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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김남준 - W.율격
김남준 - W.율격






김남준










"형!"


짧은 클락션 소리의 바로 뒤로 따라오는 외침에, 남준이 고개를 돌렸다. 이내 잘 나신 아버지 돈으로 산 듯 보이는 승용차의 운전석에서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드는 현이 보였다. 남준이 손을 살짝 흔들어 보이고는 현이 탄 차로 향했다. 이내 운전석에서 내린 현이 조수석에 앉자 남준이 운전석을 차지했다.


"넌 여자애가 형이 뭐냐."


현의 머리를 헝클어지지 않을 정도로만 살짝 쓰다듬으며 남준이 한 말이었다. 현이 허, 하더니 안전벨트를 매며 입을 삐죽였다.


"그럼 오글거리게 오빠라고 해요?"


남준이 피식 헛웃음을 지으며 기어를 바꿨다. 그리고 이내 핸들에 손을 올리며 주차된 차를 뺐다. 현도 운전에 젬병인 편은 아니었으나 남준은 확실히 운전을 잘했다. 그래서 남준과 현이 만날 때는 거의 항상 남준이 운전을 하고 그 옆에서 현이 종알대고는 했다. 남준은 항상 웃는 낯으로 이야기를 들어주며 현의 이야기의 맞장구 쳤다.


"오늘은 뭐 먹을래."


남준이 신호에 걸린 사이 현에게 원하는 저녁 메뉴를 물었다. 현의 의지는 아니었으나 두 사람이 데이트를 하는 날은 언제나 현의 뜻대로 모든 것이 흘러갔다. 현은 권하면 거절하지 않는 스타일이었고 남준은 워낙 상대를 배려하는 게 습관이었기에 더욱더 그러했다.

현은 잠시 고민하나 싶더니 이내 오늘은 남준의 뜻대로 하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남준이 현에게 무엇을 원하느냐고 물으면 현은 둘에 하나는 형 하고 싶은대로 하자는 답을 했다. 어쨌거나 결론이 현의 원하는 대로 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난 딱히 없어. 너 먹고 싶은 거 말해, 내가 사줄게."

"꽃등심 10인분 부르기 전에 형 먹고 싶은 거 말하세요."


제법 비장한 현의 목소리에 남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현은 언제나 귀여웠다. 작고 마른 체구에도 항상 당차고 싹싹하며, 무시당하는 걸 제일 싫어하는 현은 귀여웠다. 신호가 바뀌자 남준이 엑셀러레이터를 밟아서 출발했다. 한 손으로 운전하며, 남준이 현에게 자신의 휴대폰을 잠금 해제하여 건넸다.


"근처에 먹을 만한 칼국수 집 있나 봐 주라. 그럼 칼국수 먹자."


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휴대폰을 받아들었다. 이내 내비게이션으로 칼국수 집까지 가는 길을 찾은 현이 남준에게 휴대폰을 다시 내밀자, 남준이 폰을 받아 칼국수 집으로 향했다. 남준과 현이 워낙 가리는 게 없어서 다 잘 먹긴 했지만, 유난히 좋아하면서도 취향이 맞는 게 있다면 칼국수였다.


"형은 제가 뭐 먹고 싶냐고 그러면 매번 칼국수 먹자고 그러죠."

"왜, 칼국수 싫어? 싫으면 다른 데 가자."

"싫다는 게 아니잖아요. 형 먹고 싶은 거 먹었으면 좋겠는데 맨날 형이 칼국수만 부르니까 그렇죠."

"칼국수가 먹고 싶은 걸 어떡해."

"거짓말, 방금까지도 딴 거 먹어도 괜찮다 그랬으면서."


제대로 정곡을 찔린 남준이 멋쩍게 웃기만 하자, 현이 후욱 숨을 내쉬었다. 매일도 아니고 한두 번쯤은 욕심 내도 좋을텐데, 남준은 항상 바보 같을 정도로 욕심 따위는 없이 착하기만 했다. 남준의 그런 면이 현에게는 답답함으로 다가왔으나, 현이 백날천날 불만을 토로해도 남준은 그저 순하게 웃을 뿐이었다.


"에이, 이번만 넘어가주라. 나 딱히 땡기는 게 없어서 그래."

"이번만이 대체 몇 번째인 줄 알기나 해요?"

"아, 현아-."


