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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청의 밤 - W.아물다
청의 밤 - W.아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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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ㅁ ㅁ

청의 밤

ㅁㅁ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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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이 너른 도시에 작은 고요가 드리운다. "오늘 밤잠은 너 때문에 깨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 차피 닿지도 못할 말들을 맥없이 읊조린다. 이른 새벽부터 고얀 성질을 부려대는 장마 탓에 한동안 잠잠하던 불면이 다시금 돋았다. 축 처진 어깨 골을 따라 범람하는 통증이 약발을 부르짖는다. 하루도 어김없이 집, 학교, 알바. 그리고, 다시 집. 별일이 없기를 바라면서도 한 번쯤은, 별일이 생겨도 괜찮지 않을까. 아니, 생겼으면 좋겠다. 하지만 늘 별일이 없는 건, 다행이라고 여겨 마땅한 걸까. 심연의 골목에서 피어오른 역한 냄새와 화려하게 부서지는 도심의 불빛은 밤잠을 거부하는 수많은 이들의 쾌락을 어루만진다. 꿈틀. 멀쩡한 것마냥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 중 팔할은 발자취에 작은 우울이 묻어있다. 그 체향과 색채도 다양하여 대게는 까마득한 검은색을 보이지만, 새빨간 적색을 보는 것도 요즘은 흔한 일이 되었다.
 
 
 
 
 
 
 
 
 
***
 
 
 
 
 
 
 
 
 
아-.




오랜 세월에 부식된 낡은 아파트 단지. 겨우 들어선 입구서부터 지친 몸을 세차게 밀어낸다. `고장`이라는 두 글자가 새빨간 적색을 보이며 여실히 제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 그저 멈춰 서서 우뚝. 센서등 조명이 제시간을 다하니 툭 암전이 드리운다. 주저앉은 자세로 연신 시선을 고쳐맨다. 낡아 빠진 운동화가 흙탕물로 흥건하다. 이리저리 헤진 천 안으론 영락없이 빗물이 그득 들어찼다. 양말이 축축하다. 축축하고오-, 역시 따갑다. 분주했던 오후 이동 수업 중 모서리에 발등을 제대로 부딪힌 게 화근이었다. 분명 살갗이 볼록 까진 게 분명하다. "젠장" 훅하고 뱉은 숨이 차다.
 
 
 
 
 
 
 
 
"혼자 가기 싫은 거면 나랑 같이 가."
 
 
깜빡. 조명이 다시 켜진다. 바스락거리는 인기척과 함께 들리는 목소리가 낯익다. 고개를 들어 올릴 틈도 없이 같은 자세로 몸을 낮추고 바로 옆으로 제 몸을 두는 인영에 얼음.
가만, 아주 푸른 내가 난다. 안 봐도 뻔한 인물이다.
 
 
 
 
 
 
 
 
"설마, 나 모르는 거 아니지?"
 
모를 리가.
 
 
 
"알아. 내 앞집. 그리고, 내 옆자리."
 
개구진 미소는 매일이 여전하다.
 
 
 
"이름은?"
 
내미는 어떤 말에도 빠짐없이 내포되어 있는 그 다정함이 한결같다.
 
 
 
"... 김태형."
 
 
 
 
뭐가 그리 좋은지 김태형은 기분 좋은 미소를 입에 잔뜩 묻히고 몸을 일으켰다. 그리곤 내게 제 손을 불쑥 내민다. 그 의중이 훤한 손길을 조심스레 잡는다. 그 애의 손은 생각보다 널찍하고, 생각만큼 따뜻했다.
 
 
 
 
 
 
 
 
 
 
"이젠 놔도 되잖아."

"너 손 차갑잖아. 놓고 싶으면 말해, 억지로는 안 잡아."
 
 
나보다 한 칸 앞서 걷는 김태형의 걸음엔 역시 푸른색이 보인다. 파란 그 형색이 깊은 김태형의 눈을 닮았다. 욱신거리는 발등 때문에 걷기가 영 불편하다. 자연스레 딱지가 앉고 아물기를 바라야겠다. 흉이 진다면 굳이 마다할 이유도 없으므로. 어쩌면, 조금은 슬프려나.
 
