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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김태형] 우리, 여행갈래? - W.달빛유리
[김태형] 우리, 여행갈래? - W.달빛유리









우리, 여행갈래?









넌 내게 시작이자 결말 자체니까
니가 날 끝내주라


-방탄소년단 Love Yourself 승 Her: Her 中-




(브금 재생)










따르르릉-










“.....세요.”


“얼른 나와.”


“어딜...”


“오늘 여행 가기로 한 거 기억 안나?”


“여행...? 우리가 언제 여행가기로 했었나...”


“으휴, 바보. 10분 줄테니까 당장 나와. 집 앞이야.”









10분, 영문 모를 시간제한에 나도 모르게 눈이 번쩍 떠졌다.

맞은편 거울에는 웬 원시인 하나가 멀뚱 멀뚱 서있는데, 입에서는 단내가 폴폴 나는데, 얼마나 잔 건지 허리는 찌뿌둥해 죽겠는데 10분이라니.





[야, 10분은 좀 에바고 30분만 ㄱㄷ.]
















“헉, 허억, 야...김태형!”









평소답지 않게 흰색 니트에다 갈색코트를 쫙 빼입고는 한껏 멋을 낸 김태형. 처음에는 김태형이 아닌 줄 알고, 눈살을 잠시 찌푸렸다가 본인을 부르는 목소리를 듣고서 밝아진 표정으로 뚜벅뚜벅 걸어오는 모습에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주춤주춤 다가갔다.












“야...너, 오늘 소개팅하냐? 거의 뭐 새신랑이네.”


“그러는 너는, 정확히 47분 30초 준비하고 나와서 트레이닝 복이냐?”


“아니...이런 컨셉이었으면 미리 말을 해주지...”


“미리 말했으면 퍽이나 잘 입고 나왔겠다.”


“......그래서 어디가는데?”


“몰라, 그냥 따라와.”










차는 언제부터 있었던거야. 광이 나는 새 차가 앞에서 빛을 내고 있었다. 김태형은 얼른 운전석 문을 열고 탔고, 나도 조수석에 어리둥절하며 타기 바빴다.










“차 뽑았어?”


“어.”


“언제? 말을 하지. 내가 시승식 했어야 했는데.”


“지금 하잖아. 네가 처음이야, 이 차 타는 사람.”










김태형의 마지막 말을 기점으로 출발한 차는 우리 동네를 벗어나 멀리, 고속도로를 타고 더 멀리, 계속 움직였다. 가는 동안 웬일인지 우린 아무 말이 없었다. 무슨 말이라도 걸고 싶었지만 쉬이 말이 나오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늘 김태형이 먼저 말을 걸었었지, 내가 말을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던 것 같기도하다. 그나저나, 쟤는 오늘따라 표정이 어둡냐.












“무슨 일 있어?”


“응? 무슨 일?”


“그냥, 표정이 어둡길래.”


“아...무슨 일은. 너랑 둘이 가니까 흥이 안나서 그렇지.”


“미쳤냐. 그럼 나 그냥 내려줘.”


“장난, 장난. 으이구.”









피식 웃으며 내 팔을 붙잡는 마지막 제스처에도 왠지 모를 씁쓸함이 자꾸만 느껴져서 순간 순간 덜컥 심장이 내려앉곤 했다. 이 이유모를 이상한 감정을 떨쳐내려 창문을 내리고 바닷바람을 힘껏 쐬었다.










“이야, 그래도 나오니까 되게 좋다.”


“그래? 다행이다.”


“너랑 둘이 여행가는게 얼마만이야.”


“얼마만이긴, 처음인데.”


“아니야, 처음은 아니...”












그런가, 처음인가.

분명 김태형이 여행가자고 말한 건 여러번이었는데 막상 제대로 여행간 건 딱히 없었다. 나도 괜히 할 말을 잃고 헛기침을 뱉어버리기 일쑤다.

핑계라면 핑계겠지만 나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아무리 우리가 10년지기 친구라지만, 남녀가 단 둘이 여행가는 건 내 사고에 맞지 않았다. 아니, 더 자세히 말하자면 우린 그냥 친구가 아니었으니까.








중학교 3학년 때였나, 자의반 타의반 김태형이 나를 좋아하는 걸 알게된 후로.

우린 더 이상 평범한 친구관계가 아니었다.



평소와 같은 김태형의 호의도 자꾸만 불편하게 느껴지고, 작은 행동 하나까지 의미를 두게 되어서 아주 어쩌면 김태형도 느꼈을지 모른다. 내가 눈치채버린 것을. 하지만 이런 서로의 앎을 모른 척하고 쇼윈도 친구로 지내온 것도 어느덧 5년.














“자, 내리자.”


“여기야? 뭐야, 바다도 아니고 이 호수를 보려고 여기까지...”


