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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절벽 끝 구원 아래서 - W.묘사.
절벽 끝 구원 아래서 - W.묘사.


절벽 끝 구원 아래서
묘사




너를 미워하는 게 뭐가 나쁜데.

나는 거의 발악했다. 말을 많이 한 것도 아니었는데 목이 메여서 목소리가 마구 갈라졌다. 나무에 달라붙은 거칠한 껍질 같았다. 너에게 차마 손을 댈 수도 없어서 한 걸음 떨어져 악다구니를 썼다. 제발. 어떻게라도 좀 너를 이겨볼 수만 있으면.

“내가 나빠? 너한테 또 졌는데도 이런 내가?”
“…….”
“나는 내 글 같은 거 사랑할 줄 몰라. 그래서 인정받지 않으면 안 된단 말이야. 누군가 나한테 1등 트로피 같은 거 손에 쥐여주지 않으면 안 된단 말이야. 그럼 내 존재 이유 자체가 없는 것 같단 말이야. 나같은 걸 사랑할 수도 없게 되어버린단 말이야.”

바닥에 널브러진 누런 색 원고지 조각 위로 내 눈물이 떨어졌다. 흑연이 번졌다. 내가 꾹꾹 눌러쓰던 흑연이.

“왜 네가 내 승리를 조장해.”
“…….”
“널 이길 수만 있으면 뭐든 다 하겠지만 정정당당이라는 조건이 없던 건 아니야.”
“…….”
“이러면, …마치 내가 발악을 하든 별 지랄을 다 하든 결국 널 못 이긴다는 것 같잖아.”

버러지 같아 태형아. 진심으로.
나는 주저앉았다. 정말 주저앉으려고 그런 것이 아니라 다리에 힘이 풀렸다. 앙상하게 드러난 팔뚝으로 눈두덩을 문질렀다. 병신같이 질질 짜고 싶지 않았는데 눈물이 흘렀다. 감정에 휘둘리지 말라고 몇 번을 속에 새겼는데 결과는 내가 치밀하게 예상했던, 조밀하게 세공된 불행과 맞아떨어졌다. 나는 곧게 선 너의 앞에 절망한 신자처럼 쪼그라들어서 울고 있었다.

“내가 미워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 네가.”
“…….”
“나한테 뭘 하든 그게 다 악한 일이라서. 그래서 내가 너에게 증오를 품든 원망을 하든 아무렇지 않게 그 모든 감정이 허용되는 것들의 범주에 속했으면 한다고.”
“…….”
“이번에도 너는 선하지. 언제나 네 발밑에 있는 힘 없는 새가 그 승리의 환희를 조금이라도 맛봤으면 해서 그 좆같은 선의를 베풀지.”

주저앉으니 내가 썼던 글자들이 보였다. 눈물 위로 빛이 맺혀서 그것들이 보이다 말다 했다. 글과 문단 그리고 문장이 되었던 것들이 쪼개져 일일이 보였다. 내가 무슨 글을 썼었는지 아무도 모를 것처럼 나뉘어져 있다.

“왜 그랬어 태형아? 대체 왜?”
“…….”
“그럴 거면 악착같이 숨겨서 내 눈에 띄게 하지 말았어야지. 범인이라도 된 마냥 증거를 없애서 병신 같은 박지민이 이상한 낌새라도 못 느끼게 했어야지.”

나는 생각했다. 이 순간이 영화의 한 장면이라면 치밀하게 쓰여진 각본 끝 절망을 맛보는 주조연이라도 된 것 같다고. 그 희비의 경계선이 지금 나와 태형 앞을 가르고 있기라도 한 것 같다고.

“다 알고 있던 거지 너는.”
“…지민아.”
“내가 왜 네가 있는 대회마다 따라붙는지. 왜 그 결과가 나온 뒤로는 한동안 죄다 네 연락을 씹는지.”
“잘못했어. 제발. …일어서.”
“결국 끝까지 널 못 이길 거라는 걸. 너만은 알았던 거지.”

태형의 손이 억지로 내 어깻죽지를 잡아 일으키려 했다. 쟤가 날 사랑해서 그런 걸 안다. 어떻게든 나의 사랑을 받으려 저지른 비열한 노력이라는 걸 안다. 그런데 나는 그게 더 좆같았다. 나는 버릴 수 없는 자존심과 안쓰러운 치기로 늘을 연명하니까. 쟤 감정 같은 건 중요하지 않으니까. 어쩌면 내가 더 이기적일지도 몰랐다. 그럼에도 신에게 미워할 자격까지 하사받고자 하는 이탈자일지도.

“있잖아 태형아.”
“…….”
“인정받지 못하는 모든 것들은 자기만족 밖에 안 돼.”
“…….”
“그 자기만족이라도 없으면 뭘 쏟아부었건 쓰레기인 거야.”

어거지로 바닥에 붙어 태형의 얼굴을 보지 않으려 했다. 끔찍한 표정일 테니까.

“나 안 좋아하면 안 돼?”
“……아. 지민아. 제발.”
“내가 너 미워할 수 있게 좀.”
“…….”
“나도 알아. 이제 알았어. 내가 네 위로 올리서는 건 죽어도 못 할 테니까. 그러니까 이거라도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빌잖아.”

태형의 바짓단을 움켜쥐고 빌었다. 쟤가 어쩔 줄을 몰라하는 걸 알았지만 별 수 없었다. 나조차 절벽 끝이니까. 코 앞이 낭떠러지니까.

“태형아. 나 좀 살려주라.”

구걸. 또는 발버둥.
것들이 내 몫인 걸 이제는 안다. 그래서 나는 내 몫을 쥐었다. 그 뿐이다.





기승전결 개연성 그런 거 없고 그냥
그냥 글

굳이 덧붙이자면
태형이 어디든 자기가 없는 대회가 아니면
글을 내지도 않고 만족하지도 않는 지민 때문에
부러 지민의 글을 대상에 뽑으라고 위에 말을 넣었고
그걸 은연 중 지민이 알게 되었다는
그런 스토리입니다
간만에 글을 손에 잡으려고
좋아하는 어느 감정을 글로 풀었어요
전개와 기승전결이 있었다면 좋았겠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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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강하루  46일 전  
 재밌네요

 답글 0
  하늘작가  46일 전  
 재밌어요

 답글 0
  해류  46일 전  
 해류님께서 작가님에게 110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련예  46일 전  
 련예님께서 작가님에게 123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련예  46일 전  
 ㅎㅇ

 답글 0
  공전선  46일 전  
 공전선님께서 작가님에게 147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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