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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02화. 미시감 - W.유케이°
02화. 미시감 - W.유케이°



사건명 MISCHIEF


02화. 미시감





Copyright. 2019. 유케이°. All right reserved.

* 제 모든 글은 픽션입니다.










Mischief : 나쁜 짓, 장난.










"왔냐."




도어락을 풀고 들어가니 주방 쪽에서 윤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방에서 현관까지의 거리는 멀지 않았기에 윤기는 금방 현관 앞으로 와 여주를 맞이했다. 여주가 한 손으로는 신발을 벗으며 다른 한 손을 흔들어 윤기에게 인사하자 윤기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여주가 그에게 손에 든 마카롱을 건네자 윤기가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빨간 건 내 거, 보라색은 오빠 거. 아래 디저트 카페 새로 개업했더라고. 맞다, 오빠 좋아하는 거 블루베리 맞지? 거기 종류 엄청 많아서 이걸 좋아할까, 저걸 좋아할까 얼마나 고민했는데."




사실 그렇게 많이 고민하지는 않았으나, 굳이 그런 말까지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기로 했다. 윤기는 고맙다는 듯 웃어 보이고는 비닐 안에서 여주의 것을 꺼내어 그녀의 입속에 넣어주었다. 평소의 여주라면 가게에서 나오자마자 먹었겠지만, 자신을 위해 예쁘게 포장된 상태로 두려 참았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여주가 제 입안에 들어간 부분만 베어 물고선 행복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오빠도 먹어. 나 오빠 먹는 거 보려고 사 온 거다?"

"저녁 먹고 먹을 테니까 걱정 마. 먹을 때 너 불러서 눈앞에서 맛있게 먹어줄게."




꽤나 진지한 표정까지 지어 보이며 말해오는 윤기에 여주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윤기는 여주의 한쪽 어깨를 토닥이듯 살살 두드리며 말했다.





"나는 저녁 준비하고 있을 테니까, 방 가서 가방 풀고 씻고 나와. 밥을 좀 늦게 해서 다 되려면 20분 정도 남았으니까, 천천히 해도 돼."




여주는 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을 둥글게 말아 알았다는 표시를 해 보이며 제 방으로 들어갔다. 윤기는 여주의 모습이 방문 안으로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주방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Mischief : 나쁜 짓, 장난.









화장실에서 씻고 나온 뒤, 자신의 방이든 주방이든 가려면 여주는 현관을 지나가야 했다. 현관을 마주 보는 곳에 있는 선반 위에 있는 오르골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위에 회색빛 먼지가 쌓인 오르골은 소리가 나지 않아 아까는 의식하지 못했는데, 지금 보니 돌아가고는 있었다.




"이거 고장 난 거 아니었나? 고쳤었나? 언제 그랬지?"




여주가 스노우볼 모양으로 생긴 오르골을 들여다보며 중얼거렸다. 그러나 오르골보다 더 의문이 드는 것은 그 위에 걸린 그림이었다. 검은 페인트 같은 무언가가 흘러내리는 것 같은 모습이 썩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어딘가 위화감까지 들게 만드는 흑백의 단순한 이 그림이 이상하게 느껴지는 것은 여러 번 보았을 테지만 처음 보는 것만 같은 미시감 때문이었다. 들여다보고 있는다고 답이 나오는 것은 아님을 여주 또한 알고 있었지만 그림은 마법이라도 걸린 양 계속 자신을 보도록 끌어당겼다. 한참을 보고 있으니 그림이 정말 흘러내리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민여주, 뭐해?"




그림에 빠져든 여주의 의식을 깨운 것은 윤기의 그 한마디였다. 여주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미소와 함께 고개를 저으며 윤기를 따라 주방으로 향했다.

흑백의 그림이 불러온 묘한 미시감에 집에 오기 직전에 걸려왔던 발신자 표시 제한으로 왔던 그 의문의 전화에 대해서는 잊은 지 오래였다.








Mischief : 나쁜 짓, 장난.









오랜만에 먹는 집밥은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윤기가 흐르는 흰 쌀밥과 두 남매의 어머니가 보내주었다는 특제 소스로 만든 불고기, 그리고 김치를 비롯한 여러 가지 밑반찬. 보는 사람까지 기분 좋게 만들 정도로 맛있게 이것저것 집어먹던 여주가 윤기에게 말했다.




"오빠, 엄마가 전화 좀 하래. 쉬고 있으면서 연락도 안 한다고 그러더라고. 나처럼 꼬박꼬박 전화하고 문자하고 그래야지!"

