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
친구에게 장난치기 꿀팁
방탄빙의글 14. 우리, 사랑할 시간 - W.해늘°
14. 우리, 사랑할 시간 - W.해늘°






우리, 사랑할 시간
::밖으로::

Copyright 2019 해늘°All Rights Reserved














모처럼 쉬는 날이라 집이 가까운 멤버들은 일찍 본가로 갔지만 집이 먼 멤버들은 친구들을 만나 하루를 보낼 생각이었다.



“정국아, 넌 뭐 할 거야?”


나갈 준비를 끝낸 지민이 식탁에 앉아 우유에 시리얼을 말아먹고 있는 정국에게 물었다.



“모르겠어요. 그냥... 보내죠 뭐.”
“같이 나갈래?”
“아니에요. 다녀와요 형.”

“알았어. 잘 쉬고 있어.”


지민은 정국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어 준 뒤 지나쳐 걸어가 밖으로 나갔다. 정국은 어제부터 생각하던, 스스로 생각해도 좀 찌질이다 싶은 계획이 있지만 그걸 실행에 옮길지 말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고민 중이었다.

운전 연습을 핑계 삼아 이안의 집에 다시 한번 가보고 싶었다. 전화해서 집에 있다면 그냥 지나가는 길에 와봤다고...


“하......”


생각하다가도 한숨이 나왔다.

뭐 하는 거냐 도대체. 그냥 차 끌고 부산이나 다녀올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결국 아무것도 제대로 한 것 없이 오전이 지나 오후를 한참 넘기고 있었다. TV 보다가, 잤다가, 과자 먹으며 게임하다... 그렇게 시간이 갔는데도 여전히 마음 한쪽에서 계속 그 계획의 실행 여부를 따지다 결국 집을 나섰다.

핸드폰엔 전에 입력했던 이안의 집 주소가 남아 있었고 그것을 따라 차를 몰고 가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진짜 마주치면 뭐라고 해야 하는 거지? 약간의 긴장감에 신호로 인해 차를 잠시 멈췄을 때 진정하려 음악을 틀었다.

마을로 들어서는 길이 조금 헷갈려 잠시 헤매었지만 언덕을 올라 담장 너머 나무가 보이는 그 집 앞에 도착해 한쪽에 차를 세웠다. 정국은 차에 앉아 집을 바라보며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바깥에서 보이는 것만으로는 인적을 확인할 수 없었다.

마주치면 마주치라지!







정국은 차에서 내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를 바라보았다. 집 가까이로 다가가려 발걸음을 떼려는데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혹시 하며 고개 돌려 바라보니 기막힌 타이밍이라고 해야 할까, 정말 이안이었다. 하지만 손에 무언가를 들고 걸어 올라오는 그녀의 걸음걸이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어 정국은 고민할 것 없이 빨리 다가가 이안을 부축했다.


“누나, 취했어요?”


이안의 얼굴은 술기운으로 붉어져 있었다. 이안은 정국을 보면서도 아무 대답하지 않았다. 들고 온 꾸러미를 보니 모두 술이었다.


“무슨 술을 이렇게 많이 샀어요?”
“자려고.”


짧게 대답한 이안은 집 앞으로 다가가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섰고 정국은 이안을 잡고 얼떨결에 같이 들어갔다. 집 앞마당 평상에 풀썩 앉은 이안은 봉지 안에서 맥주를 꺼냈지만 손이 헛돌아 열지를 못하고 있었다.



“누나 이미 많이 취한 것 같은데.”


그녀는 또다시 말이 없었다. 열지 못한 맥주캔을 곁에 놓고 이안은 멍하니 집을 바라보았다.


“아무도 없는 집. 도착했다.”


말을 끝낸 이안은 평상 위에 모로 누워 잠이 들어 버렸다. 정국은 갑자기 닥친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몰라 서 있는 채로 이안을 바라보다 그냥 그 옆에 앉았다.



“누난 대체 무슨 이야기가 있는 거예요? 하루 종일 보고 싶었는데... 못 보는 동안 계속 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보긴 보네요.”







이젠 해가 넘어갈 듯해 정국은 이안을 안아 들었다. 사람의 체온이 느껴져서인지 이안은 취해 잠든 잠결에 품으로 파고들어 얼굴을 묻었다. 양손으로 정국의 옷을 꼭 붙들었다.



