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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김태형] 수취인 불명 - W.우월
[김태형] 수취인 불명 - W.우월





수취인 불명
: 우월







To. 외국물 머근 김텽왕자!




태형아, 아. 이거 진짜 네 집으로 도착하는 거 맞겠지? 조만간 근교 앞 전화 박스도 모조리 철거 될 거래서. 이왕이면 전화를 하고 싶었는데 이미 전선까지 다 끊겨 있더라(완전 너무하지!) ㅠㅠ. 네가 세 달 전 서울 상경했다고 나한테 편지 썼었던 기억이 나서 나도 꽁 박아뒀던 편지지 한 장 꺼냈다. 이 문장 눈으로 훑고 나면 좀 입가에 미소 걸렸음 조켓네. 허허.

근데 태형아, 나 오늘 정말 이상한 소리를 들었어. 글쎄 서울에 있을 네가 외국으로 갔대. 적고 나니까 갑자기 눈이 시큰해지는 거 있지. 처음엔 마냥 어이가 없더라고. 네가 말 없이... 그러니까 전화 한 통 없이 어디 갈 애가 아닌데! 하니까 엄마가 꽈리고추 볶음이 담긴(이거 너가 젤 조아햇지?ㅋㅋ) 그릇 내려놓으면서 혀를 쯧쯧 차시더라. 완전 무시하는 기분이었음 ㅡㅡ 나중에 다시 여기로 내려오면 태형이 네가 대신 한 마디만 해주라! 내 일평생 소원으로 지정... 위시리스트! (이거 찜이자나 ㅎㅎ)

그러니까 엄마가 그렇게 말했어. 태형이는 이미 외국 간 지 두 달이나 넘었다면서. 갑자기 이상하게 심장이 쿵 떨어지는 느낌? 아까 자려고 누웠는데 별의별 이상한 생각이 다 들었어. 일단 네가 생각하는 욕지꺼리들도 맞고 ^^; 아무래도 떨어져 있는 시간이 길다보니까 너는 나를 우연히 잊고 잘 살고 있다는 의미겠지. 사실 외국으로 편지 보내는 법까지는 잘 몰라서. (알자나! 나 이런 거 젬병인 거.) 그래서 이 편지도 서울의 네 집 주소로 보내는 건데. 나중에 꼭 읽을 거지?

우리 처음 만났던 날 기억 나? (웩, 이건 나도 쪽팔리니까 너가 알아서 빗금 좀 그어주셈 ㅡㅡ) 대구에서 전학왔다는 말 듣고 진짜 너무 반가웠었어. 같은 고향이라는 것도 안 믿겼고... 음, 내가 생각하기에 우리 둘은 접점이 많았었으니까. (나 학교에서 배웠는데, 이런 건 유식하게 교집합이라고 부른대.) 근데 나 사실 첨엔 너 쬐간 무서워따 ㅋㅋㅋㅋㅋㅋㅋ 야... 편지로 웃으려니까 너무 힘들다. 나한테도 휴대전화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키읔 쓰는 게 이렇게 힘들 일이야? ;;; 휴대전화 생기면 너랑 연락도 더 수월하게 할 수 있을 텐데. 왜... 그거 있잖아. 카카오톡! 그건 어느 곳에 있든 연락 가능하다며.

쓰다보니까 벌써 한 장 꽉 채웠네, 이제 두 번째 장! 이거 안 읽고 버리면 죽는다! 아무튼 태형아. 처음엔 무서웠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네가 참 좋은 애라는 걸 알게 돼서 나는 너무 기뻤다 ㅎㅎ 언제 한 번 나 함은택(너 기억 못할까봐 덧붙인다, 내 전남친 이름!)한테 장난감 마냥 놀아나서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었을 때 말이야. 너 기어코 나서서 주먹 날렸었잖아. 그때 참 고마웠어. 물론 그 후로 애들 사이에서 너 깡패 아니냐는 소문이 자자했었지만 ㅡㅡ 외국 가서 막 갱? 그런 거 되는 거 아니지? ㅠ.ㅠ 그래도 주먹 함부로 쓰지 말고. 나는 너 좋은 아이라는 거 모든 사람들이 다 알았으면 좋겠단 말야.

