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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선. - W.향월
선. - W.향월

 

 
​선.
 
 
©2019 향월. All rights reserved.  
 
 
 
Line is not straight. it`s irregular.
 
 
 
Line 1.
 
찍. 선이 그어진다. 검은 물감을 가득 안고 땅 위에 흩뿌려진다. 선이 그어진 자리에는 얼룩덜룩한 검은 자국만이 새겨졌다. 신발로 검은 물감 위를 덮었다. 한 번. 두 번. 하얗지 못해 바래졌던 신발 밑창은 검은색으로 변해 있었다. 그 모습이 꺼림칙해 검은 물감이 닿지 않는 곳에 신발을 털었다. 신발 몇 번 댔을 뿐인데 검은 물감이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 애초에 내가 그어놨던 선은 알아볼 수 없게 되었다. 시시하게. 
 
검은 물감으로 가득 찬 공간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비가 왔었던 탓인지 아무데나 고여 있는 물 웅덩이로 시선이 갔다. 참방. 참방. 물 위에서 발길질을 했을까. 신발에 꽤 많은 물이 튀었다. 옷에도 몇 방울이 묻어 털어내는데 물 웅덩이가 검은색으로 변해 있었다. 설마. 신발을 벗어 밑창을 확인했다. 밑창은 원래 색깔을 되찾았다. 아마 물이 밑창에 있던 검은 물감을 가져갔기 때문이겠지. 검은 물감을 지워준 웅덩이가 고맙기도 했다. 그렇지만 미안했다. 맑고 깨끗했던 웅덩이가 내가 가지고 있던 검은 물감으로 인해 순식간에 더러워졌으니까. 사람들도 그렇지 않은가. 악에 한번 다가가면 아무 느낌을 받지 않지만 끊임없이 다가가면 악의 노예가 된다는 걸. 깨끗했던 나 자신이 더러워지고 사악해질 수도 있다는 걸. 검은 물감은 내게 없었으면 하는 것이었다. 선을 그을 때 필요한 연필과 물감. 잘못 그리다가 하얀색을 망칠 수도 있다. 빨면 그만이더라도 그 자국은 선명하게 남아 있을 테니. 검은 것이 왔다가 가버린 곳에는 탁해진 물이 존재할 테니.
 
 
Line 2.


​과감하게 연필을 들어 그대로 내린다. 종이 위에는 여러 번 그린 선들이 보인다. 일정한 선, 모양이 엇나간 선, 비뚤한 선. 그 어느 선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어제처럼 검은 물감을 뭍히고 선을 그었다. 선을 긋는 소리부터가 달랐다. 좀 더 부드러운 소리. 선이 끝나는 지점은 선이 시작했던 지점이었다. 선을 수없이 그어도 결국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양 끝이 연결되어 있어 무한 미로를 돌며 빠져나올 수 없는 미궁. 우리도 선을 긋는 행동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다신 돌아오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돌아오게 된다. 인간관계도 그렇다. 헤어질 때 절대 만나지 말자면서 또 만난다. 그리고 매달린다. 이번에는 그러지 않겠다고. 예전처럼 그런 모습 보여주지 않겠다고. 하. 기가 차다. 어차피 또 모진 말을 내뱉을 텐데 왜 이미 끝난 관계를 억지로 이으려고 하는지. 헤어지는 순간 우리는 선을 그었다. 넘지도 말아야 하는 선. 보이진 않지만 끝나버린 우리 사이에 선은 존재한다. 그 선을 넘는 순간 있는 정마저도 떨어져 나간다. 선으로 간신히 유지했던 사이가 완벽하게 끝나는 것이다. 보이는 선이든, 보이지 않는 선이든 상관없다. 
당신은 지금 어느 선에 서 있는가? 그 선을 넘어 누군가를 괴롭게 만들고 있진 않은가?
 
 
Line 3.
 
