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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민윤기] 피아노 - W.린퓨하
[민윤기] 피아노 - W.린퓨하
 

 "이욜~ 민윤기! 최우수상 축하해! 꼬맹이 자식이 언제 이렇게 커가지고 상장까지 안고 있냐ㅋㅋㅋㅋ 나보다 피아노도 더 늦게 쳤으면서 겁나 잘치네."






 

 

 

 

 

검정색 수트를 빼입은채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누군가를 찾는 듯이 보이는 윤기에게 포인세티아로 예쁘게 장식되어있는 꽃다발을 건네주며 웃는 여주이다. 축하한다며 건넨 꽃다발을 받아든 윤기는 아까전 대회장에서 최우수상으로 제 이름이 불릴때보다 훨씬더 행복해 보이는 표정을 지었다. 하얀 이와 선홍색을 띈 잇몸을 만개하며 웃는 윤기의 입꼬리에 생긴 입동굴을 보며 히히 하고 뿌듯하단 듯이 웃는 여주의 앞머리를 투박하지만 자상함이 묻어나는 손길로 윤기가 정리해준다.

저가 빨리 뛰어왔음을 알리기라도 하듯이 사방으로 흐트러진 여주의 앞머리이다. 피식 웃으며 한가닥씩 매만지며 정리를 하니 친구사이에 오글거리게 뭐하냐며 팔꿈치로 윤기의 복부 쪽을 여리게 치는 여주이다. 윤기는 그런 여주의 반응을 능청스레 받으며 앞머리를 매만지던 손길을 뗐다.



그래, 친구사이. 우리는 친구사이지.

근데 내게 있어 너는 친구로라는 의미로만 존재하지 않게 되어버린것 같아.


오늘 대회에서 친 곡만 해도, 너가 이곡의 제목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쳤는걸.










 

 

 

 

 

 

 

 

 

 

 

 

 

 

 

 

P I A N O : 너를 향한 나의 맘을 손가락으로 노래할께.

作 린퓨하




 

 

 

 

 

 

 

 

 

 

 

 

 

 

 



***






 

 

 

 

 

"이야~ 인제 민윤기한테 말 걸기도 무서워라."


"최우수상 가지고 유난은."


"뭐어? 최우수상 가지고 유난은????? 너 최우수상이 어떤 상인지 모르고 하는 소리냐???"





 

 

 

 

 


대회장을 벗어나 근처의 한적한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여주의 부모님의 차를 기다리는 둘이다. 그렇지 않아도 손에 한아름 들고 있는 상장과 트로피, 꽃다발로 주위의 이목들을 끌기도 충분한데, 여주가 자칫 큰소리로 최우수상이라는 단어를 꺼내버려서 그런지 사람들의 눈동자가 한순간 윤기와 여주쪽으로 내몰렸다. 이내 잠잠해지긴 하였지만.

최우수상 가지고 유난을 떤다며 여주의 머리를 한대 쥐어박은 윤기의 말에 재빠르게 반박하는 여주이다. 최우수상 가지고 유난이라니, 인생에 한번 받을까 말까하는 최우수상을... 혼자 중얼거리며 심각한 고민이라도 하는 둥 저의 머리에 손가락까지 데는 제스처까지 취한 여주이다. 하긴, 천재한테 최우수상 쯤이야 껌먹기지.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더니. 라며 계속 윤기에게 핀잔을 주는 여주이다. 윤기는 어이가 없다는 듯 푸하하 웃으며 여주의 머리를 검지손가락을 사용해 살짝 옆으로 밀어냈다.




 

 

 

 

 



"병신아ㅋㅋㅋ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는 그때 쓰는거 아니거든. 교과서에서 나왔으면 다 써도 되는 줄 아냐ㅋㅋㅋ"


"아 몰라. 대충 뜻만 전달됬으면 됬지. 무튼 너 갑자기 나보다 잘해서 짜증나."


"아이고 무서워라."


"아씨, 민윤기 진짜. 근데 너 그때 갑자기 피아노는 왜 친다고 한거야?"


"뭐 나는 피아노 치면 안되냐?"


"음, 그건 아니지."




