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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08 - W.유케이°
08 - W.유케이°


청춘의 끝에서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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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모든 글은 픽션입니다.












전화를 한 뒤에 여주가 알게 된 것이 하나 있었다. 한강에 가자고 했던 본인인 남준이 그날 왜 20분 쯤 늦게 왔었는지. 자신의 미국행 때문에 제 엄마와 한참을 언쟁을 했었다고 남준은 털어놓았다.

이미 남준은 미국에 있으니 지금에 와서야 당시의 이야기를 해봤자 바뀔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들어 그때는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여주는 이미 지나간 일에 만약이라는 것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만약 그때 남준이 그의 부모님을 설득했다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을 이어가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사랑해. 언제나, 영원히.’




전화 너머로 그렇게 속삭이던 남준의 목소리가 아득하게 다시 여주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가슴 속을 가득 채우는 것은 허망함, 그것뿐이었다.

여주는 차라리 지금 이 시간이 잠에서 깨어나면 한순간에 사라져버릴 꿈에 불과한 것이라 굳게 믿고 싶었다. 부디 금방 깨져버릴 환상에 불과하기를 간절히 바랬다.









개학식 날 아침의 복도는 조용했다. 새벽부터 비가 내리고 있어 어둑어둑한 복도는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기까지 했다.

여주는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일찍 등교하는 편이었는데, 남준은 그런 그녀보다도 먼저 학교에 와 있었다. 그 전에는 뭘 하고 있을지는 몰라도, 남준은 자신의 교실 앞을 지나는 여주를 발견하면 곧장 따라 나가 종이 치기 전까지 그녀의 교실에서 얘기를 하던 것은 1년이 넘도록 이어지던 일상이었다. 또한 언제나 당연하게 여기던 그런 일상이 깨지는 것은 그다지 긍정적인 감정을 가져다주진 않았다.




"......"




여주의 반으로 가려면 필연적으로 지나쳐야하는 남준의 반 앞이었다. 일부러 걸음을 늦추며 교실 뒷문의 유리로 교실 안을 꼼꼼히 살폈으나 남준은 물론 사람 하나 없었다.

그래, 이 시간에 이 복도에 있던 사람은 너와 나 둘 뿐이었지.

교실 안을 들여다보고 있는다고 미국으로 떠나버린 남준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머리로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으나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김남준, 나는..."




나는 말이야, 그 영화 내용이 우리의 이야기가 될 줄은 몰랐어. 그저 영화 속 이야기로 남기를 바랐다고.

입 밖으로 꺼내봤자 듣는 사람은 여주 자신뿐이었기에 굳이 그러지는 않았다. 여주는 톡 건드리면 툭 터질 것만 같은 눈물에 아랫입술을 꽈악 깨물며 자신의 교실로 향했다.

남준의 부재를 정말로 실감한 것은 조회가 끝난 그 시점이었다. 언제나처럼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저들끼리 이야기를 하기에 바빴는데, 그들의 대화를 듣지 않으려 해도 들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김남준, 미국으로 유학 갔대."

"김남준? 그 전교 1등?"

"갑자기 웬 미국 유학?"

"야, 그럼 안여주는 어떡해? 걔랑 안여주랑 우리 학교 대표 커플이었는데."




이름이 언급되고 무리 중 한 명이 내 쪽을 힐끗 보는 것이 느껴져 여주는 노트 정리에 더 집중했다. 아니, 그러는 척 했다.

다행히도 한 주제로 오랫동안 얘기하지 못하는 그 아이들의 특성상 그들은 남준과 여주의 이야기에 금방 흥미가 떨어졌다는 듯 굴었고, 대화의 주제는 순식간에 바뀌었다. 방학 동안 미처 나누지 못했던 안부, 2학기 공부, 화장품 등등에 관한 잡담들.

여주는 문득 제 자리가 창가 줄 맨 뒷자리임에 감사해졌다. 이런 구석이 아니었다면 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을 스스로 다독일 수 없을 것만 같았다.




"......"




아침부터 찌는 듯이 더운 날씨와는 달리 하늘은 맑고 예뻤다.

남준아, 너도 이 하늘을 보고 있을까. 아니지, 거기는 이미 해가 다 졌겠다. 그러고 보니 넌 어제에 살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네. 네가 미국에 사는 동안 넌 영원히 나의 과거에서 살고 있겠지.

남준아, 나 한동안은 혼자 이렇게 살아갈 것 같아. 내 삶에서 넌 정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었나봐. 이렇게 아무것도 못 할 만큼 힘이 빠지는 건... 도저히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거든.









"하."




