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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작당글] 웃기지 말라고 전해주세요 - W.도함
[작당글] 웃기지 말라고 전해주세요 - W.도함
트리거워닝. 병으로 인한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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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웃기지 마.





어둠뿐이 남지 않은 밤이 오늘따라 어색하다. 본격적인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차가운 바람에도 역겨운 오늘 하루를 떨쳐버릴 상쾌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게 매서운 바람을 계속 맞으며 서있자니 눈물이 고여 눈을 천천히 깜박인다. 눈을 감으면 밀려오는 거센 외로움이 나는 두렵다. 순간적으로 빠르게 들이마신 밤공기를 다시 뱉어낸다. 덜덜 떨리는 것이 그 이유를 모르겠다. 뿌연 입김이 서서히 흩어진다.

커피향이 은은하게 맴돈다. 인스턴트 커피와는 어울리지 않는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하얀 커피잔을 꼬옥 감싸 쥔다. 언 손을 녹이며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데 문득 유리 한 장으로 철저히 구분된 현실이 원망스럽다. 지금 입고 있는 환자복이 그 이름만으로 제한하는 게 얼마나 많은지. 앙상하게 뼈대만 남은 나뭇가지나 채도 낮은 탁한 하늘빛마저 누군가가 절실히 바라고 있건만, 그런 엄청난 특권을 가진 사람들은 본인이 암울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믿는다. 건강만 되찾는다면 순간순간 내 주어진 모든 시간들에 감사하며 살 수 있는데.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유독 허약한 건지, 허약한 사람이기 때문에 감사할 줄 아는 건지. 당연히 후자가 맞다 생각할지 모르지만 난 아니다. 애초에 나와 너의 존재에 감사해했기 때문에 널 사랑했으니. 아, 나가고 싶다.





상태가 점점 악화되고 있다며 말을 전하는 담당 의사의 낯빛이 어둡다. 의사와 길게 얘기를 나누던 동생이 물기 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됐어, 가봐. 바쁘잖아. 목이 다 갈라져 기괴한 쇳소리가 섞여들어갔다. 잔뜩 충혈되어 붉어진 동생의 눈을 마주한다. 동생이 울음을 멈추지 않아 불쌍하게 빨개진 눈에 대한 위로를 건넬 틈이 없다. 미안하다며 연신 나를 토닥이는 몸짓에 힘없이 몸을 뒤로 뺀다.

거울을 보자마자 나를 바라보는 눈이 잠깐 마주친 동생의 눈과 비슷하다. 다만 빨갛게 물든 흰자 가운데에 나를 바라보는 동공은 텅 비어있다. 동생은, 뭐랄까, 연민과 동정과 가족이기에 가질 수 있는 미안함을 동공에 가득 담고 있었다. 웃어본다. 억지로 비틀려 올라간 입꼬리가 푸석하게 창백한 피부와 꽤 어울린다.





네가 왔다. 너는 내 손을 으스러질 듯이 잡고 펑펑 울었다. 마음 약한 너인 것을 잘 알아 일부러 연락하지 않았는데. 동생이 알려주었나 보다. 나만큼이나 좋지 않은 안색을 보니 멀리 떠난다 거짓말 했던 것이 후회된다. 조금 더 늦게 말할 걸. 악착같이 너랑 버티다 죽기 직전에, 그 때 얘기할 걸. 어떤 경우에도 네 마음이 조각난다면, 내 마음 정도는 지킬 길을 찾았어야 했는데. 내가 멍청했다. 마음 놓고 울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눈물은 언제까지고 식지 않을 것이다.

네가 병원에서 살기 시작했다. 차마 내게 가까이 다가오지는 못하고 먼 발치에서 안쓰럽게 나를 보다, 또 눈을 맞추면 황급히 고개를 숙이다, 그대로 눈물을 똑똑 흘려냈다. 마르지 않는 네 눈물은 강을 만들고 바다를 만들고. 뜨거운 태양이 내리쫴야 병실을 가득 채운 눈물들이 말라 갈 텐데, 태양은 나올 기미도 안 보인다. 네 눈물이 방을 가득 채우면 우린 다 같이 잠겨버릴 텐데. 무섭다는 생각을 한다.





담당 의사가 짐짓 심각한 얼굴로 앉아있다. 그 앞에 의사를 마주하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너. 한숨과 울먹임뿐이던 이야기가 서서히 끝나가는지 의사가 네 손을 붙잡고 무어라 당부한다. 너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인다. 멍하니 기다리자니 눈에 갇히는 것은 탈색으로 잔뜩 상한 네 머릿결밖에 없다. 네가 꾸벅 인사하더니 뒤돌아 나를 빤히 쳐다본다. 입술을 꽉 깨문 네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너 곧, 곧 죽는대. 한 달도 안 남았대. 이미 네 얼굴은 젖어있겠지. 담담히 알아, 하고 답한다. 여전히 시선이 닿는 것은 네 머리칼. 정적이 흐르더니 명확하지도 않은 네 말소리가 귀에 꽂혀 들어온다. 너 죽으면 같이 죽어버릴까? 깜짝 놀라 너를 본다. 엉망이다. 식지 않을 눈물이 흐른다.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래서 내가 너 안 보려고 한 건데.