 

 

 

 

 



글쎄, 갑자기 피아노는 왜 치고 싶어졌을까. 저 멀리 길거리 버스킹을 위해 놓여져 있는 피아노를 보며 윤기는 곰곰히 생각에 빠져들었다. 그녀를 위해 시작했지만, 문득 생각해보면 자신의 인생을 바꿔놓았다고 단정지을 수 있는 피아노를 시작한 그때로.



 

 

 

 

 

 

 

 

 

 




_







 

 

 

 

 

 

 

 

 

 





때는 푹푹 찌는 듯한 더위가 계속 되던 8월의 어느날. 흰색 반팔티를 입을 채 저만치 멀리에서 윤기에게 손을 흔들며 뛰어오는 여주의 모습에 두근- 하고 빠르게 뛰었던 저의 가슴이다. 한손에 꼭하고 쥔 모차르트의 악보를 들고 뛰어오는 그녀의 모습이, 다른 무언것 보다 훨씬더 그의 심장을 빠르게 뛰게금 했다.


포니테일로 묶은 너의 머리 꼬랑지 하며, 이 더운 날씨에도 타기 싫다고 억지로 입은 긴 체육복 바지, 그래도 웃옷은 포기했는지 흰색 무지 반팔티를 입고 한손에 모차르트 악보를 쥔 너의 그 이목구비 하나하나가, 손 마디 하나하나가 눈부시도록 예뻤다.


피아노 치는 것을 구경시켜 돌라고 그렇게 땡깡을 부린 윤기의 행동에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피아노 학원에 데려가기로 한 날이 오늘. 존심 강해가지고 땡깡 같은것들 부리기 전에 포기하던 민윤기인데, 땡깡까지 부리는걸 보면 안데려 갔다가는 반죽음이라 생각했던 여주의 생각은 들어 맞았을 것이다. 선생님에게 괜찮다는 말을 듣고 윤기에게 전했을 때, 윤기는 이제껏 본 적 없는 그런 햇살같은 웃음을 짓고 있었으니깐. 붕 떠 있는 윤기를 보며 여주는 꼭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리라는 마음으로 윤기에게 보여줄 곡만 몇십번씩 연습했다. 물론, 윤기가 그걸 알리는 없지만.



 

 

 

 

 




"선생님! 저 왔어요!"


"여주 안녕~ 일찍왔네? 옆에는 여주 친구지? 혹시 남친이야?"


 

 

 

 

 





예에에엑? 남친이라니요! 얘는 그냥 저랑 양남매 맺은 저보다 하안참 어린 꼬맹이 친구에요! 남친이란 말이 그리 듣기가 싫었는지 강하게 부정하는 여주의 반응에 살짝 풀이 죽은 윤기이다. 그걸 그렇게까지 부정해야 되냐... 라며 여주의 옷소매를 붙잡으며 말을 걸어보지만, 그러면 너는 다른 사람들이 오해하는게 좋냐 라고 맞받아치는 여주의 말에 윤기는 그상태로 입이 닫길 수 밖에 없었다. 에이씨 하여주 눈치 한번 더럽게 없긴.


윤기가 여주에게 친구 이상의 감정을 느낀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학교 음악실 앞을 지나가다 우연히 들은 이루마의 kiss the rain을 치던 그 옆모습한테 반한 것이다. 하얗고 검은 건반들의 위에서 느리지만 아름답게 움직이는 그녀의 손가락을 보며 넋이 나간 윤기의 눈에 다음으로 들어온건 집중 보다는 편안한 표정으로 옅게 입가에 띄인 미소를 품은채 길게 깔린 속눈썹이 이따금씩 움직이는 그 모습이, 그 차가운 윤기를 여주한정으로 뜨거워지게 만들었다. 그 피아노 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한번만 더 보면 여한이 없을 것 같아서. 그래서 윤기는 자신의 그 강한 존심까지 버려가며 땡깡을 부리고 부려서 그 끝을 결국 성공으로 만들었다. 여주의 그 피아노 치는 모습을 한번더, 이번에는 조금 더 제대로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윤기를 붕 뜨게 만들었다.




 

 

 

 

 



"자, 여주 오늘은 여기까지 치고. 친구는 여기 의자에 앉아서 구경해~ 과자라도 하나 가져다 줄까?"


