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일까?요즘들어 자꾸 나연이와 멀어지는 기분이었다. 멀어지기 보다는 좀 거리감이 생긴 느낌이랄까?..
"쟤야?지 친구 남친 꼬신애가."
내 두 귀에 똑똑히 박혀오는 단어들. 또한 날 향해 있는 그들의 손 끝.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아, 내 얘기구나. 하지만 난 들어도 듣지 않은척 무덤덤하게 행동했다. 내 얘기가 아닐거야. 라며 스스로를 다독인채.
"아, 뭐야. 왜 이렇게 쓰레기가 많은거야?.."
갈 곳 잃은 내 두 눈은 바닥으로 향했고 혼잣말을 해대며 조용히 주저앉아 쓰레기를 주웠다. 교실에 혼자 있으니 자꾸만 그때의 일이 떠올랐다. 순간 머릿속으로 스쳐지나가는 악몽같은 그 장면.
"태형아, 누구 있으면 어쩌려고..."
"너무 마음이 흔들려 그니까 한번만 내 마음 좀 확인 해볼게."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냐?"
"......"
"무슨 생각 하시냐고요."
"어...어?!아, 아니야..."
"김태형 헤어진거 알고 있냐?"
"... 뭐라고?왜?왜 헤어졌는데?"
"박수영이 찼다네?"
"...... 왜, 왜... 하."
행복하게 오래 사겨야지... 그 둘이 헤어졌다는 말을 들으니 웃음은 커녕 한숨이 나왔다. 보란듯이 행복해야지. 그래야, 그래야 내가 포기를 할 수 있잖아. 파도처럼 밀려오는 허무함에 헛웃음이 나왔다. 사귈때는 그렇게도 헤어지길 바랐으면서 정작 헤어지니 다시 사귀길 바라다니. 이런 내가 정말 나같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근처 카페에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누구지?조심스레 다가간 나의 눈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다름아닌 수영이와 태형이였다. 심각한 대화를 나누는듯 수영이의 눈동자는 분노로 태형의 눈동자는 진지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럼 그렇지 둘이 헤어졌을리가... 저렇게 잘 만나는데."
내 눈으로 그 둘을 동시에 바라보니 참 잘 어울리긴 했다. 어쩌면 나같은애 보다는 수영이가 태형이랑 사귀는게 태형이는 더 기쁠 수도 있다. 수영이는 참 좋은 아이니까... 처량하게 그대로 집으로 향하는 나의 모습은 정말 말로 설명할 수 없을만큼 바보같았다.
"이게 누구야!이여주우!"
"헐?너 김세정임?!"
집으로 돌아가는길 익숙한 목소리에 숙였던 고개를 들고보니 내 앞에 있던건 다름아닌 세정이었다. 세정이는 1년전 보컬학원을 다닐때 내 옆에서 같이 밥을 먹어주던 친구였다. 1년만에 만난 세정이에 난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세정이는 나의 혼밥을 막아준 은인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