우리 때는 화이팅 이런 게 유행이었어, 왜 이래? 여주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탈바꿈한다.


“넌 표정이 몇 개냐, 대체? 존나 신기하네.”
“너 끝까지 선생님 소리 안 하지, 어?”


윤기는 고개를 내저으며 교문을 빠져나갔다. 여주는 윤기의 뒤통수를 대고 소리를 질렀다.


“야! 이게 아주 사람 말을 쌩깐다, 이거냐!”


윤기는 여주 모르게 웃다가 휴대폰을 들어 저장된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여주는 갑자기 걸려온 낯선 번호를 보며 이게 뭔가 싶어 전화를 받았다. 들려오는 목소리는 윤기였다.


“너 뭐야?”
- 번호 저장해라. 비싼 거다.
“비싸기는 개뿔.”
- 그럼 안녕.


간단히 끊긴 전화에 여주는 황당한 미소만 흘렸다. 이러고 있을 정신이 없지, 내가. 여주는 교문을 빠져나가며 익숙한 번호를 눌렀다. 신호음이 몇 번 가고 엄마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응, 엄마.”
- 그래, 사고는 안치고 다니지?
“당연하지. 서울 진짜 끝내줘.”
- 집은 구한 거야?
“딸 능력을 못 믿는 거야? 딸이 무려 아파트에 입주해서 산다고.”
- 아파트라니?
“엄마, 버스 왔다. 끊을게!”


더 이상 추궁하는 목소리가 듣기 싫어 여주는 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다음에는 마음 단단히 먹고 전화를 해야겠어. 내 앞집에 김석진이 산다고 그러면 엄청 놀라겠지? 엄마, 나 유명인 하고 한 아파트에 살아요. 막촌리의 아들 김석진이요.





**





세상에 운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나는 별로 부러워하지 않았다. 내 운은 항상 좋은 곳으로 따랐고 그 운으로 고비를 넘긴 일들도 많았다. 그러나 하늘도 무심하시지. 내게 얼마 남지 않은 행운을 가져가버리다니.


“너 비행기 타고 간 거 아니었어?”
“왔어?”


연희는 조금 난감한 듯 여주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여주는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어 연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연희의 남편은 방에서 나와 여주에게 간단히 인사를 했고, 여주는 그 인사를 못 본 건지 연희만 바라보았다. 연희는 저벅저벅 다가와 여주의 손을 붙잡았다. 미안하다, 친구야.


“뭐?”
“사정이 그렇게 된 걸 어떡해.”


연희의 말에 의하면 이런 거다. 연희가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에 자신의 집에 먼저 들려 인사라도 하고 가려 했는데 갑작스레 연희의 어머니께서 몸져누운 탓에 LA로 가는 것이 물거품이 되어버린 것. 연희는 조금 망설이는 듯했으나 워낙 장모 사랑이 각별한 남편의 성화에 못 이겨 과감하게 계획을 무산시켜버렸다. 이미 남편이 LA로 전화를 해서 사정을 말했고, 부모님들은 흔쾌히 승낙하며 다음에 얼굴이나 보자며 훈훈하게 통화가 끝났다고 한다.


“그럼 나는!”
“미안해, 오늘 하루쯤은 편히 쉬다 가.”
“......”
“내가 있어 달라고 하고 싶어도 남편 때문에.”


여주는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일단 깊은 고민에 빠지며 방으로 향했다. 애초부터 안방을 쓸 계획은 없었으므로 자신의 짐이 있는 방에서 잠을 잤었다. 여주는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은 뒤 샤워까지 마쳤다. 생각해보니 내가 화를 낼 입장도 되지 않았다. 능력이 없는 건 내 입장이었고 이 집은 어차피 저 부부의 것이었으니까.


“......”


날이 꽤 어둑어둑해지자 고민이 계속 밀려왔다. 나 어떡하지. 정말 이대로 있어야 하나. 답답한 마음이 들어 여주는 짐을 싸기 시작했다. 어차피 내일 나가줘야 하는데 얼굴을 부대끼며 서로 불편한 표정을 짓기는 싫었다. 그래, 적어도 민폐는 주지 말자. 여주는 조심스레 짐을 싸고 불이 꺼진 거실로 나왔다. 그리고 집안을 쭉 둘러보다가 현관에 놓인 신발을 신는다. 나머지 신발은 나중에 찾아가마. 내 인생은 왜 이렇게 박복하냐.