또, 또 나왔다. 이름 부르기 스킬. 남준은 자기가 이기기 힘들겠다 싶을 때에는 스윗하게 현의 이름을 부르며 웃곤 했다. 그런 남준의 의도적인 음성에 현은 언제나 속속무책으로 넘어갔다. 이번에도 그런 식으로 넘어가려는 남준에, 현은 또다시 넘어가 버렸다. 결국 귀가 새빨갛게 붉어진 현이 홱 창문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둘 사이 대화는 멎었다.


"현아, 화났어?"


`나 삐졌어요`, 하는 표정을 하고서는 창 밖만 응시하는 현을 남준이 귀엽다는 듯이 힐끗 눈짓했다. 새빨갛게 달아올라 꽁한 현이, 남준의 눈에는 미치도록 귀여웠다. 애써 표정관리를 하며 남준은 차를 몰았다.









칼국수 집에 도착한 남준과 현은 꽤나 사이 좋게 음식을 주문했다. 차 안에서 자신의 칼국수 사랑을 열렬히 어필한 남준 덕분이었다. 현이 남준에게 진심으로 화를 낸 적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예정이지만 다 이해하더라도 남준의 끝없는 배려에 대해서는 현은 영 이해하지 못했다.


"여기 저번에 와서 먹었을 때 잘 먹길래 여기 위치 찍었어요."


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칼국수를 먹게 되어 기분이 금세 나아졌는지 특유의 예쁜 웃음을 지으며 자리에 앉는 현이었다. 남준이 현을 향해 미소지으며 기특하다는 듯이 "그래, 잘했네." 했다. 현이 유독 좋아하는 미소이기도 했다.

고등학교 동아리에서 만나 그냥 선후배 사이로 1년을 지내다가 남준의 졸업 얼마 전 막바지에 현과 남준은 급격히 친해졌다. 당당히 서울대에 합격한 남준을 부러워하는 현과 그런 현에게 힘이 되고고 싶었던 남준이 연락한 것도 1년, 남준과 같은 학교를 가겠답시고 미친듯이 공부한 현이 남준을 따라 서울대에 붙어 같이 공부하게 된 것도 1년이었다.

서로를 이성으로 보는 마음은 충분히 있었으나 남준은 한 살 어린 현이 정말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하길 바랐고, 현은 그런 남준의 마음을 알고 있었기에 남준에게 연애에 대한 이야기는 일절 꺼내지 않았다.


"주문하신 음식 나왔습니다."


점원이 두 개의 그릇을 각각 현과 남준의 앞에 놓았다. 남준이 수저통에서 젓가락 네 개와 숟가락 두 갤 꺼냈다. 현과 자신의 앞에 각각의 수저를 내려놓은 남준은 작은 "잘 먹겠습니다-" 소리와 함께 칼국수를 먹기 시작했다. 잠시 허공을 응시하던 현도 곧 음식을 먹었다.


"잘 먹네."


남준이 현을 보더니 푸스스 웃었다. 두 사람은 식사를 하는 도중엔 말이 없는 편이었다. 예의라는 것을 기본으로 두는 두 사람은 음식물이 입 안에 있는 상태로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는데, 두 사람이 먹는 속도가 다르다 보니 음식이 입에 없을 때 말을 하다 보면 대화의 텀이 길어지고, 결국 대화는 지루해지는 게 사실이었다.


"형은, 다 먹었어요?"

"응. 천천히 먹어."


남준이 천천히 먹으라는 말을 덧붙이긴 했지만 현은 급하게 먹을 수 밖에 없었다. 남준에게 피해를 주는 건 죽기보다 더 싫어하는 일이었기에. 자신이야 이 식사가 끝나고 잠깐 공원 한 바퀴 돌면 일정이 끝이지만 남준에게는 야간 알바가 남아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뭘 그렇게 급하게 먹어, 체하겠다. 안 뺏어 먹을게."


현은 남준의 말을 귓등으로 흘리고 열심히 칼국수를 먹었다. 이내 그릇을 비운 현은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점원에게 카드를 내밀었다. 남준은 매번 현이 결제하는 것을 좋게 생각하지 않았으나 솔직히, 정말 솔직히 말하면 현은 재벌 3세에 남준은 평범했기 때문에 현은 남준에게 결제를 시키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꼈다.

물론 남준도 자존심이 있기에 현은 주로 비싼 것을 먹을 때엔 자기가 결제하고, 그닥 비싸지 않은 것을 먹을 때에는 남준이 결제하도록 내버려 두는 편이었다. 그러나 이번은 조금 달랐다.