“진짜 누나... 다른 사람들 앞에서 술 못 마시게 할 거예요.”


집안 문을 열고 들어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디가 이안의 방인지 알 수 없어 일단 열려 있는 곳으로 들어갔는데 맞는 것 같았다. 침대에 눕혔지만 여전히 옷을 붙잡고 있는 그 손을 놓게 하기가 싫어 정국은 옷 대신 자신의 손을 잡게 하고 그 옆에 앉았다.


“그러면 안 되는 이유는 많은데... 되고 싶은 이유 하나가 더 커서... 참 힘드네요 누나. 생각보다 훨씬 더.”


정국은 그렇게 잠시 앉아있다 일어서 조심히 손을 놓아주고 이불을 잘 덮어주었다. 아마 오늘을 평생을 두고 잊지 못할 테지만 이안은 기억하지 못할 것 같았다.


“잘 자요 누나. 아픈 이야기 일랑 접어두고.”


정국은 집을 나와 꼼꼼히 문이 닫힌 것을 확인한 후 차를 끌고 집으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차라리 보지 말걸. 자꾸 욕심나잖아...”










우리, 사랑할 시간










이안은 출국 전 진행된 케어 팀의 회의에 오느라 회사에 왔다가 이야기를 끝내고 이제 막 돌아가려던 참이었다. 태준도 회사에 있지 않아 바로 가려는데 복도에서 정국을 마주쳤다. 이안에겐 얼마 전 그날에서 대부분이 사라지고 없는 기억들 가운데 흐릿하게 정국인 것 같은 잔상이 남아 있었다.


“이제 가시는 거예요?”
“응, 지금 가려고.”
“네, 들어가세요.”


인사한 후 지나쳐 갈 때 정국에게서 나는 달큼한 그 향이 어슴푸레한 그날의 기억을 불러들이고 있었다. 설마 정말로...


“정국아.”
“네.”


이안은 정국과 눈을 마주쳤지만 곧 눈길을 거두었다.


“... 아냐, 출국 때 보자.”


이안은 다시 돌아섰다. 확인해 뭘 하겠다고. 그걸 알아서 뭐 하려고.



“그날 저 맞아요.”


뒤에서 정국의 말이 들려왔고 이안은 뒤돌아 보았다.

“그래, 알았어. 갈게.”


가려는 이안에게 성큼 다가가 팔을 붙잡았다.



“그게 다예요?”


이안은 자신도 모르게 복도부터 살폈다.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놔, 정국아.”


이안의 단호한 말에 정국은 팔을 놓았지만 그 눈길에서 이안을 놓아주지 않고 있었다.
이안은 다시 돌아서 갔다. 뒤에서 정국이 지켜보고 있는 게 느껴져 걸음을 재촉했다. 갑자기 직선으로 오는 듯한 정국의 감정을 마주하기 겁났다.







정국은 그렇게 이안을 보내고 난 후 자신의 작업실로 들어가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앉아 있었다.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한 발자국도 넘지 않는 그 모습에 화가 나 다짜고짜 그런 말이 나가버렸다. 마음은 이쪽저쪽 넘나들기를 반복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렇듯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여겨지는 걸 원하지는 않았다. 꿈만 꾸자며 좋은 말로 그럴듯하게 마음을 포장하려 했지만 이 감정은 현실이었다. 정국은 일어섰다.


“고민 끝. 이젠 직진.”


걱정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멤버들, 회사, 팬들...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이토록 원하는 마음을 누르고 눌러 나중에 가서 그러길 잘했다고 생각하게 될까. 아니, 지독한 후회만을 남길 것 같았다. 향하는 마음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이안은 식탁 의자에 앉아 마주 보이는 곳에 걸려 있는 가족사진을 바라보았다. 어렸을 때 세 가족이 함께 찍은 사진 옆에는 대학 입학 후 아빠하고 찍은 사진이 같이 걸려 있었다. 이안은 그 가족사진을 바라보다 아까 있었던 일이 떠올라 어이없는듯한 웃음이 나왔다.


“월드 스타예요. 이제 겨우 22살이에요... 자꾸 내게 부딪쳐와요. 난 무서운데..."


