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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15. 우리, 사랑할 시간 - W.해늘°
15. 우리, 사랑할 시간 - W.해늘°






우리, 사랑할 시간
::밖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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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갔던 일행들이 잡아 놓은 식당으로 들어섰다. 삼겹살 굽는 고소한 냄새가 식당 안 가득해 식욕을 자극했다.


“여기야~”


부르는 소리에 자리로 가 소정은 앉자마자 미리 시켜놓은 김치찌개를 떠서 먹었다.


“캬... 이거지 이거야. 오늘 왜 이렇게 얼큰한 게 땡기던지.”
“술이 땡겼던 게 아니고?”


웃음소리와 함께 식사가 시작되었다. 지민은 잘 구워진 고기를 이안과 소정의 앞접시에 놓아주었다.


“지민아, 너도 먹어. 이리 줘봐. 내가 구울게.”

“누나 드세요. 전 케이터링 준비되어 있던 것 간간히 먹고 그래서 괜찮아요. 천천히 먹으면 돼요.”
“못 먹고 있어서 하는 말이지.”


이안은 고기를 지민의 밥그릇에 올려 주었다. 그리고 소정의 잔에 술이 비어 있어 따라 주었다.


“언니도 한 잔 해요.”
“난 소주는 못 먹겠어.”
“맥주 드실래요?”
“아냐 난, ”


이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정국의 말이 훅 들어왔다.



“이 누나, 맥주도 잘 못 마셔요. 누나도 봤잖아요, 독일에서.”


이안의 표정을 살피던 지민은 조금 어색해진 분위기에 재빨리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산타모니카 어땠어요 누나? 거기 유명하잖아요. 우린 예전에 라구나 비치인가? 거기 갔었는데.”
“해변이 엄청 넓더라구. 사람도 많고. 퍼시픽 파크라고 작은 놀이 공원도 있고.”

“그 놀이공원에 관람차도 있어요?”


정국이 물었다.


“... 응, 있어.”
“탔어요?”
“탔어. 재밌더라.”
“혼자 무슨 재미... 같이 타야 재밌죠.”
“왜, 난 혼자도 재밌던데.”


이안은 그냥 웃었다. 아까부터 고슴도치처럼 가시 세우고 이야기하는 정국이 이해되지는 않고 있지만 차라리 그게 더 편했다.


“참, 언니. 내일 공연 끝나고 다운 타운으로 나가실래요? 거기 유명한 바(bar) 있는데 공연도 재밌고 좋대요. 무슨 테 어쩌고 하던데... 이름은 기억 안 나고, 얼마 전에 친구가 여기 여행 왔었는데 친구들이랑 왔다가 너무 좋았었다고, 꼭 가보라고 하더라구요.”
“그러지 뭐. 멀어?”
“가까울걸요? 다운 타운이면 숙소에서 택시 타고 10분?”


여전히 고기 굽고 있는 지민이 웃으며 물었다.



“가서 뭐하려구요 누나.”
“바에 가서 뭐하겠냐. 음악 들으면서 술 마시는 거지. 거기 대부분 다 한국 사람이라던데? 누가 아니, 거기서 내 짝을 만날 수 있을지. 아, 근데 난 한국에서 살고 싶은데.”
“너무 나갔다. 하하”


이안의 웃음에 소정도 맞장구치듯 웃었다.


“뭐, 어쨌건, 기분 풀러 가 봐요 언니. 예쁜 옷 입고, 예쁘게 화장하고. 오호~ 벌써 내일이 기다려진다. 화장은 내가 해줄게요. 옷은 있어요?”
“치마, 뭐 그런 거?”


소정은 손가락으로 아니라는 듯 까딱하더니 속삭이는 듯한 손 모양을 만들어 다 들리게 말했다.


“섹시한 거.”


소정과 이안은 웃었지만 지민은 조금 당혹스러웠고 정국은 언짢아졌다. 농담하는 건지 진담을 하는 건지 여자 둘의 대화를 판단할 수가 없었다.







내일의 일정을 위해 적당한 시점에서 자리를 끝내고 나와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차를 탔다. 정국과 지민이 탄 차에 다른 사람들이 올라타자 정국은 밖을 살펴보았다. 이안과 소정이 밖에서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형이 오면 누가 운전해요?”
“균석 씨 국제 면허증 있대. 자기들끼리 이야기 좀 하려나 봐.”