"뭐야, 오늘은 내가 살게."

"됐어요, 저번에 형이 샀잖아요. 제가 살게요."


현이 점원으로부터 다시 카드를 건네받자, 남준은 어쩐지 묘한 표정이었다. 나란히 음식점을 나온 둘은 다시 차에 올라탔다. 남준이 평소처럼 공원으로 향하려고 하자, 현이 말했다.


"오늘은 집 가서 좀 쉬어요. 산책은 내일 하면 되잖아."


두 사람의 매일 있는 저녁 데이트에 있어서 산책이란 필수 코스와도 같았다. 두 사람에게 산책이란 단순한 그 본질적인 의미를 넘어서 교감의 시간이었다. 산책을 하는 동안에 오가는 대화의 무게가 남들보다 무겁거나 그 양이 크지는 않았으나 가볍게 넘기라는 식으로 주고받는 대화 속에서 두 사람은 하루의 위안 비슷한 것을 얻고는 했다.

그렇기에 산책은 단 한 번도 생략된 적이 없었다. 산책을 다음에 하자, 라는 것은 문자 그 자체의 의미와는 조금 다른 해석을 불러왔다.


"왜? 아직도 기분 안 좋아? 내가 미안해."


제 딴에는 분명 현을 위함이었을텐데도 불구하고 남준은 현에게 즉각적으로 사과했다. 그게 남준의 방식이었다. 우선적으로는 자신이 숙이고 들어갔고, 상대가 진정되면 그제서야 자신의 상황을 털어놓으며 오해를 풀고는 했다. 현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화가 왜 나요."


현이 잠깐 멈칫했다. 목구멍까지 차올랐던 `형 힘들까봐요.` 하는 말이 삼켜졌다. 남준이 자존심을 내세우는 편은 아니었으나 자존심이 없지는 않았다. 형편이 좋은 편이 아닌 남준에게 돈이 남아도는 현이 알바하느라 힘들테니 쉬라고 말하는 것은 좋지 못한 생각일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이내 현은 한숨을 푹 내쉬고 솔직하게 답했다.


"형 힘들까봐요."


현은 남준에게 거짓말을 잘 못했다. 현이 친한 사람들 앞에서는 워낙 숨기는 것을 어려워하는 탓도 있었으나 귀신 같이 현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남준의 탓도 없잖아 있었다. 그래서 대체로 현은 남준에게 솔직한 편이었다. 한바탕 숨기다가 결국 들켜버릴 바에는 처음부터 솔직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편이었다.


"응? 내가 힘들긴 뭐가 힘들어."

"피곤할까봐 그렇죠."


남준의 말에 현이 대답하자, 남준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안 피곤해. 너 보는데 왜 피곤해."


커플들 간에 오갈 만한 대화와 멘트들이 늘어서 있는 게 사실이었으나 두 사람의 관계는 그냥 선후배였다. 친한 선후배, 많이 친한 선후배. 그냥 뭐, 그 정도의 별 거 아닌 단어가 별 거 아닌 둘의 관계를 정의했다. 애초에 서로에게 그은 선이 없기에 넘어갈 선도 없었다. 그래서 현과 남준의 관계는 유달리 돈독했다.

한 때는 이런 한 마디에 현의 심장은 미친 듯이 빠르게 뛰었으며 지금도 설레이는 게 사실이지만, 현은 내색하지 않았다. 어찌 되었던 간에 연애라는 건 인생의 걸림돌 밖에 되지 못했다. 그렇기에 현은 자신이 남준의 걸림돌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아니면 우리 집 갈래요?"


현은 남준의 집에 간 적이 없지만 남준은 현의 집에 종종 들어왔다. 잠시 현을 바라보던 남준이 현을 향해 돌린 몸을 바로 했다.


"그래, 그럼."


남준이 차를 출발시켰다. 현은 잠시 남준을 응시하다가 이내 고개를 돌렸다. 닿았음에도 닿지 않은 것처럼 지낸 지 3년, 이젠 닿지 않은 체하는 것이 익숙했다.









잠시 후 차가 현의 집 앞에 멈춰섰다. 현이 도어락에 지문을 인식하고 문을 열었다. "10초만요." 평소의 현 답지 않게 살짝 다급한 목소리였다. 뭐 또 집이 어질러져 있겠거니, 하며 남준은 허겁지겁 집을 치우는 중일 현을 상상했다. 귀여운 모습일 게 분명했다.