서울 간다던 그 날 너가 줬던 목도리 있잖아, 나 그거 아직까지 한 번도 못 둘러봤어. 세 달 내내 계속 같은 방 같은 구석에 있다. 이제 너무 오래돼서 지금 여기서 쳐다봐도 뽀얀 먼지 앉은 게 눈에 다 보일 정도야. 내가 바라는 게 너무 많아서 미안한데, 이것도 네가 다시 여기로 오면 네 손으로 직접 둘러주라. 그땐 깨끗하게 먼지도 털고 세탁도 해놓을게.

그냥... 나는 네가 멀어지는 게 무서웠어 태형아. 같은 곳에서 나고 자라 나랑 점점 사이가 벌어져가는 게, 아무리 괜찮다고 단언해도 자꾸 눈물이 나왔어. 우리 아직 연애하고 있는 건 맞는 거지? 중학교 졸업하기 전에 네가 그렇게 말했잖아, 이다음에 커서 결혼까지 하자고. 지금 어디 아픈 건 아니지? 그냥 내 눈 앞에 네가 없으니까 무섭더라. 서울로 떠나보낸 그 날 사실 집에 가서 펑펑 울었어. 가시나가 미쳐서 베갯잎을 다 적시냐고 등짝까지 몇 번 후려맞긴 했는데, 아파서 더 울었다. ㅋㅋㅋ

그때의 네가 빈말로 했던 말인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나는 진심으로 받아들였었어. 이것도 내가 둔하니까 그걸 믿냐고, 그렇게만 말해줘도 난 여한 없을 거 같애. 솔직히 이제 네 얼굴이 잘 기억이 안 나. 꿈 속에라도 나와주면 참 좋을 텐데, 야속하리 만큼 어떻게 한 번도 나한테 얼굴 한 번을 안 비추어주냐. 아까 일평생 소원이라고 했던 거 다 취소할게. 얼굴 한 번만 보게 해줘. 어디서 뭘 하는 지, 밥은 잘 챙겨 먹었는 지 같은 거 다 필요 없으니까, 한 번만. 많은 거 안 바라.

그땐 내가 더 많이 손 잡아 줄게. 내가 더 많이 네 집 바래다 줄게. 내가 더 둔하지 않게 행동할게. 우리 그림자 한 번 다시 맞닿아 보는 거, 그게 내 일평생 소원이야. 아직도 네가 떠났던 그 날의 발자국들을 기억하고 있어. 한 계절 지나니까 눈이 다 녹아서 자국도 없더라. 이 다음 번 계절에 네가 와서 다시 발자국 좀 남겨줘. 그 기억 그대로 사랑해줄 테니까.

아직 우리가 사랑할 수 있는 사이였으면 좋겠다.
사랑해 태형아.

p.s. 돌아오면 결혼 확답 남기기. 내 이름 다정하게 불러주기.




From. 김텽의 부분 어딘가(구석이면 좀 슬프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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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天上유화  11일 전  
 헉 글 너무 좋아요ㅜㅜ

 天上유화님께 댓글 로또 1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입꾹  11일 전  
 헉 글 대박 아닌가요? ㅜㅜ

 답글 0
  김코트니  11일 전  
 김코트니님께서 작가님에게 23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신햇반  12일 전  
 잘봣어요

 답글 0
  강_지인  12일 전  
 헉 글 진짜 넘 좋습니다 ㅜㅜ

 답글 0
  제인•_•  12일 전  
 헉 정말 잘보고갑니다ㅜㅜㅜ 글 정말 새로우면서 이쁩니다ㅜ!!

 제인•_•님께 댓글 로또 7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2h2jwh  12일 전  
 오왕

 2h2jwh님께 댓글 로또 7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공전선  12일 전  
 공전선님께서 작가님에게 155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변_뷔  12일 전  
 변_뷔님께서 작가님에게 10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변_뷔  12일 전  
 기쁘다 우월 오셨네! 예쁜 글 잘 읽고 가!

 변_뷔님께 댓글 로또 15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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