차는 출발했고 정국은 다 지나쳐 갈 때까지 이안을 바라보았다. 그때 옆에 앉아 있던 지민이 입을 열었다.



“정국아, 너 내내... 이안 누나한테 좀 말을 세게 하더라. 말하는 건 말하는 건데 예의는 갖추어서 하자. 듣기 좀 그랬어.”
“... 네, 형.”


직진하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정작 다가가고자 하는 이안에게서 더더욱 멀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같은 공간에 있을 때도 그녀는 어디론가 자신을 피해 도망가고 있는 듯했다. 예상 못한 건 아니었지만 자신에게 머물려하지 않는 저 눈길을 어떻게 해야 잡을 수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오랜만에 자신에게 향했던 그녀의 웃음은 설레었지만 한편 생각해 보면 어떤 의미였을까 싶었다.

가까이에서 눈을 마주하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가 무엇인지 듣고 싶다. 할 수 있다면 위로해 주고 싶고 다독여 주며 나 또한 그 다정한 말에 위로받고 싶은데...

마음이, 결심이 바꿔 주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 사랑할 시간










공연이 중반부로 접어들어 시작된 개인 공연에서 첫 번째 순서는 정국이었다. 특별히 아픈 것은 아니었지만 전반적으로 컨디션이 아주 좋은 상태가 아니었기에 앞서 있던 공연 끝나고 바로 시작된 자신의 공연에서 노래와 춤을 하며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고 있었다.

숨을 최대한 가다듬으며 호흡을 안정시키려 노력했다. 무대가 마무리될 때까지 터질 것 같은 가슴을 누르고 있다 무대 아래로 내려와 깊은숨을 토해내며 벽에 기대어 잠시 쉬고 난 뒤 백스테이지로 돌아갔다. 옷을 갈아입고 앉아 다시 머리와 화장을 손질받고 있는데 거울로 멀리서 이안이 백댄서들 곁에서 바삐 움직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무릎 아픈 건 어때?”
“그럭저럭 괜찮아요.”
“테이핑은 잘 되어 있어?”


이안의 말에 댄서 팀원이 바지를 걷어 올려 보여 주었다. 공연 시작 전에 스포츠 테이프로 감아준 것이 잘 유지되고 있었다.


“테이핑 했다고 너무 심하게 움직이지 말고. 하고 내려와서는 꼭 아이스팩 올려놓고. 알았지?”
“넵~”

 
웃으며 그들과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는 이안을 정국은 앞에 있는 거울로 내내 바라보았다.







공연이 거의 끝나갈 때 즈음, 모니터로 사람들과 함께 공연의 피날레를 같이 보고 있는데 소정이 어제의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언니, 안 잊었죠?”
“뭘?”
“바에 가자고 했잖아요~”
“그게 농담이 아니었던 거야?”
“그럼요~ ”


소정은 이안의 팔을 잡고 끌어다가 거울 앞에 앉혔다.


“여기서 화장을 합시다 언니. 어차피 여기 다 있는데. 균석 씨, 이따 언니 머리 좀 해줄래요?”
“어디 가시려고?”
“바에 가려고.”


소정의 말에 균석이 장난치듯 놀란 표정을 짓더니 웃으며 말했다.


“OK~ 예쁘게 해 드릴게요~”


소정은 거울 앞에 늘어져 있는 각종 화장품 도구들을 한 번 훑어보았다.

“어디 보자...”
“언니, 내가 해드릴게.”


메이크업팀 막내가 나섰다.


“좋은 데를 두 분만 가시려고? 우리도 같이 가요.”


그렇게 이야기가 나와 메이크업팀 두 명이 더 같이 가기로 하고 이안은 가만히 앉아 처음으로 전문가에게 화장을 받기 시작했다.


“언니, 섹시~한 옷 없죠?”
“어떻게, 찢어서라도 만들어?”
“보아하니 옷도 구두도 없으시겠네. 내거로 풀 서비스해 드릴게요.”
“기대되네, 무슨 옷일지.”


메이크업을 끝낸 후 균석에게 헤어 스타일링을 받았다.