10초는 무슨, 30초가 훨씬 더 지난 뒤에야 문을 다시 활짝 연 현이 남준을 맞았다.


"집이 좀 더러워서."


남준은 애써 웃음을 삼켜가며 집에 들어섰다. 하얀 가구들이 들어서 있는 거실은 현의 취향을 확고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남준이 새삼스럽게 현의 취향을 느끼며 신발을 벗었다.


"식탁 있는 데에 앉아요. 차 마실래요?"


현이 커피 포트의 코드를 꽂으며 말했다. 남준이 "어, 고마워." 하고 대답하자 현은 차를 끓일 준비를 했다. 여유롭게 부엌 안에서 왔다갔다 하는 현을 보며 남준이 물었다.


"차 많이 끓여봤나 봐?"

"아뇨, 처음인데요."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처음이라고 말하는 현에, 남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워낙에 말괄량이 같은 면이 있기는 해도 자신있게 `차 마실래요?` 하기에 당연히 차를 잘 끓이나 보다, 생각했던 남준이었다. 그런데 처음이라니, 손님을 이렇게 대해도 되는 거냐고.


"알다시피 처음이라서요."


잠시 뒤, 현이 데워진 맹물인지 끓여진 맹물인지 모를 물을 따라낸 찻잔을 남준의 앞에 내려놓았다. 남준이 홀짝 한 모금을 마셨다. 이내 찻잔을 내려놓은 남준이 장난스럽게 입을 열었다.


"녹차라더니, 그냥 맹물인데?"

"주는 대로 드세요."


현이 눈을 흘겼다. 남준이 다시 웃고는 차를 한 모금 더 마셨다. 이내 찻잔을 내려놓은 남준이 현을 보며 미소지었다.


"그래도 많이 컸다, 현이."

"갑자기? 되게 오글거려요."

"왜-, 형 걱정할 줄도 알고. 많이 컸는걸 뭘."

"아 진짜 손발 닳아 없어지겠어요."

"귀여워 죽겠다, 진짜."


오글거린다고 질색하는 현에, 남준이 또 웃었다. 남준은 현의 칭찬을 즐겼고, 사실상 현이 오글거린다며 질색하는 모습을 귀여워했다. 반면 현은 밑도 끝도 없는 남준의 칭찬을 들을 때면 격하게 거부하는 모습을 보였고, 그렇게 반복적인 일상 속 둘은 서로에게 천천히 스며들었다.


"오늘은 점심 누구랑 먹었어?"

"안 먹었어요."


남준이 점심을 누구랑 먹었냐고 주제를 전환하자, 현이 어깨를 으쓱하며 먹지 않았다고 답했다. 원래 같으면 점심도 둘이 함께했겠지만, 오늘 남준이 급하게 과제를 마무리해야 해서 점심을 못 먹겠다며 다른 친구랑 먹을 수 없냐고 물어보는 바람에 같이 먹지 못했다.

사실 원래는 현도 끼니를 거를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워낙 혼자 있기를 싫어하고 남준 외에는 딱히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없어서 그냥 거를까 생각하던 중에 조별 과제 조사 자료 좀 급하게 보내 줄 수 있냐는 연락을 받은 뒤 조사도 할 겸 밥을 안 먹게 된 것이다.


"왜?"


그러나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는 남준의 음성에 대한 답변은 굉장히 간결했다.


"그냥요."


그러고는 차를 한 모금 넘기는 현의 모습을 보며, 남준은 괜히 자책했다. 빈혈기도 없는 편 아닌데, 끼니 자꾸 거르다 쓰러지는 거 아닌가 모른다는 생각이 들며 남준의 순한 눈에 걱정이 들어찼다. 저 때문에 밥맛이 떨어져서 밥을 안 먹은 게 아닐까 하는 망상까지 도달했을 때, 남준은 생각을 멈췄다. 워낙에 순수하고 착해서 그런지 자기자신을 책망하는 버릇이 강한 남준을 누구보다 잘 아는 현은 종종 `자책 좀 그만해요.` 라고 당부하고는 했다.


"그냥이 어디 있어. 미안해, 다음부터는 점심 거를 일 없을 거야."


조금 가라앉은 남준의 목소리에, 현이 장난스럽게 웃었다.


"허, 형 때문에 안 먹은 거 아니니까 걱정 마요."


