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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소호의 사랑 - W.A의ᅠ미학
소호의 사랑 - W.A의ᅠ미학
청춘의 사랑이란 무엇인가?
나는 가을이라 말해보겠다.















김태형이야.
당황스럽게 잘생겼다. 그런 터무니없는 생각이 스쳤다. 사람 얼굴 얼굴을 보고 당황스러웠던 건 처음이었다. 적어도, 우리 마을 안에서 그런 아이는 없었다. 하긴 내가 저 얼굴이었다면 이 조그만 마을에서 뛰쳐나갔을 것이다. 나는 비록 그런 얼굴이 아니어서 여기 있었다. 나는 농사를 짓는 집의 아이였다. 평범하게 생겼고, 평범하게 공부를 잘 했으며, 보통의 시골 아이들과 함께 외진 학교를 다녔다. 김태형은 한 무리의 학생들과 함께 우리 마을로 내려왔다. 농사를 도와주는 봉사를 왔다고 했다. 괜히 남자애들이 김태형 주변에서 집적댔다. 야, 너 농사는 할 줄 아냐? 기생 오라비 같이 생겨서는. 그 애들은 나중에 개망신을 당했다. 태형이는 농사도 잘했다.

야, 이거 꽤 힘들다. 안 그래?
어? 어… 힘들지.

얼굴이 벌개져서 고개를 푹 숙였다. 다행이다. 오늘은 햇빛이 정말 최악으로 내리쬐었다. 그야말로 땡볕 아래였다. 김태형은 한치의 의심도 없이 내 얼굴이 햇빛 때문일 거라 생각하겠지. 나는 안도감을 느끼며 벼 들을 베어냈다. 너 진짜 잘한다. 김태형이 생글거리며 내 작업을 지켜봤다. 너도 잘 하는 것 같던데? 근데 그렇게 보이기만 했지 김태형은 특히 벼를 베는 일에 젬병이었다. 나는 처음부터 천천히 낫 잡는 법과 베는 법을 알려주었다. 김태형은 딱 붙어서 내 설명을 들었는데, 더운 탓인지 숨결이 거칠었다. 내 뒷목에 닿는 따뜻한 숨에 놀라서 낫을 떨어트릴 뻔했다. 재빨리 떨어져서 이제 혼자 해 봐! 하고 소리쳤다.
사실 김태형 보다는 같이 온 아이 중 한명인 임조연이 문제였다. 걔는 농사에 관심도 없고, 잘하지도 못하고, 어르신들 말벗이 되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벼를 베고는 있는데 엉뚱한 곳만 긁어 다 상하게 하고 있었다. 나는 임조연을 요주의 인물로 정해 놓고선 집중적으로 농사일을 도와주었다. 봐봐. 여기는 이렇게 잡고…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 염병.

놔 둬. 그냥 내가 할게.
왜? 나 지금 농사하고 있는 건데?
벼를 그 따위로… 아니야. 내가 할게.
그러던지.

임조연은 땡잡았다는 듯 뛰쳐나갔다. 고새 태형이한테 들러붙어 알랑방귀를 꼈다. 눈꼬리를 가늘게 늘리고 말하는 꼴이 맘에 안 든다. 으휴, 여기까지 와서 연애질이네. 덤덤하게 벼를 묶으려 했는데 계속 그 쪽으로 눈이 돌아갔다. 저저저, 붙는 것 좀 봐!

뭐가 붙어?
와, 깜짝아.
김여주. 너 이리 온나. 정신 안 차리지?

속으로 생각 한다는게 입으로 뱉었나 보다. 전정국이 나에게 정신 안 차리냐 타박했다. 그러고선 아까부터 내가 노려보던 곳을 흘기더니 장난시럽게 웃었다. 와 웃는데? 내가 딴청을 피우며 볏짚을 마저 묶자 깔깔 웃는다.

요요, 새침한 년. 너 김태형인가 걔 좋아하냐?
아니걸랑.
하긴… 우리 마을 여자애들 다 쟤 한테 빠져 헬렐레더만. 너까지 그러기냐?
아니라고!
아이고, 깜짝아.

그런데 되겠냐? 쟤 옆에 여자애들 봐라. 서울 가시내들이라 그런지 피부도 뽀얗고.. 말투도 내 스타일이던데. 전정국이 실실 웃었다. 내는 니 취향 안 궁금한데? 그러면서 은근 나도 임조연 외 몇 명의 아이들을 훔쳐봤다. 피부가.. 뽀얀가? 나 정도면 뽀얀 거 아닌가? 전정국은 내 속마음을 읽은 듯 푸핫 하고 웃더니 내 볏단을 홀랑 매서 가져가며 말했다.

