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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세자빈이 낫더이다. - W.율격
세자빈이 낫더이다. - W.율격









세자빈이 낫더이다.









워낙 순수해서 그 자리는 제 것일 줄 알았나이다.




아, 스스로 순수하다 일컫는 것도 우습사옵니까?




그렇다면 무지하다 하옵지요. 그러나 정말 알지 못하였습니다.




내정자, 뭐 그 따위 것은 알지 못하였습니다.




그 콧대 높던 기집애가 뭐 삼정승의 딸내미들도 죄다 지 아래로 보는 것을 이해치 못하였사옵니다.




물론, 결국 저하의 마음을 이리 얻은 것은 저이니 지금 빈궁마마와 제 위치를 바꾸고 싶다는 말은 아닙니다.




하하하! 어떻습니까, 빈궁마마? 제가 얄미워 콧대를 꽉 눌러주고 싶으나 그토록 연모하시기 마지 없는 세자 저하께서 더더욱 마마를 미워하실까 두려워 어찌하지도 못하고 속만 삭이는 마마의 모습이 말이옵니다. 스스로도 배가 아프게 우습지 않나이까?




첩실이면 무엇이 어떠합니까. 첩실도 그냥 첩실이 아니라 자그마치 저하의 첩입니다, 세자 저하의 첩!




본처로써 좋은 것이 무어 있사옵니까, 결국엔 지아비 사랑도 받지 못하고 늙어가는 노처녀나 다름이 없는데.




곰 같은 처로써 사랑을 받지 못할 바엔, 이리 여우 같은 첩이 되어 대왕대비마마, 대비마마, 중전마마에 지아비의 사랑까지 한몸에 받는 것이 백 번은 낫소이다!




저를 보실 때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이 아주 보기 좋습니다. 뭐, 이젠 체념하셨는지 냉기 서린 그 눈빛도 나쁘진 않습니다만.




그저, 왠진 몰라도 마마께서 고통 받으시고 심장이 갈기갈기 찢어진 듯 아파하시는 그 모습이 좋습니다. 제가 이 세상을 다 가진들 그 기분에 비할 수 있을런가요.




아아, 나의 세자 저하를 탐하시는 것은 괘씸합니다. 그래서 저하와 함께 조용한 시간을 보내노라면 언제나 저하께선 저만을 사랑하신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합니다. 거기에 빈궁께서 자꾸만 저를 향한 저하의 사랑을 질투한다는 말을 가미하면 저하께서 격렬히 분노하시니 제게는 그런 기쁨이 또 없지요.




저하, 저하는 어떠십니까? 설마... 저 외에 그 휘를 함부로 부를 이가 있을까요? 저 또한 망설이고 망설이다 나긋이 입 밖으로 내는 그 휘를, 혹여 빈궁마마께 내어 주었다 하시오면 제 마음은 으스러지고 와장창 부서져 내릴 것이옵니다.

*휘는 왕족의 이름을 뜻합니다.




아하하, 저하. 역시, 그 휘는 제게만 허락된 것이지요. 보답으로 저는 항상 저하의 곁에 있겠습니다. 김, 태, 형. 그 이름 석자, 똑똑히 이 가슴에 새기어 항상 떠올릴 수 있는 저하의 내조자가 되겠습니다.




그러니 저기 저 자기 뜻 굽힐 줄 모르고 항상 허리를 빳빳하게 세우는 세자빈은 버리시고 제게 오시옵소서. 저의 품은 언제나 여지 없이 저하의 것이며, 빈궁마마의 품은 버림받은 여인의 것에 불과합니다.





빈궁마마의 머리칼에 입을 맞추어 무엇 하시렵니까, 그 입술에 저하의 입술을 겹쳐 어찌하시렵니까.





그러려거든 제 머리칼을 한번 더 쓰다듬어 주시고, 제 붉디 붉은 입술에 저하의 그 입술을 한번 더 대어 주십시오.




빈궁마마께선 국모로써 가진 것이 넘치지만, 제게는 저하가 답니다. 한낱 후궁이 왕의 사랑도 받지 못하면 무엇하겠습니까. 저를 불쌍히 여기시어, 저에게 저하의 그 온전한 마음을 주옵소서. 그리하시오면 제가 그 마음 닦고 또 닦아, 영영히 간직하리이다.




하온데 저하, 아시나이까? 세간에 도는 소문이 요상하기가 짝이 없습니다. 세자께서 드디어 그 여시 같던 년을 떨치시고 빈궁께로 마음을 돌리시었다 합니다. 그러고 보니 요새 발길이 뜸해 지신 것 같기도 합니다. 오늘은 제 침상에 누우시겠지요?




어찌하여... 어찌하여 이리 오시지 않으십니까! 그리 밤을 보내어도 제 태중엔 아이가 있지 아니하온데, 그 하룻밤을 보내었다고 빈궁은 글쎄 아들을 잉태했답니다! 오늘은 반드시 오시옵소서, 그리하여 아직 저하의 마음이 온전히 제게 있다는 것을 만천하에 알리시옵소서.




