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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청춘의 소야곡 - W.꽈
청춘의 소야곡 - W.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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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거 워닝] 이 글은 담배, 죽음 등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날, 습기로 꽉 막힌 공기를 들이쉬며
입으로는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스물의 청춘은
여름에게 압사 당했다.









청춘의 소야곡
집필 | 꽈.









1.


청춘이란 본디 짧은 것이었다. 이제 겨우 스무살인 민윤기의 청춘은 막바지에 접어 들었다. 선명했던 쪽빛이 사라져가고 있었다. 매일을 피 터지게 열심히 살았다. 작은 방 한 칸 얻으려고 하루에 알바를 두개씩 뛰었다. 지지리도 말을 안 듣는 동생은 학교에서 담배나 뻑뻑 피워대며 같잖은 일진 놀이를 했다. 민윤기는 동생의 머리를 쥐어 박으면서도 돈 잘되는 알바가 뭐 있을까 생각했다. 반지하 단칸방엔 벌레가 득시글 거렸고, 누렇게 바랜 낡은 벽지에선 곰팡내가 솔솔 풍겼다. 화장실엔 아무리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물때가 한가득 끼어 있었고, 민윤기와 동생이 가진 이불 두 채는 낡을 대로 낡았다. 그래도 집 있는게 어디냐며 민윤기는 스스로를 위안했고, 민윤기의 동생은 집이 성에 안 찬다며 어린애 같이 투정을 부렸다. 그래도 민윤기 눈치를 설설 보다가 민윤기의 허리와 등, 어깨에 파스를 덕지덕지 발라주었다. 매번 파스 살 돈도 아까워 민윤기가 약국 앞에서 멀뚱히 서있으면 민윤기 동생이 민윤기를 끌고 약국으로 들어갔다. 민윤기는 동생에게 자린고비라며 놀림 받았다. 민윤기는 자린고비가 맞았다. 집에서 밥 먹을 날엔 밥 한 숟가락 크게 우물거리며 김치 하나도 제대로 못 먹었다. 매일 밥 두끼 겨우 먹고 잠자리에 들면 온몸에 안 쑤신 곳이 없었다. 민윤기는 스물이 되어서야 눈물을 그치는 법을 깨달았다. 민윤기의 동생은 그런 민윤기를 보며 숨죽여 울었다. 아마 걔도 스물 즈음엔 단단해 지겠지. 민윤기는 굳이 애써 동생을 달래지 않았다. 민윤기의 동생도 곧 잠이 들었다. 어둠이 깔린 그 밤이 민윤기에겐 유일하게 쉴 수 있는 시간이었다.








2.


민윤기의 고향 마을은 봄을 섬겼다. 봄은 마을 대대로 이어져 내려와 인간의 몸에서 현신했는데, 대체로 전부 여자였다. 봄이 현신한 사람에겐 엄청난 돈과 집 한 채를 주었다. 이장님은 민윤기보고 다음 봄은 민윤기라고 일렀다. 그 해 민윤기의 나이는 열아홉이었다. 청춘은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민윤기는 이장님께 말을 전해 들은 다음날 모든 살림살이들을 바리바리 싸들고 동생을 옆구리에 끼고 서울로 올라왔다. 중간에 마을 어른을 만나서 굵은 눈물 뚝뚝 흘리며 바락바락 서울로 올라가겠다고 우겨댔다. 당황한 마을 어른은 길을 비켜섰다. 민윤기는 재빠르게 마을을 벗어났다. 민윤기의 심장이 고장난 듯 마구 뛰어댔다. 민윤기의 동생은 눈물을 흘려대는 형을 보고 눈을 마구 크게 떴다. 민윤기는 거친 호흡을 뱉어냈다. 그날 밤에는 겨울 냄새가 자취를 감췄다. 민윤기는 눈물을 겨우 그치고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고속 버스엔 승객 세명과 버스기사, 민윤기와 민윤기의 동생이 다였다. 민윤기는 옆자리에 앉아 새근대는 숨소리를 내뱉는 동생의 머리카락을 살살 어루만졌다. 민윤기는 그날 밤에 봄의 손아귀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다. 봄은 민윤기를 그냥 내버려 두었다. 아직은 현재 머물러있는 몸이 좋다고 여겼다. 봄은 알게 모르게 민윤기를 고문했다. 스무살 민윤기는 민둥해진 마음을 숨겼다. 민윤기의 가슴은 온통 곪아있었다.