니 다리도 하얗다~ 우리 마을 공식 곰탕 아니겠어?
너.. 이…!

전정국은 다리가 빨라서 잡기 쉽지 않았다. 나는 상대해주기도 귀찮다고 생각하며 낫을 장난스레 휘저었다. 넌 이왕이면 말 하지 말어라. 속 터지니까! 따위의 대사를 뱉으며 낫으로 휙휙 치는 시늉을 했다. 다시 슬쩍 임조연을 쳐다보았다. 남사스럽게 짧은 반바지를 입었는데 그 안에 속바지까지 다 보였다. 이 가을에 무슨 핫팬츠지? 엉덩이 보이겠네! 그런 심술을 부렸지만 은근히 부러웠다. 햇빛 아래 여자애들 다리가 뽀얗다. 나는 조심스레 내 바지를 걷어 올려봤다. 하얀 피부 위로 털이 퐁퐁 솟아 있었다. 순간 낯부끄러워져 바지를 재빨리 내렸다. 혹시 누가 보진 않았을까 주변을 살폈다.














걔네가 내려온지 2주쯤이 지났다. 아이들은 마을 집에 나눠서 잠을 잤다. 우리 집은 김태형과 임조연이었다. 나는 청소하다가 임조연이 화장품을 담아두던 주머니에서 눈썹칼을 슬쩍 해보았다. 잠시만 빌리고 다시 돌려 놓을테다! 하고 다짐해서 가져왔다. 나는 내 방에서 몰래 다리털을 밀었다. 다 밀고 나니까 수북하다. 재빨리 쓸어 담아 버리고 보니 다리가 뽀얗게 변해 있었다. 나도, 까맣진 않네!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눈썹칼을 구경했다. 근데 요게 참, 신기하네. 그러다 손을 베었다. 피가 막 나진 않았는데 쓰리게 긁혀 나갔다. 밴드를 찾고 있었는데 문이 활짝 열렸다. 어어? 홱 돌아보니 김태형이 서 있었다.

밥 먹으라고 하셔서.
아…

김태형이 슬쩍 내 손에 들린 눈썹칼을 보았다. 괜히 얼굴이 빨개졌다. 들어가도 돼? 응… 성큼성큼 들어와 내 앞에 앉았다. 그러다 손가락 하나가 종아리에 스쳤는데 들키기라도 한 듯 엄청나게 부끄러워졌다. 나는 혹시 방바닥에 남은 털이 없을지 재빨리 눈을 굴려 찾기 시작했다.

눈썹칼?
어…
처음 써 봐?

김태형은 내 손의 작은 상처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쓸 것 같아 보이진 않겠지. 살짝 거울을 돌아봤는데 시원하게 깐 이마에 눈썹이 굵고 부리부리했다. 우리 마을 대표 짱구 눈썹이었다. …젠장. 얼굴도 벌게져 있었다.

임조연이 눈썹칼 잊어버렸다던데.
어?

그, 그걸 왜 나한테…

김태형이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눈썹칼을 가져갔다. 순간 철렁 했는데 눈썹 정리를 해주겠다고 했다. 내 눈썹? 식겁해서 물어봤는데 자신 있댄다. 내가 걱정하는 건 그런게 아닌데. 일단 자기가 해준 댔으니 무성한 눈썹에 정이 떨어진다거나 하진 않겠지.




근데 이것이 굉장히 낯부끄러운 일이었다. 김태형은 바짝 다가와 내 뺨을 조심스럽게 잡고 눈썹을 정리했다. 김태형의 숨이 얼굴 바로 앞에서 느껴졌다. 게다가 눈썹에 닿는 칼이 따갑기도 한데 엄청나게 간질거렸다. 나는 얼굴이 빨갛지 않기를 바라며 입술을 꽉 물었다. 어느새 반대쪽으로 넘어갔었다. 밥 생각 역시 넘어간 뒤였다.

여주야, 너 가까이서 보니까 되게 예쁘게 생겼다.
어?!

갑자기 눈을 떠서 김태형이 당황했는지 눈썹칼을 뒤로 뺐다. 입술을 또 꽉 깨물었다. 가까이서 보니까 김태형은 더 잘생겼다. 속눈썹이 가지런하게 자리잡은 눈은 눈매가 크고 또렷했다. 속이 더부룩했다. 토를 하고 싶었다. 물론 김태형 얼굴에 대고는 아니고. 가슴 부근이 울컥울컥 날뛴다. 태형이가 가고 나서, 나는 눈썹칼을 돌려주겠다던 마음을 접었다. 진짜 미안, 조연아. 내가 새 거 사 놓을게. 김태형의 손길이 묻은 칼은 내 서랍 안에 숨겨놨다.

















