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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첫번째 고래 - W.블랙
첫번째 고래 - W.블랙

고래

 

 

作 . 블랙

 

 

 

 

 


고래야, 나는 네가 정말 부러워

드넓은 바다를 유영하면 어떤기분일까

고래야, 고래야, 나의 고래야

 

 

 

**

 


 

유난히 바닷바람이 세던 아침, 뜨겁게 내리쬐는 햇살이 일렁이는 수면에 깨져 소녀의 뺨에 앉는다. 몰려오는 파도소리가 귀를 간질이자 소녀는 환하게 웃는다. 여전히 찬 파도가 소녀의 도화지같은 발등을 훑고, 등뒤에서 들리는 매미소리에 의존해 소녀는 양팔을 활짝 벌려 안겨오는 바람을 느낀다. 기분이 꽤 나쁘지는 않다.

 

바닷사람과는 어울리지않은 새하얀 피부, 그에 대비되는 깊은 검정 눈동자와 햇빛을 받으면 연하게 올라오는 갈색머리. 파도소리같이 반짝이는 웃음을 가진 소녀가 눈을 떠 그 광할하고 아름다운 바다를 깊은 눈에 넣어보려 애썼다.

 

“ 또 저기서 저카고있나 ”

“ 쯧쯧, 저 어린아가 무슨 잘못이 있다고.. 바다님도 무심하시지 ”

 

바다를 배경으로한 구멍가게. 뒷산을 등지고 낡아빠져 녹이 슬고 빛에 바래진 간판을 단 구멍가게. ‘화양매점’글씨로 장식된 그 구멍가게에서 탈탈탈 소리를 내며 힘없이 돌아가는 선풍기를 두고도 모자라 커다란 부채로 플라스틱 의자위에 얹혀둔 다리에다 휘적거리는 할머니가 혀를 쯧쯧, 하고 찼다.

 

“ 4500원이오 ”

“ 거 학생, 저 아 어떻게 좀 해보이소. ”

 

지갑에 넣어둔 깔끔한 오천원권을 꺼내들었을까, 나를 향해 턱짓으로 소녀를 가르킨 할아버지가 앓는 소리를 내며 의자에 털썩 앉는다.

 

“ 부모잃고 지 고모하고 살았는데, 그 집 밤마다 억시 싸우드라. 유리깨지는 소리도 들리고 아 소리지르는것도 들려가꼬 여 주민들이 경찰에 신고도 몇 번 했는데 안들어쳐먹드라. 이 깡시골에서 아 하나 죽어나간다고 신경도 안쓰드라 천벌받을 놈들! ”

“ 그 고모라는 작자가 아 저꼴만들고 서울 올라가삣다안카나, 맨날 나와서 저카고있는데 불쌍해죽겠다. ”

 

할아버지가 욕을 씹으시며 한숨을 크게 내쉬자 할머니가 뒷말을 이어하셨다. 할머니의 눈길을 따라 소녀가 있는 곳을 향했다. 그제야 보이는 다리의 멍들, 이제야 사라져가는 멍들에 눈살을 찌푸렸을까, 툭- 던지듯 올려진 검정 비닐봉지에 담긴 물병들을 손에 들고는 안녕히계세요, 하며 간단한 목례를 하고는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는 바깥으로 나왔다. 뒤에서 잘가이소- 하는 소리가 들렸다.

 

한여름의 매미소리가 시끄럽게 울렸다. 온통 산으로 둘러쌓여 앞은 드넓은 바다가 장식한 부모님의 고향이기도한 작은 마을에 여행겸 찾은지 어느덧 이틀째, 출시된지 10년도 더 되어보인 비닐봉지를 벗기고는 입에 아이스크림을 물었다. 어릴적 찾았던 시원하면서도 달콤한 소다향이 입안에 가득 찼다. 평상 옆 작은 쓰레기통에 대충 던져넣고는 지갑을 주머니 깊숙한곳에 찔러넣었다.

 

솨아아, 하는 소리가 귀를 메웠다. 바람에 잎새들이 흔들리는 소리인지, 파도가 해변에서 깨지는 소리인지는 모르지만 어쩐지 듣고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이다. 눈을 떠 소녀를 보면 여전히 그 자세 그대로 서있다. 저러다 지치면 가겠지, 평상에 앉아있는 시간이 곱절로 들어날때즈음 그 생각을 접기로 했다.

 

어느새 이상한 맛이 나는 나무작대기를 계속 물고있다는것을 알아차렸을때는 소녀가 팔을 내렸을때, 괜히 나무작대기를 두동강내어 쓰레기통에 넣고는 소녀에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

 

 

" 안녕 “

 

내 말에 놀랐는지 눈을 감은 소녀가 화들짝 놀란다. 감았던 눈을 뜨고 바다를 담았던 눈은 나를 향한다. 눈에 띄게 떨리는 몸에 다가가려던 손을 잠시 흠칫, 하고는 다시 제 자리로 옮겼다.

 

얼굴이 많이 앳되어보였다. 소녀의 얼굴은 형용할수 없는 감정들로 덕지덕지 붙어있었으며 팔 안쪽 가득한 흉터와 다리에도, 어깨에도 아직 사라지지않은 멍들이 가득했다. 미간을 주름지지 않으려 애썼으나 숨겨지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코끝을 스치는 바람이 시큰해진 기분이었다. 그리고 떠오른 감정은 분노였다. 그 고모라는 작자가, 아이를 괴롭힌 그 인간을 알지도 못했으나 원망과 저주를 퍼부었다.

 

소녀는 겁에 질려있었다. 트라우마라는건 생각보다 강력해서, 또 고통스러워서 낯선 나를 보고 저렇게 떠는구나, 다가갈수 없게되자 나는 거리를 두고 멀리 자리를 잡고 앉았다. 소녀는 여전히 내 존재가 불편한 듯 했다.

 

“ 뭐하고있어? ”

 

나는 처음으로 상황을 유연하게 넘길수 없다는 것에 좌절했다. 내 물음은 조심스러웠으나 이기적일수도 있다는것을 깨닫고나서야 아, 아니야. 라고 중얼거리며 자리를 떠야겠다 생각했다. 소녀에게 상처를 보듬어주고싶었으나 후벼파는 일 역시 하고싶지 않았다. 오지랖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뒷머리를 요란하게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고래를 기다리고있어 ”

“ ... ...? ”

“ 엄마가 고래를 찾아올거라했거든, ”

 

언젠가 찾아온다고, 우리 엄마가 그랬어. 소녀의 낮은 음성이 들렸다.

 

 

 

---
 
안녕하세요 블랙입니다
 
너무나도 오랜만에 찾아왔네요! 잘 지내고계셨나요
그동안 쉬면서 소재 떠오를때마다 조각글 써두고, 가끔 콘티도 짜보고 그렇게 어영부영하다가 이제야 올리네요
 
`고래`는 중편정도 예상하고있습니다. 단편으로 올리려고 했으나 스토리가 너무 제 마음에 들어서 조금더 길게 써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글을 오랬동안 놓고 있었더니 표현하고싶은 마음만 한가득인데 손이 잘 따라주지않네요. 시골과 바다의 느낌을 잘 살려보고싶었는데 독자분들께 잘 전달되었을지 모르겠어요.
 
시간날때마다 틈틈이 써서 또 다음편으로 찾아뵐께요!!
오늘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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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가혜ᅠ  33일 전  
 가혜ᅠ님께서 작가님에게 161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해참  33일 전  
 너무 좋습니다ㅠㅠ

 답글 0
  강하루  33일 전  
 글 잘쓰시네요

 답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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