"네? 아, 아니요."


"그래? 그러면 여기서 구경하고 있어~ 선생님은 30분 후에 들어올께. 여주 딴 짓 않하는지 잘 감시하고!"



 

 

 

 

 




그랜드 피아노 옆에 선생님이 레슨을 보실 때 앉는 의자인지 작은 의자가 하나 있었다. 의자에 앉으니 일부로 여기 둔듯이 윤기의 시야에 잘 들어오는 여주의 옆태에 그는 작게 감탄했다. 와, XX. 진짜 예뻐. 얼굴에 난 솜털 하나까지도 예뻐. 넋이 나간 표정으로 여주의 옆통수를 보고 있는 윤기의 시선은 누가봐도 사랑에 빠진 소년의 눈이었지만, 눈치 없는 여주는 이를 눈치챌 리가 없다. 윤기가 저를 빤히 보고 있던간에 아랑곳 하지 않고 레슨 곡이 아닌 저번부터 연습하던 -윤기에게 보여주려고 연습하던- 그 곡을 신명나게 쳤다. 몇십번도 넘게 쳤던 곡이고, 현재 여주의 실력보다는 한템포 정도 뒤에 있는 수준의 곡이기에 쉽게 쳐나가는 여주이다. 감탄사를 연발시키는 그녀의 재주와 모습에 윤기는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에게 홀린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얀 건반을 누르고, 검은 건반으로 이동하는. 이따금씩 살짝살짝 페달을 밟는. 입을 앙 다문채 악보를 생각하는듯 눈을 감은, 감은 눈 사이로 내려앉은 길고 가는 속눈썹을. 그는 좋아했다. 그녀의 작은 손가락이 닿이자 청아한 소리를 내는 건반이 뭉쳐져 나오는 그 하모니에 윤기는 정신을 뺐긴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하여주는 분명 하늘에서 나를 홀리려고 내려온 사람이다.

- 라고 그때부터 윤기가 여주를 단정지었다.


천사. 윤기에게 천사란 하여주를 대신하는 대명사로 쓰였다.



 

 

 

 

 




"어때? 이 누나 피아노 잘치지?"


".....어."


"뭐야. 완전 시크남. 나는 자상한 사람이 좋은데. 민윤기는 완전.... 음, 아니다."


"? 뭐야. 너 저번에는 시크하니 새초롬한 잘생긴 사람이 좋다며."


"엥. 내가 그랬었나...? 그래도 아니야. 바꼈어."


"......그럼 어떤 사람이 좋은데?"





 

 

 

 

 


윤기의 그 한마디가 나오기까지 그가 얼마나 많을 생각들을 걸쳤는지 그녀는 모를것이다. 그녀가 그에게 아름다움으로 낙인이 찍힐 때부터 그리 말이 많지 않은 윤기가 가장 자주 묻는 말이 `그럼 어떤 사람이 좋은데?`라는 말이였다. 이 말은 즉슨, 자신이 그녀의 이상형이 되겠다고 항상 다짐을 하는 윤기에게 좋은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소리다. 물론, 여주의 이상형이 일주일에 한번씩 바뀐다는게 흠이지만. 그래도 그는 괜찮았다. 일주일 만이라도 그녀의 마음에 들기위해 노력했다. 그 일주일이 쌓이고 쌓이면 결실을 맺을꺼라고, 그는 그렇게 믿었다.



 

 

 

 

 




"음... 나는 피아노 잘치는, 손이랑 얼굴 예쁜 자상한 사람."




 

 

 

 

 



맙소사. 여주의 말을 들은 윤기는 심장이 벼랑 끝으로 쿵 하고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저는 피아노의 도레미도 겨우 아는 사람인데, 피아노를 잘치는 사람이 좋다니. 이것은 윤기에게 당장 코앞인 쪽지시험보다 훨씬더 크고 무섭게 다가왔다. 그래도 존심 강한 윤기는 절대 내색하지 않았다. 그녀가 자신이 그녀를 좋아하는것을 몰랐음 해서였다. 만일하나, 그녀가 그것을 눈치챈다면 그날부로 민윤기는 민윤기가 아니게 되는거라 생각한 그이다. -아, 그래도 여주가 내 맘을 조금이라도 눈치채면 좋기는 할 텐데. 사춘기에 막 접어든 소년의 마음은 팔랑거리는 깃털 처럼 이랬다, 저랬다 거렸다.