얜 누구야?
아, 연탄이라고 주인 없는 개인데.

몇 달 전부터 마을에 나타나서는 알짱댔다. 말이 주인이 없지, 우리 마을 사람들이 다 시간 맞춰 이 놈 밥을 챙겨준다. 얘는 마을 전체가 제 집인 듯 들락거렸다. 다들 그 아이를 환영하며 받아줬지만 정작 주인을 자처하지는 않았다. 근데 얘가 뭘 잘 못 먹었는지 시름시름댄다. 아무래도 곧 죽을 것 같은데, 주인이 없으니까 병원에 데려갈 사람도 없다.

죽어가는 것 같아.
왜?
응?

김태형이 나를 빤히 바라봤다. 왜이긴, 애가 얼굴이 헬쑥하고 절룩 거리는 게 죽을 꼴이니까. 연탄은 밥을 채 두 입도 먹지 못했다. 나는 오히려 엉뚱한 질문을 하는 김태형을 바라보았다.

죽어가는게 뭔데?
뭐?
안 죽었으면 살아있는 거 아니야? 죽기 전까지는 죽을지 모르잖아.

그럼 죽어간다고 할 수 있나? 살 수도 있잖아. 지금 얘는 살아가고 있는데?

죽기 전까지는 살아있는 거 아냐?

김태형은 연탄을 안아 들었다. 발발 거리던 애는 대응할 힘도 없는지 꼬질한 몸으로 김태형의 품 속에 폭 안겼다. 끼잉 거리는 게 안쓰럽다. 너는 그렇게 생각하는 구나. 다시 연탄을 살폈다. 헬쑥하지만 배가 꼬륵 거리는 게 살고 싶어 하고, 절룩거리지만 숨쉬고 있다. 살아가는 중이다. 나는 잠시 얻어 맞은 듯 가만히 있다가 김태형을 이끌고 욕실로 갔다. 미지근한 물을 연탄에게 끼얹었다. 애가 뽀득 거릴 때 까지 문지른 후에 물기를 다 말렸다. 전정국의 자전거를 빌려 시내로 나갔다. 물론 전정국은 아니꼬워 보였다.

자전거? 왜?
시내 좀 가게.
김태형이랑?
…왜, 불만 있니?

전정국은 자전거를 넘겨주고선 홀랑 가버렸다. 내가 자전거를 끌고 김태형이 뒤에서 연탄을 안았다. 자전거를 탈 줄 모른댄다. 커다란 덩치로 내 옷깃을 꽉 잡는데 귀여워 죽겠다. 꽉 잡았어? 응. 연탄이 끼잉 대는 소리에 맞추어 페달을 밟았다. 동물병원 원장이 치료하고서는 돈을 요구했다. 그냥 몇 번 들쳐 본 것 같은데. 그래도 김태형은 선뜻 병원비를 냈다. 나는 얼마 모은 용돈으로 연탄의 영양제를 샀다. 꼬리를 흔들며 김태형 한테만 안긴다. 앙큼한 똥개. 나는 연탄의 코끝에 입 맞췄다. 병원 냄새가 훅 났다. 너 이도 닦아야겠다. 얼떨결에 구강 청결제도 샀다. 계산하고 있는데 뒤에서 김태형이 연탄을 안고 장난을 치다 코 끝에 입 맞췄다. 얼굴이 확 빨개졌다.

내가 키울래.
태형이 네가?
응. 버스에 타는 애 중에 개를 싫어하는 애가 없었으면 좋겠네.

김태형은 만물에게 친절한가보다. 하다못해 처음 보는 깡시골의 멍멍이도 거둬 준다. 그럼 처음 보는 깡시골의 김여주는 어떤가? 농사 짓는 여자애는 별로인가? 나도 거둬 주면 좋겠네. 개뿔, 자전거를 끌고 도착하니 임조연이 김태형을 호들갑 떨며 맞았다. 어디 갔다 왔어? 그 개는 뭐야? 쟤랑 갔다 왔어? 씁쓸하게 웃는데 김태형이 임조연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밥은 먹었냐?
응. 너 안 먹어서 어떡해.
연탄이 밥 같이 먹지 뭐.
푸하하하.

임조연이 김태형 품에 안긴 연탄을 가져가 안았다. 코 끝에 입 맞췄다. 기분이 그야말로 잡쳤다. 나는 자전거를 끌고 전정국네로 달려갔다. 전정국은 내가 끌고 온 자전거를 받다가 물었다.

