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
친구에게 장난치기 꿀팁
방탄빙의글 「2 0 0 D」심박은 모순이다 - W.✎뮤즈
「2 0 0 D」심박은 모순이다 - W.✎뮤즈


Trigger warning. 본 글에 죽음과 관련된 요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씀 ㅣ 뮤즈

/
숨은 가쁘지만 호흡은 되고 머리는 뜨겁지만 아직 쓸만 하다.
/











⠀쿵쿵 쿵. 이상하다 쟤들은 잘만 뛰놀더니. 타이핑을 하던 손을 떼어내 왼쪽 가슴에 가져다 댔다. 벌게진 눈을 잠시 감게 하고 소리를 엿들었다. 가로막 위 언저리에서 나는 소리가 박동이라고 하던데 아무 소리도 안 들린다. 가끔 메아리처럼 울리는 쿵쿵대는 소리가 차오르지만 소리의 XX점 같지는 않다. 천천히 그 소리를 타고 올라가다 보면 꼭대기쯤에서 성한 소리가 들린다. 이상하다. 분명 심장소리가 들리는 곳은 왼쪽 가슴이라고 했는데 말이다. 얘가 정말 어떻게 된 건가. 성한 소리는 머리 부근에서 나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터질 듯이 뜨거웠다. 머리는 뜨겁고 다른 데는 다 차가운 것이 금방 죽을 사람의 몸 같았다.



숨은 가쁘지만 호흡은 되고
머리는 뜨겁지만 아직 쓸만 하다.



⠀그 박동은 온전히 나로부터 온 게 아니다. 누군가 두들겨 억지로 채굴해낸 폐기물 덩어리이자 제세동기로 박동을 욱여넣은 가짜 심장이다. 오물 주제에 온몸을 거느리는 게 모순적이다. 주기적으로 잔떨림을 잡아주지 않으면 죽어버릴 거면서 잘도 버티는 가짜 심장. 그따위 것 벌컥 버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이제껏 놓지 못한 데에는 다 그 만한 연유가 따르는데, 이 심장의 지난 소유인이 어머니인 것이 그 이유였다. 내가 이 엉터리 심장과 뛰면서 타이핑한 몇십만 자와 어머니를 탓하면서 나는 이 장애물을 떼어낼 수 없다.




⠀아버지는 아직도 나를 원망하신다. 너 하나 때문에 엄마는 모든 걸 버리셨다고 언성을 높이는 일이 잦다. 그리고 가끔은 금방이라도 세상이 끝날 것 마냥 평펑 우신다. 요즘 들어서는 술을 마시시는 일도 잦아졌다. 술버릇 때문인지 매일 같이 푸념을 늘어놓으시는 아버지의 닫힌 귀에 더 이상 해드릴 말은 없어 보인다. 자기도 한땐 원했으면서 뒤늦게 모든 걸 자식에게 떠넘기는 부모는 어느 방면으로는 한심스럽다. 어머니와 똑같이 나를 떠밀고 기대하고 부추겼잖아요 아버지. 그래 놓고는 이제 와서 어머니가 그립다니, 저더러 뭘 더 바라시는 거예요. 억울하고 화가 나도 어떻게 화를 낼 수는 없다. 이미 나는 어머니께 받은 심장으로 살아가고 우리 어머닌 돌아가셨는데 나라도 묵묵히 사는 수밖에. 아무리 매정하다 손가락질해도 내 생각은 그렇다.




⠀그리하여 나는 지금 심장이 두 개다. 그렇다고 영화에나 나올 법한 하이브리드 같은 존재는 또 아니다. 있어야 될 위치에 있는 나머지 진짜 심장은 멈춰 있기 때문이다. 거짓만 뛰고 진실은 억눌려 있는 이런 상황은 나 마저도 생각하게 만든다. 그저 받아들여야만 하는가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다. 실은 나도 이 심장이 무지 싫고 역겹다. 그리고 오래된 심장이라 그런지 버겁기까지 하다. 오물을 짊어지고 사는 데에는 내가 버린 나를 청산하고 어머니의 몫까지 살아가겠다는 명분이 있다. 진심을 조금만 더 첨가한다면 여기서 그만두기는 더 두렵다. 이제 와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삐걱대는 자리에 앉아 열심히 종이에 활자를 더하는 일밖에 없다. 이제껏 나는 상단에는 추잡스운 제목을, 하단에는 그에 걸맞게 늘어놓은 의미 없는 말들을 항상 똑같이 내걸고 똑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었다. 변화의 바람은 내게 너무 세차고 차가웠다.