윤기는 여주의 피아노 레슨이 끝날때까지 피아노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좋아하는 아이가 눈앞에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물론, 민윤기 한정으로- 손가락 끝으로 투명하고 청아한 소리를 노래하고 있는데 피아노만 밖에 생각나지 않는다는건, 엄청난 일이였다. 적어도 그 어린 나이에 첫사랑을 경험 중인 소년에게는. 아무리 피아노를 그만 생각하려 해도, 그녀의 핑크빛 입술새로 나오던 `피아노 잘치는 사람`은 쉽사리 잊혀지지 않았다. 이러다 오늘 꿈에까지 등장할 기새이다. 애써 검정색 머리카락을 쥐어잡으며 이리저리 도리질을 해보지만, 저가 좋아하는 아이에게 미쳤냐는 소리만 얻을뿐, 달라지는건 없었다.



 

 

 

 

 




"그럼 여주하고 여주 친구 잘가고~ 여주 친구는 피아노 배우고 싶으면 언제든지 연락해~"


"안녕히계세요!"


"...안녕하계세요."



 

 

 

 

 




젠장. 이정도면 하여주에게 빠진게 아니라 피아노에게 빠진거라 해도 믿을 기세이다. 여주가 눈앞에 있는데 그걸 눈에 담지도 못하고 피아노만 물끄러미 쳐다보던 저 자신이 한탄스러웠는지 땅이 꺼져라 한숨만 푹푹 내쉬는 윤기이다. 눈치 없는 여주는 또 그걸 알아차리지 못한다. 못알아 차리는게 좋은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자신의 맘을 알아주길 한켠으로 조그맣게 생각하고 있는 윤기인데. 정말 여주가 멍청하다고 윤기는 생각했다. 근데 또 그런 멍청한 얘가 죽을듯이 좋은 나는 더 멍청하고.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났을 땐가. 윤기가 여주의 피아노 학원을 다시 한번 찾았다. 이번에는 그의 옆에 여주가 아니라 중년의 여성이 서 있었다. 날카로운 눈매와 새하얀 피부가 나이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지만 누가봐도 윤기의 어머니였다.

여주의 그 이상형 고백 아닌 고백을 들은 이후로 부터 윤기는 하루 다섯번씩, 어머니와 아버지의 바짓자락을 잡고 피아노를 치고 싶다고 칭얼거렸다. 차가움을 유지하던 윤기의 인생에서, 두번째 칭얼거림이었다. 첫번째는 여주의 학원을 따라가기 위해서. 두번째는 여주의 이상형이 되고 싶어서. 젠장, 둘다 하여주와 연관이 되어있다. 아, 피아노도 관련되어 있구나. 자신이 정말 하여주를 미치도록 좋아하는걸 다시 한번 느낀 그이다. 그러한 마음을 깨우칠 수록 윤기는 피아노를 더더욱 배우고 싶어졌다.

여주의 이상형에 맞춤형이 되고 싶던 철없는 사춘기 소년이었으니깐.



 

 

 

 

 




"아! 여주친구 맞지?"


".....안녕하세요."


"피아노 배우러 왔어?"


"하하, 이녀석이 여기 갔다온 이후로 피아노를 그렇게 배우고 싶다고 찡얼거려서 말이에요."


"어머! 그랬구나~ 친구는 이름이 뭐야?"


"...민, 윤기요."



 

 

 

 

 




윤기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두번째 본 사람이었지만, 철없는 소년은 아직까지 그 환경이 익숙하지 않았다. 하얀 얼굴에 유독 도드라지게 나타나는 새빨간 홍조를 가리려 엄마의 치마 뒷자락에 숨은 윤기는 정말 영락없는 어린 소년과도 같았다. 피아노 선생님은 귀엽다는듯 푸흐흐 웃으며 저번에 여주가 레슨을 받던 그 그랜드 피아노 앞으로 윤기와 그의 어머니를 안내했다.