“이안 씨, 오늘의 컨셉이 섹시~인가요?”
“그런가 봐요.”


이안은 미소 지어 보였다. 어제 이야기할 때만 해도 반 이상은 농담이라 생각했었는데 나머지 확률로 거울 앞에 앉아 이렇게 다듬어지고(?) 있는 중이라니. 그래도 변신하고 있는 거울 속 모습이 진짜 자신의 모습에서 생겨날 수 있는 것이 맞는지 신기하긴 했다.


“우와... 역시 전문가의 손길은 다르네요.”


감탄하는 이안에게 균석이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곤 마무리를 해 주었다.







공연이 끝난 후 팬들이 돌아가는 시간과 겹치지 않게 공연장에 남아 함께 고생한 사람들과 인사하는 시간을 갖고, 쉬는 시간을 갖게 되었을 때 지민은 벗은 의상을 들고 백스테이지로 가 소정을 찾았다. 겸사 이안도 보려 했던 지민은 옷만 그대로일 뿐 예쁘게 꾸며진 그녀를 보며 감탄했다.



“우와... 누나, 뭐 한 거예요? 예뻐졌네~”
“전문가의 손길 덕분이지.”
“어제 말한 바에 가려고 하신 거예요?”
“응, 내 모습이지만 나도 새롭다.”

“진짜 누가 반하게 되는 거 아니에요? 여기다 옷까지 갈아입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겠는데요~”
“그럴 리가... 저렇게 매력적인 사람들과 함께 가는데?”


이안은 다시 화장을 고치고 머리를 새로 세팅하고 있는 사람들을 가리키며 웃었다.

옷을 갈아입고 나오던 정국도 지민과 이야기하고 있는 이안을 발견했다. 저렇게 화장한 모습은 처음이라 예쁘네...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정국에게 그녀가 가장 예뻐 보였던 순간은 태국 루프탑 바에서 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던 그때의 이안이었다. 초록색 원피스에 운동화를 신고 있던.

하지만 어쨌든 힘껏 꾸미고 남자들이 바글댈지도 모를 바에 간다고 하는 건 정국으로선 걱정도 되면서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여자들끼리 간다는데 같이 가자 말할 수도 없었고 이안에게 가지 말라 말할 수도 없었다. 향하는 마음 그대로 표현하겠다 생각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고서였을 뿐이었고 그런 현실을 뛰어넘을 수 없는 한 화가 나도 화낼 자격이 없는 것이었다. 문득 이안이 자신에게 보여주었던 그 웃음의 의미가 이런 것이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너는 거기까지구나, 라는 의미. 그러니 이안 스스로도 깊이 고민할 것 없이 경계선 안쪽에서 움직이지만 않으면 된다고 생각한 건 아닐까?



“내가 정말... 어려 보였겠네...”


정국은 무력해져 씁쓸해진 마음을 안고 다시 멤버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다른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좀 더 빨리 숙소로 돌아와 소정은 자신이 갖고 온 옷들 중에서 여러 개를 골라 이안에게 대 보며 물었다.


“언니, 어느 게 마음에 들어요?”
“그대 마음에 드는 걸로.”
“그럼 요걸로!”


소정은 하얀색 원피스를 이안에게 내밀었다.


“우와... 이렇게 어깨를 훌러덩 드러내는 옷을 입을 날이 오다니...”
“어서 갈아입으세요.”


이안은 욕실로 들어가 다시 한번 옷을 훑어보다 난감함의 한숨을 뱉었다. 흰 가운에 싸매져 있던 세월만 몇 년이었는데, 같은 흰옷이긴 하지만 평소 입던 옷 스타일에서 난이도 몇 단계를 점프한 옷이었다.


“옷이 참... 시원하네...”


이안은 옷을 갈아입고 나와 소정이 신으라고 놓아둔 구두까지 신어 보았다.


“완벽해요 언니~”


자신에게 준 옷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함이 없는 과감한 붉은색 옷을 입고 서서 웃어 주는 소정은 무척 예뻐 보였다.


“갈까요?”







