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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소년은 아주 오래전에 죽었다고 한다. - W.삼십오
소년은 아주 오래전에 죽었다고 한다. - W.삼십오


삼십오 씀




2009. 09. 01.
<길을 잃은 소년에게>, 수신자 불분명.


_
> 소년에 대한, 記錄.

1. [소년은 밤이 되면 숨을 쉬지 못한다.]

온통 하얀 풍경이었다. 어둠이 내려앉은 하늘 사이로, 눈 송이들이 내렸다. 아리도록 시린 바람 덕에, 모두들 풍경에서 사라져가는 계절이었다. 당장이라도 눈 송이가 나를 뒤덮어 숨통이 잔뜩 막힌 채로 죽어갈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눈이 잔뜩 내려 앉은 나무는 잎이 없어 아주 앙상했다. 마치 나무가 그 눈들의 무게를 짊어진 것 같았다. 거의 죽은 듯이 보였다. 나는 그 나무를 저 하이얀 눈이 죽였다고 생각한다. 흙 먼지가 가득 쌓여 있던 멋없는 길 역시도 눈이 잔뜩 뒤덮여 있었다. 아무도 그 길을 걸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아마 눈 사이로 푹푹 빠져 그 길의 일부가 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나는 그 길을 저 하이얀 눈이 죽였다고 생각한다. 새카만 밤 하늘에 내리는 눈 송이는 별보다도 반짝거렸다. 창문 사이로 보는 풍경은 모두 생명력이 없었다. 모두 죽어 있어서, 평생 잊지 못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잊지 못할 정도로 아름다워서, 모두 죽을 것 같았다.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아름다움.......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숨이 막혔다. 나는 아름다움에 약하다. 나는 나의 밤을 저 하이얀 눈이 죽였다고 생각한다.


2. [소년의 눈물은 나를 익사시킨다.]

나는 유독히도 눈물이 많았다. 비가 오는 날이면 더 그랬다. 어두운 구름이 잔뜩 낀 하늘과 천둥이 나를 향해 울었다. 공허한 방에 내려앉는 그 울음은 나를 옥죄어 왔다. 단순한 무서움은 아니었다. 무섭게 내려앉는 천둥소리에 나는 울었다. 그러자 천둥의 울음소리가 더 크게 들려왔다. 거센 빗줄기가 지붕을 때리는 소리에 나는 울었다. 그러자 하늘의 울음소리가 더 크게 들려왔다. 매섭게 부는 바람이 창문을 흔드는 소리에 나는 울었다. 그러자 바람의 울음소리가 더 크게 들려왔다. 나는 비가 오는 날을 기다렸다. 하늘은 나와 같아서, 언제 울지 모른다. 비가 오는 날엔, 나 혼자 울지 않는다. 하늘이 울지 않는 날엔 울음을 꾹 참는다. 그 날엔 건넌방 소녀가 피아노를 연주한다. 나는 무너져 내렸다. 나는 외로움에 약하다. 나는 나의 행복을 저 빗줄기가 익사시켰다고 생각한다.


3. [소년은 뒤로 걷는다.]

나는 사람의 눈을 보지 못한다. 투명한 눈에 내가 비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깊은 눈동자에 내가 나락으로 떨어져 죽을 것만 같았다. 마주하는 모든 것들이 무서웠다. 방문을 열자 건넌방 소녀와 눈이 마주쳤다. 무섭다, 나는 떨어졌다. 소녀가 내게로 다가온다. 무섭다, 나는 떨어졌다. 소녀가 내게로 손을 뻗는다. 무섭다, 나는 떨어졌다. 소녀가 내게 말을 걸었다. 무서워. 나는..., 고통에 말을 이루지 못했다.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았다. 소녀의 얼굴에 걱정이 서렸다. 나는 몸을 웅크렸다. 저 눈동자에 더 이상 빠져선 안 된다. 나는 고개를 툭 떨어뜨렸다. 나는 뒤로 걸었다. 나는 고통에 약하다. 나는 나를 소녀의 저 깊은 눈동자가 나락으로 떨어뜨렸다고 생각한다.

"길을, 잃었구나?"

아아, 나는 목을 졸랐다.





-
> 소년에 대한, 戀情.


1. [소년은 죽었다. 아주 오래전에 죽었다.]

소년은 아주 오래전에 죽었다고 했다. 사인은 질식사도 아니었고, 익사도 아니었으며, 추락사도 아니었다. 스스로 자신의 목을 졸랐다고 했다. 내가 뻗은 손이 무색해졌다. 얼마나 긴 시간 동안 목을 졸라야..., 얼마나 많이 죽어갔어야...,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있는 걸까. 나는 다이어리에 소년에 대한 시를 한 편 쓰기로 했다. 아마 추모의 의미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눈물은 나지 않았다. 내가 그 소년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라곤..., 없었다. 그 흔한 나이와 이름도 알지 못했다. 유일하게 소년을 그릴 수 있는 건, 그 얼굴뿐이었다. 갸름한 얼굴에, 크고 맑은 눈. 동그란 코 끝과 예쁜 입술 아래의 조그마한 점. 이름조차 발음하지 못하는 그 소년을, 그립다 칭해도 되는 걸까¿ 나는 기억력이 좋지 못하다. 아마 무언가로 소년을 기록해야 할 것이다. 펜을 들었다. 나는 눈을 감고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소년의 옷깃 냄새가 났다.

_













아름다운 소년이여, 길을 잃었나요?
얼마나 오랜 시간을 헤맸나요?

모두 죽은 듯이 조용한 겨울의 밤과
천둥이 귀를 울리는 하늘이 우는 날과
우리가 마주쳤던 이 공간과

나는 어디서 당신을 기다려야 할까요?

우린 계속 엇갈리니까,
네 번의 계절을 넘어 따뜻한 봄에 만나도록 해요.

_

나는 마지막 구절을 쓴 후 간신히 펜을 내려놓았다. ... 이런 젠장. 아무렇지 않았던 나는 슬픔에게 잠식당했다. 나는 이 시의 제목을 `길을 잃은 소년에게`, 라 붙였다. 나는 다이어리에서 시가 쓰여진 종이를 조심히 뜯어내었다. 나는 문을 열고 나와 건너편 방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조심스레 종이를 접어 문틈으로 끼워 넣었다. 발신자는 나. 수신자는....... 나는 문틈으로 얼굴을 가까이 했다. ... 나는 소년을 보았다.

소년은 밤이 되면 숨을 쉬지 못한다.
소년의 눈물은 나를 익사시킨다.
소년은 뒤로 걷는다.

소년은 아름다움에 약하다.
소년은 외로움에 약하다.
소년은 고통에 약하다.

[나는 소년을 사랑하고 있었다.]
나는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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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김일병  284일 전  
 글 넘쪼아요 잘 일꾸가용 ~~

 김일병님께 댓글 로또 8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해참  285일 전  
 글 넘 좋아용

 해참님께 댓글 로또 1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매력학과☆  285일 전  
 필력 진짜 좋으세요! 잘 읽고 가요~

 매력학과☆님께 댓글 로또 8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강하루  285일 전  
 글 잘쓰시네요

 답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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