남준은 여전히 걱정하는 듯 했으나, 현은 그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번엔 현이 대화 주제를 바꿀 차례였다. 딱히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건 무언의 약속이나 보이지 않는 규칙 같은 것이었다. 현은 잠시 고민했다. 남준과의 대화는 언제나 현에게 즐거움이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와의 대화 주제를 고민할 때, 현은 행복해졌다.


"형, 그거 알아요?"

"뭐?"


현의 물음에, 남준이 짧게 되물었다. 현이 깊이 숨을 들이켰다가 확 숨을 내뱉으며 그 안에 음성을 담아냈다.


"저 고백 받았다요?"

"……."


찻물이 식도록 입김을 불던 남준의 행동이 멎었다. 그대로 남준은 굳어버렸고, 현은 그런 남준을 응시했다. 둘의 시선이 허공의 어느 지점에서 마주친 가운데, 둘 사이에 잠시 적막이 흘렀다.


"그래?"


이내 평소의 포커페이스를 되찾은 남준이 뒤늦은 답변을 했다. 그 뒤로 올 수 있는 모범 답안은 수도 없이 많았으나, 남준은 쉬이 그 이후로 다른 말을 꺼내지 못했다. 현도 그저 가만히 앉아서 남준을 응시할 뿐이었다. 다시 한참 동안의 적막이 흐르자, 결국 보다 못한 현이 말을 이어갔다.


"그게 다예요?"

"뭐, 축하라도 해줄까?"


현의 투정 같은 말투를 남준이 장난스럽게 받아넘겼다. 현은 "아니에요, 됐어요." 라고 말하며 남은 차를 원샷했다. 남준이 피식 웃었다. 현 자신은 모르겠지만 현은 굉장히 서글서글하고 착한 편이었다. 그래서 현과 친해지길 원하는 학생은 수도 없이 많았고, 그랬기에 현에게 있는 특별한 일들은 학생들의 입을 타고 남준의 귀로 들어왔다.

남준이 들은 소식 중에 현이 고백 받았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그렇다면 현이 제게 이런 말을 꺼내는 이유는 뻔했다. 현은 역시나 남준에게 뭔가를 숨기는 데에 약했고, 그렇기에 남준은 또 모든 걸 눈치챘다. 저를 떠보는 거다. 그렇게 확신한 남준은 별 거 아닌 양 고백 이야기를 넘겼다. 괜히 질질 끌었다가는 눈치 빠른 현에게 제가 생각한 것들을 다 들킬지도 몰랐다.


"저녁 맛있었다. 다음에도 칼국수 먹을 일 있으면 거기 가자."

"고백, 받아줬는지 깠는지는 안 물어봐요?"

"쓰읍-, 나쁜 말."

"아, 알았어요, 찼는지."

"찼으니까 나를 집에 데려왔겠지."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는 남준에, 현은 잠시 굳었다. 찼으니까 데려왔겠지, 라는 것은 받아들였다면 데려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 받아들였다면 왜 데려오지 않아야 했을까? 상대가 신경 쓰니까? 그렇다면 왜 신경 쓸까? 남자친구 같은 행동을 남준이 하니까… 그 쯔음에서 현은 화들짝 놀라 꼬리에 꼬리에 꼬리를 물던 생각을 멈췄다. 평소엔 아무렇지 않게 넘겼던 행동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쌍방통행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서로 간에 오가는 행동조차 커플 같다는 것은 미처 깨닫지 못한 부분이었다.


"그, 그! 알바! 알바 가야 되지 않아요?"


황급히 벌떡 일어나며, 현은 급하게 현관을 가리켰다. 현의 당황스러움이 무엇으로부터 비롯되었는지 아는 남준은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으며 "그래, 가야겠다." 하고 일어섰다. 의도가 다분히 담겨 있는 한 문장을, 현이 그렇게 순식간에 해석해낼 지 몰랐다. 남준이 현의 뒤를 따라 나가며 다시 한 번 웃음을 삼켜냈다.


"나 혼자 갈게, 물 잘 마셨어."

"아, 진짜. 자꾸 그럴 거예요? 처음이라니까요."


남준이 알바하는 곳은 현의 집에서 꽤나 가까운 편이었고, 그래서 남준은 혼자 가겠다고 말하며 물을 잘 마셨다고 농담했다. 현이 남준을 향해 눈을 흘기자 남준이 손을 흔들어 보였다.


