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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붙박이 별 - W.✎뮤즈
붙박이 별 - W.✎뮤즈


씀ㅣ뮤즈








00.

별이 하나 둘
태양이 하나 둘
미리내 하나 둘 그리고 셋.


⠀우리가 몇 번째 은하계에 몇 번째 태양계와 행성인지 알 수 없었다. 붙여진 호칭도 별칭도 생일조차 모른 채 사는 나와 주변 행성과 항성은 외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짐작건대 아마 천구백몇 억 번 정도에 되어서야 나는 내 번호를 부여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명왕성이 134340이라는 것은 부러운 일이다. 내 입장이 되면, 누구라도 이름은 고사하고 번호라도 있는 그 행성은 선망의 대상이다. 푸른 134340을 바라볼 때면 뒤편에서는 그에 대조되는 붉은 항성이 눈에 밟힌다. 십만 광년 쯤 앞에서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뜨거운 항성이 있다. 저건 보통 태양이라고 부르니까 이름은 태양인 것으로 유추되는 것, 멀리서도 뜨거운 존재를 과시한다는 사실을 제외하고는 다른 건 나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리고 당신은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지구 주위를 공전하는 위성 중 하나, 나는 당신 주위를 떠도는 한낱 돌덩이라는 사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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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당신이라는 행성은 아름답습니다. 망원경으로는 관찰될 수 없을 만큼, 망원경으로 당신을 관측하려 했던 내 행동이 무색해질 만큼 당신은 광활한 우주를 담고 있습니다. 그 광활함을 표현하기에는 세상에 태어난 말들은 너무 국한되어 있습니다. 당신 스스로는 알 수 없겠지만 몇 천 개의 유성과 심지어는 몇 개의 은하계까지 담고 있는 당신의 바다는 끝을 알 수 없이 깊지만 그것 또한 아름다운 당신의 일부입니다. 당신의 어여쁜 바다는 어리석었던 내가 멀리서 관측할 때면 순결히 아름다웠습니다. 내가 당신과의 거리를 좁히고 도약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 바다는 닮고 싶기까지 했습니다. 여러 번의 실패를 거치고 당신에게 어느 정도 가까워졌다고 생각했을 때, 그때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왜 실패를 거쳐야만 당신을 만날 수 있었는지 그리고 당신이 나를 향해 잘 미소 짓지 않았던지 그 연유를 눈치껏 알아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당신은 아름다웠기에 걸맞은 사랑을 하고 있습니다. 내 눈에 담긴 당신의 모습과 유사한 형상을 한 당신의 눈 속의 그 행성은 말 그대로 파랗게 예쁩니다. 당신보다 그 행성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나에게도 느껴질 만큼의 오라를 가진 행성의 바다는 가까이서 보아도 푸를 것이라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당신과는 다르지만 바다를 갖고 있는 푸르른 그 행성 주위로 쉼 없이 공전을 이어가는 당신은 지친 기색이 역력합니다. 당신이 거니는 속도는 내가 보기에도 현저히 느려졌고 땀으로 흠뻑 젖은 당신의 바다에는 홍수가 났는데, 그것이 아래로 떨어지려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꼴이 실로 대단한 홍수였습니다. 물론 `가까이서 당신을 마주한` 내가 볼 수 있는 당신입니다. 그 행성이 보기에는 헤실 거리며 그 주위를 맴도는 별 볼 일 없는 여느 위성이 당신일 것입니다. 당신의 땀과 노력을 담은 모든 바다는 그 행성에게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를 중심으로 하는 위성은 셀 수 없이 많아 당신은 눈에 띄지 못한다는 것을 나와 당신은 잘 알고 있습니다. 나는 그럼에도 그를 바라보는 당신의 초점을 바라보는 나는 항상 안쓰러운 마음입니다. 푸르른 행성은 오직 태양을 바라보고 몇 억 광년을 따스한 빛 아래서 보냅니다. 당신을 바라보는 일은 단 한순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아까운 일이라고 그 행성이 주절대는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참으로 그렇다면 그 행성은 어리석은 것 같습니다. 내가 보기에는 이렇게나 아름다운데.




02.

⠀당신은 나를 자주 상처 입히곤 하지만 그 사실은 나를 화나게 하는 요소가 되지 못하고 오히려 안타깝게 합니다. 나에게 주는 상처는 곧 당신이 받았던 상처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나는 당신을 미워할 수 없습니다. 그 곡선이 보여주는 당신이 살아온 시간은 그렇게 순탄하지만은 않은 것 같아 보입니다. 당신을 지켜보면 나도 모르게 당신의 바다를 세어보곤 합니다. 오백오십 몇 개쯤 되었을 때 잠깐 다른 생각이 들어 당신을 올려다본 적이 있습니다. 내 시선의 목적을 알아챈 당신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왜 우냐고 묻고 싶었는데, 차마 입이 떨어지지가 않아 멀뚱히 많고 많은 바다 사이로 돌려가며 시선을 두었습니다. 대강 이유를 알면서 물어보는 것은 당신에게 또 다른 바다를 만들어주게 되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할 것 같습니다. 당신의 바다가 메마를 때까지 옆을 지키며 빛을 내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깊디깊어 그 누구도 엄두를 내지 못 했던 바다에 힘껏 뛰어들고 싶습니다. 다른 이유이겠으나 남들처럼 두려운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대개의 생각처럼 막연히 무서운 게 아니라 근본적인 이유에 딴죽을 거니 별 두려움을 느끼지 않게 되었습니다. 내가 당신의 바다를 알고 싶었음은 곧 당신을 더 알고 싶었고 당신의 바다를 어루만지며 내게도 바다를 만드는 일을 하루빨리하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내게도 옴팡진 바다를 여러 군데 두어 당신의 바다에 담겨있는 것들을 딱 반만큼 옮겨 담고 싶습니다. 우리가 공유하는 그 반으로 나는 당신을 그리고 당신도 나를 비추어 매일 안부를 묻고 싶습니다. 그럼에도 왜 망설이냐 함은, 당신의 울음을 보고 싶지 않아서였습니다.



