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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20. 우리, 사랑할 시간 - W.해늘°
20. 우리, 사랑할 시간 - W.해늘°






우리, 사랑할 시간
::밖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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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달아 이어지는 격한 안무를 하고 내려오면 근육이 터질 듯한 통증이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 이유로 무대 아래를 내려오면 케어 팀원들은 멤버들의 통증을 감소시켜주기 위해 바빠지는데 헐떡거리는 숨을 고르며 앉아 있는 지민의 곁으로 다가와 얼음팩을 목 뒤에 얹어 주고 있는 사람이 이안으로 바뀌어 있었다.
 





“어? 누나?”
“응, 잠깐 얼음팩 잡고 있어 봐.”





이안은 지민의 무릎에도 얼음팩을 올려주었다.





“일종의 파견 근무? 팀원 한 분이 몸이 안 좋으셔서 내가 왔어. 어디 아픈 데는 없고?”

“네, 없어요.”





이안은 일어서 지민의 목 뒤에 있는 얼음팩을 다시 잡아주며 특별히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는지 주변을 돌아보았다. 팀원 외에도 스타일링을 도와주는 스태프들이 다가와 멤버들을 돌보아 주기 때문에 이안은 괜찮아 보이는 지민을 떠나 남준에게로 다가갔다. 케어 팀장이 곁에 있는 것이 뭔가 문제가 생긴 듯했다.





“이안 씨, 좀 봐줄래요?”
“누나, 그냥 좀 삔 것 같아요.”
“어디 보자.”





이안은 그 앞으로 가 바닥에 앉아 양말이 벗겨져 있는 남준의 발을 잡고 살펴보았다. 조금의 부종은 있었으나 반상출혈은 보이지 않았기에 심각한 것 같진 않았지만 일단 움직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뒤꿈치를 잡고 당겨 보거나 옆으로 돌려보는 등의 테스트를 해 보았다.





“남준아, 이렇게 누르면 아파?”

“많이 아프진 않아요. 괜찮은데... 내려오면서 조심하려고 조금 절뚝거렸더니 팀장님이 크게 다친 줄 아신 거 같아요.”





이안은 팀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경도 단계예요. 부기 빠지게 압박붕대로 감아 놓고 아이싱해 주면 될 것 같아요.”





팀장은 다행이라는 듯 남준의 어깨를 툭 쳤다.





“놀랐어. 공연이 아직 반이나 남아 있었으니까. 어쨌든 도중에라도 많이 아파지면 참지 말고 말해. 이안 씨, 처치 좀 부탁할게요.”





케어 팀장은 다른 멤버들을 보기 위해 자리를 떠났고 이안은 들고 있던 가방에서 붕대를 꺼냈다.





“붕대로 꽉 감아줄게. 움직이는 데 도움될 거야. 지금 정국이 개인 공연하는 중인 거지?”
“네.”
“그럼 시간 있을 때 움직이지 말고 이렇게 있어. 지금이야 공연 중이니까 이러는 거지만 공연 끝난 이후로는 최대한 움직이지 마. 숙소 가서 꼭 냉찜질하고. 부기가 빠지면 그땐 온찜질해야 해. 자, 앞으로도 공연할 때는 이렇게 감아놔야 할 것 같다.”





처치를 끝낸 후 남준의 다리를 의자에 올려주고 붕대로 감아 놓은 발목 위에 얼음팩을 놓아주었다.






“고마워요 누나.”
“내 일인데 뭐.”





이안은 이어 말했다.





“다른 멤버들은 문제없는 것 같으니까 난 퍼포먼스 팀 좀 보러 가야겠다.”





이안은 다시 한번 주변을 돌아본 뒤 자리를 빠져나갔다.










정국이 개인 공연을 끝내고 헐떡거리며 내려와 남준을 보곤 놀라 물었다.






“형, 다쳤어요?”
“아니야, 조금 삐었는데 이안 누나가 와서 봐주고 갔어.”
“움직일 수 있어요?”

