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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한밤중의 곡예 - W.뱜톨
한밤중의 곡예 - W.뱜톨





한밤중의 곡예
ⓒ 2019 All rights reseverd


作 | 뱜톨

Trigger warning ; 죽음, 유혈묘사










ㄴ 브금 재생해 주세요.








때 늦은 소년의 가엾은 열망과,
사랑을 갈구하는 비올라의 선율에
발 맞춰 움직이는 한밤중의 곡예는,

그야말로 비보였다.








- 순이야.

- 엉, 아부지.

- 그냥 불러 봤다.





소년은 제 이름이 순이가 아님을 진즉에 간파하고 있었다. 아무도 제 진짜 이름이 무언지 몰랐다. 짧게 연유를 물으면, 내가 순이라 카면 순이인겨. 라고 돌아오는 답변만 간간히 받을 수 있었다. 오랫동안 자세를 고정하고 있었더니 척추가 으득거렸다. 아부지 담배 불 좀 붙여 주라. 예, 아부지.




담뱃재가 바닥에 떨어져 나동그라졌다. 매캐한 담배연기에 소년의 얼룩진 혼이 녹슬어 있었다. 지긋한 담배연기 속에 옭매여 평생을 외줄만 타다 뒤질 서글픈 인생. 욕 하는 법도 모르는 소년은 그렇게 뒤질 것이 분명했다.








Midnight Acrobatics








아버지의 분부로 소년은 오늘도 외줄만 탔다. 가지고 있는 장기는 그 것 뿐이며, 자신이 보태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야, 저 꼬마 좀 봐. 일개 술집에 장사 술수라고 일컫기엔, 지나치게 백화요란(百花燎亂) 하였다. 술집엔 사람이 들끓었다. 순이야, 오늘은 유난히 장사가 잘 된다. 다행이네, 아부지. 소년은 멀건 웃음을 비쳤다.




미친 놈. 소년은 외줄을 타다 말고 음성이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짙은 레드립에 허옇게 뜬 얼굴, 30cm는 족히 되어 보이는 힐을 신은 여자는 고개를 까딱였다. 외줄에서 뛰어 내린 소년은 그 여자의 눈동자만 빠안히 보았다.




- 다리라도 분질러지면 어쩌려고, 그러냐.

- ... ...

- 장사 그거 다 한순간이야.

- 이름이 뭐에요?

- ... 뭐?

- 안면이 있어야 말이 통할 거 아녀요. 통성명 몰라요?




황당하기 그지 없는 대화에 여자는 눈만 껌뻑였다. 강, 강여주... 소년은 눈을 게슴츠레 떴다. 외줄에 다시 오르지 않자, 구경꾼들의 원성이 점점 높아졌다. 소년은 다시 외줄에 올랐다. 펄쩍이며 뛰어 다니는 소년을, 여주만 멍하니 응시했다. 발목이 허공에 채인 듯.








Midnight Acrobatics








비를 머금은 먹구름이 쏟아졌다. 간밤에 아부지가 죽었다. 소년은 그럼에도 꿋꿋이 외줄만 탔다. 아부지랑 손가락 걸고 몇 번이나 약속했다. 모두 소년을 보고 대가리가 삥 했다고들 한다. 아버지가 죽었는데, 술집이 우선이라고. 소년한테는 술집이 아버지였다. 익숙한 낯짝... 누가 뭐래도 울 아부지가 확실했을 터이다.




- 하이.

- 하이가 뭐죠?

- 영어 안 배웠냐? 안녕이라고.

- 한국말을 아껴야죠. 전 한국 사람인디.




밖은 서리가 내렸다. 여주는 아무렇지 않게 들어와서 라이터를 꺼내 들었다. 저희 금연 장소... 어쩔, 니네 애비도 맨날 여서 피더만. 제 애비 죽었어요. 신실한 멘트와 진부한 대화였지만, 소년이 터닝포인트를 심자 맥락이 달라졌다. 어쩔 줄 모르는 여주의 낯에 소년은 구태여 말을 붙이지 않았다.

아부지, 아부지가 그랬잖아요. 죽음에 익숙해지라고. 그래서 전, 익숙해지는 중이어요. 여긴 걱정일랑 마시고 푹 주무셔요. 제가 아부지 술집서 돈이 많이 벌어서 제사 때 마다 상다리 휘어지게 차려 드릴 게요.








Midnight Acrobatics








- 야, 나 암이래. 폐암.

- 암이 무서운 건 가요?

- 그래, 이 똘추새끼야. 나 죽는다고.