윤기에게 계이름은 알고 있냐며 묻는 선생에게 윤기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도레미... 라고 답했다. 새빨게진 홍조가 귀까지 옮겨갔다. 아-, 쪽팔려. 금방이라도 이 피아노 의자를 박차고 뛰어나가고 싶지만 오직 한사람만을 생각하며 애써 평정심을 찾았다. 그래, 하여주 이상형. 피아노 잘치는 사람. 자상함과 손이랑 얼굴 예쁜은 어디에다 팔아먹었는지 뒤는 싹다 빼먹고 오직 피아노만 기억하는 윤기이다. 이를 보면, 윤기는 정말 피아노와 연관이 깊었다. 자신의 형도 피아노 선생을 한다며 장래희망을 썼었고, 아버지는 피아노 전공자에,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의 피아노 치는 모습을 보고 반했으니. 이정도면 윤기를 제외한 그의 가족들 모두 피아노와 관련성 깊었다.


 

 

 

 

 



가족들의 그 피아노 유전자 덕인지 윤기는 다른 또래들보다 훨씬 발리 피아노를 익혔다. 물론 그만큼의 노력도 비례했다. 오직 하여주라는 신념 하나만을 가진채로. 정말로 윤기의 학창시절을 드려다 보면, 하여주와 피아노를 제외하면 아무것도 없을 지경이었다. 그정도로 그 둘에게 빠져 살았다. 오죽하면 몇일간 밤을 새워 피아노를 치다 학교에서 피곤함 때문에 쓰러지기까지 했겠다. 그래도 그런 그의 노력이 하늘에 닿이기라도 한것인지 여주의 이상형은 윤기가 피아노를 시작하고 나서부터 그대로 굳어진듯 했다.


음계를 익히고, 바이엘을 지나쳐 체르니 100에서 40까지 그리 오래걸리지 않았다. 윤기의 유전자는 생각보다 훨씬더 많이 우월했다. 주변에선 그런 그를 천재라며 치켜세워 주었고, 여주는 그런 윤기를 신기하단 듯이 바라보았다. 그런 여주의 시선이 윤기는 좋았다. 마치 자신이 여주에게 특별한 사람이 된듯한 우월감을 안겨주었다. 사실상, 여주의 그런 시선은 윤기를 향한 부러움이었지만 말이다.



 

 

 

 

 



여주는 남들보다 피아노를 빨리 시작했다. 4살때부터, 14살 까지. 자그마치 10년동안 하루도 빼먹지 않고 피아노를 쳐왔다. 그렇지만 그런 그녀의 노력을 하늘은 알아주지 않았는지 남들보다 빨리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샌가 주위를 둘러보았을때는 남들보다 아주 살짝 앞서 있는 정도였으니.

그런 여주였는데, 윤기는 약 1년 만에 여주의 그 세월을 너무나 손쉽게 넘어버렸으니. 솔직히 말해 윤기가 괘씸하지도, 부럽지도 않았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다. 그렇지만, 여주는 윤기를 배신하지 않았다. 그런 윤기가 있었기에, 여주가 더 열심히 피아노를 칠 수 있었으니깐.


여주에게도 윤기는 특별한 존재였다. 옛날부터 저와 함께 해줘서 고마움도 있었지만, 자신이 힘들때 기댈수 있게 항상 옆에 있어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여주는 그렇게 항상 옆에 있어주는 윤기의 마음을 알아채 주지 못했다. 아니, 알아챘어도 애써 아니라며 도리질을 했을 것이다. 눈치없는 그녀가 보기에 그런 윤기의 행동들은 친구사이에서 오고갈 수 있는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저의 친구들이 자꾸만 윤기와 저를 엮을 때 마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뒤로한채 애써 아니라고 부정했을지도 모른다.







 

 

 

 

 

 

 

 

 

 

_




 

 

 

 

 

 

 

 

 

 



"아 그럼 뭔데. 너 갑자기 피아노 친다 해놓고서는 한순간에 완전 잘쳐서 내가 얼마나 놀랬는데."


"......나 최우수상 받았다."


"누가 모르냐?! 지나가는 사람들도 다 알겠다. 떡하니 트로피 들고 자랑하는데."


"...너 오늘 내가 친 곡명 뭔지 아냐."


"음... 리스트인거는 알겠는데....? 아닌가...."