방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같이 가기로 한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입구에서 멤버들과 다른 스태프들이 걸어 들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사람들은 이안과 소정을 발견하곤 장난치듯 ‘우와~’하며 지나가기 시작했고 어차피 입은 거, 즐기자란 생각에 이안도 웃으며 손을 흔들어 인사해 주었다. 걸어오던 지민은 장난기 없이 살짝 웃어주고는 지나쳐 갔고 정국은 아예 시선을 다른 곳에 둔 채 지나쳐갔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정국과 지민을 제외한 멤버들이 방금 본 이안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와... 진짜 사람은 꾸미기 나름인가 봐. 이안 누나 완전히 다른 느낌이더라.”
“그러게, 의사라는 걸 알고 있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좀 모범생 같은 느낌이 있었는데 말야.”
“소정 누나 영향인가?”
“근데 어디 가는 거래?”
“바에 간대요.”
“아... 나도 술 한 잔 마시고 자야겠다.”
“형, 저녁 안 먹으려구요?”


지민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런 지민에게 호석이 물었다.


“지민아, 피곤해?”


지민은 호석을 바라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에요, 배고파서 그래요.”


방으로 돌아와 매니저가 사다 준 음식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지민은 아까 보았던 이안의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편하고 기대고 싶은 사람이었던 이안이었지만 아까 그 모습은 너무 새로워서 머릿속은 인지 오류 장애가 난 것 같았다. 사실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이 뭔지 조차 알 수가 없었다. 예쁘면 예쁘다 말해주면 그만이었던 건데...


“맞나? 내가 느끼는 게... 섭섭함.. 맞나?”


중얼거리던 지민은 한쪽 손을 가슴에 대 보았다. 심장은 정상적인 속도로 뛰고 있었다.










우리, 사랑할 시간










칵테일을 시키고 음료가 오기를 기다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요란스러운 분위기일까 걱정했는데 조금 더 활기찬 술집 같은 느낌이었다. 사람들은 디제이가 틀어주는 음악에 맞추어 가볍게 춤을 추기도 하고 이야기도 하면서 자유롭게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비트가 바뀌며 신나는 음악이 나오자 소정이 음량을 높여 물었다.


“언니, 나갈래요?”
“다녀와. 난 여기 짐 지키련다.”


소정과 같이 온 다른 일행들이 홀(hall)로 가고 난 후 음료가 도착해 이안은 살짝 마셔 보았다.


“맛있네... 이거 이름이 뭐였더라?”


메뉴판을 보며 이름을 확인하려는데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핸드폰에서 톡이 오고 있는 알림이 계속 뜨고 있는 것이 보였다. 연호인가 싶어 핸드폰을 보니 정국이었다. 연달아 계속 보내고 있었고 혹시나 다른 일이 있는 건가 싶어 창을 열고 내용을 읽어 보았다.


/누나/
/도착했어요?/
/뭐해요?/
/술 마셔요?/
/사람 많아요?/
/이상한 사람 없어요?/
/간 데 이름이 뭐예요?/
/언제 올 거예요?/
/새벽에 올 거예요?/


공적인 일이 아닌 이상에야 답을 하지 않기로 했지만 이렇듯 보내오는 질문들에 뭔가 답을 해줘야 하는 건가 싶어 조금 고민스러웠다. 그러다 톡이 하나 더 왔다.


/누나랑 얘기하고 싶어요/


이안은 문득 예전 일이 생각났다.







중학교 때 같은 반 남학생에게 고백을 받은 적이 있었다.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는,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친구였다. 어찌 되었건 그다지 그런 것에 관심 없던 터라 거절했지만 거절당한 것이 자존심이 상했던 건지 그 이후로 대놓고 괴롭히기가 꽤 오랜 시간 동안 이어졌었다. 하지만 그런 것에 대해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으려 했었다. 감정적 반응을 일으킨다는 건 상대에게 어떤 빌미를 줄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고 지나간 시간 끝에 그 행동들은 멈춰졌었다. 졸업할 땐 ‘좋아해서 그랬다’는 조금은 오글거렸던 말과 함께 사과도 받았었다.

지금의 이 상황은 그때의 것에 확장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어쩌면 그때만도 못한 상황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었다. 친구에게 정식으로 고백받은 상황과 9살이나 어린 사람이 마음을 담아 고백한 것도 아니면서 떼를 쓰는 듯한 이 상황은 전혀 깊게 생각할 일이 아닌 것 같았다.

