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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내가 널 기억하는 가장 완벽한 방법 - W.영웅박하
내가 널 기억하는 가장 완벽한 방법 - W.영웅박하




▣ 2010.09.02

그 애는 동네에서 유명한 김태형 껌딱지였다.

아직 머리도 다 여물지 않은 나이일 때 쯤부터 그랬다. 김태형이 무어라 말을 하면 메아리처럼 그 어눌한 억양을 꼭꼭 씹어 발음하곤 했다. 그럼 김태형은 한쪽 눈썹을 치켜들고 달큰한 볼을 요물거리며 그 애에게 화를 벌컥 냈다. 어우 야. 나 너보다 나이 많거든? 나 쫌 따라하지마. 그 미숙한 성냄까지도 그 애는 장난스레 따라했다. 나이 만코던? 내 쪼오옴 따라하지마아아앙.


멈추지 않는 따라쟁이를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하릴없이 노리다가, 결국 적절한 대응법을 찾지 못한 어린 김태형은 왕왕대며 설움 서린 울음을 터뜨렸다. 구태여 이김태형의 어린 눈에서 눈물이 얼굴에 길을 그리게 만든다. 조막만한 얼굴이 섧게 울어버리면 그제서야 그 애는 미안한 어조로 같이 우물쭈물 울먹임에 동화되었다.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슈퍼에서 아폴로 딸기맛 천 오백원치랑 유희왕 카드팩 사서 김태형 주머니에 넣어준다. 죽어도 미안하단 말은 안한다.


그러나 어느순간부터 학교를 마치면 실내화 가방 휘두르며 태형이 네 집 대문에 굉음내며 두드려대던 그 애의 목소리가 멎었다. 도통 모습을 보이지 않는 아이가 걱정되어 근처 슈퍼 아주머니께 몸을 베베 꼬며 아이의 근황에 대해 물꼬를 텄다. 모습이 스크류바 같았다.



"저기요. 아주머니."
"어, 그래 태형아."
"왜 까맣구. 쪼그만 애 있잖아용……"
"누구? 아... 네 따라쟁이?"
"네. 그 애는 왜 요즘 안보여요?"
"그 뭐냐. 큰 병원갔다 카던데."

큰 병원이요? 왜요? 태형은 눈이 동그래져서 물었다. 그러게. 새벽에 응급차 타고 급하게 뛰가던데 내도 잘 모르겠다. 조만간 이사도 간다 카던데. 눈웃음을 보이며 수확없는 말들만 던져놓은 아줌마를 뒤로하고 태형은 가게를 나왔다.


가타부타 할 것도 없이 태형의 눈 부근이 시나브로 알싸하게 뜨거워졌다. 방정 떨긴 싫었는데 막상 눈에 안뵈니 목에서 뜨거운 게 치밀었다. 거칠거칠한 소매로 벅벅 눈을 부볐다. 더 따가워졌다. 후두둑 눈물이 떨어졌다. 나느은 우는 거 아냐. 그냥 눈 부비니 눈 따가워서 그런거지. 아폴로 못 먹을 생각에 분해서. 그런거지.


얼치기 같은 사랑이었다.


아주머니 말마따나 그 애는 초등학교 입학 전에 동네를 떠났다. 해가 산고개를 넘어가도 없어지지 않던 그 애의 그림자는 비로소 없어졌다. ​




▣ 2019.09.02

태형은 더듬 더듬 창문을 열었다. 제법 날 선 추위와 목도한다. 차갑게 태형을 환대하는 바람결 속에는 냄새가 있다. 없는 향수병도 북돋우는 냄새는 힘이 있다. 그게 빽빽하고 결연히 서 있는 시골의 산등성이가 내뿜는 냄샌지 아님 태형이 죽도록 그리워하는 그 기억들의 냄샌지 분간이 어려웠다.



형아. 울 동네에 누가 이사 왔댄다.
하교하는 길. A가 스크류바를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어우. 대박 좁아 터진 동네에 이사는 무슨 이사. 태형이 거칠하게 맞받아쳤다. 그러자 A가 뚱하게 웅알였다. 우리 또래 남자애라카던데. 그런 말도 태형의 눈썹은 좀체 일렁이지 않았다. 태형은 그저 A가 물고 있는 스크류바가 녹아 막대기까지 끈적이는 추태나, 태형의 눈을 잔뜩 괴롭히는 뜨듯 미지근한 햇살이 더 신경이 쓰여 손으로 눈을 크게 덮었다.

