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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김태형] 돌아온 김상사 - W.찔깃
[김태형] 돌아온 김상사 - W.찔깃





탈탈 탈탈-.
겨우내 날개 시퍼렇고 몸집 커다란 선풍기 방 모퉁이에 웅켜두다
날이 더워 끌어다 한 번 켜놨더니 의미 없이 잘도 돌아간다.

여름 방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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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남에서 돌아온 새까만 김상사

이제사 돌아왔네

월남에서 돌아온 새까만 김상사

너무나 기다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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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은 어째 갈수록 더워지는 것 같은지. 할 짓도 없길래 여름방학이라 꺼낼 일 없어 방 한구석에 대충 밀어놓았던 책보를 끌러 교과서를 꺼냈다. 학교에서도 펼쳐놓고 머리에 들어오는 건 없어서 책에는 손도 안 댔는데, 원래 오빠 책을 물려받았던 터라 교과서들은 전부 지저분했다. `1학년 2반 김석진` 큼지막하게 써진 오빠 이름 괜히 곱씹다가 방학해서 학교 안간지 얼마나 됐다고 괜히 교과서들 하나하나 쓰다듬으며 다시 책보에 정리해서 도로 뱡구석 한켠에 밀어뒀다. 그러다 책보 밑에 있던 남은 교과서들이 눈에 걸리는데, `1학년 2반 김태형` 써진 음악 교과서가 눈에 걸린다. 음악 교과서는 학교 3년 내내 한 책으로 수업해서 현 3학년인 석진 오빠 것 대신 오빠 태형 오빠 책을 받았던 것 같기도 하고. 1학년은 음악 수업이 많이 들지 않아서 교과서 볼 일이 많이 없어서 그냥 두고 다녔는데, 이제 보니 태형 오빠 책이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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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통수 뽈록 튀어나와 큼지막하니 듬직하게 방 한 켠 자리한 꾸질한 테레비는 뒤통수 못지않게 뽈록한 앞 액정에서 선명한 칼라를 뿜어낸다. 며칠 전만 해도 깜깜한 흑백 테레비였는데, 어제 저녁 아부지 돌아오시면서 칼라 테레비 얻었다며 품 한가득 신나게 들고 오셨다. 그런데 도통 어디서 받아온 건 진 모르겠어도 고물단지가 따로 없다. 잘 나오나 싶다가도 어느 순간 지직거리며 화면 멈추면 아버지 매섭게 매질 시작하시고, 그럼 또다시 돌아오고 그랬다.


새빨간 과즙 흐르고 가지런히 잘라진 수박에 힐끔 시선을 두다 한 입 베어 물면 참으로 시원한 게 아주 맛나다. 오늘은 여름 바람도 선선하니 날이 딱 좋은 것이 무슨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아 괜히 테레비에 나온 노래를 따라 흥얼거렸다. 저 아가씨는 누구래? 김추자래요. 월남에서 돌아온 새까만 김상사- 이제사 돌아왔네-. 여주 아는 노래냐? 아부지도 참. 여주 저 가시나 태형이 월남으로 파병 가고 딱 지 노래람서 한참 부르고 댕겼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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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긴 뭘 돌아와. 떠난지 지금 몇 개월이 지났는데, 보고 싶어 죽겠구만. 씨이..

돈 벌어오겠다며 학생 신분에 일찍이도 파병을 간 태형은 몇 개월째 소식은 무슨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오늘은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는데 석진이 태형 얘기를 하는 바람에 기분이 꿀꿀했다. 아까 괜한 소리 했다며 결국 한 대 얻어맞은 석진은 억울한 듯 주둥이 쭉 내밀고 얻어맞은 팔뚝 언저리만 쓰다듬었다. 테레비 속 김추자는 내 속도 모르고 아주 열창을 한다. 굳게 닫힌 그 입술 무거운 그 철모- 웃으며 돌아왔네-. 칼라 테레비라 유독 선명한 김추자의 빨간 루주를 바른 그 입술이 야속했다.

태형 오빠 생각에 혼자 울컥해서 벌거진 눈가 비비적거리고 있는데 별안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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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야아! 김석진!

?

어머어머 이게 누구야, 여주야! 석진아!

대박 김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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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에 서서 믿기지 않는 듯 가만히 눈만 끔벅이고 있으니 내가 답답했는지 태형 오빠가 직접 와서 눈을 마주한다. 헉, 너무 떨린다. 이게 환상일 리는 없고. 꿈인가 싶지만, 꿈에서조차 한 번도 못 본 얼굴인데 꿈도 아니겠거니 했다. 아직도 멍한 얼굴로 조심스레 손을 들어 검지로 오빠 볼을 콕, 찌르니 태형 오빠가 예전 내가 너무 좋아했던 세상 걱정 없어 보이는 해사한 미소를 보인다. 대박, 이건 진짜다.