혼잣말로 중얼거리다 다시 입을 다물었다. 어서 이 투어가 끝나기를, 시작도 하기 전에 끝을 바랐다.










우리, 사랑할 시간










“진짜 영상통화할 줄은 몰랐다.”
-왜, 친구들끼리 이런 거 하잖아.
“그냥 통화해. 영상으로 하려니까 뭐라 할지를 모르겠다고.”
-으이구... 이 시대에 뒤처진 녀석 같으니.


연호는 영상통화를 끊고 다시 전화를 걸었다.


-미국 가면 영상통화 하자. 네 덕에 화면으로라도 미국 구경하게.
“그래, 그건 할 수 있지.”
-비행기 기다리는 거야?
“응, 출국심사까지 다 마치고 기다리고 있어.”
-조심히 다녀와. 미국 가서는 진짜 함부로 밤에 돌아다니지 마라.
“알았어. 걱정 마. 너나 몸 챙겨. 도착해서 톡 남길게.”
-응, 꼭 남겨라.


통화를 끝낸 후 일행들 곁으로 돌아와 함께 이야기하며 탑승 시간을 기다렸다. 멤버들은 공항 라운지에서 대기하다 먼저 탈 것이기 때문에 마주칠 일은 없었다. 이 일을 하지 말까 하는 생각도 들었으나 믿고 맡겨준 태준을 생각하면 그런 무책임한 행동을 할 수 없었다. 어찌 되었건 이후 어떤 일이 있을까 걱정한다고 해결될 것도 없다는 생각과, 앞서 생각하지 말자는 것으로 마음을 정리했다.


“언니, 가요. 줄 선다.”
“응.”


비행기에 올라타 좌석에 앉았다. 드디어 시작이구나. 그저 아무 일 없기를. 이번 투어에서 아무 일도 없기를. 날아오른 비행기 안에서 이안은 왠지 모를 작은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었다.







늦은 밤 도착한 스태프들은 각자의 짐을 찾고 나와 미리 오지 못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우, 추워. 날씨가 왜 이래. 6월이구만.”
“낮엔 더울걸요?”


이안은 스태프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머릿속으로 미처 챙겨 오지 못한 약들이 있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있었다.


“이제 오네 버스. 자, 탑시다~”


커다란 버스들이 연이어 도착했고 짐칸에 짐을 넣은 다음 차례로 버스에 올라탔다.


“왜 출발 안 하지? 다 탔는데.”


소정이 하는 말에 이안은 밖을 바라보았다. 남은 스태프들은 없었고 매니저들 한두 명이 서서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보였는데 그 모습을 본 소정이 말했다.


“뭐지? 뭔 일 있나?”


한 매니저가 버스에 올라탔다.


“여기 자리 있죠? 멤버들 차가 고장이 나서 여기랑 다른 곳이랑 나눠 타야 할 것 같아요.”
“몇 명 탈 건데요?”
“여기에 3명이요.”


몇몇 스태프들이 일어서 가방들이 쌓여 있던 자리 몇 개를 불란하게 정리했다. 잠시 후 매니저 한 명과 함께 정국과 지민이 올라탔다.



“누나.”


부르는 소리에 일부러 시선을 피하고 있던 이안이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 지민이 밝게 웃으며 인사를 하고 있었다.


“응, 차 고장 났다며.”

“네, 매니저 형들이 스탭들 차로 같이 움직이자고 하더라구요.”
“앉아서 벨트 매. 차 움직인다.”
“네~”


지민이 지나쳐가고 나서야 알았다. 옆줄 좌석에 정국이 앉아 있었고 자신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왔어요 누나.”
“응... 그래.”


불 꺼진 차 안은 조용했다. 장시간의 비행으로 지친 사람들은 모두 자고 있는 듯했다. 소정의 고개가 너무 꺾인 듯해 이안은 들고 있던 겉옷을 동그랗게 말아 베개처럼 받쳐주었다.


“저도 고개 아파요 누나.”


이안은 정국을 바라보았다.


“뒤에 공간 여유 있다. 의자 뒤로 제쳐봐.”
“잘 안 돼요.”


별말 없이 이안은 안전벨트를 풀고 일어나 정국이 앉아 있는 쪽으로 다가서 버튼을 눌러 의자를 뒤로 젖혀주곤 자리에 앉았다.