원하지 않은 만남은 불쾌만 낳을 뿐이다. 태형은 다가올 여름이 싫었다.



“태형아!”

집에 돌아온 태형은 가방을 채 내려놓기도 전에 엄마의 유난을 온 몸으로 받아야만 했다. 우리 동네에 도시 사람들이 이사온다구 카더라. 이 떡 좀 골목 끝 파란색 지붕 집에 갖다도. 알루미늄 호일으로 똘똘 감싼 떡을 보며 민형의 눈썹에 일렁였다.


"아, 엄마 오바. 이런 건 걔들이 우리한테 갖다줘야 인지상정이지. 나 지금 대박 귀찮은뎅."


하지만 열혈효자 김태형.

결국 집을 나와 파란색 지붕 집으로 슬리퍼를 끌었다. 에로스가 불쌍해질 따름이었다. 사랑의 큐피트고 자시고 유기체와 유기체를 연결해주는 일 따위는 도통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눈도 제대로 못 뜨고 귀찮음에 허덕이며 파란 지붕 집의 마당 부근에 발걸음을 놀리고 있을 때, 익숙한 피사체의 음영에 걸음을 멈췄다.



“……”

김태형 따라쟁이. 그 애의 앳된 얼굴에 그 옛날의 미성숙이 빼꼼 태형에게 웃음쳤다. 태형은 버벅이며 걸었다. 더 닳을 것도 없는 삼선 신발 밑창이 돌부리 가득한 거리와 마찰했다. 더 닳을 것도 없는 가슴 밑동이 닳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울컥 그리움에 치받쳤다. 말도 나오지 않았다. 눈썹이 크게 일렁였다.



“김태형.”

태형의 인기척을 느낀 게 분명했다. 그 애는 태형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입을 벙긋거렸다. 눈을 뜨지 않은 채로 말이다.

너 진짜. 진짜 나빠. 나 너보다 횽. 형이야. 왜 반말해.
여전한 태도에 태형은 얼결에 따질 뻔 했다. 김태형은 눈을 부릅뜨며 혼미해지는 정신 붙들었다.

심장이 자맥질했다. 소리가 새나갈까 떡을 꽉 껴안았다.




“이거 김태형 냄샌데.”

“……”

“나 눈이 안보여서 그러는데.”



너 맞으면 나한테 인사 좀 해줄래?

태형의 울음보가 터졌다.

그 옛날 소년들의 미성숙이 한 여름의 어느 동네에 불시착했던 것처럼.

김태형은 문득 생각했다.

전정국이 사기꾼이래도 내 모든 걸 그 애에게 납품할 수 있을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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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정숩읜  1일 전  
 잘 읽고 갑니다!!!!

 답글 0
  지믕지묭  23일 전  
 슬프네요..ㅠㅠㅠ

 지믕지묭님께 댓글 로또 12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박필구  24일 전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 •﹏•,,

 답글 0
  김빌런  25일 전  
 이거 정말 좋아하던 글인데... 여주가 눈이 안 보인다는
 걸 알아채는 태형이 장면을 늘 곱씹었답니다 ㅜㅜ

 김빌런님께 댓글 로또 19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두손엔파란나팔꽃  26일 전  
 재밌어요♡♡

 두손엔파란나팔꽃님께 댓글 로또 3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26일 전  
 오옹~재밌네욧!!!

 님께 댓글 로또 2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ARMY*BTS*  26일 전  
 ㅠㅠ 글 좋은데 슬퍼여ㅠㅠ

 답글 0
  이유콩  26일 전  
 야 ㄱㄷ 나 새벽에 볼 거임

 이유콩님께 댓글 로또 11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이상한치과의방탄  26일 전  
 뭔데 이렇게 귀엽고 슬픈건데요ㅜㅜ

 이상한치과의방탄님께 댓글 로또 10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백담희  26일 전  
 몇번을 다시 돌려봤네요 ㅠㅠ 글 너무 잘 쓰셔요 ..

 백담희님께 댓글 로또 9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40 개 댓글 전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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