넌 하루 종일 내게 붙어있다. 불안한가 보다. 웃겨. 난 네가 더 불안해.





병원에서 산 지 다섯 개월이 다 돼간다. 정들 때쯤
떠나간다고, 이곳도 정이 들기 시작한 걸 보니 곧 떠나겠구나 싶다. 물론 아직도 불편한 게 많다. 너에게 이 얘기를 해주면 며칠 잠잠했던 눈물보가 다시 터질 것 같아서 그냥 조용히 있었다. 시간이 많은 사람은 앞으로를 보내야 하니까. 내게 발 묶여 제자리만 돌면 안 되니까. 애석하게도 흐름을 막는 것은 절대 불가한 것이라 시간이 가는 대로 보내고, 네게 주는 감정들도 같이 떠내려가니 어찌 보면 비례한다 할 수도 있겠다.

한 달. 네가 말한 내 남은 모든 시간 한 달. 벌써 사분의 삼이 지나고 일주일밖에 안 남았다. 너는 애써 괜찮은 척하지만 달이 밝은 자정이 되면 소리 죽여 우는 것을 난 안다. 아마 어저께 즈음에는 옥상도 올라갔을 것이다. 다 안다. 다. 그리고 난 네가 계속 살아가게 해야 한다. 네게 칼을 꽂아 발목의 끈을 자르고 나로 인해 살아가도록 해야지. 너를 너무 많이 알아버렸다.





/





옥상에서 바람을 쐬고 들어왔는데 병원이 시끄럽다. 간호사들이 분주히 움직이며 의사를 부른다. 천이백삼십 호요! 들려오는 내용이 익숙하다. 찬 바람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비상구 손잡이를 돌린다. 십이층, 십이층, 계단 난간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제발. 제발 태형아.

헉헉대며 십이층에 도착하자마자 나를 덮치는 정적에 멈칫한다. 이미 볼을 타고 눈물이 흐르고 있지만, 목에 걸린 카드를 찍어댄다. 삼십 호. 며칠 있었다고 익숙해져 버린 마지막 호실을 향해 달린다. 제발, 제발 조금이라도. 병실 문을 열자 눈물이 투둑투둑 제자리에 떨어진다. 내게 쏠리는 의사와, 간호사들과, 네 동생의 시선. 이어지던 정적이 툭 끊기고, 누군가 소리 내어 우는 것이 내 안을 가득 채운다. 한 걸음 내딛고 보니 세상이 무너진다.

눈을 떴다. 닷새 동안 누워있었다고 했다. 네 동생은 바닥만 보며 말했다. 장례식은 이틀 뒤에... 네가 떠나간 것이 실감이 나 눈앞이 다시 흐려졌다. 네 동생은 네 마지막 말이라며 작은 종이를 쥐여주곤 작은 등을 보이며 나갔다.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쥐어짜 읽어보았다.

꼭 살아가라고, 네 맘대로 목숨 버리지 말고 꼭 살아가라고 전해주세요. 나 잊고, 새롭게, 남아있는 거 없이, 다 털어버리라고요. 정말 사랑했던 사람이예요.

가슴이 시려온다. 어쩌면 우리는, 마지막 대사를 위해 짜여진 연극의 주인공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네가, 너무, 보고싶다.





-답장.
웃기지 말라고 전해주세요. 내가 너를 어떻게 잊어 멍청아. 그러길 바랬으면 마지막 말은 하질 말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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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바다85  8일 전  
 네엥네에에ㅔㅇㅇ

 답글 1
  달콤한설탕이❤  8일 전  
 작당 정말 축하드립니다

 달콤한설탕이❤님께 댓글 로또 11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해참  9일 전  
 축하드립니당

 답글 1
  강하루  10일 전  
 작당 축하드려요

 답글 1
  실서론  10일 전  
 작당 축하드려요. 앞으로도 건필하세요!

 실서론님께 댓글 로또 2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서월자까  10일 전  
 작당 축하드려용!!

 서월자까님께 댓글 로또 18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그륀  10일 전  
 작당 축하드려요오 !!!

 그륀님께 댓글 로또 1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러언  10일 전  
 작당 축하드립니다 건필하세요!!♡

 러언님께 댓글 로또 20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댜댜룽  10일 전  
 댜댜룽님께서 작가님에게 10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1
  라햇님  10일 전  
 작당 축하드립니다 ♡♡

 라햇님님께 댓글 로또 1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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