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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언제부터 죽어 있었습니까 - W.유기
언제부터 죽어 있었습니까 - W.유기


트리거워닝. 가정폭력, 유혈사태, 날붙이 등의 트리거 위험을 포함합니다. 약간의 욕설이 있습니다!






재키와이 anti-
재키 처돌이 하이


 




1.

 흐리멍덩하게 뜬 눈을 느리게 끔벅였다. 살갗이 눈알을 덮었다 말았다 하고. 풍경도 같이 홱 하니 사라졌다가 보였다가. 희부옇게 창창한 하늘이랑 물결이 잘게 일렁이는 작은 호수랑. 그런 것들이 파르르 떨리다가 사라진다. 그 사람도 함께 사라져버리면 좋겠다고 생각하나 곧 부정.




2.

 수동적인 것이 싫다. 제 의지대로 살기는 무슨 무력에 목이 졸려도 발버둥조차 치지 못 하는 것들. 멍청한 개체들. 세상은 내 물렁한 눈깔 두 짝보다는 훨씬 크고 넓은 게 분명하다. 그럼에도 무의식적 깜박임에 암전으로 가라앉는. 빠르게 홱홱 돌아가다가도 한순간에 끝없는 어둠으로. 잔재도 없이 증발해버리는 미약한 목숨의 크고 넓고 멍청한 세상. 그 세상에 깃든 멍청한 것들. 수동적인 게 멍청하다고 생각하지만 비난하지는 않는다. 수동적인 것은 말 그대로 수동적이라서. 결국 그들의 전부에 대한 결정권은 그들을 수동적이게 만드는 것들에게 있다는 게 첫 번째. 두 번째로는 안타깝게도 누군가에 의해 수동적이 되어버린 멍청한 개체들 중 하나인 나 자신.




3.

 기시감. 허리께서부터 꺼림칙하게 타고 올라온다. 온몸에 소름이 돋는 기분.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내 정신에 기생하는 분. 이성은 찍어누르고 본능을 뒤흔드는 것. 숙주를 최초의 인간으로, 법과 규제가 없던 그때의 인간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 현세를 바꿀 힘을 가지고 있단 걸 안다. 나는 다만 기생한 것들이 내 정신을 잡아먹게 하지 않는다.


4.

 마침내 마주하는 기시감의 주체. 언뜻언뜻 길어지며 휘청거리는 그림자. 역겨운 응어리가 목구멍으로 끓어오른다. 귀를 후벼파는 이명. 귀를 틀어막고 눈을 질끈 감는다. 덮쳐오는 익숙한 영상. 눈을 감으면 도래하는 악몽. 지겨운 술냄새와 그가 풍겨대는 악취. 인생의 길에는 가로등 대신 청록 술병이 널브러졌을 사람. 내 아버지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그러나 눈앞의 현실. 밀려온다. 거칠게 밀려온 파도에 빠져 죽는다. 밀려온 현실에 빠져 죽는다. 기시감에 이미 빠져 죽었다.




5.

 정신적 도피를 그만두었다. 버럭 소리부터 지르고 보는 아버지의 만성적 시비조. 손에 들고 만지작거리던 돌멩이를 호수 한가운데에 겨냥해 던졌다. 호수 위로 연이어 퍼지는 둥그런 모양들. 수중에서 침몰하고 있을 돌멩이. 수면파가 퍼진다. 파동에 대해 배웠던 게 기억나지 않는다. 저편에서는 휘청거리는 아버지의 그림자가 가까워진다. 집으로.




6.

집안을 두리번거리며 신발을 벗었다. 비어 있는 거실. 약간 열린 작은 방의 문을 열었다. 낡은 문짝이 끼긱거리는 불쾌한 소음. 얼굴을 구겼다. 방구석에 고개를 박고 앉은 향기. 뒤돌아 문을 닫고 향기에게 가까이 갔다. 문을 여닫는 소리에 이어 가까워지는 인기척에 몸을 움츠리는 자기방어. 향기와 같은 모양새로 무릎을 감싸고 옆에 앉았다. 고개를 들어 날 보고 다시 고개를 묻은 향기. 곧 깨져버릴 적막한 평화. 철문이 벽에 부딪히치며 챙챙거린다. 등장도 화려한 아버지. 욕지거리를 작게 뱉어냈다. 좁은 집에 제 소리가 가득 차도록 소리친다. 야 이 새끼들아! 니네들은 아부지가 왔는데 얼굴도 안 비추나? 퍼뜩 안 나오나! 늘 같은 레퍼토리. 늘 같은 대처. 나는 몸을 일으켰다.




7.