“김여사님 또 불평 시작됐네, 말 좀 그만하고 내려 어서.”


“으휴.”













문을 열고 내리자마자 몽롱하고 아름다운 향기가 몰아쳤다.

살면서 단 한번도 맡아보지 못했던 향기였다. 마음이 따뜻하고 평화로워지면서 이 세상 모든게 아름답게 보였다. 최면에 걸린 것처럼 호수 앞으로 다가갔다. 호수에 비친 내 얼굴마저 반갑게 보이는 이 이상한 느낌.

호수 물을 만지려고 손을 뻗는 순간,






탁-


김태형이 내 손을 쳐냈다.











“뭐야?”


“만지지 마.”


“왜?”


“더러운 물이야.”


“뭐래, 내 얼굴도 비칠 정도로 맑구만.”


“만지지 말고 이리로 와.”










기어코 한번만 만져보겠다는 내 말을 무시하더니 나를 질질끌고 호수와 몇 미터쯤 떨어진 곳의 벤치에 앉았다. 이건 또 언제 준비했는지 내 손에는 따뜻한 라떼 한잔을 쥐어주며 말이다.











“어때, 여기?”


“너무 좋다. 이런데는 어떻게 알았어?”


“그냥,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이렇게 예쁜 곳에 사람이 한 명도 없네.”


“그래서 아름답지 않아? 너랑 나 밖에 없잖아.”


“......”









그냥 미소를 지어줄 수 밖에 없었다.

수없이 상상해왔다. 김태형이 나에게 직접적으로 고백하면, 나는 뭐라고 대답을 해야할까. 난 너랑 친구 사이로 계속 지내고 싶어. 난 한번도 널 남자로 생각해본 적이 없어. 난 너같은 친구를 잃고 싶지 않아.

하지만 난 알고 있었다. 어떤 말을 내뱉어도 김태형이 나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순간, 우리 관계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그래서 그 상황을 피하기에 바빴는데, 이제는 어디로 도망갈 수도 없게 만들어버렸어.











“이제는 내 고백 한번만 들어주라.”


“......”


“나,”


“김태형.”




“아주 오래 전부터 널 좋아했어. 아주 많이.”


“나는...”


“평생 친구로라도 남고 싶었는데, 이젠 그러지도 못하니까.”


“......뭐?”


“아니, 아니야.”










심장이 쿵, 하고 떨어졌다.

이젠 친구로도 지내지 못한다는 말에, 더 이상 못 볼 사람처럼 씁쓸히 말하는 탓에.

김태형은 급하게 말을 마무리 짓긴 했지만 내 충격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그렇다고 다시 한번 되묻지도 못했다. 다시 들은 말은 전보다 더 내 심장을 세게 때릴 것 같아서. 그때부터, 이상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좀 더 잘해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


“......”


“끝까지 너 아프게 하고싶지 않았는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


“......”










갑자기 눈에 눈물이 뚝, 떨어졌다.

머리로는 전혀 이해되지 않는 이 상황에, 내 몸은 뭔가를 알고 있다는 듯 뜨거워지면서 열을 냈다. 너무 슬펐다. 이상하게, 다시는 김태형을 못 볼 것 같은 꺼림칙한 느낌이 들었다.










“가지마.”


“미안해.”


“나, 너 없이 못 살 것 같은데...”


“울지마 제발.”


“5년동안이나 네 마음 모른 척 한 거 미안해. 그러니까...흑”


“아니야, 괜찮아. 그렇게라도 네 옆에 있게줘서 고마워.”


“난...끅, 너 없이 진짜 안될 거 같은데...흑...”










김태형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차로 달려갔다. 차에서 펜 하나를 꺼내어 달려왔다.











“손 좀 줘 봐.”







내 부들 부들 떨리는 손을 꽉 잡더니 무엇인가를 쓰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심장이 찢어질 것처럼 아팠고 김태형을 보고있는데도 미친 듯이 보고싶었다. 김태형은 펜 뚜껑을 닫더니 내 손을 아까보다 더 꾹 쥐었다.










“한 가지 소원이 있는데,”


“아 제발...”


“다음에는 나랑 여행 한 번 꼭 가주라.”


“태형...흑...끕...”


“알았지?”












김태형은 내 대답을 기다리는 듯 애써 울음을 참고 빤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나를 눈물 콧물 다 흐르는 이 상황에 고개를 끄덕이고 목이 터져라 울어댔고, 김태형은 고개를 돌리고 내 눈을 피했다.

한참을 그러고 있더니 나를 다시 벤치에 앉혔다.











“김여주.”


“...흑, 끕...”


“김여주, 내 말 들어.”


“흐윽...흡...”


“지금부터 딱 10초만 눈감고, 귀막아 줘.”


“싫어...흑...”


