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
친구에게 장난치기 꿀팁
방탄빙의글 나의 어린 영웅에 관하여 - W.단 멸
나의 어린 영웅에 관하여 - W.단 멸





나의 어린 영웅에 관하여






저는 가끔 무해하지도 않은 감정에 대한 분노를 쉽사리 느끼곤 하는데요. 아주 가끔이에요 가끔. 어제는 그저께가 그리웠고, 내일이 되면 오늘이 그리울 텐데. 저는 지금 제 영웅이 너무나 그리운 마음에 이렇게나마 써내려 봅니다. 제 영웅은요. 체구는 작았지만, 지금의 저보다 무척 강했던 것 같아요. 지금의 저보다 덜 울었던 것 같고, 덜 걱정했던 것 같아요. 관계에 서툴렀어도, 지금이 더 서투르다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요. 저는 요즘 들어 부쩍 점수에 집착하곤 하는데, 그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인 것 같아 딱히 말을 꺼내지 않겠습니다. 제 영웅은 그래도 조금 울어주곤 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의 저는 눈물에 대한 오기가 생겨서 한참 숨을 참곤 해요. 분명 제 영웅에 대해 들려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는데 어째서 금세 사라져 버린 걸까요. 과거에서 온 제 영웅이 제 기억을 모조리 다 삼켜버린 것일까요? 내일은 제가 제 영웅을 그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오늘의 저를 그리워해 줬으면 좋겠는데 부쩍 제 영웅을 그리워하는 횟수가 늘어나서 큰일이에요.

영웅님, 혹여 듣고 계시다면 거기선 조금만 더 웃어주실래요? 체구는 작으시지만, 영웅님은 저보다 강해요. 그건, 그건 정말 맞는 말인 것 같아요. 아 요즘 새벽마다 저보다 큰 것들이 몰려와서 저를 집어삼키려고 하는데, 영웅님. 영웅님이 좀 헤치워 주시면 안 될까요. 영웅님. 강하시잖아요. 강하셨잖아요. 아버지가 그랬어요. 영웅님은 강했다고. 그때의 얘기를 다들 쉬쉬하는 분위긴데, 정작 저는 상관없는데 말이죠. 영웅 님도 저와 같은 생각이시죠?

영웅님. 오늘은요 수학 시험을 망쳤어요. 이런 이변은 없었는데 너무... 너무 머리가 새하얬어요. 저는요, 다음에 잘하면 되지가 안 돼요. 제가 얼마나 큰 강박 속에 살고 있는지 사람들은 모를거예요. 다만 영웅님은... 알고 계셨을지도 모르겠네요. 어제는 엄마와 대판 싸우고 새벽까지 과학 공부를 하는데, 갑자기 눈물이 흐르는 거예요. 너무 어이없고 황당했어요. 영웅님이라면 이 이유를 아실까요? 조금 전에는 머리에서 피가 났는데 왜인지는 모르겠어요. 조금 나는 줄 알고 손으로 박박 닦아 냈는데 생각보다 피가 많이 나더라고요.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그것도 잘 모르겠어요.

내일 아침에 자습실에 가서 무슨 일부터 해야 할 지 생각하고 있다 보면, 왠지 고립된 기분이 들어요. 그 시간엔 저밖에 없거든요. 혼자 고립된 책상에 앉아 시간을 보내다 보면. 영웅님이 더, 사실은 예전의 제가 너무 그립다가도 그냥 그렇게 살아요.

영웅님 저를 좀 안아주세요. 영웅님은 저보다 체구가 훨씬 작으시지만. 영웅님은 제 손 보다 훨씬 손이 작으시지만. 그리고 제 어린 시절을 무척 닮으셨지만. 저를 안아주시기에는 충분해요. 저 과연 지금. 행복하게 살고 있는 걸까요.

나의 어린 영웅은
체구가 작았지만
무척이나 강했다

가끔 모든 걸 등지고 싶어도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하던
나의 어린 영웅에 관하여


2019.11.07
어느 을 없는 가의 기록.






추천하기 6   즐겨찾기 등록
글이 재미있었다면 작가님에게 포인트 선물을 해주세요.
나의 Point :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작가님에게
추천수와 선물받은 포인트 합산을 기준으로 글의 순위가 결정됩니다.




    로그인 후 댓글쓰기가 가능합니다.
댓글
  향워리  16시간 전  
 향워리님께서 작가님에게 113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3
  새우ᅠ대장(๑¯³¯๑)  5일 전  
 단멸님 글은 항상 너무나 다 좋은 것 같아요 진짜 단멸님 제가 항상 좋아하고 있어요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답글 1
  듀릿  5일 전  
 그리고 제 어린 시절을 닮았지만 이 문장에서 진짜 머리 한 대 맞은 기분이었어요
 단멸 님의 글에는 알 수 없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읽으면 가슴이 먹먹하다가도 찌릿하다가도 막 그래요
 온갖 감정들이 단멸 님 글에는 숨

 듀릿님께 댓글 로또 5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2
  망쿠밍  5일 전  
 알 수 없는 여운에 한동안 댓글을 못썼어요 항상 응원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기대할게요 단멸 님도 누군가에게는 정말 힘이 드는 영웅일꺼라고 조심스럽게 말해드리고 싶습니다

 망쿠밍님께 댓글 로또 8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강하루  5일 전  
 글 잘쓰시네요

 답글 1
  뮤즈ᅠ  5일 전  
 뮤즈ᅠ님께서 작가님에게 92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1
  아현  5일 전  
 아현님께서 작가님에게 578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2
  롯리  5일 전  
 롯리님께서 작가님에게 51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2
  롯리  5일 전  
 롯리님께서 작가님에게 51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1
  알량  5일 전  
 알량님께서 작가님에게 1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2

21 개 댓글 전체보기


친구에게 장난치기 꿀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