막상 아파트를 나오니 여간 쓸쓸한 게 아니었다. 아무도 없는 막막한 서울은 여주의 마음을 심란하게 만들었다. 고양이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오고 여주는 아파트 입구의 계단에 풀썩 주저앉았다. 그렇게 한참이 지났을까. 아마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누군가가 자신을 흔들어 깨우는 기분이 들어 여주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마주친 눈은.



“김석진?”
“너 여기서 뭐 하냐? 이 짐은 다 뭐고.”


이 녀석의 얼굴이 새삼 반가울 수가 없다. 김석진, 네가 하늘이 던져준 동아줄이구나.


“너 왜 그래?”


갑작스레 자신을 꼭 안고 방방 뛰는 여주의 행동을 보며 석진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눈빛이었다. 여주는 껴안던 팔을 풀고 석진을 바라본다. 잘생긴 석진의 얼굴이 눈에 보이자 여주는 히죽 거리며 웃어버렸다. 잘생기기는 엄청 잘생겼단 말이지. 여주는 웃다가 곧 침울한 표정으로 탈바꿈했고 석진은 인상을 찌푸렸다.


“너 어디 아파?”
“나 좀 제발 도와줘.”


김석진은 퇴근하는 길이었는지 아침에 빼입고 나왔던 옷 그대로였다. 석진은 갑작스러운 여주의 말에 의아한 표정이었고 여주는 대뜸 석진의 손을 빼서 손가락을 걸었다. 얼떨결에 걸린 손가락에 석진은 황급히 손을 뺐다.


“너 지금 뭐 하는 짓이야?”
“내가 어? 요리도 좀 하고 가사 일도 좀 할 줄 안다?”
“......”
“방해 안 되게 찍 소리 안 하고 살게.”


이 소리는 분명 우리 집에서 살겠다는 것이 분명한데. 누가 봐도 뻔한 레퍼토리였다. 석진은 여주 쪽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는데 여주는 고개를 숙이며 점점 소리가 작아졌다. 우물쭈물 거리는 모습이 꽤 귀여워 보여 석진은 웃어버렸다. 여주는 석진의 손을 붙잡고 눈을 반짝였다. 고향 친구 좋다는 게 뭐야, 어? 진짜 내가 월급 타면 방세도 꼬박꼬박 낼게.


“그러니까 신세 좀 지자.”
“너 집 있잖아.”
“그건 내 집이 아니거든. 말하자면 길고, 진짜 부탁 좀 하자.”


꽤 심드렁한 표정에 여주는 더 이상 인내심의 한계를 느꼈다. 그래, 넌 잘 나가는 검사님이다 이거지? 난 고작 어린 선생님에 불구하고. 네가 봐도 내가 한심해 보이지? 이게 잘생긴 거 하나 믿고 이러겠다 이거지. 여주는 표정을 굳히고 짐을 번쩍 들었다. 설마 서울 바닥에 내가 지낼 곳 하나 없을까 봐? 존나 치사하네.


“......”


스쳐 지나가는 여주의 뒷모습에 석진은 손을 뻗어 뒷덜미를 잡았다. 후드의 모자가 잡히자 켁 거리며 걸음을 멈춘 여주가 석진을 바라본다.


“뭐! 왜 그렇게 무섭게 쳐다보는데.”
“그 약속 꼭 지켜라.”
“......”
“모든 가사 업무의 책임은 네가 진다고.”


석진의 말에 여주가 방긋 웃는다. 석진도 어이가 없다는 식의 미소를 날렸다. 넌 정말 천의 얼굴을 가졌구나.





**





김석진의 집은 처음 와보는 거였는데 이사 온 지 얼마 안 되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간소한 가전제품들뿐이었다. 여주가 낑낑거리며 짐을 들고 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석진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정말 좋은 매너구나 싶어 여주는 인상을 찌푸리며 집 안으로 발을 들였다. 석진이 슬쩍 뒤를 돌아보자 여주는 언제 그랬냐는 듯 방긋 웃었다.