 일어서려 했는데, 향기가 붙잡는다. 손목을 잡은 손을 놓으라 하자 아예 두 손으로 붙든다. 나가지 마. 왠지 느낌이 안 좋아. 평소랑 다른 것 같아. 눈물이 가득 괸 억실억실한 눈. 근데 나도 오늘이 평소와는 다른 것 같아. 오늘은 꼭 나가야만 할 것 같아. 억지로 떼어낸 손. 향기는 굳이 버티려 하지 않고 힘을 푼다. 그냥 나가! 네가 정 나가고 싶으면 나가버리라고. 그래서 아버지랑 둘이 싸워라! 그래, 그럼 딱 좋겠네! 계속 잡는 대신 향기는 자리에서 일어나 바락바락 소리를 쳐댄다. 기분이 어딘가 께름칙하기는 했다. 그래도 애써 도외시하는 살풍경. 아버지가 있는 거실로 나가려 문고리를 잡는다. 이 문을 열면 아버지가 있겠지. 지겹도록 봐왔던 그 모습이. 술에 취해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아버지가. 게슴츠레 뜬 눈깔에 가득 서린 취기 사이로 언뜻언뜻. 지겹도록 스산한 살기를 가진 아버지가.




8.

  끼이익. 문틈이 벌어지며 소름끼치는 비명을 지른다. 좁은 틈 사이로 비틀거리는 아버지. 작게 중얼거리는 혼잣말. 이 문을 열면. 입을 뻐끔거리기만. 다음 말을 잇지 못 한다. 마른 입술을 달싹였지만 듣기 거북한 쇳소리만. 말 못 하고 빠끔빠끔 빠끔빠끔. 계속 빠끔거리는 꼴이 꼭 물 밖 금붕어 같다. 나는 뭍으로 내던져진 물고기. 숨막히고 고통스러워서 몸을 뒤집고 펄떡거렸다. 하나 결단코 돌아갈 수는 없는 어항. 편안하고 안전하며 포근했던 그 태초의 고향은 결코 지친 몸을 누일 안식처가 될 수 없다. 헐떡이는 숨을 부여잡고 뱉는 쇳소리. 애원. 살려 주세요, 저 좀 살려 주세요. 살려 줘, 제발 아무나 날 좀…. 
 

9.

​ 퍼뜩 정신이 들었다. 속으로만 새기고 있다 생각했던 걸 나도 모르게 발음하고 있었다. 손잡이를 잡고 선 채 살려달라는 말만 반복. 등에 꽂히는 향기의 시선. 선 자리에서 상체만 돌려 향기를 보았다. 오는 눈을 피하지 않고 응시하는 큼지막한 눈. 눈꺼풀이 파르르 떨린다. 힘없이 고개를 떨구고 몸을 바로 했다. 손잡이를 쥔 손을 뻗고, 활짝 열리는 낡은 문짝. 거실로 나왔다. 비틀거리며 뒤도는 아버지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향기가 그랬던 것처럼, 눈을 똑바로 마주했다. 향기는 이렇게 내 눈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내가 아버지를 혐오하는 것처럼, 향기도 나를 끔찍하다고 생각했을까. 내가 알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다만 다함이 없을 아버지의 독기. 그리고 비친 메마른 풍경.




10.

낄낄대는 소리. 술병을 들고 휘청거리며 아버지는 웃어댔다. 나는 그 눈을 가만히 보았다. 평소처럼 흘리듯 던지는 말. 씨발, 뭘 봐. 평소와는 다르게 안면에 박아넣듯 새기는 대답. 아버지의 살기와 용기를 닮고 싶어서요. 그걸 담은 눈을 계속 보고 있으면 내 눈에도 그게 담길까요. 굳어가는 얼굴. 말을 이었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한결같이 우리를 금방이라도 죽여버리고 싶단 눈으로 볼 수가 있어요. 우리를 화풀이 대상으로 삼는 동안 단 한 번도 두려웠던 적이 없다면 아버지의 용기를 물려받고 싶네요. 뚫을 듯 노려보는 핏발 선 눈. 아버지는 술병을 댕그렁 내려놓고 비틀거리며 부엌으로 갔다. 그럼에도 움직이지 않고 아버지가 있던 자리를 멍하니 바라보기만 하던 난. 아마 정신이 나가 있었던 것 같다. 열린 문틈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향기의 비명. 향기는 다급한 소리로 옆을 보라고 했다. 소리치는 향기를 보고 느리게 돌린 고개. 칼 손잡이를 움켜쥐고 달려드는 아버지가 시야를 가득 채웠다. 반사적으로 돌린 칼의 방향. 날 향했던 날은 반대쪽으로 돌아갔다.


11.