“응, 붕대로 감았으니까 움직일 때 덜 아플 거 같아.”





정국은 자리에 앉아 물을 마셨다. 공연이 시작되고 나서는 한 번도 이안을 보지 못했다. 마음 같아선 어디 있는 건지 찾고 싶었다. 조금도 마주치지 않으려 애쓰는 것 같아 숨바꼭질을 하고 있는 것 같은 그녀를 잡고, 자신을 바라보게 하고... 도망가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다.










공연이 끝난 후 스태프들은 정리를 하고 남은 시간 동안 무대 위로 올라가 연습을 해보자며 나섰고 지민은 미처 넘기지 못한 무대 의상을 들고 소정을 찾아갔다.






“누나, 이안 누나는요?”
“언니는 몸이 안 좋다면서 먼저 갔어.”

“아프대요? 어디 가요?”
“그냥 좀... 피곤해 보였어. 크게 아프거나 하진 않은 거 같았으니 걱정 마. 근데 지민아,”





소정은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했다.





“보여.”
“네?”
“네가 이안 언니 좋아하는 거, 다 보인다고 이 녀석아.”





지민은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자신에게 있어 엄청난 걸 들켜버려서 당황스러웠지만 그것과 동시에 혼자만 하고 있던 가슴앓이를 누군가에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의 짐이 조금 덜어짐도 느꼈다.






“누나... 저...”
“지금까진 나만 알아. 하지만 네가 계속 그런다면 다른 누구든 알게 될 것 같아.”
“그게요 누나... 내 마음인데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요...”





지민은 소정을 바라보며 웃어 보였지만 소정의 눈엔 슬퍼 보였다. 차라리 같은 아이돌이었다면 오히려 답이 더 쉬웠을 텐데, 더 간단했을지도 모를 텐데.





“우선은 남은 공연 잘 끝내자. 뭐가 어찌 되건 누난 네 편 해줄게.”





지민은 다시 웃어 보였다. 지금은 그것으로도 좋았다.










우리, 사랑할 시간










호텔 방으로 돌아와 이안은 의자에 앉아 긴장했던 몸과 마음을 풀었다. 하루가 정말 길었던 것 같았다.

공연의 마지막 부분을 모니터로 보고 있었는데 카메라에 잡힌 정국이 자신을 바라보는 것 같았던 순간, 잠시 멈춘듯한 시간 속에서 정국이의 동그란 눈을 보았다. 그 화면 속에서의 정국이 그날과 같은 얘기를 할 것만 같았다.

이안은 의자에 웅크리고 앉아 눈을 감고 다리 사이에 얼굴을 묻어버렸다. 정국이 한 말이 떠올랐다.





‘차라리 솔직해져요. 사랑을 받는 것도 주는 것도 두렵다고.’





이제껏 자신을 안전하다 느끼는 마음의 상자에 가둬놓았던 것일까... 그렇다 하더라도 그 상자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았다. 아무것도 감당하고 싶지 않았다.










시카고 공연 둘째 날, 공연이 시작되기 전 늘 하던 대로의 동선으로 움직이고 있던 이안은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듯 복도에서 정국을 마주쳤다.






“창의적이진 않네요 누나. 피할 거면 반대로 움직였어야지.”
“그러게, 지금이라도 그래 볼게.”





뒤돌아 걸어가는 이안을 쫓아 걸음을 붙잡았다.






“누나.”
“제발...”





이안은 고개 숙인 채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나 좀... 놔둬.”





멈춰있는 정국을 두고 이안은 옆으로 돌아가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정국은 감정이 추슬러지기도 전에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 팬들의 함성 속에서 무대 위로 올랐다.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면서도 가슴이 아프고 슬펐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외면받는 마음이 슬펐다. 넓은 무대, 자신을 비추는 강렬한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흐르는 땀에 눈물을 섞어 울고 싶었다.

