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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디어 마이 퍼스트 러브 - W.준경
디어 마이 퍼스트 러브 - W.준경
디어 마이 퍼스트 러브









필자 준경

뿌리가 검게 올라온 노란 머리 위로 질끈 묶어 올리고 맛대가리도 없는 라면 쪼개 아침 점심 저녁 때우며 작가 나부랭이가 되어보겠다는 나름의 결심을 하던 스물세 살 언저리의 내 심장을 펄떡이게 하던 고삐리를 기억한다.

나는 고삐리가 뽀로로 밴드 붙이고 뼈가 마디마디 툭툭 튀어나와 불거진 손으로 손수 만들어 내게 걸어준 조잡스러운 목걸이는 멋대가리도 뽀대도 안 나는데, 나는 고삐리를 기억하려 줄기차게 하루가 멀다 하고 걸고 다녔다. 녹음이 짙어져 나무들이 푸른 옷을 빼입고 하롱하롱 꽃잎이 다 떨어질 때쯤 미국에서 날아온 네 편지에 아직도 너를 기억하는 나는 달뜬 마음으로 내 첫사랑이던 너와의 첫 만남을 스리슬쩍 꺼내본다.

끝은 미약할지라도 시작은 창대하게 열어본다면, 때는 바야흐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2015년 여름 그 즈음의 어느 시골 깡촌이었다••• 대충 이런 문장이 어울리겠다.

참 이상하리만치 신기하게도 나는 처음부터 고삐리에게 끌렸다. 그 고삐리에게서 나의 어린 시절을 엿볼 수 있을 만큼 어린 나와 그 고삐리는 닮아 있었다. 20세 이상만 출입 가능으로 국한되어 있는 주점에 상처 주렁주렁 달고선 당당히 교복 입고 술 퍼마시는 고삐리한테 말을 걸었던 내 넓은 오지랖에서 연유된 인연이었다. 원체 호기심 많은 성격에 술 좀 들어가면 붙임성 맥스 찍는 내 성격 탓이었다. 이름도 안 새겨져 있는데 달 필요성이 있나 싶은 노란 명찰 달린 교복의 오지랖을 여미며 고삐리는 내 말을 철저히 무시 깠다. 여기저기 터진 살갗이 따갑지도 않은지 밴드도 안 붙이고 꼴딱꼴딱 소주만 마셔대는 고삐리에게서 날 투영시켜 보던 나는 포기를 모르고 끈덕지게 달라붙어 말을 걸었다. 머리색은 여느 싹수 노란 양아치의 정석처럼 하얗게 탈색한 것과 상반되게 귀는 참 깨끗했다. 피어싱 자국 하나 없는 귓볼에 자꾸만 시선이 가는 걸 술에 잔뜩 꼴은 나로선 막을 도리가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치근덕대고 있는데, 고삐리가 말갛고 앳된 얼굴로 눈시울 발갛게 물들이고 닭똥 같은 눈물 떨궜다. 좀 놀라긴 했지만 우는 이유가 궁금하진 않았다. 생판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울음을 터트릴 정도면 그만한 사정이 있었겠지 싶었다. 위로엔 소질이 쥐똥만큼도 없었지만, 등신 쪼다처럼 수그리고 막힌 소리를 내며 울음 참는 작은 등이 맥없이 잘게 떨리는 걸 잠자코 보고 있을 만큼 감정이 메마른 사람도 아니었기에, 나는 그냥 고삐리의 등을 어설픈 손길로 다독였다. 원체 허연 얼굴이 잘 영근 복숭아처럼 벌겋게 상기돼 선 이미 잔뜩 쓸려 부어오른 눈가 옷소매로 벅벅 닦아내는 고삐리가 퍽 신경 쓰여 휴지 두어 장 대충 뽑아 손에 쥐여줬다.

자정이 넘어가는 야심한 시각, 주점에서 청승맞은 유행가가 재생되고 순식간에 수두룩 빽빽하게 사람들이 들어차자 고삐리는 내 윗옷 소매를 조심스레 쥐고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충분히 뿌리치거나 버틸 수 있는 미약한 힘에도 굳이 끌려 나가준 나는 그런 고삐리 뒷꽁무니만 쫓을 뿐이었다. 고삐리는 와르르 웃음을 터트리는 소란스럽기 짝이 없는 몰상식한 사람들 틈을 헤치고 주점 건너편에 위치한 공원 안 벤치로 걸어갔다. 고삐리는 다리는 길었지만 보폭은 좁은 편이었고, 중간중간 밤하늘이나 네온사인 번쩍이는 간판들을 주시하며 천천히 걸었다. 뚝뚝 끊긴 뒤 머리카락이 꽤나 많이 상한 것이 탈색을 몇 번이나 했는지 가늠이 잘 가지 않았다. 고삐리는 벤치 위 낙엽들을 투박한 손길로 툭툭 털어내고 엉덩이 붙이고 주저앉았다. 그러고선 제 교복 바지 뒷주머니에서 레종 블랙 꺼내서 어색함 없는 손길로 자연스레 꼬나무는 꼬락서니가 담배 피우는 게 예삿일이 아닌 듯했다. 라이터 있어요? 나는 고삐리 담배갑에서 담배 하나 꺼내 빼앗아 물고 라이터 꺼냈다. 오랜만에 피우는 담배는 더럽게 맛대가리가 없었다. 레종 블랙 진짜 맛없네, 아니 그렇다고 또 네 취향 무시하는 건 아니고. 전 이게 젤 좋아요. 아, 그르냐, 취향 존중할게. 샐쭉 얄궂게 웃으며 던진 내 혹평에 멋대로 빼간 담배 도로 뺏어갈까 식겁해서 급히 덧붙인 말에도 살포시 웃음 흘리며 제 취향 고집하는 고삐리가 예뻐 보인다. 우라질, 술이 확 깨고 심장이 콩닥콩닥. 글쎄 그 고삐리가 자꾸만 달아오르는 뺨이 야속하던 스물 하고도 삼 년 더 먹은 숙맥에게 찾아온 첫사랑이었다.




작가님, 미국에서 작가님 앞으로 편지 하나 왔는데. 이름이, 민, 윤기 씨네요. 친구분이신가 봐요. 미국에도 인맥이 있으실 줄은 몰랐네. 의외로 인맥 부자시라니까.





디어 마이•••









퍼스트 러브.











이 글의 필자는 미성년자의 술•담배를 옹호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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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정숩읜  5일 전  
 잘 읽고 갑니다!!

 답글 0
  알량  33일 전  
 알량님께서 작가님에게 16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1
  모순뱅기  33일 전  
 모순뱅기님께서 작가님에게 88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모순뱅기  33일 전  
 아 대박 사랑해요 제목부터 제 취향 윽악 ㅠ 새벽의 눅진한 공기를 담은 글 너무 잘 읽고 가욥 ♥

 모순뱅기님께 댓글 로또 7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아미<.>  33일 전  
 아미님께서 작가님에게 2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아미<.>  33일 전  
 글 너무 제 취향이에요오 ㅠㅠ 정말 이뻐요♥

 아미님께 댓글 로또 10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강하루  33일 전  
 글 잘쓰시네요

 답글 0
  백 연화  33일 전  
 제목부터 너무 제 스타일이라 들어왔는데 진짜 넘... 넘 좋네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해요 ㅠㅠㅠㅠ ♡♡

 백 연화님께 댓글 로또 10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휘엄  33일 전  
 휘엄님께서 작가님에게 42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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