이안은 더 이상 이런 식의 대응은 옳지 않은 것 같아 그저 외로움과 불안이 있는 어린 사람의 어리광 정도로 생각하기로 했고 답을 담아 톡으로 보냈다.


/들어갈 거야 곧. 넌 어서 자./


소정과 다른 사람들이 돌아오고 있었다.


“여기 분위기 좋다.”


각자가 시킨 칵테일을 마시며 한동안 즐겁게 수다를 떨었고 진짜 실제로도 말을 걸어오는 사람이 있었지만 그보다는 그저 즐거운 분위기를 만끽하는 것에 만족하며 거절했다.


“꽤 잘생겼던데 왜.”


이안의 말에 소정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에요 언니. 지금 분위기 최고야. 이렇게 있는 게 더 좋아요. 인연은 한국에서 만드는 걸로 하고 우리 다시 짠, 할까요?”







시간이 다 마무리되어 가는지 흥겨웠던 음악은 점점 작별인사를 하려 준비하는 듯한 음악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조금의 아쉬움이 남았을 때 일어나는 것으로 합의를 보고 나와 택시를 타고 숙소로 향해갔다.


“이젠 졸리네... 작년엔 밤새서도 놀았는데.”


소정은 뒷좌석에서 고개를 뒤로 젖히고 앉아 푸념하듯 말했다. 다른 일행들도 피곤해 보였다. 잠시 후 호텔에 도착해 내려 새벽임을 감안해 조용히 속삭이듯 이야기하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각자의 방으로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방 안으로 돌아와서야 제소리를 내며 털썩 침대 위로 앉은 소정은 세상 귀찮다는 표정으로 있다 하품을 하며 그대로 누워 버렸다.


“소정아, 씻고 자.”
“언니... 전 언니 씻고 할게요.”
“알았어. 잠들어 있으면 깨울게.”
“네...”


욕실로 들어가 거울을 바라보았다.


“우와... 역시 전문가 솜씨.”


밝은 데서 자신의 얼굴을 다시 한번 제대로 보며 감탄했다. 이안은 조심스럽게 원피스를 벗고 잘 접어 욕실 밖에 두고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한 후 갖고 들어간 자신의 옷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나와 보니 역시나 소정은 피곤한 얼굴로 잠들어 있었다.


“소정아, 소정아.”


살짝 어깨를 흔들어 깨웠다.


“언니... 저 도저히 못 씻겠어요... 그냥 잘래요.”
“이러고?”


이안은 화장대 위에 놓여 있던 클렌징 티슈를 갖고 와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소정의 메이크업을 지워주기 시작했다. 거의 마무리되어 가고 있을 때 진동으로 해 놓은 핸드폰이 짧게 여러 번 울렸다. 이안은 또 누군가 싶어 자리에서 일어나 핸드폰을 들여다보았다. 다시 정국이었다.










우리, 사랑할 시간











폴킴 - 짝사랑




/들어왔죠?/
/들어왔으면 저랑 얘기 좀 해요./


이안은 손에 들고 있던 티슈를 내려놓고 톡을 보냈다.


/들어왔어. 너무 늦었다. 이야기는 내일 하자./


바로 다시 톡이 들어왔다.


/잠깐만요. 저 누나랑 제대로 얘기해 보질 못했어요./


계속 같은 말을 할 기세였다. 이안은 잠시 글을 바라보다 답글을 보냈다.


/알았어. 내가 갈게./


이안은 다시 소정의 곁으로 가 조심스레 마저 얼굴을 닦아준 후 사용한 티슈들을 휴지통에 버리고 방을 나왔다. 새벽의 호텔 복도는 정말 조용했다. 정국의 방은 한 층 위라 계단을 이용해 올라갔다. 혹시나 복도에서 누군가를 마주칠까 걱정되어 그렇게 될 경우 뭐라고 이야기할 지에 대해 생각하며 정국의 방문 앞까지 가서 조심스레 문을 두드렸고 바로 문이 열렸다. 이안은 말없이 정국의 방 안으로 들어가 어정쩡한 위치에 서서 말했다.


“자, 말해봐. 무슨 이야기가 하고 싶은지.”

“왜 저 피해요?”