“고마워요 누나. 그리고 다시 봐서 좋아요.”


이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거의 50분이 걸려 호텔에 도착했고 스태프들은 내려 체크인을 하고 각자의 방으로 흩어졌다. 정국은 일행들과 함께 캐리어를 끌고 엘리베이터 속으로 사라지는 이안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형, 내일 몇 시에 모이는 거죠?”
정국의 질문에 매니저가 답해주었다.
“4시부터 방송국 인터뷰들 잡혀 있으니까 1시까지는 와서 준비해야 돼. 시간 지키고, 알았지?”
“네.”


정국은 멤버들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다들 피곤한지 별말들 없이 조용했다.










우리, 사랑할 시간










“언니, 잘 잤어요?”


일어나 보니 소정이 먼저 일어나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일찍 일어났네.”
“그러게 말이에요. 평소에도 되는대로 자고 일어나고 했더니 특별히 시차 적응이랄 게 없네요. LA 공연 끝나기만 해 봐. 비키니 입고 해변가로 달려갈 거야 진짜.”


아직 잠이 덜 깬 채로 이안이 쿡쿡 웃었다.


“와... 이번에 정말 엄청 타이트했어요 언니. 페스타 전부터 해가지고 여기 오기 전까지. 일정 하나가 꼬이니까 다른 것이 다 몰려져가지구... 에휴...”
“근데 어디 나가?”
“네, 세영이한테 시켜놓은 게 있었는데 착각해서 엉뚱한 걸 갖고 왔더라구요. 다른 것 때문에 정신 없어가지고 내 눈으로 확인하지 않은 잘못이 크죠 뭐. 그것 때문에 시내 나가서 물건 좀 보려구요. 언니는 오늘 일정 없죠?”
“응, 난 그냥 근처나 조금 돌아다녀 보던가 하려구.”
“그럼 저녁때 봐요 언니.”
“잘 다녀와.”


소정이 나가고 나서 이안도 바로 일어서 욕실로 향했다. 차가운 물에 세수를 하고 거울을 바라보았다.


“어디 가볼까...”


이안은 욕실에서 나와 옷을 갈아입고 가방을 챙기면서 이것저것 생각하다 전철을 타고 산타모니카 해변을 가기로 정했다. 역에 도착해 티켓을 구매한 후 산타모니카로 가는 전철을 탔다. 생각보다 한산해 자리에 여유가 있어 적당한 자리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밖을 바라보았다. 햇빛 내리는 곳곳이 예뻐 보였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있는 방안에는 헤어와 메이크업 담당들이 멤버들을 꾸며주고 있었고 한쪽 벽에는 멤버들이 입어야 할 옷들이 가지런히 행거에 걸려져 있었다.


“자, 호비 호비, 이리로 와보시오~”
“네~”


소정은 다른 코디들과 함께 호석의 스타일링을 시작했다. 정국은 다른 멤버들보다 일찍 와 이미 준비를 마치고 그들 뒤에 있는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눈은 핸드폰을 보고 있었지만 마음은 이안이 어디 있는 건지 궁금해 관련된 이야기가 나올까 싶어 스태프들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어디 있냐고 오전 중에 남긴 톡에 이안은 답이 없었다. 호석의 스타일링이 끝나고 지민의 차례가 되어 스타일링을 시작하며 지민과 소정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누나 점심 드셨어요?”
“아점 먹었어. 간단하게. 잠깐만, 어깨 좀 다시 보자.”


지민의 뒤로 돌아가 옷의 핏이 이상한 곳을 만져주었다.


“케이터링 있던데. 차랑 쿠키랑 핫도그 같은 거.”
“싫어 그런 거. 얼큰한 거 먹을 거야 난. 세영아, 여기 좀 잡아봐.”


소정은 액세서리를 꺼내 어느 것이 더 나을 것인지 가늠해보고 있었다.


“난 왼쪽 거.”
“그치? 내가 봐도 이게 더 나은 것 같아.”


지민은 소정의 말에 생각나는 것이 있어 물었다.


“코리아타운 가시려구요?”
“응, 이안 언니 오면 같이 나가야겠다. 아직 연락 안 해봤는데 어디 있는지 모르겠네.”


