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기 너머로 짤막하게 들려오던 나에 대한 욕짓거리를 들으며 내가 무슨 생각을 했어야 할까. 이불을 방패 삼아 누워 연신 기침하던 내게 언뜻 비친 약봉지에 쓰인 오빠의 정갈한 이름 석 자를 보며 내가 무슨 생각을 했어야 할까. 맨손으로 들고 있던 쌀가마니 다섯 석 너머로 보이던 지게에 아무것도 짊어지지 않은 사람들을 보며 내가 무슨 생각을 했어야 할까. 앞서 나가는 발걸음을 막연히 따라가다 내 발걸음이 아니란 것을 알았을 때 내가 무슨 생각을 했어야 할까.
다른 길로 갈 용기. 건널목에서라도 잠시 쉬어가는 휴식. 아프다고 외칠 수 있는 용기. 마음 놓고 울 수 있는 피난처. 가장 최적의 온도, 36.5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