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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장난치기 꿀팁
방탄빙의글 anrlfur - W.천진난만
anrlfur - W.천진난만




화장실 바닥에서 내 발끝으로 타고 올라오는 차가움은 신경 쓰이지만 그렇다고 이걸 피하기엔 난 몹시 귀찮고 이런 걸 피한다고 조금의 에너지를 낭비하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욕조에 앉아서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한다. 집에서만 있는 이유는 이런 저런 이유가 있지만 딱히 말하고 싶지는 않다. ... .... ..... ...... ....... 무력한 나를 보고 욕하는 정적들은 나를 짓누르고, 나를 외면한 그 수많은 시선들은 나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자기가 필요할 때만 눌렀던 나의 전화번호는 모두에게 잊혀질 때 쯤 다른 사람의 연락처가 되어 있을 것이지만 작고 나를 온전히 품어주던 방은 다른 사람이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이거 하나는 장담할 수 있다.
 
그래, 그래. 내가 무력함 속에 빠져갈 때도, 내가 무기력해져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도, 내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될 때도 냉장고와 벌레들은 윙윙 잘도 울고 잘도 돌아간다. 그닥 필요하지 않았던 부품이 사라져도 이 세상은 잘 돌아갈 것이다. 항상 늘 그래왔으니까. 주요 부품들은 널리고 널렸지만 자기 근처에 있는 부품들을 쓰는 게 나쁜 행동은 아니라고 누군가가 말했었다. 그래, 그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우리 집 앞에 마트가 있는데 굳이 저 멀리에 있는 백화점을 매일매일 갈 이유 따윈 없으니까.
 
이젠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아아, 마지막 회상을 하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아무도 나를 욕하지 않았던 적이 있었지만 그 때는 내가 거울을 보며 나에게 욕을 했던 때이다. 그것을 분출할 곳이 없어서 나에게 그걸 모두 내 뱉었다. 잘못 없는 누군가와 아무것도 모를 누군가에게 그걸 내뱉는다는 건 굉장한 용기가 필요했고, 나는 그런 용기 없는 겁쟁이였기도 했고... 죽어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피해를 입히기 싫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래, 겁쟁이로 태어나 겁쟁이로 죽어 누군가에게 겁쟁이로 기억에 남는다면 그것도 그거 나름대로 괜찮은 삶을 살았던 걸지도 모른다. 남들에게 피해 안끼치고 시키는대로 하면서.... 누구보다 더 평범하고 평범하게 살아가는게 좋았으니까.
 
그래, 그래, 좋아. 좋지. 이제 욕조에 물을 받으며 입욕제를 풀 시간이다. 몽롱한 정신을 비집고 들어오는 기분 좋은 향기와, 조금은 뜨거운 물에 몸을 맡기며 나는 이제 말을 줄여보겠다. 그리고 이 뜨거운 물마저 차갑게 식는다면, 나는 그제서야 편안하게 눈을 감을 수 있을 것이다.
 


난 아직 살아있어요, 난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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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큐브  3일 전  
 큐브님께서 작가님에게 55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1
  알량  4일 전  
 알량님께서 작가님에게 10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강하루  4일 전  
 글 잘쓰시네요

 답글 0
  천진_난만  5일 전  
 모순 그리고 모순

 답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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