공연의 마지막을 알리는 벚꽃 같은 종이 비가 뿌려져 내렸다.










공연이 끝난 후 스태프들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무대 위로 올라가 연습을 해보자며 모여 있었다. 이안은 오늘마저 먼저 가버리는 건 안 될 것 같아 남아 있긴 했지만 서서 움직일 기운은 없어 한쪽 구석에 앉아 사람들의 움직임을 구경하고 있었다.





“언니, 많이 안 좋아요? 며칠 전부터 너무 기운이 없어.”
“괜찮아. 그나저나 미안해. 함께 해야 하는 건데.”
“나중에 진짜 빡세게 지민이한테 과외받아요.”
“하하... 그럴게. 그래도 지민이 덕에 좀 외웠어.”





소정이 사람들에게 돌아가는데 누가 시작한 건지 눈싸움하듯 종이를 모아 서로에게 던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머리 위로 날리는 종이가 정말 벚꽃잎 같아 이안은 고개 들어 올려다보았다. 그러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상공에서 다시 한번 종이 비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해 이안은 일어서 그 날리는 모습들을 감상했다.





“예쁘네...”





손을 내밀어 종이 하나를 받으려 반쯤 몸을 돌렸을 때 가까이 서 있는 정국을 발견했다. 가득 날리는 벚꽃잎 사이에 있는 정국이 이안에게 더 가까이 다가와 마주 바라보았다. 그 눈에 눈물이 그렁한 채로 이안에게 말했다.






“나... 한 번만 봐주면 안 돼요?”





눈에 차오른 눈물이 동그랗게 모여 툭 떨어지며 정국의 얼굴 위로 흘러내렸다. 벚꽃잎이 날리는 공간 속에, 그렇게 정국과 단둘이 있는 것만 같은 시간 속에서 이안 역시 정국을 바라보다 눈물이 났다. 부딪쳐 오는 감정이 너무 솔직하고 순수해서, 그럼에도 받아줄 수 없어서, 눈물이 났다.










“아까 그거 어떻게 된 거야?”
“거기 관계자가 우리 거기서 그러고 있으니까 한 번 쏴준 거래. 모르지, 실수한 거로 생색내는 건지도.”
“진짜라면 대박~”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사람들은 아까의 일을 이야기하며 떠들고 있었고 이안은 창가에 머리를 대고 눈을 감고 있었다. 벚꽃비 사이 울고 있던 정국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이안의 슬픔도 떠나질 못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시작이 잘못되었다고, 이 투어를 시작하게 된 그때 태준의 사무실 방, 그 시간으로 기억이 달려갔다.










뉴욕에 도착한 날 저녁 이안은 선주와 함께 식사를 하고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뉴욕 일정이 가장 촘촘한 것 같아요.”
“응, 여긴 인터뷰뿐만 아니라 여기저기 방송 출연에 라디오도 잡혀 있고 하다 보니까. 자체 제작 영상 촬영도 해야 하고, 바쁘지.”





더운 여름에 뜨거운 커피를 마시고 있는 선주를 바라보았다. 전에 보았던 것보다 마른 것 같았다.





“언니, 어디 아픈 건 아니죠?”
“왜, 살 빠져 보여?”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선주는 늘 두 번 물어볼 필요 없이 묻는 의도를 파악하고 있었다.





“투어 막바지에 빠졌다가 돌아가면 쪄. 아마 일본에서부터 회복되기 시작할걸?”
“건강관리 잘해요 언니. 잘 드시고, 잘 주무시고. 그래야...”
“대표님이 편할 테니까.”





이안은 웃었다.





“대표님, 태준 씨는 네가 이 일을 하면서 여행 같은 설렘으로, 일탈이어도 좋으니 자유롭게 지내기를 바랐어. 어때, 그런 시간 들이었어?”
“네, 사람들과 함께하며 즐거웠고, 멋진 걸 볼 수 있어서 좋았고...”





누군가에게 사랑받은 시간 들이었고.