"월차 내고 나서 내 폰은 일주일 동안 대리점에서 자고 있었다고 전해드려."




여주의 귀여운 타박에 입동굴을 보이며 웃던 윤기가 그렇게 말했다. 여주가 먹던 것을 삼키고 물었다.




"어제저녁에 내 문자는 받았잖아."

"딱 그때 다시 받아오는데 네가 연락했지. 그거 받고 바로 주머니에 넣었나 봐. 원래 엄마한테 문자 보내려고 했었는데."




여주가 아, 그러셔? 하는 눈빛으로 윤기를 바라보며 두 젓가락 사이에 집힌 고기를 입안으로 넣었다. 윤기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반찬 하나를 집어 여주의 숟가락 위에 올려주었다.





"내일 오후 출근이랬지?"

"응. 그래서 아침에 여유롭게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아."

"집이 서에서 너무 멀지. 좀 더 가까운 곳으로 이사 갈까? 내가 알아볼게. 어차피 쉬는 동안 딱히 할 것도 없어."




윤기의 제안에 여주는 고개를 저었다. 자신도 집에서 출퇴근하기에 가까운 거리가 아니기는 했지만, 윤기의 직장 또한 그녀 못지않게 멀기 때문이었다.




"그쪽으로 이사 가면 오빠는 출근만 두 시간 걸리잖아. 그러면 오빠는 오피스텔 구해서 나가겠지? 그럼 나 집에 돌아와서 너무 외로운데."

"남자친구 만들어서 같이 살아."

"와, 이거 다른 남자한테 나 버리겠다는 건가. 내가 그동안 오빠를 얼마나 챙겨줬는데!"

"뭐래, 내가 너를 챙겨줬지. 20년 전에 너 7살 때부터 학교 가기 전에 가방 챙겨주고, 밥 먹여주고. 중학교 들어가고 나서는 시험 기간마다 과외해주고. 고3 때 간식 챙겨주고. 하아, 넌 진짜 나한테 감사해야 해."

"아 맞는 말이라 반박을 못 하겠어..."




틀린 구석 하나 없는 윤기의 말에 여주가 한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그 모습에 윤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다 먹었으면 가서 쉬어. 설거지는 내가 할 테니까."

"어? 내가 해도 돼. 오빠는 밥했잖아."

"나도 괜찮아요, 민여주 씨. 정 집안일 하고 싶으면 내일부터 해도 되니까, 오늘은 가서 좀 쉬어. 너 집에도 오랜만에 오잖아."




윤기가 고개까지 끄덕여 보였지만 여주는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결국 설거지는 윤기가 하되, 다른 뒷정리는 여주가 하기로 합의를 보았다. 그러나 워낙에 깔끔하게 해놓고 먹는 둘이라 딱히 정리할 게 많지는 않았다.

윤기는 제 방에 가지 않고 주변을 서성이는 여주에게 뭐라도 일을 줘야겠다고 생각한 것인지 생각난 김에 부모님께 연락해야겠다며 여주에게 자신의 휴대폰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




"방에 있어?"

"어, 책상 위에."

"오케이, 접수 완료."




여주는 곧장 윤기의 방 앞으로 갔다. 댄디하고 깔끔한 검은색의 문은 순백색인 여주의 방문과는 대비되어 보였다. 남매의 집에 처음 오는 사람들은 모두 그들에게 왜 두 방문의 색을 반대로 했냐고 물었지만, 돌아갈 때가 되어서는 일관되게 검거나 흰 것보다는 이렇게 대조 시켜 놓은 것이 더 나은 것 같다며 그들의 색 조합을 칭찬하곤 했다.

여주는 올 때와 갈 때가 달랐던 제 친구의 반응을 떠올리며 조심스레 윤기의 방문을 열었다.




"헙...!"




여주는 절로 튀어나오는 비명을 삼키며 곧장 그 검은 문을 닫았다. 아무도 없어야 할 방 안에 사람의 형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윤기가 있을 주방 쪽을 살피니 다행히 윤기는 그녀의 소리를 듣지 못한 듯싶었다.




"뭐야, 귀신인가? 세상에 진짜로 귀신이 있었어? 나 귀신 안 믿었는데... 진짜 있는 거였어...?"




여주는 온갖 생각에 잠긴 복잡한 얼굴로 두서없이 중얼거렸다. 여주를 상념의 늪에서 꺼낸 것은 멀리서 들려오는 윤기의 목소리였다.





"민여주 뭐해. 폰을 만들어 오냐?"

"아니? 그냥... 오빠 방 구경하느라. 금방 갑니다요!"