긴긴 회상에서 깨어나자 그때의 허망함이 더 커져서 돌아오는 것 같았다. 무심코 뒤져본 고1 때의 문집이 이렇게 큰 진실을 가진 채로 방구석 어딘가에 박혀 있었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무엇보다 놀라웠던 건 김남준, 그 자체였다.

그래, 이제 기억났어요. 그쪽이 누군지 말이에요. 10년 전 여름,





‘사랑해. 언제나, 영원히.’




나의 청춘의 시작점을 함께 한,





‘근데 나 정말 기억 안 나요?’




김남준이지.

그제야 여주의 머릿속에선 뒤죽박죽이던 기억들이 하나둘 시간 순으로 차차 정리되어갔다.




"그래, 대학 졸업하면 돌아올 거라고 믿었던 그때의 내가 바보지. 지금 우리 나이가 얼만데..."




열여덟 그때에 그녀에게 아픔만을 남기고 갔던 남준을 여주는 열아홉 수험생이 된 뒤로는 잊었다. 당장 앞으로 닥친 현실은 떠나버린 연인을 그리워하기엔 좋은 환경도 아니었고, 그럴 여유를 주지도 않았다. 여주가 스스로 원한 것도 있었다. 상처 받은 뒤로는 남자친구 따위 사귀지 않겠다 다짐한 적도 있었다. 물론 그 다짐은 몇 년 뒤 대학시절부터 그녀를 따라다니던 호석에 의해 지키지 못하게 되었지만.

10년 전 추억에 젖어 현실과 내일을 미뤄둘 수는 없었지만, 오늘만큼은 잠시 그때의 시간에 잠겨보기로 했다. 책장 한 쪽에 가지런히 꽂힌 고등학교 졸업앨범을 집어 들었다가 문득 남준은 한국에서 졸업사진을 찍지 않았다는 것이 생각나 도로 책장에 꽂아 넣었다.

다음으로 생각난 것은 이메일이었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옛 계정. 어렴풋이 기억나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자 메인창이 떴고, 읽지 않았다는 의미의 굵은 글씨로 된 메일들이 잔뜩 쌓여있었다.




"김남준..."




남준은 10년 전부터 빼먹지 않고 한 달에 한 번 꼬박꼬박 메일을 보내왔었다. 열여덟 그때의 감정이 돌아오는 것 같은 기분에 여주는 그때보다 더욱 세게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노트북 옆에 놓인 남준의 명함이 눈에 들어왔다. 정확히는 거기에 붙어있는 노란 포스트잇의 글씨가. 학교 주소를 쓴 글씨체는 병원 주소를 쓴 것과는 달랐지만, 여주가 기억하는 남준의 영문 필체와는 똑같았다.

그제야 여주는 깨달을 수 있었다. 남준은 10년 전 그날부터 단 한 번도 여주를 잊은 적이 없으며, 지금도 그러하다고.




"이러면... 내가 나쁜 놈 되잖아."




달력을 확인해보니 다음날은 토요일이었다. 노란 포스트잇에 쓰인 병원 주소가 그녀의 외할머니가 계신 병원 주소와 일치했다.

여주는 내일은 외할머니도 뵐 겸 병원에 가봐야겠다고 다짐하고는 마우스를 움직여 메일함을 닫았다. 남준이 항상 그 병원에 있다는 아닐 테지만, 어쩐지 가면 볼 수 있을 것만 같아서.

형용할 수 없는 묘한 기분 속에서 남준과의 추억과 호석과의 시간이 맞부딪치는 느낌이었다.












오늘 글 넘 짧다... 그건 그거고 드디어 과거편 끝났어요!! (사실 현재 편 기억 안 남 ㅋㅋㅋㅋ)

아 그리고 두 번째 장면 마지막 독백 굉장히 중요합니다!! 여주가 남준이가 미국에 사는 동안 항상 자기의 과거에 살고 있겠구나, 하는데 지금까지 남준이는 여주의 과거에만 남아있다가 한국에 옴으로써 현재에 나타났다... 뭐 그런 심오(?)한 뜻을 담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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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tldms1004!  59분 전  
 케이님은 진짜 필력이 진짜 와.. 대단하세요!! 독자들을 울리는 능력... 끄아아ㅏㅇ

 답글 1
  삼색강냥이  14일 전  
 아 이럴수가 과거편 여운이 넘 길다.. 케이님은 오늘도 체고..

 삼색강냥이님께 댓글 로또 6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Cherry_Blossom  14일 전  
 이제 여주의 갈등이 시작 되는 구나!!(기대기대)

 답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