정국은 귀가 쫑긋해졌다.



“아까 점심 전에 톡 해봤는데 산타모니카 해변 갔대요. 전철 타고.”
“전철? 여기 전철도 있었어?”
“저도 처음 알았어요.”


정국은 산타모니카가 어디 있는 건가 싶어 핸드폰으로 검색을 해보았다. 전철 타고 한 시간 넘게 타고 가야 도착하는 곳이었다. 그럼 올 때도 전철 탄다는 건가?


“누구한테 들어보니까 밤에는 전철 타지 말라던데.”


지민의 머리를 마무리하러 다가온 균석이 한마디를 보탰다.


“진짜야?”
“나도 그냥 들은 이야기. 노숙자들, 흑형들 관련된 것 같았는데... 뭐, 나도 진짜 들은 이야기. 확실하진 않고.”
“그래?... 밤에 오진 않겠지 설마.”


말하는 소정의 목소리엔 걱정이 담겨 있었다. 지민도 정국도 말이 없어졌다. 스타일링을 마친 지민은 다른 쪽으로 가 이안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기는 꺼져 있었다.










우리, 사랑할 시간










이안은 햄버거로 점심을 먹고 내내 주변을 돌아다니며 구경했다. 걷다 보니 유명하다는 미국 66번 도로의 끝을 알리는 표지판이 보였고 그걸 배경 삼아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 표지판을 지나쳐 멀리서부터 눈에 들어오던 놀이공원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그곳에도 관람차가 있었는데 새삼 어딜 가든 관람차가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했다. 이안은 관람차 타는 표를 사 줄을 기다렸다 올라탔다. 뚜껑이 없는 관람차라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조금 무섭기도 했지만 보이는 푸른 바다와 이어진 모래사장은 너무도 예뻤다. 아무것도 없이 뻥 뚫린듯한 하늘이 가슴까지 시원하게 해주는 것 같았다.







멤버들의 스타일링을 모두 끝낸 소정은 균석의 말을 듣고 조금 걱정이 되기 시작해 늦게 오지 말라고 말하려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기가 꺼져 있는 것을 확인하곤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지민도 인터뷰 직전까지 다시 한번 전화를 했지만 마찬가지였다. 정국은 아무 말 없이 인터뷰를 기다렸다. 걱정되는 건 마찬가지였지만 당장 눈앞에 있는 이 일에 집중해야 했다. 아직 밤도 아니고 뭔가 사정이 있을 수도 있는 거니까 지금은 일에 집중하자, 정국은 걱정에 맞잡은 손을 풀고 자세를 바로 잡았다.







이안은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거리는 무척 활기찼다. 쇼핑할 수 있는 상점들과 길거리 공연을 하는 사람, 구경하며 즐거워하는 사람들 사이에 있는 것으로도 덩달아 함께 마음이 즐거웠다. 어느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 한잔을 사 들고 나와 해변 공원에 앉아 해지는 걸 기다리기로 했다.







인터뷰는 연이어 2개의 방송국과 해야 했는데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 오고 가는 질문과 대화가 자연스럽고 즐겁게 이어지는 좋은 인터뷰였다. 정국은 평소보다 더 적극적으로 인터뷰에 응하고 있었고 바라보는 매니저들까지도 흐뭇해하며 미소를 지었다. 지민은 평소 하던 대로의 텐션을 유지하며 인터뷰에 응하면서 인터뷰 중 다른 멤버에게 이목이 집중되었을 때 소정을 슬쩍 보았지만 소정의 표정으로는 상황을 알 수가 없었다. 인터뷰 하나가 끝나고 잠깐의 시간이 나자 지민은 다시 물었고 대답은 아까와 같았다.


“꺼져 있어, 전화기. 너무 걱정 마. 언니가 말이 안 통하는 사람도 아니고... 핸드폰 배터리가 나가서 그런 걸 수도 있잖아. 넌 인터뷰에 신경 써. 걱정 말고.”
“그렇겠죠?”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소정도 걱정을 완전히 떨칠 수는 없었다. 밤이 되어서도 연락이 안 된다면 그땐 선주에게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정국은 다음 인터뷰를 준비하는 잠깐의 시간 동안 멤버들과 떨어져 물을 마신 후 소파에 앉아 있었다. 되도록 다른 생각을 안 하려 노력했다. 만일 그 경계선이 무너진다면 이후의 일정은 엉망이 될 것이란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끝나고 난 이후에 어떻게 할지 생각해보자...