어찌, 어찌 그러십니까! 저하께서 절 아끼신다면, 저하께서 절 은애하신다면 어서 오셔서 제가 세손을 잉태케 하시어야 합니다! 저 빈궁이 앙칼지고 여우 같은 눈빛으로 부른 배를 어루만질 때마다 온몸에 소름이 돋고 악에 받칩니다. 절망적인 기분이 온몸을 감싸서, 빈궁이 이젠 부럽기 까지 합니다. 어서 제 처소에 드세요, 저하. 오매불망 저하만을 기다리는 이 힘없는 첩실의 마음을 알아주십시오.




아아아, 날이 갈수록 초조해지옵니다. 세자빈은 이제 만삭인데, 그간 저하께서는 한 번도 제 처소에 들지 아니하셨나이다! 빈궁이 낳는 게 사내아이라면 전 이 궁에서 끝장입니다. 제가 아들을 낳아도, 제 아들은 왕위는 넘볼 수도 없게 된단 말입니다!




저하, 곧 있으면 합방일이옵니다. 만일 빈궁께 일말의 마음조차 두지 않으셨던 때에 빈궁과의 합방일은 쉬이 어기셨던 것처럼 제게도 그러하신다면, 저는 어찌해야 하는 것입니까. 저하의 마음이 제게서 떠나가셨다 믿어야 할까요.




저하! 저하! 저는 기다렸습니다. 바쁘시겠지, 뭔가 업무가 남으셨겠지. 그런데... 지금 동이 틉니다. 언제 오시나이까. 저는 언제까지 기다려야 합니까. 아니, 아니 되옵니다. 제게서 마음이 떠나신 것은, 진정으로 아니 되옵니다.




하하하! 저하, 오래간만에 참으로 행복한 날입니다. 글쎄, 빈궁이 낳은 세손이 3일만에 요절하였답니다. 제게도 기회가 있습니다! 그 기회는 제가 잡겠습니다, 잉태만 하게 하여주옵소서.




어찌 끝까지 오지 않으십니까. 왜, 왜 끝까지... 절, 진정 버리신겁니까?




아닙니다! 이것은 결코 저하의 핏줄입니다. 제 뱃속에 웅크리고 있을 아이는 세손입니다! 호위무사의 자식이라뇨, 그럴 리 없습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아아악!




눈물이 쏟아지나이다. 저하께서 절 사랑하셨잖습니까. 절 은애하시고, 절 마음에 두겠다 하셨잖습니까. 왜 절 탓하십니까. 제가 여우 같은 것이 아니라, 저하의 마음이 갈대 같으신 것이옵니다. 왜, 왜 저만을 탓하십니까!




끝까지 돌아보시지 않으신다면, 저 또한 미련을 갖지 아니하겠습니다. 딱 세걸음 걸으시고 뒤돌아 보실게지요? 아, 다섯 걸음이었습니까?




왜... 왜 아니 돌아보십니까. 한때 당신께서 은애했던 이가 이리 처절하게 망가지는 것을 왜 돌아보지 않으십니까.



저하께서 절 더 이상 사랑하지 않으신다면, 전 어찌합니까.




하.




하하.




사랑 가득 받고 비참해질 첩보다, 뒤늦게 사랑 받는 세자빈이 낫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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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방탄이둘♥여주  2일 전  
 와... 제가 진짜 사극을 좋아하는데 이런 띵작... 엄청난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방탄이둘♥여주님께 댓글 로또 3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태뷔짐  12일 전  
 사극말투대박!!!

 태뷔짐님께 댓글 로또 5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강하루  12일 전  
 글 잘쓰시네요

 답글 0
  달서원  12일 전  
 와...진짜...사극 말투 대박...진짜 율격이 필력 사랑해❤

 달서원님께 댓글 로또 1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아미라구욤  12일 전  
 자까님 오늘도 필력이 쩔어요ㅠㅜㅠㅠ♡♡

 아미라구욤님께 댓글 로또 5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단쁨  12일 전  
 단쁨님께서 작가님에게 1004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1
  단쁨  12일 전  
 필력 실화에요?!♥ 아 진짜 작가님 사랑해요♥ 아니 정말 저 필력 어쩌면 좋아ㅜㅜㅜㅠ 사랑해요 작가님:)♥

 단쁨님께 댓글 로또 12점이 지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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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_지인  12일 전  
 강_지인님께서 작가님에게 506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1
  _페버_  12일 전  
 오우갓......
 분위기.. 미쳐써ㅠㅠ
 필력 오늘두 짱이다ㅠㅠㅠㅠ♡♡

 _페버_님께 댓글 로또 10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ખਅ  12일 전  
 필력 대박이다 어떻하면좋아 ㅠㅠㅠㅠ♥♥

 ખਅ님께 댓글 로또 24점이 지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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