 
 
 
 
 
 
 
"도착. 은 했지만 잠깐만 여기 앉아봐."
 
어째서냔 물음을 보내니 멋쩍게 웃곤 내 어깨를 살포시 잡아 이끈다. 이내 앉으니 무릎 한 쪽을 꿇고 가방을 뒤적이기 시작한다.
 
 
 
 
 
 
 
 
"찾았다."
 
작은 포에 주머니를 꺼낸다. 그 안에선 연고 하나와 면봉, 그리고 대일밴드 한 세트가 볼록 제 모습을 드러냈다.
 
 
 
 
 
 
 
 
"너 다쳤잖아."

"..."

"학교에서 종일 절뚝거리는데 그걸 왜 몰라. 더군다나 아픈 티 안 내보겠다고 애쓰는 표정, 그게 또 사람 엄청 신경 쓰이게 하더라. 너라서 더 그런지 몰라도."
 
연고를 잡고 있던 손에 시선을 고정하던 고개가 드인다.
 
 
 
 
 
 
 
 
"참는 거 버릇되면 흉진다 너."
 
 
단번에 봐도 걱정이 가득한 시선이 올곧다. 그 다정한 눈길이 진득하고 집요하다. 무어라 답을 건네기도 전에 조심스러운 손길로 쓰라린 상처에 약을 스민다.
 
 
 
 
 
 
 
 
"고치기 힘든 버릇이면 천천히 해. 흉지기 전에 내가 또 발견하면 되지. 잘 아물도록 도와주면 되지."

참 예쁘게도 웃는다, 김태형은.
 
 
 
 
 
 
 
 
 
 
 
 
 
 
 
 
 
어쩌면 김태형이 내가 바란 오늘의 `별일`은 아닐까. 그저, 푸른 그 애의 색에 내가 조금은 물들어도 괜찮지 않을까. 실은 알고 있었는지 모르지. 학교에서 내내 창을 등지고 나를 보던 나른한 시선도, 집에 오던 길에 잠깐씩 멈춘 내 걸음을 따라 같이 멈추던 발자국도. 명찰이 없는 김태형의 이름과 푸른색 우산은 그저 신호 없는 청색이다. 애써 외면하려는 무음이 오늘 처음으로 다정한 소리를 내며 움직였다.
 
 
 
 
 
 
 
 
 
 
 
 
 
 
 
 
 
 
§
김태형이 들인 청의 밤은 불면이 없는 곳으로 향한다.
그저, 푸른 목적지에 도달한다.
바다의 유랑자가 되어도 좋다는 생각이 든다.
까만 하늘에 파란 별을 뿌린 밤이다.
 
 
 
 
 
 
 
 
 
 
 
 
 
 
 
 


"내일 또 보자."

 

 

 

 

 

 

 

 

 

 

 

 

 

 

 

 

§

기대해도 되는 걸까.

내일도 나의 밤에 청이 오기를,

내일도

나의 하루에 별일이 생기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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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강하루  17일 전  
 글 잘쓰시네요

 답글 1
  모순뱅기  17일 전  
 모순뱅기님께서 작가님에게 399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1
  모순뱅기  17일 전  
 모순뱅기님께서 작가님에게 399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1
  입꾹  17일 전  
 진짜 이거 새벽에 또 읽어야 되겠어요... 이런 분위기 있는 글이 너무 좋아요 진짜... ㅜㅜ

 답글 1
  기쒄을제왑훼  17일 전  
 기쒄을제왑훼님께서 작가님에게 10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1
  기쒄을제왑훼  17일 전  
 물다님 글들은 진짜 대박이에요 .. 찰떡같은 브금에 물다님만의 감성이 글에 깃들어 있는데 오늘따라 더 잘 느껴져요ㅠㅠ 심연의 골목이라는 말이 특히 인상깊네요 :D 내일이 벌써 월요일인데 좋은 밤 보내시길 바랄게요.

 기쒄을제왑훼님께 댓글 로또 7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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