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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초콜릿. - W.향월
초콜릿. - W.향월

 

 
초콜릿.
 
 
 
©2019 향월. All rights reserved.  
 
 
 
Chocolate is so sweet.
 
 
 
 
Chocolate 1.
 
씁쓸하다. 처음엔 달콤함이 다가오지만 끝은 씁쓸함만이 가득 차 있다. 계속 씹다 보면 단맛이 사라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리고 또 새로운 맛을 맞이하는 순간도 함께 오기 마련이다. 초콜릿. 초콜릿을 제일 많이 받는 날을 말한다면 발렌타이데이를 떠올릴 것이다. 남자가 여자에게 초콜릿을 주며 고백하는 날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여자도 남자에게 초콜릿을 준다. 사실상 말이 그렇지 남자들은 초콜릿을 잘 자주 않는 것 같다. 나조차 남자애에게 초콜릿을 주면서 말을 걸었으니까. 발렌타인데이 때 낭만스러움을 기대해본 적도 없다. 낭만 따윈 사치였다. 초콜릿을 주고 받으면서 서로를 향한 말들을 주고 받는 건 연인들만 하는 것이지. 연인 따윈 존재하지도 않았던 나에게는 꼴 사나운 짓이었다. 뭐. 자기들이 좋아서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내 일도 아닌데 신경 쓸 필요가 있었던 걸까. 조금은 신경 쓰이긴 했다. 
 
귓가에 낭만이 가득 차 있는 말이 들려올 때면 나도 모르게 자리를 뜬다. 난 혼자였고 그들은 둘이었기에. 혼자와 둘. 어울리지 않았다. 이번 발렌타인데이에는 눈이 오려나? 그냥 눈 내리지 말고 햇빛이나 쨍쨍 내리쬐면 좋겠다.
 
 
Chocolate 2.
 
딸랑-나를 반기는 종소리를 등에 업고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편의점에 온 이유는 초콜릿을 사기 위해서였다. 아. 착각은 하지 말아줬으면 한다. 오랫동안 책상에 매달린 탓에 당을 충전하기 위해 온 것이니. 음. 어떤 초콜릿이 좋을지 고르던 중 눈에 들어온 한 초콜릿. 사람들의 손길이 많이 닿지 않은 것 같은 초콜릿이었다. 어떻게 그걸 알았냐고 묻는다면 그 초콜릿이 옆 쪽에 많이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 뜻은 찾는 사람들이 없어 옆에 쌓아뒀다는 거겠지. 난 아무도 고르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초콜릿을 집었다. 그리고 계산대로 가서 초콜릿을 계산했다. 그런데 알바생이 초콜릿을 서너 개 더 주는 것이었다. 분명 하나만 샀는데?
 
 
-저..초콜릿 하나만 샀는데요.
 
 
-아. 이 초콜릿을 사가지는 분은 손님이 처음이셔서, 드리는 거에요.
 
 
-..그래도..
 
 
-받으세요. 거절하지 마시고요.
 
 
할 수 없이 알바생이 건넨 거스름돈과 늘어난 초콜릿을 품에 안고 편의점을 나왔다. 세찬 바람을 뚫고 겨우 집으로 돌아와 초콜릿을 먹으려는데 초콜릿에 무언가 붙어 있었다. 종이처럼 보인 걸 떼자 글씨가 쓰여 있었다. 한눈에 봐도 남자 글씨였다. 남자 글씨였는데도 예뻤다. 조금 삐뚤하긴 했어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 초콜릿 사줘서 고마워요. 처음 봤지만 마음 따뜻하신 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와주세요.』
 
 
-앞으로..이 편의점만 가야 하는 건가..뭐. 나쁠 것도 없지.
 
 
또 와달라는 말. 왠지 반가웠다. 누군가 나를 찾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으면서도 좋았다. 아니지. 날 또 속이려는 것일 지도 몰랐다. 그런 경험을 겪어본 적이 있었기에 ​누군가에게 마음을 잘 열지 않았다. 그래도 이 사람만은 믿어보고 싶었다. 나에게 다가와준 처음이자 초콜릿을 건네며 말을 걸어준 사람이었으니까. 
 
초콜릿을 건네받은 뒤로 끊임없이 똑같은 편의점에 들렀다. 내가 갈 때마다 항상 그 사람이 있었다. 이번에는 내가 먼저 초콜릿을 건넸다. 저번에 초콜릿을 받은 보답이었다. 알바생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가 누구에게 향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초콜릿에 향한 듯 했다. 초콜릿을 많이 좋아하나 보네. 고작 초콜릿 하나를 받고 기뻐하는 사람은 이 사람이 최초일 것이다.


-초콜릿 좋아하나 보네요. 하긴 초콜릿이 맛있긴 하죠.


-달콤하잖아요. 먹으면 기분도 좋아지고.


-초콜릿은, 달지만은 않아요. 그것만 알아줘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편의점을 나왔다. 내 예상으로는 내가 한 말을 곰곰히 생각하고 있을 것 같다. 초콜릿이 달콤한 건 알고 있다. 그러나 입 안을 가득 채우는 달콤함에 빠져 눈 앞에 있는 것들을 놓치기 쉽다. 모든 음식들이 다 그렇지 않은가. 먹으면 먹을수록 중독되는, 그리고 언제부턴가 그 음식 없인 살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다. 난 당신이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해. 사과도 그렇고. 초콜릿도..싫어지려고 해.


 
Chocolate 3.