“이 방 쓰면 될 거야. 이불 갖다 줄게. 침대는 없는데 괜찮아?”
“상관없어. 들어가 봐도 돼?”
“마음대로.”


석진의 말에 여주는 방으로 들어갔다. 생각보다 넓은 방이었다. 김석진의 방은 거실을 지나 조금 더 안쪽에 위치했다. 여주는 짐을 대충 풀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칫솔을 욕실에 두기 위해 방 밖을 나왔는데 석진은 방에 들어간 듯 고요했다. 여주는 칫솔을 두기 위해 화장실을 찾다가 우연히 다른 방을 열어버렸다. 서재인 듯 책들로 가득 쌓인 방이었는데 여주는 눈치를 보다가 무작정 들어가 버렸다. 무슨 책이 이렇게 많담? 하여튼 티를 내고 사는구만. 여주는 여기저기를 둘러보다가 책상 위에 놓인 액자를 발견했다.


“......”


누군가가 어색하게 손가락 두 개를 펴고 브이를 하는데 굉장히 행복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누구지? 액자 밑에는 최아미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너 여기서 뭐 해?”
“아, 미안.”
“그건 건들면 안 돼.”


황급히 액자를 빼앗는 석진을 보며 여주는 이상한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았고 석진은 여주를 욕실로 밀어 넣었다. 여주는 닫힌 문 쪽을 향해 주먹을 내밀었다. 저 싸가지 진짜. 신경질적으로 칫솔을 꽂던 여주는 석진이 제발 자신의 짜증스러운 행동을 읽어주기를 바랐다. 잘났다, 집주인 놈아.




















NJ- 님(10)

감사드립니다!




[1000포인트 이상]




유니 님~~ 방빙에서도 뵙게 되는군요. 제가 답글에도 말씀드렸지만 읽어주시는 것만으로도 넘넘 감사드려요. 큰 포인트도 이렇게 선물을 주시고 헤헤. 날씨가 많이 추운데 감기 조심하세요. 다시 한 번 감사해요!



휘소 님은 명단에서 빠지지를 않으셔서 이제는 제가 미안한 마음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포인트 모으기 넘 힘든 것 같아요 ㅠㅠㅠㅠ 항상 제 건강도 걱정해주시공 히힣 모든 글 다 좋아해주시고 ㅠㅠ 늘 감동이에요. 항상 고마워요!



















룰루 댓글들 보니까 다들 기대 많이 해주셔서 넘 기분 좋네요! 이 글은 가볍게 읽으셔도 될 것 같아요. 윤기는 서브입니다.... 남주는 무조건 석진이에용!!! 항상 좋아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제 편이 되어주셔서 고마워요. 주말 마무리 잘 하셔요.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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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카페팝  15일 전  
 기대되네여 ㅠ

 카페팝님께 댓글 로또 1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노련_도령  19일 전  
 갹! 역시 이 집이 맛집이라니까ㅠㅠㅠ 저 이제 최아미하면 되는 부분인가요?? 그르쵸???

 노련_도령님께 댓글 로또 4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쥬서  23일 전  
 세상엥..!! ㅠㅠㅜ 너무 재미써요..

 답글 0
  동화@  24일 전  
 잘 봤습니다

 동화@님께 댓글 로또 14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달밤책  27일 전  
 이대로 쭉쭉 인순 1위로!

 답글 0
  신이난부영  27일 전  
 재밍허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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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천사  28일 전  
 첫날부터 지각에 담넘는 선생님이라니 ㅎㅎ
 여주 귀엽네요 ^^

 답글 0
  앤토  28일 전  
 남주 석진이라 너무 좋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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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땡  31일 전  
 비젬이랑 글이 넘 잘 어울려요 ㅜㅜㅜ 넘 재밌네요 ㅠㅠ♡

 후땡님께 댓글 로또 9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솔이지은  31일 전  
 정주행 하세요

 솔이지은님께 댓글 로또 16점이 지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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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개 댓글 전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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