숨은 가쁘지만 호흡은 되고
머리는 뜨겁지만 아직 쓸만 하다.




⠀때론 원망이 이해를 뛰어넘는다. 원망은 대답을 바라지 않는 질문을 뱉고 그 질문은 비수를 꽂는다. 꽂힌 곳이 본인일 확률은 8할이다. 그러면 나는 8할 만큼 아프고 그럼에도 욱여넣지 못한 질문들은 2할만큼은 상대방도 울린다.

- 왜 그러셨어요 제가 원치도 않은 일로 왜 당신 마음대로 나를 배려하냐고요.

⠀타인을 더 아프게 하는 말인데 너 같은 게 왜 우냐 한다면, 길게 보라 한 마디 할 것이다. 누가 더 오래 아프고 누가 더 오래 생각했던 말이며 후회하는지. 그래도 혐오 섞인 눈초리로 나를 바라본다면 어리석은 사람처럼 왜 한 쪽 면만 보느냐 쏘아 붙인다. 왜 한 쪽 면만 보셨어요 어머니. 본인이 상대를 울릴 목적을 가지고 그를 대할 일은 2할 보다도 적은 수치를 낳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애초부터 증오하여 울린다면 상대는 미워하기만 하겠지 원망 같은 복잡한 감정은 일절 없었을 테니까. 원망의 부모는 사랑이었음에 모든 언질은 사그라든다.




⠀내가 처음부터 이 심장이 폐기물 덩어리인 줄 알았던 건 틀림없이 아니다. 떠올려보면, 어머니는 내가 너무 어렸을 적부터 나를 계획하셨던 것 같다. 마마보이라는 비아냥거림이 섞인 단어는 곧 내 이름인 마냥 익숙해질 만큼 나는 어머니의 품 안에서 움직였다. 어머니는 곧 내 뇌이자 심장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게 벅차다면 조종사 정도는 힘들지 않게 됐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유년시절에는 내가 왜 그렇게 엇나가는 일을 못하고 살았는지 모르겠다. 말을 잘 듣는 게 착한 아이라는 직위를 준다는 것은 당시 많은 아이들을 홀리곤 했다. 그들 중에는 나도 있었는데, 조금 달랐던 건 내가 유독 더 유난스럽게 칭찬에 목메였다는 것이었다. 이유를 댈 수는 없어도 단연 돋보이던 눈빛을 가진 아이였다. 그때의 그 눈빛이 쏘아대는 갈구의 종점은 어디였는지 가늠하지 못한다. 어쩌면 어린 날들의 갈망 또한 조종된 것이었을 수도 있다. 그때 조금이라도 어리광을 피우고 나의 고됨을 토로했다면 어머니는 막연히 거대했던 계획을 포기하셨을까. 혹여 더 몰아붙였을지도 모른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나는 어떻게 됐어도 후회했을 것이란 거다.




숨은 가쁘지만 호흡은 되고
머리는 뜨겁지만 아직 쓸만 하다.




⠀푸른 하늘 아래 이제껏 살아오며 묻고 싶어도 묻지 않았던 논제를 가까스로 용기 내어 내게 물었다. 가짜 심장을 달고 누군가의 대리인이 된 채 끝이 날만큼 내 인생이 무의미한 것이었어. 넌지시 그럴 순 없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에 깨달았지만 마음에도 없는 메마른 글이나 끄적이며 밥 벌어 다니는 게 애초에 나랑 맞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제서야 다시 꿈을 잡아온다는 희망은 궁핍하다. 가을 하늘 틈새로 날아가 아득해진 풍선을 쫓아가는 일, 쓰레기 섬에서 내가 몇십 년 전에 빨았던 젖병을 찾는 일만큼이나 어려울 것이다. 필요한 것은 어려운 만큼의 용기와 그 예닐곱 배의 시간이다. 그리고 지금 그 모두가 결여하다. 그저 유혹의 목소리인냥 되새기고 또 외면하며 나와 닮아 뛰지 않는 활자를 새겼다. 그리고 또다른 지금은 그 활자가 나에게만 뛰지 않는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헤아리고 있다.





Is your heart contradictory too?
[당신의 심장도 모순적인가요?]