3.


봄은 서울에도 찾아왔다. 민윤기는 아무것도 몰랐다. 민윤기의 동생은 여전히 학교에서 형의 담배를 쭉쭉 빨아당겼다. 봄이 서울로 올라왔을 그 언저리에 민윤기가 막노동 하는 곳에 임여주라는 여자애가 일 하겠다며 무턱대고 찾아왔다. 임여주는 보기보다 일을 잘했다. 손목이 하얗고 가느다래도 남자인 민윤기 보다도 일을 능숙하게 소화해냈다. 민윤기는 임여주와 대화 한 번 하려들지 않았다. 반대로, 임여주는 민윤기에게 가끔 말을 걸었다. 전부 낭만 어쩌고, 봄 저쩌고하는 영양가 없는 것들이었다. 민윤기는 임여주에게 문과냐고 물었다. 임여주는 문과가 뭐냐고 되물었다. 민윤기는 대답을 하지 않고 다시 물건을 나르기 시작했다. 임여주는 민윤기를 더욱 마음에 들어했다. 임여주가 민윤기에게 호감을 가질수록 민윤기는 왠지 모를 오한을 느꼈다. 민윤기의 무의식이 민윤기에게 경고를 하고 있었다. 임여주를 피해, 봄을 피해. 그러려고 서울 올라왔잖아. 어서, 피해. 한날 민윤기는 임여주의 외모를 찬찬히 살펴봤다. 얼굴은 하얗게 창백했지만 볼 부근은 불그스름했다. 입술은 꽃물이 들었는 듯 은은하게 빛났다. 머리는 새카맸지만 햇빛을 비추면 겨울을 단단하게 이긴 나무 같은 진고동색을 띄었다. 그제서야 민윤기는 임여주를 제대로 바라보았다. 민윤기는 임여주, 아니 봄을 보고나서부터 불면증에 시달렸다. 결국, 민윤기와 걔 동생은 고향 마을로 돌아갔다. 대한민국 내에선 민윤기가 봄을 피할 수 없었고, 그렇다고 민윤기는 해외로 나갈 여건이 되지 않았다. 민윤기가 돌아온 봄의 끝무렵에서 이장님은 껄껄 웃고 있었고, 임여주는 민윤기를 졸래졸래 따라 민윤기의 고향으로 같이 왔다. 민윤기는 겨우 봄에 적응했다. 여름의 초입에 임여주는 사라졌다.








4.


임여주는 사라졌지만, 봄은 잔재했다. 고향에 돌아온 민윤기는 시도때도 없이 담배를 푹푹 피워댔다. 민윤기의 동생은 여전히 민윤기에게 머리를 쥐어박히고 있었다. 민윤기의 청춘은 고향에 오고서 완전히 사라졌다. 이장님은 웃으며 다음 해의 봄을 잘 부탁한다고 했다. 저번에 얼떨결에 민윤기를 서울로 보내준 마을 어른도 다시 고향에 잘 왔다며 민윤기의 등을 툭툭 두드렸다. 민윤기는 마을에서 준 집에서 살았다. 반지하 단칸방에서 살다가 그나마 깨끗한 투룸에 사니 민윤기는 마음이 오묘했다. 민윤기의 동생은 집이 마음에 든다고 보자마자 쿵쾅 대며 바닥이 부서져라 뛰어다녔다. 민윤기는 그런 동생에게 머리를 한 번 더 쥐어박았다. 민윤기의 동생은 울상을 지으며 풀이 죽었다. 민윤기는 메마르게 한 번 웃은 뒤에 다시 담배를 피워댔다. 이제 동생은 민윤기를 애연가라고 불러댔다. 민윤기는 딱히 그 말에 왈가왈부 하지 않았다. 민윤기는 애연가라는 말에 딱 들이맞았다. 그 여름의 습기에 압사당한 민윤기의 청춘은 담배 연기로 가려졌다. 고향에 돌아온 민윤기는 다시 눈물이 많아졌다. 감정이 꽤 민둥해졌다 생각했는데, 오해였다. 민윤기는 자기도 모르게 여름에게 압사 당할까봐 두려워했다. 민윤기의 마음에 임여주가 뿌리내렸다. 봄은, 그렇게 민윤기에게 천천히 스며들었다.








