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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00. 서울 상경 - W.세상을누비는고래
00. 서울 상경 - W.세상을누비는고래


추천 BGM : Sereno - 맑은 하늘 주의보



00. 서울 상경














부풀었던 서울 상경의 꿈은 그렇게 화려하지 못했다. 땡전 한 푼 없이 올라온 시골 촌년이었던 나는, 부모님의 걱정을 뒤로하고 걱정하지 말라며 나름대로 발랄하게 버스에 올랐다. 우리 마을에서는 선생님이 탄생했다며 돼지라도 잡으려고 했는데 그건 좀 오버가 아닌가 싶어서 극구 말렸었다. 내 밑에 딸린 동생들이 몇인데 그런 식으로 낭비를 하기는 싫었다.


“걱정 말고 갔다 와.”
“집 잘 보고 있어야 된다?”


얼마 전에 결혼에 성공한 내 친구 연희는 옆에 남편을 끼고 아주 깨소금을 뿌려댔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조금 이른 결혼일 수도 있었지만 요즘은 뭐 결혼도 트렌드이니, 각자 개성대로 사는 것 같았다. 돈 한 푼 없는 나에게 집을 기꺼이 내 준 연희야말로 천사가 아닐까? 학창시절에 그렇게 열심히 공부해대던 연희와 나는 각자 꿈을 안고 서울에서 만나자며 바이바이 했었다. 그렇게 먼저 서울 상경에 성공한 연희는 중소기업에서 어린 나이로 팀장이라는 자리에 올랐다.


“편히 계세요.”
“네, 고마워요! 형부.”


형부라는 말이 참 낯간지럽다는 생각은 했다. 연희의 남편의 부모님이 LA에 계신 탓에 몇 달 휴가를 내고 LA로 간다고 했다. 집을 구하고 있던 나에게는 정말 이만한 행운이 없었다. 꽤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던 연희는 결국 문 밖으로 나갔다. 엘리베이터까지 손을 흔들며 배웅을 한 나는 문이 닫히자 환호성을 지르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 확실히 돈을 잘 버는 부부답게 집이 굉장히 넓었다. 혼자 지내기에는 조금 난해하기는 했지만.


“이 선생님, 파이팅!”


며칠 뒤면 처음으로 선생님을 시작한다. 국어 선생님이 꿈은 아니었지만, 공부를 하다 보니 적성에도 맞고 가르치는 재미로 한번 해보자 싶어서 죽도록 공부했다. 요즘 취업 열기가 뜨겁다고는 하지만 내가 지겠느냐! 난 이여주거든. 마침 근방의 고등학교에 선생님 한 분이 미국으로 연수를 가게 되어 내가 대신 자리를 채우게 되었다. 첫 소임이라 그런지 가슴이 엄청 두근거렸다.


“떨리네. 뭐라고 인사하지?”


문이 열렸다는 걸 망각한 게 잘못이었다.


“안녕? 난 너희와 1년을 지내게 된 이여주야.”
“......”
“아니야, 이건 좀 평범하고.”
“......”
“반갑다? 나는 내 시간에 조는 놈들이 있으면 참지 않는다.”


스스로 카리스마가 있다고 생각하는 듯 괜한 가오를 잡은 게 문제였다.



“내 이름은.”
“말 좀 듣죠?”


순간 낯선 목소리에 여주가 황급히 뒤를 돌았다. 웬 남자가 집안에 들어왔다. 일단 들어 온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자신의 얘기를 모두 들었을 거라는 생각에 여주는 얼굴이 새빨개졌다. 남자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여주를 못마땅하게 쳐다보고 있고, 여주는 고개를 푹 숙였다. 집에 들어온 지 하루 만에 이사를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오, 쪽팔려.





**





그의 말에 따르자면 결론은 이거다. 계단식으로 이루어진 이 아파트는 한 층에 두 개의 집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우리 앞집에 새로 이사를 왔다는 것이고, 자신의 엄마의 성화에 못 이겨 떡을 제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웃의 정은 두터울수록 좋다나 뭐라나. 그래서 이삿짐이 다 옮겨짐과 동시에 떡을 돌리려는 중이었는데, 우리 집으로 오게 된 것이고. 난 쇼를 하다가 이 남자에게 들킨 것이고.


“저기, 우리 어디서 보지 않았나요?”


아무리 봐도 낯이 익은 얼굴이다. 남자는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고개를 갸웃한다.



“그러게요. 어디 살았었어요?”
“막촌리라고 아시려나. 물 좋고, 공기 좋고, 이장님 부부 금슬도 좋고.”
“김석진, 알아?”