​다시 한번 검은 물감의 자국이 남아 있는 곳으로 갔다. 검은 물감으로 선을 그은 곳. 물감이 번져 알아볼 수 없는 상태였던 걸로 기억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 찾은 곳에는 연해진 검은 물감이 자리했다. 아직까지도 지워지지 않았나 보다. 난 품에서 붓을 꺼내 검은 물감에 푹 담근 다음 땅 위에 붓을 움직였다. 붓이 움직이는 방향을 따라 검은 물감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곧이어 다시 그어진 선. 검은 물감이 일직선을 그려 깔끔한 느낌을 주었다. 검은색을 좋아했던 나로서는 만족했던 결과였다. 그리고 그 선 밖으로 흩뿌려진 꽃잎들. 


너가 좋아했던 안개꽃의 흔적이었다. 이따금 꽃집을 지나칠 때면 항상 내게 건넸던 안개꽃. 이젠 그 흔적을 지우려고 한다. 뚝- 싱싱하게 자라난 꽃잎들을 하나씩 뜯어 선 밖으로 내던진다. 선 밖을 거치면서 검은 물감을 스쳐 지나간다. 마지막 꽃잎까지 다 뜯은 뒤 줄기를 아무데나 던지고 나서야 멈추었다. 내가 버린 흰색 안개꽃의 꽃말은 사랑의 성공, 순수한 마음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를 어찌할까. 사랑이 성공하지도 못하고 저버렸으니. 순수했던 마음은 검은 물감으로 얼룩져버렸는데. 더 이상 안개꽃을 가지고 있을 필요도 없었다. 생각난다. 애절한 눈빛으로 날 붙잡으려고 했던 너의 향기. 애절한 손길로 내 손을 잡았던 너의 온기. 


난 선 안에 있었고 넌 그 선을 넘었다. 검은 물감으로 물들고 나서야 선에서 멀어지는 너였다. 너의 손에 검은 물감이 묻히고 내가 그은 선이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뭉개져 있었다. 이게, 우리의 관계였어.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서 넘어서도, 가까워져도 안 되는. 선이라는 것에 의해서.


 
 
Don`t try to cross the line. This is our street.




 
 

달이들, 향월입니다. 좋은 밤 보내시고 계시는지 모르겠어요. 내일 추석인데 맛있는 거 많이 드시고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래요ㅎ 전 추석 끝날 때까지만 잠시 1일 1연재로 돌아왔다가 끝나면 다시 돌아가겠습니다.



왜냐하면 추석 때는 시간이 많으니까요. 제 변덕을 이해해주시고 매번 부족한 글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글도 편안하게 읽어주셨으면 해요. 제 글이 여러분께 공감과 위로가 되기를. 그럼 좋은 밤 되셨으면 좋겠고, 행복한 추석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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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입꾹  3일 전  
 아 진짜 월님 ㅜㅜ 글 너무 좋아요 진짜 ㅠㅠ

 입꾹님께 댓글 로또 7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새살솔솔><  4일 전  
 향월님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답글 1
  기뭉  4일 전  
 기뭉님께서 작가님에게 100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1
  강하루  4일 전  
 글 잘쓰시네요

 답글 1
  담이 •̀.̫•́✧   4일 전  
 좋은 추석 보내요 문님 ❤️❤️

 담이 •̀.̫•́✧ 님께 댓글 로또 18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담이 •̀.̫•́✧   4일 전  
 담이 •̀.̫•́✧ 님께서 작가님에게 140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1
  umm,,  4일 전  
 늘 봤는데 향월님은 표현이 참 좋으신 것 같아요, 매번 놀랍니다 ㅎㅎ
 그럼 행복한 연휴 보내요

 umm,,님께 댓글 로또 4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빂아영  4일 전  
 빂아영님께서 작가님에게 111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1
  제인•_•  4일 전  
 향월님 꼭 행복한 연휴되세요! 연휴라고 또 열심히 하주신다니ㅜㅜ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도 잘보고 가요!

 제인•_•님께 댓글 로또 6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오징구  4일 전  
 추석 잘 보내석요:)

 오징구님께 댓글 로또 8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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