⠀내 심박은 모순입니다. 나는 심장이 없는 대신 머리는 두 개입니다. 숨을 쉬지만 죽어있고 죽었지만 또 살아갑니다. 저는 저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요즘들어 부단히 느끼곤 합니다. 하지만 지금 이 글을 읽고 난 후의 당신은 부디 조금이나마 달라졌으면 합니다. 과거를 후회하고 마는 것은 쓸 데 없는 일이지만 과거를 뉘우치고 바뀜을 시도하는 것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그렇게 생각합니다. 심장은 생각보다 여립니다. 바라건대 그 심장은 당착으로 들끓지 않기를 원합니다.







ⓒ 2019. 뮤즈 all rights reserved.

1 9 1 1 0 9


HAPPY MUSE 200DAY

하고 싶었던 말200일 동안 많지는 않아도 제게는 소중한 글들을 이곳에 올려왔습니다. 이번 것 까지 총 16편 중 마음에 남는 글이 한 편 쯤은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글 한자한자에 의미를 많이 담으려고 하는 편이라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바를 전부 이해해주셨을까 걱정이 생길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까 어떻게 받아들이시는지는 그다지 중요한 부분이 아니란 걸 조금은 알겠더라구요. 우리는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날을 보내고 있기에 제가 주제를 너무 명확히 하는 건 여러 사람의 삶에 제 글이 녹아들기에 별로 좋지 않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냥... 정말 그냥 하고 싶었던 말이었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추천하기 10   즐겨찾기 등록
글이 재미있었다면 작가님에게 포인트 선물을 해주세요.
나의 Point :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작가님에게
추천수와 선물받은 포인트 합산을 기준으로 글의 순위가 결정됩니다.




✎뮤즈 작가님의 다른글 보기       전체보기
[현재글] 「2 0 0 D」심박은 모순이다
붙박이 별
우리 모두 사람이기에
8월의 죄악
애로
    로그인 후 댓글쓰기가 가능합니다.
댓글
  일각  7일 전  
 ..... ......... ㅠㅠ 눈물 쥬륵 .... 숨은 가쁘지만 호흡은 되고 머리는 뜨겁지만 아직 쓸만 하다 라는 문장이 너무 제 취향의 문장이었고 그 박동은 온전히 나로부터 온 게 아니다 라는 문장도 너무 좋아요 ... ...... 박동을 욱여넣은 가짜 심장 ... ㅠㅠㅠ 표현 진짜 ... ㅠㅠ 제가 이 글을 왜 이제 봤을까요 뮤즈 님 만의 문체 너무 좋아하는 ... ㅠㅠㅠ

 답글 5
  해참  10일 전  
 200일 축하드리고 글 너무 좋아요ㅠㅠ

 답글 1
  라햇님  10일 전  
 라햇님님께서 작가님에게 2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라햇님  10일 전  
 한 자 한 자 천천히 읽어봤는데 뮤즈 님 천재 만재 ㅠㅠㅜ
 글 진짜 너무 인상깊게 잘 읽었어요 .. ㅠㅅㅠ
 이배길 너무너무 축하드리구 앞으로도 건필하세요 ♡♡♡

 답글 1
  화주ㅤ  10일 전  
 화주ㅤ님께서 작가님에게 350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2
  그댈ᅠ사랑하는ᅠ만큼  11일 전  
 뮤즈 님 안녕하세요 만큼입니다 -! 아 이렇게 인사를 드리면....당황하실래나 ㅠㅠㅜ... 사실 말이 좀 길어질것 같아서 인사부터 드렸어요! 저는 뮤즈 님 글이 너무 좋아요 뮤즈 님 말처럼 한자 한자에

 그댈ᅠ사랑하는ᅠ만큼님께 댓글 로또 2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7
  백 연화  11일 전  
 아까 읽었는데 댓글이 안 남겨져서... 나중에 댓글 다려구 했다가 이제 생각나서 이제 왔어요! 울 님 200일 일단 너무 너무 추카드리구 이번 글은 진짜... 되게 몰입해서 봤던 것 같아요 모순적인 심장박동... 일단 주제부터 너무 신선하고 너무... 좋았고 문단 나누신 것두 완벽했고...

 백 연화님께 댓글 로또 9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4
  위온  11일 전  
 위온님께서 작가님에게 2323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1
  권출세  11일 전  
 권출세님께서 작가님에게 2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2
  이중_인격  11일 전  
 200일 축하드려요ㅠㅠ !

 이중_인격님께 댓글 로또 8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34 개 댓글 전체보기


친구에게 장난치기 꿀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