03.

⠀당신은 나의 우주였습니다. 내가 아는 당신은 끝없이 행복하고 힘들어하고 울고 웃으며 사랑했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나도 빛을 잃어가고 있는 이 시간에 이제는 당신을 끝까지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념했습니다. 당신도 그저 태양빛을 머금고 근근이 살아있는 저 수많은 돌덩이 중 하나일 뿐인데 당신은 아직도 나에게 특별한 존재입니다. 빛나려 노력할 필요 없습니다. 바다를 아름답게 꾸미려 힘쓸 필요도 없습니다. 나는 당신의 바다가 흉측함을 앎에도 여전히 당신을 가장 사모합니다. 이 사실이 당신에게 용기가 되어 파고들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04.

⠀빛을 잃어감은 당신이 더 성숙했다는 뜻이고 나에게도 함께 그 성숙이 담기고 있다는 뜻입니다. 빛을 잃어감은 쇠퇴해감이며 그것은 곧 우리가 이 은하수를 더 이상 보지 못할 수 있음입니다. 한없이 아쉬운 그 불능은 기억을 지워감에는 유독 총명합니다. 당신의 위성이 떨어지고 그 행성의 위성도 함께 떨어집니다. 이 순간에도 행복할 수 있음은 떨어지는 찰나에 당신과 함께할 수 있음에 행복에 취해 있는 이기적인 내 탓입니다. 유성우가 되어 떨어지는 순간에 그다지 많은 생각이 지나치진 않았습니다.
아무리 수많았고 아무리 뜻깊었다 해도 떠오르는 생각과 하고 싶은 말은 한 가지로 모였습니다.



04`.

나는 아름답지 않은 달을 그렇기에 사랑합니다.






00`.

⠀어떤 흐름이 있었는지는 상관하지 않았다. 내가 당신 주위를 돌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나는 당신의 위성이 아니라 당신을 향한 항성이 된다. 당신 주위를 돌다가 한 바퀴가 되면 당신의 바다 주위를 살펴보는 항성인 척 자리를 잡고 눌러 앉는다. 그러다가 다시 당신 주변을 부유하고 우러르고를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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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Superiority DayLuv U Because Of Nothing

우월 님 생일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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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제인•_•  18일 전  
 허걱... 정말 글이 너무 좋아서 감탄만 하고 갑니다ㅜㅜㅜ 글 대박 잘 쓰셔요 뮤즈님! 우월님도 생신 축하드리고 뮤즈님 글 정말 잘보고가요!!

 제인•_•님께 댓글 로또 5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그댈ᅠ사랑하는ᅠ만큼  18일 전  
 뮺 님

 답글 15
  사월  18일 전  
 헉 글이 너무 좋아요 묘사가 이로케 아름답다니 ㅜㅅㅜ

 사월님께 댓글 로또 10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망만  18일 전  
 글 너무 좋아요ㅜㅜ!! 우월님 생일 축하합니다!!

 망만님께 댓글 로또 17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위온  18일 전  
 위온님께서 작가님에게 50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1
  베르다입니닥  18일 전  
 베르다입니닥님께서 작가님에게 300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1
  베르다입니닥  18일 전  
 미리내라는 단어를 평소에 관심이 가던? 이라고 이야기를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던 단어라서 미래내 하나 둘 그리고 셋이라는 문장에서 완벽하게 글에 대한 기대가 터져버렸는데 읽을 수록 그 기대를 짓밟고 올라가셔서

 베르다입니닥님께 댓글 로또 11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3
  입꾹  18일 전  
 뮤즈님 글 정말 조와요 ㅜㅜ 사람을 이끌리게 하는.. 그런 마력이 있달까요? ㅜㅜ 우얼님두 생일 축하하시구 ㅠㅠ 글 종말 잘 봣서요 ㅠㅜ 으악 체고십니다 ㅜㅜ 사라내요 진짜 ❤❤❤

 입꾹님께 댓글 로또 6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우월  18일 전  
 글을 몇 번이고 읽고 또 읽어봤던 거 같아요 무슨 글을 써주셨을까 참 궁금했는데 달에 관한 이야기였다니!! 읽다가 문득 예전에 제가 썼었던 단편 글들이 생각나더라고요 한때 달을 너무 좋아해서 우주에 관련된 글들이 즐비했었는데 이렇게 다시 비슷한 장르의 글을 읽게 될 줄이야...ㅠㅅㅠ

 우월님께 댓글 로또 2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5
  우월  18일 전  
 우월님께서 작가님에게 700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1

33 개 댓글 전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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