완전 깜둥이 다 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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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보고 싶었는데 이제야 얼굴 보여주면서 뭐가 그렇게 행복한지 실실 웃고 있는 얼굴에 덩달아 웃음이 났다. 김태형이 맞았다. 그렇게 보고 싶었던 김태형이 맞았다. 아직도 얼굴을 멍하니 보고 있으니 태형 오빠가 냉큼 끌어안는다. 키도 김석진이랑 비슷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더 커 보이나 했더니 품도 커져서는 폭 들어간다. 품에 들어가면 빨랫비누 냄새랑 같이 김태형 냄새가 확 풍겼다. 그게 기분 좋아서 손을 들어 오빠의 허리를 마주 껴안고 있다가 어디 다친 데는 없는지 포근했던 품에서 잠시 벗어나 이리저리 돌려보니, 일단 드러나는 곳에서 다친 데는 딱히 없는 것 같다. 다행히다 싶어서 아직도 웃고 있는 얼굴 다시 올려다보니 뽈록 올라온 볼따구는 여전하다. 우리 집 테레비 뒤통수 뽈록 튀어나온게 누구 닮았나 했더니, 꼭 김태형 볼따구를 닮았다. 그래도 고생은 했는지 살이 확 빠져서 얼굴선은 제법 더 날렵해지고 몸은 제법 빵빵해져서 팔뚝만 해도 잔근육이 잡혀서 보기 좋았는데, 역시는 역시. 쪼꼬찐빵 어디 안간다.




쭈야 나 안보고 싶었어? 오빠 완전 보고 싶었지?

....

응? 나 안보구 싶었어?

.. 보고 싶었어




그토록 듣고 싶었던 목소리에 보고 싶었던 얼굴이었는데 막상 직접 마주하고 나니 부끄러워서 망설이다 마지못해 대답해주니 너무 좋아한다. 뭐야.. 이렇게 좋아하면, 나도 너무 좋자나! 번듯이 군복 차려입고 그러고 있으니까 그것만큼 웃긴 모양새가 또 없으려니까 잠자코 지켜보던 석진이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이내 처마 밑에 드러누워 만화책을 넘긴다. 석진이 하는 냥을 지켜보던 태형이 문득 뭔가 생각이 난 듯 군복 속에서 노란 바나나를 꺼내 건넨다. 이게 뭐야. 바나나? 웅. 우리 쭈야 나 파병 가기 전에 바나나 먹고 싶다고 동네방네 노래지어 부르고 다녔자나. 아.


바나나가 워낙에 귀했어야지. 동네 친구 철수가 먹고 있는 것을 우연히 보고 와서는 어린 마음에 그 길쭉하고 노란 과일이 너무 먹고 싶었더랬다. 어렴풋이 생각이 나는 것 같긴 한데, 뭐 그런 것까지 기억하고 있나 싶어서 심장에 다시 열이 올랐다. 근래 잠잠하나 싶더니 김태형 오자마자 바로 이러네. 쳇. 빨리 좀 왔어야지. 두근두근 가슴이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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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기 시작해 조금 어스름한 노을을 배경 삼아 집을 나섰다. 아까 집으로 가지도 않고 쭈야보고 싶어서 쭈야 먼저 보러 온 것이었다며 이젠 집에 가봐야겠다는 태형에 이미 동한 가슴, 아쉬운 마음이 들어 우물대고 있으니 만화책을 넘기나 싶던 조용히 입을 연다. 김태형 너 집 다녀와서 우리 여주랑 마실이나 다녀와라. 새끼 참 빨리도 와가지구 어디 동네 어색해서 살겄냐?


등굣길이 이젠 제법 길어져서 내겐 익숙하지만 학교 채 마무리하지 못하고 파병 다녀온 오빠에겐 조금 어색할 마을길 따라 두 손 꼭 잡고 걸었다.
가슴께가 간질간질, 또다시 심장이 두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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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늘 날이 좋더라니.
김태형 오려고 그랬나 보다.

날은 좋고, 김태형은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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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을 내는 김상사 돌아온 김상사

내 맘에 들었어요

믿음직한 김상사 돌아온 김상사

내 맘에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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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지민지횬  14일 전  
 재미있어요

 답글 0
  꼮끼오  14일 전  
 꼮끼오님께서 작가님에게 13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강하루  15일 전  
 글 잘쓰시네요

 답글 0
  4월1일  15일 전  
 다 까매졌뎈ㅋㅋ

 4월1일님께 댓글 로또 24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실서론  15일 전  
 실서론님께서 작가님에게 1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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