5.


민윤기는 펑퍼짐한 재킷을 입었다. 겨울도 다 지났다. 이젠 스물이 아니라 스물 하나였다. 기분이 꽤 궁상맞았다. 민윤기는 고두밥을 한가득 퍼먹었다. 요샌 고기 반찬도 거의 매일 먹었다. 민윤기는 한층 따뜻해진 날씨에 임여주를 떠올렸다. 민윤기는 청춘 그 자체였다. 민윤기가 스물하나가 되고 두 달 뒤에 민윤기는 봄이 되었다. 임여주의 끝이 민윤기의 시작을 알렸다. 봄은 민윤기를 좋아했다. 그래서 민윤기에게 오래 머물러 있기로 맘먹었다. 민윤기는 봄에 젖은 만큼 봄에게 민둥한 마음을 내어주었다. 그래서 민윤기는 봄이 되었다. 민윤기의 마음 속에 잔재하던 임여주는 봄으로 치환되었다. 민윤기의 동생은 형이 달라졌다며 호들갑을 떨어댔다. 민윤기는 이성적이 아니라 감성적으로 바뀌었다. 민윤기의 낯빛은 창백해졌고, 볼만 비정상적으로 불그스름했다. 입술은 꽃물을 물들인 듯 빛났다. 머리카락은 까매졌고 햇빛이 비춰지면 진한 고동색이 되었다. 민윤기는 점점 임여주를 닮아갔다. 가느다랗고 하얀 손목엔 힘이 생겼다. 민윤기는 봄도 꽤 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봄은 여름보다 약했다. 푸른 쪽빛은 여름이 올 수록 묽어졌다. 민윤기는 여름의 눅진한 습기에 압사당했다. 한여름 소야곡의 메들리는 민윤기를 그렸다. 민윤기는 육월 말이 되어서야 담배 연기와 함께 사라졌다. 민윤기의 낡은 예술은 봄을, 아니 임여주를 묘사했다.














민윤기가 봄이 되길 싫어하며 서울로 떠난 이유는... 일단 봄이 구려 보였기 때문이고, 봄을 두려워했기 때문이에요 봄이 두려운 요소는... 알아서 생각하심 될 것 같아요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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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년정거장  3일 전  
 진짜 대박적ㅠㅠ

 3년정거장님께 댓글 로또 4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서교복   7일 전  
 당신 진짜 천재야? ㅠㅠ ♡♡

 답글 1
  다율님  7일 전  
 다율님님께서 작가님에게 521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2
  임혜월  7일 전  
 애연가.... 임여주..... 글 읽으면서 콕콕 찔렸어요 키키 오늘도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여가 님 천재를 만세삼창햇어요... 여가 사랑 나라 사랑

 임혜월님께 댓글 로또 1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김류은.  7일 전  
 김류은.님께서 작가님에게 666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3
  스톤 아이  7일 전  
 스톤 아이님께서 작가님에게 677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2
  유화柳花  7일 전  
 너무 이쁜 글이네요ㅠ

 유화柳花님께 댓글 로또 7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기뭉  7일 전  
 기뭉님께서 작가님에게 80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2
  레나뽀짝  7일 전  
 글이 너무 좋아요ㅜㅜ

 레나뽀짝님께 댓글 로또 13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도레  7일 전  
 도레님께서 작가님에게 248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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