우웨엑... 혈과 위액이 섞여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그러고선 여주는 울었다. 이애앵. 다급하게 담배를 찾아 주머니를 더듬이는 손은 소년에 의해 제지되었다. 암이라면서, 또 필라고? 여주는 유난을 떨었다. 구슬프게 쪼개지는 비올라의 음정만 그 자리에 떨어져 박혔다.




- 야, 너 나 죽으면 울 거야?

- 저 잘 안 울어요.

- 사람이 죽었는데 안 우는 게, 사람이냐? 짐승이지."




순이야아-. 소년은 답하지 않았다. 달이 휘영청 올랐다. 거친 호흡 속, 띄엄띄엄 들려 오는 울음소리. 바르르 떨리는 손에, 소년은 한 병의 위스키를 몽땅 엎질렀다. 뒤를 돌자, 여주는 가고 없었다. 신발코로 행주를 밟아 토사물을 슥슥 닦았다. 다 죽는다, 죽엉. 발음을 뭉개면 기분이 괜찮아질까?








Midnight Acrobatics








- 순이야.

-

- 죽는 건 많이 아플까?




답할 가치도 없는 말이었다. 아픈 몸을 바르작거리며 술집까지 온 여주를 대꾸하지 않았다. 여주는 담배만 펴 댔다. 담배를 피고 토 하고를 반복하면, 꿋꿋이 한 갑을 다 폈다. 입천장과 목구멍이 쩍쩍 갈라졌다. 나 넘 힘들다, 순이야. 여주는 또 흐느꼈다. 소년은 답하지 않았다. 미안해, 미안해 순이야...

뭐가 미안한데
대체
뭐가 미안하냐고




사람은 쉽게 뒈진다. 번번히 깨달았다. 얕아진 호흡 소리와 끅끅대던 음성은 순식간에 멎었다. 주위는 조용했다. 날카롭게 폐부를 찌르는 비명소리는, 순이만 들었다. 어쩌면 제게 앞날을 알리는 비상일지도.








Midnight Acrobatics








여주의 말이 들어맞았다. 외줄을 타다 추락하여 다리가 분질러졌다. 술집 대문에는 임대문의 종이가 내려앉았다. 사람들이 뒈진 지, 몇 년이 더 흘렀나. 잘게 찢겨 진 달력 나부랭이만 방 안을 휘저었다. 고장난 라디오에서 비올라의 선율이 새어 나왔다. 소년은 고개를 바짝 쳐 들었다. 이미 병신 된 다리로 줄을 질질 끌고 강가로 나왔다. 말간 얼굴이 도심 속에 비쳤다. 찬 바람이 푸석푸석한 피부를 훑었다.




마지막 외줄타기, 한밤중의 곡예.
스물다섯번째 겨울은, 별 들이 추락하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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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고야옹  15시간 전  
 헉 ㅠㅠ 글 너모너모 좋네요!!
 한참동안 여운이 남아요 ㅠㅠ

 고야옹님께 댓글 로또 7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마앙개애_★  10일 전  
 글 완존 잘쓰세요!!ㅠㅠ

 답글 0
  한아연ㅤ  11일 전  
 와 대박... 역시 우리 콩순 밈 ㅡㅠㅠㅠㅠㅠ 와 진짜 짱입니다 ㅠㅠ 잘 보고 가요 밤에 보니까 더 몰입도 높은 것 같아요ㅜㅠㅠ 항상 좋은 글 잘 보고가요 ♡♡ 사랑합니다 진심으로

 답글 0
  에에에벱  11일 전  
 진짜...말로 표현 할수없는 글이네요...ㅜㅜ

 에에에벱님께 댓글 로또 8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제인•_•  12일 전  
 어어... 광광 울고갑니다ㅜㅜㅜ 넘 슬프면서도 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 글 정말 찬양합니다ㅜㅜ 너무 글 잘 쓰시는 거 아닌가요ㅜ 어떻게 이런걸 쓰시는지ㅜㅜ 정말 사랑합니다ㅜㅜㅜㅜ

 제인•_•님께 댓글 로또 6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강하루  12일 전  
 글 잘쓰시네요

 답글 0
  여덟   12일 전  
 여덟 님께서 작가님에게 13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여덟   12일 전  
 죽는 건 많이 아플까? 담문단이랑 마지막 문장 너무 좋아용 글을보면서많은묘한감정들을느꼇어요 제 마음을아프시게하는.. ㅎㅎ 잘보고가욤!!!!!!

 여덟 님께 댓글 로또 9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린옐❤  12일 전  
 좋은 글 감사해요 ㅠㅠ 잘 읽고 갑니다!

 ❤린옐❤님께 댓글 로또 2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공전선  12일 전  
 공전선님께서 작가님에게 104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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