“소정이랑 많이 친해졌지?”
“네, 쭉 같은 방 쓰면서 많이 친해졌어요. 성격이 워낙 좋아요.”
“공연 시작하고 나면 시간 없을듯하니까 그전에 셋이 한 번 밥 먹자. 이번에 소정이가 고생 많았어. 너도 물론이고.”
“좋죠. 소정이한테 말할게요.”





남은 커피를 마시며 더 이야기를 나누다 이안은 선주를 먼저 들어가게 했다. 아무 생각 없이 뉴욕의 밤거리를 바라보며 있고 싶었다.










숙소로 돌아가 보니 소정은 라면을 먹고 있었다.





“이제 저녁 먹는 거야?”
“아뇨, 먹었는데 허기져서 또 먹는 거예요.”
“뭐 더 먹을래?”
“아니에요, 이거면 충분해요.”





이안은 손을 씻고 침대 위에 걸터앉았다.





“선주 언니가 공연 전에 밥 한번 먹자고 하시더라. 너 이번에 고생 많았다고.”
“그래요? 비싼 걸로 사달라고 해야겠네~”
“내일부터 바쁘지?”
“네, 완전, 정말, 많이 바빠져요. 진짜 쓰나미야 이건.”
“도와줄 거 있으면 말해.”
“내일은 없는데 오늘은 있네요.”
“뭔데?”
“맥주요~”
“하하, 그래, 잠깐만 있어. 내가 나가서 사 올게.”





소정은 입안에 있는 라면 국물을 마저 삼키며 아니라는 듯 손을 흔들었다.





“지민이 방에 있을 거예요, 아마도.”
“됐어, 쉴 텐데 뭐하러. 나가서 사 오면 되지.”
“어디 가서 사 오시려구요. 여기 우리나라 아니에요 언니. 나가면 편의점 있고 그런 데가 아니라구. 자, 가만있어 보셔요~"





소정은 톡으로 지민에게 맥주 있는지를 물어봤고 답은 금방 왔다.





“큭큭, 조건이 있대. 자기도 끼워 달래요. 우리가 몸만 가면 되겠어요 언니. 맥주도 있고 과자도 있다니까.”
“대신 너무 오래 있진 말자. 알았지?”
“옙~”










이안과 소정은 방을 나와 지민의 방을 찾아갔다. 복도가 조용해서 괜히 조심스러웠다.





“여기네.”





소정이 벨을 눌렀고 곧이어 발소리가 가까워지며 문이 열렸다.






“들어오세요.”
“쉬고 있었을 텐데 미안.”
“아니에요 누나.”





방 안으로 들어서니 캐리어를 테이블 삼아 맥주와 과자를 올려놓고 바닥엔 수건을 깔아 앉을자리를 마련해 놓았다.





“햐~ 내가 이래서 지민이를 안 예뻐 할 수가 없다니까.”





소정이 웃으며 자리에 앉아 시원한 맥주캔을 따서 옆에 앉는 이안에게 내밀었고 하나를 더 따서 지민에게 주었다.





“자, 짠~ 하고 마셔볼까?”
“짠~”





가볍게 캔을 부딪치고 맥주를 들이켰다. 절로 ‘캬’ 소리가 나올 만큼 시원했다.





“지민아, 저녁은 먹었어?”
“네, 먹었어요. 누난 이사님이랑 밥 드셨다면서요.”
“응, 먹고 커피까지 마시고 들어왔지. 내일부터 바빠진다는데 컨디션 조절 잘해. 아파지면 안 되잖아.”
“네, 그럴게요.”





소정은 지민이의 눈이 반달이 되는 것이 귀여워 웃음이 났다. 별사탕 가득 박힌 눈빛으로 이안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하고 있는 지민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마음을 내어 준다는 게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지민 스스로도 다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지민을 18살 때부터 지켜본 소정은 알 것 같았다. 지민이의 진심, 스치고 말 가벼움이 없는 마음.