“너 그때, 치킨 안 산거 이걸로 대신해.”


“....아...제발...흑...”


“그리고, 닭발 안 산거 대신할 거. 한 가지 있어.”


“.......흡...”


“너무 슬퍼하지 말기.”


“.......”


“김여주 양심있으면 지켜라, 알았지?”











김태형은 내 양 손을 내 귀에 갖다대고 본인 손으로 내 눈을 감겨주었다. 이상하게 그리고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무슨 일이 일어날 걸 알면서도, 너무 두려워서 막질 못했다. 딱, 딱 10초만 이러고 있자고. 내 양심상 딱 10초만...








10..

9....

8...





쪽-


입술에 부드러운 촉감이 닿았다 떨어졌다.


사랑해. 속삭이는 목소리도 들렸다.






7...


6...


5...


4...


3...


2...


1...









첨벙.






손을 내렸다. 눈을 떴다.


호수에는 너울이 지고 있었다.

그리고,

김태형은 없었다.




























“김여주 환자 깨어났습니다. 맥박, 호흡 모두 정상이에요.”






눈이 부셨다. 왠지 모르게 다급한 상황, 눈가는 촉촉했고 여전히 심장은 아팠지만 여기가 어딘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는 나도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김여주 환자, 저 누군지 아시겠어요? 본인 이름 말해보세요.”


“김...김태형은요, 선생님?”


“네?”


“태형이는 어떻게 됐어요?”












[어제 저녁, 화연동 사거리에서 일어난 화물차 5중 추돌 사건으로 21세 김모씨 사망, 21세 김모씨 중상을 입고 현재 병원에 입원해 있는 상황입니다. 사건의 경위를 추적중이며...]


간호사가 급하게 리모컨으로 TV를 껐다.









째깍, 째각 시계소리만 크게 들렸다.








“죽었어요...?”

“......”
















첫 눈이 내리고, 벚꽃이 지고, 낙엽이 떨어지고

다시 첫눈이 내렸는데도 김태형은 돌아오지 않았다.



다만 한가지 사라지지 않는 건,

내 왼손에 언제 새겨졌는지 모를 희미한 세 글자.


‘사랑해’






인생에 반을 날 위해 살다가, 날 위해 죽은 너를 평생 잊지 못할 거야.

우리,

꼭 여행가자.

다음에.













| EPILOGUE |



"감사합니다. 소원 들어주셔서."


"고맙긴요, 나도 고마워요. 내 딸을 이렇게나 사랑해줘서."




둘은 미소를 지으며 서로를 바라봤다.



저승으로 가는 기차 안, 한 사신과 한 망자의 대화였다.























[글 해설]

태형이는 전날 여주를 구하려다 차에 치여서 죽었고, 여주는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꿈을 꿉니다. 그 꿈에서 여주와 태형은 꿈에 그리던 여행을 떠나고 그것은 태형이 사신에게 빈 마지막 소원이었죠. 그 소원을 들어준 사람은 여주의 돌아가신 아버지셨고, 그 아버지는 망자를 인도하는 사신이었답니다.



여러분, 오랜만이에요. 왜 이제야 왔냐고 물으신다면 할 말이 너무 많지만 지금 너무너무 바쁜 관계로 다음에 우리 함께 꼭 오해(?)를 풀어나갑시다. 오늘은 너무너무 글이 쓰고 싶어서 급하게 망한 단편하나 슬쩍 하고 갑니다.

늘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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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밍!지  1일 전  
 ㅠㅠㅠㅠㅠ몰입감 댑악이에요 엉엉ㅠㅠㅠㅠㅠ

 답글 0
  bora2030  2일 전  
 ㅠㅠ

 답글 0
  닉네임하나짓기도어렵네  3일 전  
 ㅠㅠㅠㅠ너무 슬프자나여ㅠ

 닉네임하나짓기도어렵네님께 댓글 로또 3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신비한채소녕  5일 전  
 신비한채소녕님께서 작가님에게 13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신비한채소녕  5일 전  
 작까님 글 너무 잘써요....ㅜㅜㅜㅜ

 신비한채소녕님께 댓글 로또 7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라햇님  6일 전  
 잘 읽고 가요 유리 님 !!!

 라햇님님께 댓글 로또 20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지민뽀듕  6일 전  
 넘 슬프고 몰입이 잘되는 글이네요ㅠㅜ

 답글 0
  보한비  7일 전  
 너무 슬픈 이별이네요...

 보한비님께 댓글 로또 11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VOVE.  7일 전  
 너무 슬퍼요ㅠ

 답글 0
  hollollo  7일 전  
 와..진짜 이렇게 감정이입 잘 되는 단편 오랜만이네요.. 작가님 진짜 글 잘 쓰십니다!

 hollollo님께 댓글 로또 12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21 개 댓글 전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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