​한동안 편의점을 가지 않다가 갑자기 그 알바생이 생각나서 편의점으로 달려갔다. 거친 숨을 고르고 계산대로 향했을 때 그 알바생이 아닌 다른 사람이 서 있었다. 뭐지. 항상 여기 있었는데. 없을 리가 없는데. 
 
-혹시..여기서 일하던 알바생 어디 있는지 아세요?
 
-그 알바생. 며칠 전에 그만뒀어요.
 
-왜 그만 뒀는지, 살짝이라도 알 수 있을까요..?
 
-자기가 좋아하던 손님이 있었는데 계속 안 온다고 그만뒀다고 들었어요.
 
-손님, 실례가 안 된다면 그 알바생한테 이것 좀 전해주실 수 있나요? 아시는 것 같아서.
 
다른 알바생이 내게 건넨 것은 초콜릿이었다. 근데 이 초콜릿은 평범한 게 아니었다. 그 알바생과 내가 처음 만났을 때 그 알바생에 주었던 초콜릿. 이걸 두고 간 건가? 일단 다른 알바생에게 전해주겠다고 하면서 초콜릿을 받았다. 맞다. 나 그 알바생 이름도 모르지. 생각해 보니 난 그 알바생의 얼굴만 알았지 이름도 어디 사는지도 몰랐다. 어떻게 전해 줄 방도가 없어 그냥 가지고 있기로 했다. 어차피 전해지지 않을 거라면 먹자는 생각에 초콜릿 봉지를 뜯었다. 그런데 초콜릿 봉지 속에서 초콜릿이 묻은 종이가 끼워져 있었다. 설마 아니겠지. 긴장되는 마음으로 종이를 열었다. 그 알바생이 남긴 것이었다. 그 때의 쪽지처럼 짧고 강렬하게.
 
『 나 알바 그만뒀어요. 손님이 안 와가지고 재미도 없어서. 고마웠어요. 손님한테 초콜릿을 준 사람이 내가 처음이라서. 손님은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 난 손님 좋아했어요. 그 때 웃은 거, 손님 보고 한 거에요. 마지막으로 초콜릿 남겨두고 갈게요. 손님이 이 초콜릿 좋아했잖아요. 그러고 보니 이름도 안 알려줬다. 그냥 안 알려줄래요. 손님한테 미지의 사람으로 남고 싶어서. 사랑해요. 나중에 인연이 닿는다면 또 만나요.』
 
 
-나도 고마웠어요. 그렇지만 끝은 슬프네요. 씁쓸하게도.
 
한 손에 움켜쥔 초콜릿을 그대로 부러뜨렸다. 뭉개진 초콜릿이 손을 더럽혔다. 햐앟기만 했던 손은 햇빛에 녹아버린 초콜릿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애초에 낭만 따윈 어울리지 않았다. 기대했던 내가 바보지. 시간이 지날수록 초콜릿은 손 전체를 물들여 그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되었다. 초콜릿은 씁쓸했다. 초콜릿을 먹을 때마다 달콤함 대신 씁쓸함을 느끼게 될 거다. 낭만을 건네는 초콜릿은 더 이상 필요가 없었다. 이미 낭만 마저 땅에 떨어뜨린 내게, 낭만이라는 조각이 손에 일그러진 내게 초콜릿은 잊혀진 지 오래였다.
 
종이 쪼가리처럼 힘없이 떨어진 초콜릿 봉지를 발로 짓밟았다. 손에 물든 초콜릿을 아무렇게나 닦았다. 흰색이 검은색으로 변해갔다. 그래. 이런 게 낭만이지. 초콜릿이 비로소 내 마음을 번져가게 하는 순간이.
 
 
Chocolate is..much bitter than sweet.














​이번 단편은 사과 라는 글과 흡사하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사과에서 초콜릿에서 말하는 게 거의 같거든요. 낭만이나 그리움을 표현하는 것에서요. 쓰다 보니 글이 좀 이상해진 것 같기도..? 그건 그렇다고 치고 달이들, 태풍이 거의 물러갔다고는 하지만 조심히 다니셔요. 안전이 최고입니다. 글을 쓸 수 있게 된 오늘도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언제나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좋은 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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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실서론  14일 전  
 실서론님께서 작가님에게 72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1
  umm,,  14일 전  
 이제 사과하고 초콜릿 먹을 때마다 왠지 애틋 ? 해질 것 같아요 ㅎㅎ
 여주가 초콜릿은 달지만은 않다고 했던게 음 .. 남주와의 사이를 말한 것 같아 안타까워요 .. , 오늘 글도 잘 읽었어요 , !

 umm,,님께 댓글 로또 1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십일월  14일 전  
 십일월님께서 작가님에게 40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2
  새살솔솔><  14일 전  
 《속보:향월님의 소재는 100만년후에 사라질 예정》

 새살솔솔>

 답글 1
  강하루  14일 전  
 글 잘쓰시네요

 답글 1
  백 연화  15일 전  
 잘 읽었어요! 단어 하나로 이런 멋진 글이 나온다는 게 너무 신기하네요 ♡o♡ 감사해요 울 님 ♡♡

 백 연화님께 댓글 로또 17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태량  15일 전  
 잘.읽고 갑니다.

 답글 1
  담롤  15일 전  
 잘읽고갑니다!

 담롤님께 댓글 로또 5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강_지인  15일 전  
 달님 진짜 전 정말 달님 존경하는게 , 단어로 글을 쓰는게 , 수준 높은 글을 쓰시는게 너무 멋지십니다 !! 오늘도 잘 봤어요!!

 강_지인님께 댓글 로또 2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자연  15일 전  
  자연님께서 작가님에게 500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1

23 개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