그런 지민이 남자로 키운 저 진심을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 저 마음의 깊이만큼 상처가 남아 회복되지 못할까 봐 걱정이 되었다.






“한 개 더 드릴까요?”
“그래. 시원하고 좋다.”
“어...... 느낌이 쎄한데~ 그러다 취하겠어요 언니.”
“설마, 맥주 두 캔으로 취하지 않아.”
“두고 봅시다 그건.”





지민은 옆에 있던 새 과자를 더 뜯어 이안의 앞에 놔주었다.






“안 좋은 일 있었어요 누나?”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묻는 지민을 보다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니, 그런 거 없어.”





결국 새로 딴 맥주를 다 마시지도 못하고 이안은 그 자리에서 잠들어 버렸다.





“술기운으로 잠든 것 같다. 언니 계속 잠을 제대로 못 자는 것 같더라고. 시카고에서부터 컨디션도 안 좋아 보이고.”
“그래요?”
“우리 이안 언니, 귀여운 술버릇 또 나오셨네.”





소정의 말에 살펴보니 이안은 옆에 있던 과자 봉지를 손에 꼭 쥐고 자고 있었다. 지민은 미소가 지어졌다.





“귀엽지?”

“네... 네?”
“네 표정이 딱 그렇다 지금.”





지민은 말없이 남아 있던 맥주를 모두 마셨다.






“걱정되죠 누나... 근데 안 그래도 돼요. 저... 아무것도 안 해요. 그냥 이렇게 있는 동안 보고 싶을 때 보는 것만 하려고요.”





소정을 바라보며 지민은 웃어 보였다.






“마음 들켜 놀라긴 했지만 좋네요. 이렇게 누나를 데려와 줬잖아요. 궁금하고 보고 싶었는데...”





소정은 과자 하나를 지민에게 던졌다.




“야, 내가 아는 부산 사나이 박지민 어디 간 거야. 그런 말을 그렇게 쉽게 하고. 좋아하면 그런 거냐? 엉?”
“그러게요. 하하”





소정도 남아 있던 맥주를 마저 다 마셨다.





“모르겠다... 전에도 말했지만 난 그냥 네 편 하는 걸로. 걱정한다고 달라지냐? 그냥 그러련다 난.”





소정은 일어섰다.





“너 언니 들 수 있겠어?”
“그럼요.”
“좀 못 미덥다 너. 차라리 같이 들을까? 짐짝처럼?”

“왜 그러세요~ 저 들 수 있어요.”
“못할 것 같은데. 우리 방 꽤 멀어.”





지민은 일어서 보란 듯 이안을 안아 들었다.






“봐요, 들죠?”
“얼굴 빨갛다 야.”
“가요.”





소정은 큭큭 거리며 방문을 열었다. 이안의 다리가 방문 입구에 부딪히지 않도록 조심하며 나와 복도를 걸어가는데 운동을 하고 온 듯한 정국과 마주쳤다.






“어, 정국아.”





정국은 물끄러미 지민이 이안을 안아 들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손에 과자 봉지를 쥐고 있는 것도 보였다.





“네, 형.”
“누나가 좀 취해서,”

“어서 가요 형. 힘들어 보여요.”

“아, 그래.”





정국은 소정에게 인사하고 지민을 지나쳐 걸어갔다.



 

“어서 가자.”



 

긴 복도를 따라 걸어가 소정이 열어주는 방문 안으로 들어가서 이안의 침대에 눕혀주었다. 손에 쥐어진 과자 봉지를 빼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스러운데 소정이 말했다.

 



“봉지 좀 빼주라.”

 



소정은 허리를 구부려 이안의 신발을 벗겨 주었다. 지민은 조심스레 과자 봉지를 당겼지만 생각만큼 쉽게 빠지지 않았다.

 



“안 놓는데요?”
“그래?”

“누나 진짜 귀엽다.”