아버지의 명치를 칼이 푹 파고들었다. 타고 내리는 핏물. 아버지도 인간이란 걸 알았다. 역겨운 기분. 어린 우리를 손찌검했을 때부터 인간임을 부정하는 게 아니었나, 당신은. 그럼에도 나는 인간이라고 우기고 싶어서 누런 장판을 이렇게 벌겋게 물들이는 건가. 아버지는 손을 부들부들 떨며 칼을 뽑아냈다. 그리고 힘없이 쓰러지는 몸. 피를 울컥울컥 쏟아낸다. 갑자기 정신이 들었다. 동시에 목구멍을 뚫을 듯 치솟는 감정. 나는 토사물을 바닥에 흝뿌렸다. 우웩, 웩. 눈을 크게 뜨고 쓰러져 몸을 떠는 아버지. 묽게 검붉은 핏물 웅덩이. 속에 든 것을 전부 게워내는 나. 향기가 모든 걸 보고 있었다. 찢어지는 오열. 향기는 문을 열고 나오려 했다. 나는 막았다. 닫은 문이 열리지 않게 막은 몸이 막 흔들린다. 문 좀 열어보라고 울부짖는다. 입가의 잔여물을 닦아냈다. 시장에 갔다가 귀가하신 어머니. 손에 든 비닐봉지를 떨구고는 비명을 지르며 뛰어 들어오신다. 현관에 나동그라진 비닐봉지에서는 찬거리들이 비져나오고. 죽은 생선과 눈이 마주쳤다. 곯아버릴 초점 없는 시선. 고인 핏물이 담은 내 눈. 또한 금방 썩어버릴 것만 같은 것.




12.

죽어버린 생선의 눈깔과 멍하게 굳은 내 눈깔. 똑같다. 사실 난 이미 죽어있던 걸까. 그렇다면 언제부터였을까. 아버지, 대답해 주세요. 전 언제부터 죽은 숨이었습니까?









삐뽀 님으로부터 받은 소재입니다! 약 일 년 반 전에… 까먹으셨겠지만 혹시라도 보신다면 좋은 소재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ㅅ♡ 캡처본이 없어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어찌할 수 없이 제 아비를 칼등으로 찌르는 민윤기ㅡ라는 뉘앙스였던 것 같습니다 매력 있는 소재 받은 데에 비해 완성도가 낮고 무의미하네요 기승전결도 거의 없다시피 한 데다가 감정 묘사하는 게 귀찮은 탓에 행동의 인과관계도 명확하지 않고… 볼수록 단점만 드러나네요 삐뽀 님께 죄송하기도 하고 만족스럽지 못 한 결과물입니다
하지만 재키 처돌이는 재키 노래를 비지엠으로 깔아서 행복합니다! 다들 들어주셨길 바라요
뭔가 할 말이 있었는데 기억이 안 나요 끝까지 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좋은 밤 되세용♡

아핫 좀 전에 생각났습니다 굳이 중간에 넣지 않아도 될 것 같으니 여기에 그냥 이을게요
여러분이 글을 보셨다고 해서 꼭 댓글을 달아야 한다고는 생각 안 해요 전 제 글에 객관적인 편이라고 생각하지만 타인의 시선도 필요하기 때문에 여러분의 반응을 보고 판단해요 글을 봤으면 칭찬하는 게 예의라고 생각하시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댓글과 조회수 차이가 많이 나면 기분이 안 좋으신 분들도 물론 계시지만 전 별 신경 안 쓰니까욧 글 봤는데 내 취향 아니다 싶으면 굳이 댓글 안 다셔도 되고 무조건 와아악 하지 않으셔도 돼요
뭔가 주절주절 늘어놓는 말이 된 듯 싶지만 혹시 글을 보면 꼭 댓글을 달아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면 저한테는 안 그러셔도 된다는 뜻이에요! 헐 이 말 약간 싸가지 없었지만… 그냥 그렇구나 해 주세요
다들 예쁜 저녁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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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아물다  3일 전  
 해수님 글을 이제서야 찾아 읽은 저를 매우 치세요.... 대가리 박고 댓글 씁니다..... 얼핏 필력이 대단하신 분일 거라 충분히 예상은 했습니다만.... 앗 저 일단 눈물 좀 닦을게여(부빗)... 심호흡도 좀 하고

 답글 2
  허용  5일 전  
 허용님께서 작가님에게 10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1
  백 연화  5일 전  
 소년 님은 천재... 신가요... 사랑해요... ILY

 백 연화님께 댓글 로또 8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임혜월  5일 전  
 유기 님 천재............... 오늘도 글 잘 읽고 가요♡♡

 임혜월님께 댓글 로또 1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츠연보라  5일 전  
 해수 님 글은... 언제봐도 정말 몰입력 쨩쨩이고 대박인 것 같아요... 사랑해요ㅠㅠㅠ

 츠연보라님께 댓글 로또 5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강하루  5일 전  
 글 잘쓰시네요

 답글 0
  기뭉  5일 전  
 Woww...믿고 읽는 해수 님 글...진짜...잘 보고 갑니다...

 기뭉님께 댓글 로또 8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잔결☙  5일 전  
 잔결☙님께서 작가님에게 10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잔결☙  5일 전  
 브금이랑 글이랑 딱입니다.. 글읽고 멍하니 그냥 앉아있었어요 막막 뭐라하지 여운이 가시지 않아서 댓글 쓰는것도 까먹고 있었어요ㅜㅜ

 잔결☙님께 댓글 로또 23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만큼님  5일 전  
 만큼님님께서 작가님에게 100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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