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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우리 모두 사람이기에 - W.✎뮤즈
우리 모두 사람이기에 - W.✎뮤즈


씀 ㅣ뮤즈



To.

⠀오랜만에 펜을 들었더니 여기저기 잉크가 번지는 게 여간 마음에 안 드네요. 몇 년 만에 쓰려니 펜도 종이가 어색한가 봐요. (웃으라고 한 이야기인데 성공인지 모르겠어요. 성공이라면 꼭 알려주시길 바라요. 엄청 뿌듯할 것 같거든요.) 그간 잘 지내셨나요? 내 편질 기다리셨다 말해준다면 참 좋을 것 같아요. 물론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잘 지내고 있었다면 그것도 나쁜 쪽은 아니지만 내가 생각날 만큼만 당신이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이기적이라고 생각하실 걸 알아요. 하지만 이 편지지에서까지 나를 가리고 싶지 않아서 그랬어요. 이 편지가 끝날 때까지 당신이 날 조금 이해해줬으면 합니다.

⠀후회는 부르주아입니다. 나는 프롤레타리아고요. 후회는 자본가이며 나는 노동자입니다. (노동자는 현재에도 있습니까? 지금 나는 그것까지 알 수 없네요. 만약 이 편지를 읽게 된다면 꼭 회신 부탁드립니다.) 이어 말하지요. 또한 그는 그 옛날 구제도의 제1신분이고 나는 3신분이겠지요. 빗대는 말들이 당신을 웃게 만들 수도 있겠어요. 하지만 나는 진심이에요. 누구 말마따나 슬프지도, 화가 나지도 않아요. 감정이라 일컫을 수 있는 상태로 지금 내게 존재하는 한 가지는 회의예요. 잿빛의 무기력함이 마구 떠오르게 하는 그 감정은 나를 살포시 업고는 자꾸만 앞으로 앞으로 걸어가고 있어요. 벌써 며칠 째인지, 배가 고프고 목도 말라 한시 빨리 내려달라 하고 싶지만 쉽게 입이 떨어지진 못해요. 그의 귀 언저리에서 벙긋거리다 종점을 수도 없이 되물었지만 답은 늘 같았어요. 가보면 안다고, 가끔 나도 모른다고 꿍얼거리는 소리도 들리는 것 같긴 한데 그것까지는 확실하지 않아요. 모르겠어요. 지금도 어서 빨리 땅을 밟고 싶어요. 땅에 딛은지 오래된 발바닥에는 굳은살이 하나도 없네요. 부드러운 게, 이거 하나는 좋은 거 같아요.

⠀아름답고 부유한 부르주아는 가진 게 참 많아요. 그들은 공장도 가졌고 몇십 마일 밖에서도 보이는 번쩍이는 궁전과 병사들도 모두 그들 거예요. 지금은 나도 부르주아의 소유입니다. 부르주아는 나 따위 신경 쓰지도 못할 만큼 바쁘신데 나는 부르주아의 미세한 미간의 주름 하나하나를 세어보는 것을 일과로 삼아 하루를 꼴딱 새우곤 합니다. 비참하다 생각하지 말아요. 그러면 제가 더 비참하단 듯이 굴어버리거든요. 어제는 서른세 개였는데 오늘을 고작 스물아홉 개더군요. 오늘은 조금 기쁜 일이라도 생기는 걸까요? 기대해보아야겠어요. 제 부르주아는 비교적 착한 편입니다. 궁에 쓸데없이 해일이 불어닥치지 않고, 병사들은 때에 맞춰 끼니를 해결하며 나도 그리 큰 물매를 맞은 적은 없으니까요. 벼르고 있는 걸지도 몰라요. 아무렴 어때요 아직은 살만하잖아요. 내 친구들은 모두 부르주아에 죽을 지경이라고 했어요. 어렴풋 엿보았을 때는 딱 나만큼 이었던 거 같은데 아닌가 봐요.(내가 이 말을 한 건 누구한테도 말하지 말아요. 친구들의 귀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곤란하거든요.)

⠀아, 내가 당신은 궁금해하지 않는 이야기를 너무 오래 해버린 건지도 모르겠어요. 이만 묻고 싶었던 것들은 간단히 추려 적고 편지를 마칠게요. 업힌 채라 팔이 아파지던 참이었거든요.

첫 번째, 당신은 행복한가요?

두 번째, 당신은 나를 얼마나 기억하나요?

세 번째, 이제 당신은 부르주아를 사랑할 수 있습니까?

네 번째(마지막 질문이니 질문이 많다고 투정하지 말아주세요. 정말 많이 추린 거라고요.), 부르주아는 정말 자본가이고 제1신분인 걸까요? 비유지만 잘 알아들으실 거라 믿어요


⠀회신 간절히 바랍니다. 이번마저 회신이 없다면 당신이 나를 잊었다고 생각하고 마렵니다. 당신이 어디를 가던 축복이 따르기를. (저와 하나님이 바라요.)


DEAR MY future
나 = 과거의 당신
부르주아 = 후회
+하나님에 종교적 의미를 담지 않았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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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0월이네요 시간 너무 빨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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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애양  44일 전  
 한 글자 한 글자 당신의 지식과 지혜가 엿보입니다... 당신은 당신의 글에 대한 부르주아가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그거야 내 글은 아니라 잘은 모르지만... ㅋㅋ 네가 짱 먹어라 짱...

 답글 1
  탕탕면  49일 전  
 글을 너무 잘쓰세여..♡♡♡♡♡♡

 탕탕면님께 댓글 로또 2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백 연화  49일 전  
 후회는 부르주아... 사랑합니다 진짜 뮤즈 님께 인생 바쳐두 대나요 이번 글 스타일 되게 독특해요 진짜... 넘 잘 읽엇어요 ♡♡

 백 연화님께 댓글 로또 1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십일월  49일 전  
 십일월님께서 작가님에게 917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2
  말랑⚘  49일 전  
 세상....넘넘 조와요 ㅜㅜㅜ♡♡

 말랑⚘님께 댓글 로또 9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새우ᅠ대장(๑¯³¯๑)  49일 전  
 오늘 하루도 뮤즈님 덕에 행복합니다...♡-♡

 새우ᅠ대장(๑¯³¯๑)님께 댓글 로또 3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쨔기  50일 전  
 진짜ㅠㅠㅠ 너무 잘쓰세요 행복하게 읽었습니다
 

 쨔기님께 댓글 로또 5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담이 •̀.̫•́✧   50일 전  
 뮤즈님 앓다갑니다.... ㅠㅠㅠㅠ

 담이 •̀.̫•́✧ 님께 댓글 로또 9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담이 •̀.̫•́✧   50일 전  
 담이 •̀.̫•́✧ 님께서 작가님에게 3768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름소  50일 전  
 름소님께서 작가님에게 10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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