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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아주 어리고 아주 철없던 날의 - W.지구멸망
아주 어리고 아주 철없던 날의 - W.지구멸망

BGM





ㅤ내 입 밖으로 나온 소원 중에 이뤄지지 않은 것은 단 한 가지도 없었어. 이게 마음에 들어요, 저게 갖고 싶어요, 하고 얘기하면 내가 원하던 그것들을 금방 내 품에 안을 수 있었지. 그것뿐만 아니라 오래 살지 못하고 금방 죽어버린 물고기와 강아지도 하룻밤 자고 일어나니 다시 헤엄치고 마루를 뛰어다녔어. 아무렇지도 않게 내 곁으로 돌아왔다는 말이야. 그때부터 내게 죽음이란 건 그저 하룻밤 잠이었어. 그래서 난 죽음 앞에서 눈물 흘릴 일이 없었지. 하룻밤 자고 나면 다시 내게 돌아올 것들이니까. 전혀 두려울 것이 없었단 말이야.





ㅤ그래서 어제 네가 “의사 선생님이 우리 엄마한테 그랬어.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오늘이 고비래. 그게 내가 곧 죽을 거라는 뜻이라는 건 이제 나도 알아. 나는 이제 다시 못 보는 거라고. 엄마도, 너도…” 하고 힘없는 목소리로 울먹이며 말을 겨우 이을 때도 난 네가 한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어.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볼 수 있을 텐데 왜 다시 보지 못한다는 거야? 내가 널 다시 보고 싶다고만 하면 넌 다시 내 곁으로 오게 될 텐데? 분명 내가 아는 죽음이란 그런 건데…. 난 갸우뚱거리다 잘 자고 내일 봐, 하고는 네가 잠들기도 전에 먼저 문을 열고 나와 버렸지.





ㅤ그리곤 집에 돌아와서 엄마 아빠에게 말했어. “정국이가 그랬어요. 자기가 곧 죽을 거래요. 내 금붕어랑 강아지처럼 정국이도 푹 자고 빨리 다시 돌아오게 해주세요.”





ㅤ말을 마치면 원래 포근한 미소와 함께 그럼, 당연하지, 엄마 아빠가 알아서 할게, 같은 대답이 돌아와야 하는데 오늘은 이상하게도 둘 다 미소를 짓지도, 입을 열지도 않았어. 처음 보는 표정을 한 엄마 아빠가 내 눈앞에 있었어. 아마 내가 요새 자꾸 말썽을 부려서 그런 것 같아. 그래서 뒤에 몇 마디를 덧붙였지. 이젠 엄마랑 아빠 말 잘 들을게요. 진짜예요. 내일부턴 밥 먹기 싫다고 투정 부리지 않을게요. 곰젤리도 너무 많이 먹지 않을게요. 그리고 또 양치도 잘하고, 또… 잔뜩 나열하다가 까무룩 잠에 들어 버렸어.





ㅤ깜빡 잠든 후에 아침이 오자 난 잠에서 깨어났어. 그렇게 빠르게 하루가 지났고. 처음으로 너와 함께하지 않은 하루였어. 그리고 그다음 날도, 또 다음 날도 넌 나를 찾아오지 않았지. 정국아, 왜 날 보러 오지 않아? 네가 잠들고 하룻밤이 지난 지 한참 됐잖아.





ㅤ의아해서 엄마 아빠한테 물었어. 나 이제 밥도 잘 먹고 떼쓰지도 않잖아요. 그런데 왜 정국이 돌아오게 해달라는 내 말 들어주지 않아요? 정국이는 언제 돌아와요? 나 정국이 보고 싶어요. 엄마 아빠는 입만 꾹 다물고 있었어. 나는 영문도 모른 채 울상을 짓고 계속 같은 질문만 반복했지. 왜 정국이가 돌아오지 않냐니까요….

ㅤ답은 한참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어.





ㅤ도대체 왜 낮과 밤이 여러 번 오가도 넌 다시 나타나지 않는 거야? 아무도 그 이유에 대해 말해주지 않아.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라도 알려줘. 난 아무것도 모르겠어…. 너 원래 이렇게 잠이 많은 애가 아니었잖아. 나 기다리는 거 잘 못해. 알잖아. 하룻밤 더 자면 그때는 내게로 달려와야 해. 알겠지? 왜냐하면 곧 네 생일이잖아. 네가 좋아하는 딸기가 잔뜩 올려진 케이크도 사고, 네가 갖고 싶어 하던 장난감들도 잔뜩 준비해둘게. 생일선물로 네가 원하는 거 전부 줄게. 그러니까 어서 돌아와. 얼른 나랑 놀자.
익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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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돌잖니
제목 없음
입에 넣고 굴릴 이름
한여름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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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강하루  10일 전  
 글 잘쓰시네요

 답글 0
  려멜  10일 전  
 려멜님께서 작가님에게 13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알량  10일 전  
 알량님께서 작가님에게 13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공전선  10일 전  
 공전선님께서 작가님에게 199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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