꿈속에서 이안은 철근 더미 위에 서 있었고 멀리 떨어진 곳에 아빠의 사고 난 차량이 있었다. 다급한 마음으로 가고자 했지만 러닝머신 위에서 걷는 것처럼 그 자리에서만 움직여질 뿐, 좀처럼 다가갈 수 없었다. 이안은 절망감에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아무리 내려해도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언니, 괜찮아요?”

 



이안은 눈을 떴다. 잠시 누워 있는 곳이 어딘지를 파악했다.



 

“아픈 거예요?”

 



스탠드 불빛에 비친 소정의 얼굴엔 걱정이 가득했다.



 

“땀 봐... 병원 가야 되는 거 아니에요?”



 

이안은 몸을 일으켰다.

 



“괜찮아. 그냥 안 좋은 꿈을 꿔서... 미안한데 나 물 좀 줄래?”
“잠깐만요.”



 

이상한 느낌이 들어 손을 보니 과자 봉지가 쥐어져 있었다. 그 와중에 살짝 웃음이 났다.

 



“하하... 나 또 뭐야, 취했었어?”
“웃지 마요. 진짜 놀랐어.”

 


소정이 생수 뚜껑을 열어 내밀었다. 이안은 받아서 반 이상의 물을 마신 후 긴 숨을 내뱉었다.

 



“미안... 지금 몇 시야?”



 

소정은 핸드폰으로 확인했다.



 

“5시 넘었네요.”
“나 괜찮아. 진짜 그냥 꿈이 그랬어. 더 자.”
“진짜 아픈 거 아니죠?”
“응, 봐. 멀쩡하잖아.”

 



이안은 웃어 보였다.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소정은 자리로 돌아가 누웠지만 쉽게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몇 번 본 적 있는 모습이었지만 오늘이 그중 가장 심각해 보였다. 친해졌다 하더라도 깊숙한 내면의 이야기를 물을 수 없었지만 오늘만큼은 정말 궁금했고 묻고 싶었다. 무슨 꿈을 꾸는 것인지, 왜 그런 꿈을 꾸는 것인지.

늘 웃으며 편한 듯 행동하지만 이젠 알 것 같았다. 안에 상처가 참 많은 사람이라는 걸.


이안은 땀으로 젖은 몸을 씻고 싶었으나 소정의 잠을 방해할 것 같아 그냥 그대로 누워 꿈에 대해 생각했다. 처음으로 꾸는 꿈이었다. 마치 단계를 밟아가는 것처럼 결국 이 꿈이 이르고자 하는 곳은 아빠인 것일까. 이안은 최대한 소리 내지 않도록 조심하며 이어폰을 찾아 음악을 들으며 새벽을 보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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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HR^^아미  12일 전  
 HR^^아미님께서 작가님에게 182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물만난물꼬기  15일 전  
 물만난물꼬기님께서 작가님에게 10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샛별-★  15일 전  
 드디어 떳다..!계속 글이 안떠서 들어갔다 나갔다 반복하다가 이제야 되네요ㅜㅜ

 샛별-★님께 댓글 로또 8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멍댕  15일 전  
 이안이 악몽 꿀때마다 너무 불쌍해요,,,으뜨케ㅠㅜㅜ

 멍댕님께 댓글 로또 10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쭈니호야  15일 전  
 어쩌면 이안이의 꿈속에 꾹이가 나와 안아주면 싹 나을꺼같기도?

 쭈니호야님께 댓글 로또 3점이 지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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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쭈니호야  15일 전  
 쭈니호야님께서 작가님에게 150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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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hkyeong  15일 전  
 khkyeong님께서 작가님에게 49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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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hkyeong  15일 전  
 정국이 지민이....어떡하니ㅠㅠ

 khkyeong님께 댓글 로또 1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므흣므흣^^  15일 전  
 므흣므흣^^님께서 작가님에게 10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1
  김세린(ARMY)  15일 전  
 여주랑 꾹이랑 지민이 보고 있으면 제 마음이 다 찡하네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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