내가 안 물어보려 했는데…
뭐.
왜 울었냐?
안 울었는데?

전정국은 쓸데없이 눈치가 좋다. 만져보니 뺨이 축축하다.
…내 사랑은 살아가고 있다. 내 사랑은 살아있다.

















눈썹이 시간이 지나니 자란다. 정리하려 했는데 조금 무서웠다. 근데 김태형한테 밀어달라고 할 용기는 더더욱 없었기에 거울을 펴서 서랍 위에 올려 놓고 칼을 폈다. 김태형이 만들어 놓은 틀 대로 쓱쓱 밀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나는 꽤 눈썹칼 같은 사랑을 하고 있다.

김태형을 사랑하는 마음을 밀어내고 잘라내도 더 무성하게 자랄 뿐이다. 나는 묵묵히 뿌리를 잘라내고 훼손한다.



















네가 내 눈썹칼 가져갔니?

임조연이 넌지시 물었다. 나는 당황해서 숟가락을 떨어트릴 뻔했다. 얘 알고 묻나? 얼른 사서 가져다 놓는다는 게 깜빡 까먹었다. 전정국이 요즘 자전거도 안 빌려주고, 돈도 다 써서 없다. 어떡하지? 일단 오리발 내밀까?

아직도 못 찾았어?
어. 아, 나 또 자라는데. 보기 싫다.
괜찮은데 왜.

김태형의 말에 또 마음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나중에 사. 우리 곧 올라가잖아.




…이건 정말로 무너져 내렸다.

















김여주, 빨랑 나와. 인사라도 해야지.
아, 나갈게.
빨리!!! 늦겠다.

고민하다가 눈썹칼을 챙겼다. 김태형네 무리는 오늘 올라간다. 서울로. 이제 마을에는 남는 게 없다. 연탄도, 김태형도, 내 사랑도. 나는 유일하게 남길 수 있던 눈썹칼을 주기로 결심했다. 도둑질을 할 배짱은 못 된다.

좋아한다고 해 봐. 어차피 안 볼 사이잖아.
어차피 안 볼 사인데 고백을 왜 하냐?
밑져야 본전이다 이거지.
됐어.

멀리서 김태형이 보였다. 아무리 멀리서 봐도 김태형이다. 너무너무 눈에 띈다. 나는 얼른 뛰어가 임조연 몰래 김태형에게 눈썹칼을 건냈다. 김태형 품에는 연탄이 안겨 있었다. 그새 부티가 난다.

이거, 임조연 눈썹칼, 찾은 것 같다.

…?
조연이 눈썹칼 찾았어. 이거 네거잖아.

그럴 리가 없다. 나는 혹시 하는 기대를 정말 조금 품었다. 그래도 고백 같은 건 하지 않았다. 김태형이 버스에 올라탈 때 눈물이 흐르는 걸 꾹 참았다. 그런데 김태형은 별 미련 없어 보였다. 몇몇 아이들은 울며 어르신들과 인사했다. 김태형은 정말로 미련이 없어보였다. 내 미련이라도 덜어서 발라주고 싶다, 참.

내가 사랑이 눈썹칼 같다 했었나? 틀렸다. 청춘의 사랑은 가을 하늘 같다. 기필코. 나는 가을 하늘만큼 너를 사랑했고 너는 잠자리만큼 나를 사랑했다. 멀어져 가는 버스에는 잠자리 날개짓이 불어오지만, 내 머리 위로는 하늘 바람이 불어온다. 내 사랑은 가을이다. 김태형은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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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미련 넘치는 사랑
짝사랑
상대방한텐 그저 소호의 사랑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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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김단옝  12일 전  
 김단옝님께서 작가님에게 19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각월  14일 전  
 문체 진짜ㅜㅜ완전 좋아요 제가 좋아하는 문체 글도 완벽해요

 답글 0
  앨리스ㅤ  15일 전  
 제목두 문체두 너무 예쁘네요 ㅠㅠ 잘 읽었습니다!

 앨리스ㅤ님께 댓글 로또 4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강하루  16일 전  
 글 잘쓰시네요

 답글 0
  Propheta  16일 전  
 문체가 너무 제 스탈이십니다ㅠㅠ... 예쁜 글 써주셔서 감사해요!

 Propheta님께 댓글 로또 20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박미미ᅠ  16일 전  
 공백이 불규칙해서 죄송합니다ㅠ.ㅠ

 박미미ᅠ님께 댓글 로또 3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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