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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나를 좀먹는 나의 사랑은 - W.람요미
나를 좀먹는 나의 사랑은 - W.람요미

사랑이란 울림은
드물게도 찾아와선
심연을 깊게도 뒤흔드네



나를 먹는 나의 사랑은
/
람.



사랑이란 거창한 울림은 고요한 심연의 파도랄까. 끝없는 사랑타령과 또 그러한 노래들. 그리고 널 향한 타지 않는 마음을. 끝내 나를 좀먹고, 또 너를 탐하는. 가히 첫사랑이려나.


아직도 낭낭하게 살아가고 싶은 스물다섯세 박지민. 옥탑방 방 한 켠에 세 내고 사는 가난하지만 못 살아먹는 정도는 아닌 경제력. 항상 우수에 젖어든 축축한 눈동자엔 무수한 우주를 담았다.

그니까. 박지민은 아직 첫사랑을 잊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몇 년 전 입대해 몇 번의 휴가를 거칠 때에도 늘 같이 있던 그녀는 이별 인사만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저 하늘의 빛이 되어, 영원할 우주를 바라던 그녀의 눈망울은 아름다운 별이 되어. 군중 속에서 절망이 아니라 희망을 외치던 당찬 울림이, 척박한 대지 위에 내린 또 하나의 꽃이. 무엇이 그녀를 그리 만들었는지. 눈물이 뚝뚝 하염없이 떨어지는 와중에도 박지민은 담배를 입에 물었다. 입에서 피어나는 연기는 눈을 가리더란다.

박지민은 사실 명문대를 나와 현재 다니는 듯 안 다니는 듯 날마다 강의를 빠지고 있는 상태였다. 학창 시절부터 지금껏 함께가 아닌 날이 없던 인생에 크나큰 오점이 생겼나. 박지민은 저마다의 실연을 몇 번이나 봐왔지만 전혀 공감할 수 없었다. 자신이 그리 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으니. 몇 번의 권태기가 와도 잘만 이겨냈다. 사랑한다 말하지 않아도 말 속에 그 의미를 꼭꼭 내포했고, 찰떡같이 그것을 알아차리니 사랑한다 못해 죽고 못 사는 정도.

그는 뒤늦게서야 금연을 시작했다. 마지막까지 금연하라던 그녀의 삐진 표정이 회자되고 재생됐다. 마지막까지 그런 말을 하게 만들었어야 했나. 뼈저리게 후회하고 도저히 일어설 수 없는. 그러한 외침은 언제나 박지민의 심장을 강타하고 어쩔 수 없단 대답은 비수가 되어 그녀에게 꽂혔을지도. 사랑. 이 짧은 두 음절은 박지민에겐 이점이었을까, 혹은 다른 것. 그 외의 절박한 심장에 칼을 쑤셔넣는 허울 뿐인 단어였을까.


음. 나를 좀먹는 사랑은.

박지민이 입밖으로 짧게 중얼거렸다. 저 말 그대로. 사랑과 이별이란 속박의 굴레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해 갉아먹히는 그런 미련과 그리움을 가졌나. 금연하리라 다짐했건만 라이터의 무게감은 어느새 습관이 되어 몸에 베어버렸다. 책임의 무게는 전가할 수 없었고, 그로 인해 박지민은 애꿎은 쳇바퀴만 굴리고 있었다.

사랑하고, 또 사랑했고. 잊지도 않을 거고. 사랑의 굴레는 쉽사리 끊기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서정적인 언사와 그리움에 한 맺힌 젖은 목소리는 누구를 향하는가. 박지민은 닿지 않을 외침을 하고선 언제나 그랬듯, 눈에 담은 우주의 별들을 하나하나 헤아렸다. 그 중에 네가 있겠지. 그리고 나는 네게 다가갈 수 있겠지. 라는 바보같은 심정을 무너지지 않게 붙잡고 또 붙잡으며.

별은 하루에 하나씩은 떨어지는 듯했다. 언젠가 저 별들 중에 네가 떨어지면 내가 너를 받아내고 눈에 담을 수 있을까. 금새 차오른 투명막은 눈앞을 흐리게 만들었다. 담뱃불은 꺼진 지 오래였다. 하염없이 기다려도 오지 않을 그의 사랑은 이미 식어있었다. 그것을 자각하지까지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음을. 애써 부정하고 뒤로 미루어만 왔다. 눈에 새겨진 무한한 우주와 그것을 이루는 무수한 별과 행성들은 우수를 맺었다.


마음에 새겨 넣은 사랑은 거센 풍파에도 지워지지 않는다. 박지민은 바보같이 기다리겠지만, 그래도, 그래도 조그마한 실날같은 가능성의 잊어짐은 찰나의 가능성이 될 것이며 삶의 전초가 될 것임을.

옥탑방 위의 하늘은 언제나 그랬듯 반짝였고, 그 사이에서 누군가 포근하게 감싸주는 듯한 그런 기분이 느껴졌다. 박지민을 좀먹고 또 좀먹던 사랑은 조금이라도 사라졌을까. 손을 뻗어 허공을 감싸쥔 그의 손엔 당찬 희망이 담겨있었다. 박지민은 그녀를 담은 눈물을 떠나보내곤 하염없이 훌쩍였다.

영롱한 하늘의 불빛은 꺼질 새 없이 흘러갔을 뿐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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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해참  29일 전  
 글 넘 예뻐요

 답글 0
  알량  29일 전  
 알량님께서 작가님에게 10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1
  강하루  30일 전  
 글 잘쓰시네요

 답글 0
  려멜  30일 전  
 려멜님께서 작가님에게 11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1
  공전선  30일 전  
 공전선님께서 작가님에게 71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1
  여은사월  30일 전  
 글 분위기가 너무 예뻐요ㅠㅠ

 답글 0
  붐바  30일 전  
 붐바님께서 작가님에게 1766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1
  흑묘  30일 전  
  흑묘 님께서 작가님에게 1014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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