"사랑의 꿈."


"......어?"


"사랑의 꿈이라고."





 

 

 

 

 


여주의 눈이 토끼처럼 동그랗게 떠졌다. 사랑의 꿈이라고...? 응, 사랑의 꿈. 세번을 연속해서 물은 여주에게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았다. `사랑의 꿈`. 눈치없는 여주의 심장이 두근거린건 그 순간부터 였을 것이다.


그와 그녀가 이 오랜시간 동안 경쟁자라는 이름과 친구라는 이름을 오가며 계속 같이 지낼 수 있었던건, 같은 것을 좋아해서 뿐만이 아닐것이다. 서로를 향한 그 비밀스러운 마음을, 누군가는 일찍이 깨달았고, 누군가는 끝까지 아니라고 부정했다. 깨달을수록, 부정할수록 비밀은 점점 더 커져서 한순간 팡하고 터질수 있게 준비되었다. 누군가 하나의 그 미지의 단어만 말한다면 터져버릴수 있게.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 같았다.


그런데 그 시한폭탄의 스위치 같은 그 말을,

윤기가 돌고 돌아서 말한 것이다.


아, 물론 직설적은 아니였지만. 그래도 이미 비밀은 커질데로 커졌고, 누군가의 입에서 누군가를 향한 사랑이라는 말이 나오면 터질수 있게 설계되어 있었으므로. 그대로 터져버린 것이다. 눈치 없다는 말 뒤로 애써 그 마음을 부정하던 여주의 비밀도, 몇십년 동안 겨우겨우 자물쇠로 계속 꽁꽁 숨기던 윤기의 비밀도,


 

 

 

 

 


한순간에

팡- 하고 터졌다.





 

 

 

 

 


"나-"




"너가 피아노 잘치는 사람이 좋다고 말했을 그즈음 부터 피아노 쳤는데."




"정작 당사자는 나를 안봐주길래. 최대한 높은 곳까지 올라가서, 내가 피아노를 잘친다는게 인증될때 까지 올라가서"




"그때 말하려고 했었는데."


"민윤기."


"어때? 나 최우수상 탔어, 피아노 잘치는 사람이 이상형인 여주야."



 

 

 

 

 




도로록. 여주의 시한폭탄이 터졌다. 울컥하고 올라온 눈물이 고운 그녀의 뺨을 따라 흘렀다. 품에 있던 상장, 트로피와, 그녀가 고심 끝에 골라주었을 포인세티아로 예쁘게 장식된 꽃다발을 바닥 언저리에 잠시 놓아두고 수트를 빼입은, 그 단단하고 넓은 품으로 여주를 안아주었다.


여주의 눈물은 따뜻했고, 다른사람에게는 한없이 차가운 윤기의 얼굴도 따뜻했다.



`너를 향한 나의 마음을 손가락으로 노래할께.`

윤기에게 최우수상을 안겨주어, 조금 맴돌았지만 그들의 끝을 잇게 해준, 그 콩쿠르 전에 윤기가 속으로 다짐했던 것이다.


아니, 그가 이제까지 치뤄온 무수히 많은 콩쿠르들 전에 그가 다짐했던 것이다.


저가 상을 탔던, 타지 않았던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담아서 치는 이 연주가 그녀의 마음에 닿이기 만을 빌었다.




조금 많이 맴돌았지만,

서로를 향한 그들의 사랑의 꿈이 마침내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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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윤기나는아미♡  6일 전  
 와~~ 대박!!!! 진짜 감동이고 재밌는 글이네요!!!♡

 윤기나는아미♡님께 댓글 로또 2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H.J.P  22일 전  
 우와... 작가님 글 진짜 잘 쓰시네여...
 지금까지 작가님 글 다 읽어봤는데 싹 다 짱입니다ㅠㅠㅠ
 좋아하는 장르가 아닌데도 집중하고 읽게 만드시네여ㅠㅠㅠ
 오늘부터 제 최애 작가님이십니다ㅠㅠㅠ

 H.J.P님께 댓글 로또 7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강하루  31일 전  
 글 잘쓰시네요

 답글 1
  슈나오리  31일 전  
 작가되신거 축하드려요!!!

 슈나오리님께 댓글 로또 29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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