정국은 마음을 가다듬었다.







드디어 일몰이 시작되기 시작했다. 이안은 이 멋진 일몰 영상을 찍어 연호에게 보내주려 핸드폰을 꺼냈는데 방전이 되어 있는걸 이때서야 확인했다.


“아... 언제부터 이런 거지? 누가 전화 했을라나...”


가방에서 보조 배터리를 꺼내 충전하다 보니 연달아 부재중 전화 알림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소정과 지민의 부재중 전화가 주를 이루고 있어 이안은 미안한 마음으로 우선 소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언니!
“미안 소정아. 배터리 나간 걸 이제 알았어.”
-조금만 더 늦었으면 선주 이사님한테 얘기해서 경찰에 신고하려 했어요.
“뭘 신고씩이나... 하하... 어쨌든 미안. 근데 무슨 일 있어?”
-아니, 거기 전철 밤에 타는 건 위험하다고 하니까 걱정돼서 전화해봤는데 계속 전화기는 꺼져 있어서 말이죠, 얼마나 걱정했다구요. 미드 수사물에서 본 것 같은 상황이 막 머릿속에서 그려지고 말야.
“하하, 여기 괜찮아, 사람도 많고.”
-아직 산타모니카예요?
“응, 조금만 더 있다가 갈 거야.”
-그럼 전철 타고 알려주세요. 같이 저녁 먹으러 가요.
“아냐, 먼저 먹어. 나 여기서 전철로 1시간 걸려.”
-아니에요. 같이 가요.
“알았다~~ 전화 못 받아 미안~ ”


이안은 부주의했음에 민망했다. 선주에게까지 알려지기 전에 이렇게 마무리 된 게 다행스러웠다.

다시 바다를 바라보았다. 이곳, 산타모니카 해변의 노을은 태국 바닷가에서 봤던 노을과는 달리 해가 바다 수평선에 닿으며 금빛으로 세상을 채우고 있었다. 무척 아름다웠다. 계획으로는 일몰이 끝날 때까지였지만 소정이 기다릴 생각을 하니 안 되겠다 싶어 아쉽지만 일어섰다.







인터뷰는 끝났고 다가오는 지민에게 소정은 짧은 한숨을 쉬며 웃어 보였다.


“전화 왔다. 배터리 나갔었대. 사람들도 많고 하니까 걱정 말란다.”


다행이다... 불안감이 온몸을 훑고 발바닥으로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아직도 거기래요?”
“응, 출발할 때 전화하라고 했어. 고생했다. 가서 쉬어.”

“같이 저녁 먹죠 뭐. 어차피 밥 먹어야 하니까. 가는 길에 누나 태워가면 되잖아요.”
“언니 거기서 한 시간 걸린대. 나야 정리하고 뭐 하다 보면 시간이 얼추 맞을 것 같아 그러는 거지만 넌 피곤하지.”

“괜찮아요. 충분히 쉬다 나왔어요. 누나가 더 피곤하지 뭐.”
“으이구~ 말도 이쁘게 하지~”


정국 역시 가슴속 불안감이 쓸려 내려감을 느꼈다. 동시에 화도 났다. 왜 자꾸 혼자 늦게 돌아다니는 건지, 그러지 못하게 하고 싶고 눈앞에 있는 걸 확인하고 싶어져 소정에게 말했다.



“저도 같이 가요.”
“응? 너도?”


다른 멤버들은 매니저들이 사다 주는 음식으로 함께 모여 저녁을 먹기로 했다며 돌아갔고 정국과 지민은 이안이 도착할 때쯤 만나는 걸로 정하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기 위해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지민은 방에 들어가며 다시 이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지민아. 내가 전화 못 받았다. 미안.


이안의 목소리를 들으니 더 다행스러웠지만 한편 균석이 한 말이 걱정이 되어 물었다.


“누나, 출발했어요?”
-응, 좀 전에 탔어.
“분위기 괜찮아요? 균석 형 말 들으니까 저도 걱정 되더라구요.”
-뭐, 우리나라 같지는 않지만 괜찮아. 걱정 마. 잘 돌아갈게.
“네, 조심히 오세요.”