김석진, 김석진, 김석진? 그 왕재수 김석진?


“왕재, 아니야. 난 이여주.”
“......”
“난 너 알겠다. 넌 날 모르겠지만.”


그렇게 인연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막촌리에서 내로라했던 우리네 아들의 대표 김석진은 당시 중학교 때 전교 회장님이셨으며 집안 스펙도 대단하고 공부도 엄청 잘했다. 엄친아라는 신조어가 왜 당시에는 없었을까. 그렇다면 이 왕재수 녀석의 몫이었을 텐데. 인기 많고 성격 좋고 공부도 잘한다며 명성이 자자했지만 나는 달랐다. 딱 한 번 마주친 적이 있었는데 정말 대단한 재수 없는 놈이라고 생각했다. 다들 좋다는데 내가 질색한 걸 보면 나한테만큼은 엄친아가 아니었나 보다.


“인연이 대단하네. 막촌리에서 내 앞집으로 이사를 오고?”
“......”
“앞으로 친해지면 되겠네.”


글쎄.


“난 김석진이야. 이사 온 지는 얼마 안 됐고.”


서울로 올라오기 전에 김석진이 성공했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다. 김석진은 그렇게 공부를 해대고 고등학교를 서울로 갔었다. 중학교 말쯤에 갑자기 서울로 전학을 간다는 얘기에 여자애들이 엄청 많이 울어댔었지. 김석진이라는 이름이 잊힐 무렵에 검사가 되었다고 마을에 소식이 들려왔다. 오래간만에 서울에 갔다 온 병호가 냅다 물고 온 소식이었다. 나름대로 우리 마을에서는 나만큼 인물난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끝까지 방해를 하는구만.


“근데 서울에서 일하나 봐?”
“아, 요 근방에 방탄고 있지? 거기로 발령 났어.”
“선생님?”
“응.”
“무슨 과목?”
“국어.”


마치 원래부터 친했다는 듯이 진득하게 붙어대는 김석진이 여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근데 무지하게 잘생겼다. 당시에는 몰랐는데, 살이 조금 빠진 듯 애매했던 턱 선이 반듯해졌고. 원래부터 남자답고 훈남 냄새가 나는 녀석이었기 때문에 충분히 잘생겼거니 했다. 이 정도 일 줄은 몰랐지만.


“아무튼 나중에 놀러나 와라.”
“......”
“마을 소식도 좀 듣고, 떡은 내버려 뒀다가 데워 먹어도 되고.”


저벅 저벅 걸어가는 두 다리도 왜 이렇게 긴지. 딱 남자답고 인기 많게 생겼다. 너야말로 정말 서울 남자가 다 됐네.



‘야, 쓸고 있는 거 안 보여?’
‘아, 미안.’
‘......’
‘근데 이것도 좀 같이 쓸면 안 되나? 엄청 쪼잔 하게 구네.’


내 기억 속의 김석진은 전혀 멋있는 놈이 아니었다.



















부끄럽지만 작년에 썼던 글 가져와봅니다. 본하는 너무 축축 처지니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글로 선택했어요. 사실 작년이라고 하지만 일년도 넘은 글이라 오랜만에 다시 읽으니까 부끄럽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오늘은 그냥 한가해서 올려봤어요. 저 원래 연재주기 정해놓고도 잘 안 지키고 그래요(?????). 하루 마무리 잘 하세용용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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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힝훙흥  13일 전  
 정주행이요

 힝훙흥님께 댓글 로또 18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훒  16일 전  
 정주행이여

 답글 0
  민경ㅆ  35일 전  
 정주행

 민경ㅆ님께 댓글 로또 27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끼얏쿙  35일 전  
 정쥉요오오

 끼얏쿙님께 댓글 로또 1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뷔태형(V)  93일 전  
 다시 정주행
 
 계속 생각난다ㅠㅠ

 뷔태형(V)님께 댓글 로또 8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티티타타  98일 전  
 이 이야기 완결작이여서 다행이다
 완결작 아니면 못참아서 폰박살ㄴ...

 답글 0
  꽃챼빙  102일 전  
 이건 정말 대작입니다....

 꽃챼빙님께 댓글 로또 16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망고포도  106일 전  
 기대되요오

 망고포도님께 댓글 로또 5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btslove130613.  129일 전  
 아 징짜 제 최애작!!!! ㅠㅜㅠㅡ

 btslove130613.님께 댓글 로또 1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두려운  132일 전  
 정주행이요>

 답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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