"얼른 들어 가. 나 갈게."


남준의 말에, 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네, 잘 가요, 형." 하며 남준을 배웅했다. 곧 집으로 들어가는 현을 보며, 남준이 돌아섰다. 미래를 위해 넘기기엔 지금 느끼는 마음은 미래를 꿈꾸고 싶은 상대를 향할 만큼 큰 것이었다.









남준이 알바를 끝내고 들어갈 때쯤, 때맞춰 전화벨이 울렸다. 휴대폰 액정에 뜬 이름은 `현이`였다. 남준이 기분 좋게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자주 하는 편은 아니었으나 보통 한 번 긴 얘기를 하려고 전화를 하면 오래 휴대폰을 붙들고 있긴 했다.


"웬일이야? 현이가 전화를 다 하네."

-왜요, 싫어요?

"아니, 좋지. 우리 현이 전환데."

-답지 않게 웬 커플 놀이예요. 알바는 끝났나 봐요?

"어, 방금 딱 끝났어. 완전 딱 맞춰서 전화온 거야, 너한테."

-오, 타이밍 진짜 대박이었다.

"그치."


별 영양가 없는 대화를 나누고 현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남준은 걸었다. 늘 그렇듯이 주로 현이 이야기를 하면 남준이 맞춰주는 식이었다. 남준은 현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주 웃었다. 가끔은 오바해서 반응해주기도 했지만 대체로는 거의 진심이었다. 현과 남준의 코드가 워낙 잘 맞아서, 현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거의 대부분이 남준의 스타일일 수 밖에 없었다.


"강지인 교수님 강의가 워낙 재밌긴 하지?"

-네, 생각보다도 되게 재미있었어요.

"그래, 재밌다니까 다행이다."

-어, 근데 저 이제 끊어야 될 것 같아요. 결제해야 되는 서류 메일 와서.

"아, 알았어. 일 열심히 해."

-네. 내일 봐요, 형.

"응, 끊을게."


간결한 대화 끝에, 둘의 통화가 종료되었다. 통화 시간 1:39:13. 함께한 평소에 붙어 있는 시간에 비하면 그닥 길지는 않았으나, 남준은 만족했다. 함께했던 시간은 3년임에도 여태 그냥 선후배 사이인 것으로 만족하듯, 그냥 만족했다. 더 이상 바라는 것은 욕심임을 알기에.









다음 본문은 향월님 찬양글입니당.

향월제국의 황제폐하이신 향월님 다들 아실 겁니다. 우라 향월님 진짜 천재만재억재조재시거든요 다들 필히 알아주세요. 반박 안 받습니다. 우리 향월님으로 말할 것 같으면 아련 달달 귀여움 퇴폐 다 그냥 찰떡이신 분이에요 한마디로 존잘님이시죠 그 뿐인줄 아시나요 넴택도 기가 막히게 만드신답니다. 향월님 존잘이신 거 다들 알아주세요 본인만 모르심ㅠㅠㅠㅠ 향월밈 글도 진짜 체고인 거 다들 아시죠... 아 이거 누가 몰라요ㅠㅠ 향월님 글 안 읽어 보신 분들 계시담 반드시 한 번씩 읽고 와주세요.... 진짜 최고.. 전 개인적으로 달의 일각이라는 글 진짜 많이 좋아해요ㅠㅠ♡♡ 희미한 빛이 피어오른다 진짜 최고...ㅠㅜㅜ향월님 다들 향월님 하세요ㅠㅠㅠ♡♡♡










그냥 이런 되게 아무것도 아닌 이런 글.... 쓰면 마음의 안정을 찾습니ㄷ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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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필시  10일 전  
 애매하고 모호한 사이의 둘이 너무 예쁘게 나타난 것 같아요 ㅠㅠ❤❤

 필시님께 댓글 로또 7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제인•_•  11일 전  
 넘 잘보고 가요!♡♡

 제인•_•님께 댓글 로또 2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강하루  11일 전  
 글 잘쓰시네요

 답글 0
  뻣부계  11일 전  
 으악 글 너무 예쁘고 멋있어요ㅠㅠㅠㅠ정말 잘보고 갑니다ㅜㅜ

 답글 0
  해맑꒰◍ᐡᐤᐡ◍꒱  11일 전  
 음 이런 글 너무 좋앙ㅋㅋㅋㅋ

 해맑꒰◍ᐡᐤᐡ◍꒱님께 댓글 로또 3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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