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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장난치기 꿀팁
방탄빙의글 찢어진 하루 - W.다우니_
찢어진 하루 - W.다우니_


(브금에 취향에 따라 트셔도 되고 안 트셔도 됩니다.)



"오늘이···, 이천, 십···, 팔년, 팔월···, 이십···, 일."







찢어진 하루
作 다우니











뭐, 항상 시작은 똑같았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눈을 떠 그 고요함 속에서 씻고, 옷 입고. 뭐, 오늘 하나 다른 점이 있기는 했다. 엄마가 끓여둔 죽이 있었다는 점. 그 점 하나만 달랐다.





"아으···, 학교 가기 싫다, 진짜···."





머리 위에서 요란스레 울리는 알람 음에 인상을 쓰며 손을 뻗어 폰을 집었다. 알람을 끈 나는 팔로 눈을 가리고 잠시 누워있다 앓는 소리를 일으켜지지 않는 몸을 일으키려 했다. 꼭 누군가 내가 일어나지 못하게 내 몸을 꾹 누르고 있는 것 같았다. 겨우 몸을 일으킨 뒤 멍하니 앉아 벽을 바라보다 침대에서 내려와 욕실로 향했다. 잠을 깨기 위해 차가운 물로 얼굴을 적신 뒤 거울을 봤다. 어제 그렇게 앓은 것 치곤 많이 괜찮아 보였다. 다크서클이 심하게 내려오긴 했지만. 나가야 하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샤워하는 것은 생략하고, 대충 세수만 하고 문을 열고 나왔다. 얼굴이 땅기지 않게 로션을 마르고 옷걸이에 걸어둔 교복을 입은 뒤 방 밖으로 나섰다. 집에 나 말곤 아무도 없어서 그런가 온 집안은 정적이었다. 항상 있는 일인데 이 정적만큼은 익숙해지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소리가 났으면 하는 바람에 티브이를 켜고 부엌으로 향했다.





"어···, 죽이네. 엄마가 끓여놓고 나간 건가···."





부엌에는 지금은 조금 식어버린 죽이 놓여있었고, 난 고개를 갸웃거리며 죽을 바라보다 가스불을 약하게 켜 죽을 데우기 시작했다. 자식이 어제 아팠던 건 좀 걸렸나 보네. 죽 끓여주는 김에 학교 잘 다녀 오라는, 아니, 하다못해 데워 벅으라는 쪽지 하나쯤 있었음 더 좋았을 텐데. 손톱을 부딪히며 조용히 웅얼거렸다. 아, 내가 지금 뭔 생각을 하는 거야. 우리 부모님이 그럴 사람은 아니잖아. 왈칵 눈물이 흐르는 것을 막으려 떨리는 입꼬리를 올리며 얼굴에 은은한 미소를 띄웠다. 행복해서, 좋아서가 아니라 그저 슬픔을 숨기기 위해 웃었다. 난 항상 그랬다, 바보같이···. 멍하니 손톱을 뜯다 결국 손가락에 송글송글 피가 맺히기 시작했다. 아, 진짜 이 버릇 좀 고쳐야 하는데. 물로 피를 씻겨내리는 피는 금방 멎었고, 죽도 어느 정도 데워진 것 같았다. 죽을 그릇으로 옮긴 나는 대충 먹은 뒤 싱크대에 접시를 넣은 뒤 의자에 걸린 가방을 챙겨 현관문을 열고 나왔다. 아, 물론 인사를 하는 것도 잊지 않은 체. 뭐,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지만.





버스정류장으로 가니 오늘도 역시 그놈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저렇게 기다리는 것도 안 지겹나. 아, 친구 없이 학교 가는 것보단 좀 기다리더라도 같이 가는 게 좋다고 그랬었나. 아무튼 그놈 오늘 계속 헤실헤실 웃는 게 좀 바보 같았다. 뭐···, 좀 귀엽기도 했고.





"어, 이제 오냐!"
"미안, 좀 많이 늦었지."
"뭐, 네가 한두 번 늦는 것도 아니고. 괜찮아!"