이야기가 아닌 질문이 들어왔다. 피한 건 분명했고 그 행동은 정국으로부터 어떤 말도 듣지 않은 채 스스로가 판단하고 내린 결론에 대한 것이었다. 이안은 이런 경우에는 차라리 솔직한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 행동과 말이 부담스러워서.”
“왜 부담스러운데요?”
“날 뭔가 안다는 듯한 눈으로 네가 자꾸 선을 넘으려 하니까.”

“몰라요. 근데요, 알고 싶어요. 독일에서 술에 취해 그 노래 부르며 운 이유도 알고 싶고요, 홍콩에서 사고 났었을 때 왜 그토록 떨고 있었는지도 알고 싶고요, 누나 엄청 술 취해서 집에 오던 날도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알고 싶고요, 분명 내 마음이 어떻다는 거 알 텐데 왜 한 번도 봐주지 않는지 알고 싶어요.”


어리광일 거라 생각하려 했던 곡선적인 감정이 다시 직선이 되어 날아와 꽂히고 있었다. 이안은 정국의 눈을 바라보았다. 아까부터 흔들림 없이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파리에서, 홍콩에서, 술 취한 그날까지도 다 고맙게 생각해. 하지만 내 개인적인 일과 감정으로 생긴 일을 너에게 알려줄 이유 없어. 네 감정... 그저 설마 하며 생각했었고 지금 이 자리에서 확실히 알게 되었지만 거절할게. 너와 그런 마음 키워갈 생각 없어.”
“... ... 왜요?”
“네 마음을 내 마음으로 거절하는 거야. ... 그만 갈게.”


돌아가려는 이안의 팔을 붙잡았다.


“정국아,”
“나, ”


이안의 말을 밀고 들어갔다.



“나 아직 누나한테 제대로 내 마음을 말해 보지도 못했어요.”


이안은 팔을 잡힌 채 말이 없었다.



“함께 있고 싶어요. 현실적인 문제 무시할 만큼 용기 있진 않지만, 그래서 이것저것 고민했지만... 나, 누나 포기 못 해요.”


계속 말이 없던 이안은 다른 한 손으로 자신의 팔을 잡고 있는 정국의 손을 놓게 했다. 22살 정국이 생각할 수 없는, 그 무시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더 모진 말이 떠올랐지만 하지 않기로 했다.


“감기 같은 거라고 생각해 정국아. 시간 지나면 다 나아. 이 투어가 끝나면 다신 볼 일 없을 거야. 그럼 다 잊힐 거야.”


이안은 뒤돌아 걸어 방 밖으로 사라졌다. 정국은 이안이 나간 문을 한동안 바라보고 서 있었다. 마음이 저려왔다.






이안은 빨리 돌아와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워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었다. 남은 남들이 까마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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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n1  15일 전  
 ㅠㅠㅠㅠ어렵다ㅠㅠ

 en1님께 댓글 로또 5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gksrnrtkfka  28일 전  
 진짜ㅠㅠ
 31살과 22살 너무 잘풀어내신다

 gksrnrtkfka님께 댓글 로또 8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또로록  38일 전  
 헉ㅠㅠㅠ어떡해ㅠㅠㅠㅠ마음이 아프네요ㅠㅠㅠ

 답글 1
  유밍탱  38일 전  
 정국이가안쓰럽다ㅠㅠ

 유밍탱님께 댓글 로또 18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딱히?굳이?  41일 전  
 딱히?굳이?님께서 작가님에게 10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1
  V현진V  41일 전  
 V현진V님께서 작가님에게 903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1
  V현진V  41일 전  
 고냥...고냥......둘다 안쓰러워..
 사랑은 감기...지나면 잊혀진다라...
 오늘도 맘에 드는 문구를 찾아냈따!

 V현진V님께 댓글 로또 16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Cherry_Blossom  41일 전  
 에고..정국아....

 Cherry_Blossom님께 댓글 로또 19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ohsh9791!  41일 전  
 정국이가 너무 안쓰러운데 그렇다고 이안이를 뭐라하기엔 이안이 마음도 너무 이해가 되서.. 아 애매하다ㅠㅠ

 ohsh9791!님께 댓글 로또 4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CARAT♡ARMY  41일 전  
 아이고ㅠㅠ

 CARAT♡ARMY님께 댓글 로또 10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31 개 댓글 전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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