전화를 끊고 침대에 앉았다. 인터뷰하는 내내 앉아 있었지만 이제야 제대로 앉는 것 같았다. 여전히 남아 있는 작은 불안감은 이안이 무사히 잘 도착한 것을 봐야 없어질 듯싶었다.







시간이 되어 함께 저녁을 하기로 한 사람들이 만나 매니저들이 끌어주는 차를 탔다. 한 무리가 먼저 코리아타운으로 가서 자리를 잡기로 하고 소정과 지민, 정국이 있는 차량이 이안을 태우기 위해 역으로 갔다.


“내가 나가서 기다릴게.”
“바로 앞인데요 뭐. 제가 나갈게요.”


소정이 대답도 하기 전에 지민이 차 문을 열고 나갔다. 모자를 눌러쓴 정국도 밖으로 나가 지민을 따라 걸어 역 입구로 갔다.


“누나, 입구에 있어요.”


지민은 통화를 하면서 멀리 이안이 걸어나오는 것이 보여 크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정국은 드디어 눈앞에 보이기 시작한 이안을 보며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정말 걱정했었다.

지민과 정국을 발견한 이안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미안한 표정으로 웃어 보였다.


“미안... 이래저래 여러 사람 힘들게 했네.”

“잘 도착했으니 됐어요 누나. 가요. 배고프지 않아요?”
“응, 무지 배고프다.”


차로 향해 걸어가는 짧은 시간 동안 정국이 한마디 했다.



“이렇게 멀리 혼자 다니지 말아요. 위험하다구요. 누나 여기 팀으로 온 거지 개인 관광하러 온 거 아니잖아요.”


이안은 그제야 눈길 주지 않았던 정국을 바라보았다. 지민 역시 정국을 바라보았지만 의미는 달랐다.


“그래, 미안. 이런 일 없도록 할게.”


그날 이후로 처음 자신에게 이안이 웃어 주었다.


















오늘도 분량조절 실패요ㅋㅋㅋㅋㅋㅋㅠ 가능하면 이번 주 내로 힐링글 들고 올게요. 오늘도 읽어줘서 고마워요.





※댓글은 최소한의 성의를 보여주세요.※





평점 10점 한 번씩만 누르고 가줘요
↓↓↓↓↓

추천하기 23   즐겨찾기 등록
글이 재미있었다면 작가님에게 포인트 선물을 해주세요.
나의 Point :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작가님에게
추천수와 선물받은 포인트 합산을 기준으로 글의 순위가 결정됩니다.




해늘° 작가님의 다른글 보기       전체보기
    로그인 후 댓글쓰기가 가능합니다.
댓글
  벨라와꾹꾹이♡  15일 전  
 정국이 연하남의 정석이네!

 답글 0
  en1  15일 전  
 재밌어요 ㅠㅠㅠ

 en1님께 댓글 로또 7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므흣므흣^^  16일 전  
 므흣므흣^^님께서 작가님에게 10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또로록  38일 전  
 근데 뭔가 여주 입장도 이해되네요ㅠㅠㅠ 뭔가 복잡하면서 어려울거같아요ㅠㅠㅠ

 답글 1
  월향빈  42일 전  
 정국 러브 이안 ... ? 이랬으면 좋겠다 ㅠㅠ

 월향빈님께 댓글 로또 10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CARAT♡ARMY  43일 전  
 와....여주야!!! 걱정했자나!!!!!! 조심히 다녀!!!!(걱정되게ㅠㅠ)

 답글 1
  샛별-★  43일 전  
 해늘님의 필력은...♡♡

 샛별-★님께 댓글 로또 9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2
  방융  43일 전  
 정말 나중에 정국과 이안 어떻게 될지 너무 궁금하다ㅠㅠ

 답글 1
  Cherry_Blossom  43일 전  
 이안아...정국이 피하지마...정국이 반응 보면 내가 다 안타깝고 슬프자나..ㅠㅅㅠ

 답글 1
  옐율  43일 전  
 자까님 분량 심쿵이에요ㅠ

 답글 1

25 개 댓글 전체보기


친구에게 장난치기 꿀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