오늘도 버스정류장에 혼자 앉아있는 너였다. 평소엔 잠이 덜 깬 것처럼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더니 오늘은 뭐가 그리 좋은지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고 있었다. 뭐가 그리도 좋을까. 네 미소는 오늘 아침 우울했던 감정은 어디 가고 나도 가슴 속에 뭔가 몽글몽글 피어나 기분 좋게 만들었다. 너랑 이렇게 같이 다니는 게 된 건 네가 이사 오고 난 후부터니까 아마 3개월 즈음 된 것 같다. 내가 너에 대한 감정이 우정이 아는 사랑으로 바뀐 건 1개월 즈음 된 것 같고. 음, 내 감정 깨닫기 전에 갈팡질팡한 것까지 합하면 2개월 즈음 됐네. 아, 생각해보니까 그리 오래되지도 않았네. 체감상 반년은 지난 것 같은데. 여튼 너랑 있으면 항상 기분이 좋다. 학교 도착할 때까진 항상 혼자였기에 더 그런 것 같다. 내가 너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깊어서 그럴까 네가 느끼는 감정을 공유하고 싶었다. 슬픔, 행복, 그 무엇이든.





"그나저나 오늘 무슨 일 있어? 기분 되게 좋아 보이네."
"어? 그래 보였어? 맞아, 오늘 되게 행복한 날이야."
"뭐, 뭔진 모르겠지만 밝으니 좋네."





그 뒤로는 뭐 계속 그놈이랑 얘기하면서 버스 타고 학교로 향했다. 학교에 도착하고 각자 반으로 찢어졌다. 내가 반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자 몇몇 애들이 반장 괜찮아? 하며 물어보는 애들이 있었다. 난 그런 애들에게 그저 괜찮다고 말하며 웃었다.





"ㅇㅇ아, 괜찮아? 많이 아팠다며. 학교도 안 나오고."
"아, 어어, 괜찮아. 그냥 잠깐 몸살 났던 것뿐이야."
"아아, 다행이네. 아, 그 어제 수업할 때 받은 학습지 다 짝이 챙겨놨을 거야."





너와 인사를 하고 반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교실 안으로 들어가니 평소 말을 몇 번 나누던 아이가 내게로 와 괜찮냐고 물었고, 나는 살풋 웃으며 괜찮다고 말하곤 책상 위에 가방을 얹은 뒤 앉았다. 괜찮다는 내 말에 다행이라고 답한 아이는 학습지는 짝이 챙겨뒀다는 말을 남기곤 다시 자신의 친구들이 있는 무리로 향했다. 그렇게 나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그리 밝은 성격이 아니라 그런지 새 학기가 된 뒤로 깊게 친해진 친구가 없었다. 반 아이들이랑 나는 친구라는 개념보단 그저 같은 반 아이라는 개념이 더 강했다. 그래서 저 아이도 그냥 상태만 물어보고 저렇게 가 버린 것이고, 아님 그냥 선생님께서 부탁하신 것일지도 모른다. "어제 조퇴했었으니 네가 챙겨줘라."하고 말이다. 오늘따라 저 호의가 왜 이렇게 싫은 건지···. 책상 위에 문제집을 폈지만, 집중이 되지 않아 그대로 그 위에 엎드렸다.





너는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그리고는 지루함의 연속이었다. 국어, 영어, 생윤, 정보 재미없는 네 과목을 듣고, 그리 맛있지도 않은 점심을 먹고. 그리곤 남은 세 과목까지 들은 뒤 종례를 마치고 쓰레기통을 비우기 위해 같이 당번 활동을 하는 친구와 소각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놈을 만났다. 별로 좋지 않은 모습으로.





"반장! 선생님이 오늘 쓰레기통 좀 비우래!"
"아, 지금 갈까?"
"그래, 가자!"