여주는 숨을 크게 한 번 들이쉬고 다시 문을 열었다. 다행히 아까의 그 귀신은 없었다. 여주는 아마 자신이 많이 피곤해 헛것을 본 것이라 스스로 위안하며 책상 위에 단정히 놓인 윤기의 휴대폰을 집어 나왔다.








Mischief : 나쁜 짓, 장난.









아무리 대부분이 잠자리에 들었을 심야 시간일지라도, 대도시인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의 한 부분이 어둠에 휩싸이는 것은 충분히 이상하게 여길 수 있는 일이었다. 전국에 블랙아웃 현상이 나타났다고 하면 좀 납득이 가겠으나, 조금 멀리 있는 건물들엔 간간이 불이 켜져 있고, 검은 하늘엔 별은 없이 달만 보이는 것이 이곳이 밤에도 밝은 도시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하아아..."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석진이 깊은숨을 내쉬자 계절에 맞지 않게 뿜어져 나온 하얀 김이 작은 얼음 결정이 되어 바닥으로 떨어졌다. 석진이 한 발짝 걸음을 뗄 때마다 고장 난 듯이 깜빡거리는 전등 때문에 어두워진 거리는 자신의 검은 날개를 가감 없이 드러낸 그의 모습을 숨겨주었다. 날개를 활짝 펴 바람을 느끼던 석진이 기분 좋다는 듯 미소를 지었는데, 악마는 악마인지 그 모습이 섬뜩해 보였다.

머리카락부터 날개와 신발까지 온통 검은색인 석진이 걸음을 멈춘 곳은 한강 옆의 한 풀숲이었다. 그곳 한구석엔 피를 흘리며 죽어 있는 남자가 있었다. 생사를 확인하려는 것인지 그를 발로 툭툭 건드려보았지만 반응이 없자 석진은 묘한 표정으로 남자의 옆에 쭈그려 앉았다.





"안녕, 아저씨? 아저씨라고 부르기엔 내가 좀 오래 살긴 했는데, 어쨌든 이 인간세계에서는 스물여덟이니까, 아저씨라고 부르는 게 맞겠지?"




석진이 남자의 몸을 일으켜 기둥에 기대어 앉게 한 뒤 우악스럽게 그의 턱을 쥐어 잡으며 물었다. 눈을 감지 못하고 죽은 터라 초점 없는 눈이 그의 눈에 똑똑히 들어왔으나 석진은 섬뜩하기까지 한 그 모습에 별 감흥이 없는 듯했다.

석진은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오가는 것이 없는 대화를 이어나갔다.




"아저씨, 아저씨 죽인 사람 알고 싶지? 잡아서 감옥에 처넣고 싶지? 근데 말이야, 아저씨는 그렇게 못해. 아저씨는 죽었잖아."




석진은 혼자 중얼거리는 것이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킥킥대며 웃었다. 죽은 이를 앞에 두고 한참이고 웃기만 하던 석진은 제 상태를 겨우 추스르고 다시 말을 시작했다.





"근데 그 애는 자기가 아저씨 죽인 지 몰라. 왜일까? 그야... 그 애 무의식을 내가 조종해서 저지른 일이거든. 불쌍하다, 그치? 그 애 보호하는 건... 내 몫이지. 어떻게 할까, 아저씨? 아 근데, 당분간은 내가 재미를 봐야 해서. 앞으로 며칠 동안은 되게 재미있을 거야. 기대해 봐도 좋을 거야. 내가 이런 장난 여러 번 하면서 이렇게 재미있게 짜인 판은 처음이거든."




석진이 잡고 있던 남자를 놓자 남자가 힘없이 옆으로 픽 쓰러졌다. 저 멀리에 있는 평범한 골목길을 보는 석진의 눈이 붉게 물들었고, 그의 주변에 있던 풀이 검게 타버렸다.













나는... 윤기 여주 장면이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지... 하지만 미뤄진 장면도 없고 길어진 덕분에 분량도 채웠으니 좋은 건가 그래 그런 거로 하자!!


다음부터는 범죄수사물 안 쓸 거예요... 이유를 묻는다면 결과를 넘 얘기하고 싶어ㅠㅠㅠㅠ 입이 근질근질...ㅋㅋㅋㅋ


+ 결국 윤기가 마카롱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는 알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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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Cherry_Blossom  7일 전  
 저 그림 뭐 있죠...?? 왜이리 저 그림이 불안하지...

 답글 1
  보라해린  7일 전  
 헐 첫댓할 수 있었는데..ㅜㅜ

 답글 1
  빵슬  7일 전  
 첫댓?

 답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