선생님이 쓰레기통을 비우라 했다는 아이의 말에 수학 문제를 풀던 것을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 이틀 정도 안 비웠나···. 그동안 엄청난 쓰레기들이 쓰레기통이 터질 정도로 있었고, 아이와 나는 으으 소리를 내며 서로를 바라보다 이내 살풋 웃으며 종이류와 일반 쓰레기로 나누어 들었다. 이래서 매점 쓰레기는 매점 쓰레기통에 다 버리게 해야 한다는 시답잖은 말을 하며 소각장에 다디랐다. 어디선가 남성과 여성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렸고, 남성의 목소리가 너라는 것쯤은 금방 알 수 있었다. 소각장 밖으로 나가 너를 부르려다 낯선 아이랑 있는 널 보고 입을 꾹 닫았다. 정확히 말하면 그 낯선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는 널 보며.





"으으, 저것들 반에서 쫓겨났다더니 여기서 이러고 있네."
"어? 쟤네 무슨 사인데?"
"아, 너 어제 일찍 가서 못 들었구나. 쟤네 사귄대. 어제부터."





그 말을 들으니 누군가 머리를 한 대 친 듯 띵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오늘 네가 그렇게 기분이 좋았던 이유를. 그것도 모르고 오늘 나 혼자 신나서 평소보다 들뜬 체로 네게 말을 걸었다. 헤실헤실 웃고 있는 네가 좋아서 혼자 설레었다. 눈가가 뜨뜻해지는 걸 느끼고 난 고개를 푹 숙이고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런 내가 걱정된 것인지 같이 왔던 아이가 어디 아프냐고 물었고, 고개를 든 나는 살풋 웃어 보였다. 내가 괜찮다고 올라가자 말하며 먼저 뒤로 돌아서자 같이 온 아이는 다행이라고 웃어 보이며 날 따라왔다. 또 바보같이 혼자 좋아서 설레발쳤네.







소각장에서 본 그놈은 참 행복해 보였다. 나랑 있을 땐 볼 수 없었던 눈빛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눈빛으로 자신의 옆에 있는 아이를 바라봤다. 그놈이 그런 표정을 지울 수 있다는 사실을 오늘 처음 알았다. 한 번만, 딱 한 번만 나에게 그런 표정을 지어줬음 좋겠는데. 여러 번 안 바라니 딱 한 번만.





일기장에 주절주절 오늘 있었던 이야기들을 쓴 뒤 펜을 내려놓고 멍하니 공책을 바라보다 오늘 쓴 페이지를 주욱- 하고 찢어버렸다. 오늘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이다. 아니,





나에게 오늘은 존재하지 않는 하루다.





(。・ω・。)ノ

(♡) 주인공 둘은 같은 반이 아닙니당. 그저 작년에 같은 반이면서 버스를 같이 타서 친해진 케이스입니다! 그리고 보시면 알겠지만 기울어진 것은 일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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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noonine9999  31일 전  
 글 분위기 완전 좋아요ㅜㅜ

 답글 0
  방탄길  31일 전  
 잘봣어요

 답글 0
  방탄  31일 전  
 글 너무 좋아요 ㅠㅠㅠㅠㅠㅠ 진짜 대박나실듯...잘 봤습니다 ^^

 답글 0
  새우ᅠ대장(๑¯³¯๑)  31일 전  
 글 너무 좋아요:D

 답글 0
  유월의푸른빛  31일 전  
 글 너무 제스탈이에요ㅠㅠㅠ

 유월의푸른빛님께 댓글 로또 15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사월  31일 전  
 글이 너무 부드럽구 좋아요❤️

 사월님께 댓글 로또 10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집합  31일 전  
 집합님께서 작가님에게 300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1
  해참  32일 전  
 글 너무 잘 쓰세요ㅠㅠㅠ

 답글 0
  강하루  32일 전  
 글 잘쓰시네요

 답글 0
  화재  32일 전  
 글 너무 좋아요... ㅠㅠ 사랑합니다... (?) ㅠㅠ

 화재님께 댓글 로또 6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10 개 댓글 전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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