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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09. 우리, 사랑할 시간 - W.해늘°
09. 우리, 사랑할 시간 - W.해늘°






우리, 사랑할 시간
::밖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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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에서의 투어를 마친 뒤 아시아 투어를 시작하게 되었고 그 첫 번 째 도시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였다. 그곳에서의 공연을 마치고 태국으로 넘어가 태국 방콕에서의 공연이 시작되기 전 콘텐츠 촬영과 그 외 필요한 사진 촬영을 하기 위해 방콕을 벗어나 다른 도시의, 바다가 가까운 곳에 호텔이 아닌 직원들만 머무를 수 있는 하우스를 빌렸고 오늘이 도착한 첫날이었다. 계획된 일정을 다 소화하고 나면 그들 나름대로의 짧은 휴가가 주어지게 되어 스태프들 모두 설레고 즐거운 마음으로 짐을 풀었다. 숙소에 도착한 날 이안은 다른 곳에 나가지 않고 책을 읽으며 쉬기로 했다. 방콕에서 촬영에 필요한 물품을 사느라 다른 사람들보다 늦게 도착한 소정은 팔뚝이 벌써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우와... 이제 살겠다. 햇빛 장난 아니에요 언니.”
“선크림 안 발랐어? 빨갛다.”
“실내로만 돌아다닐 줄 알고 그냥 갔다가 밖에 있는 매장 다니다 이래 됐네요. 땀도 한 바가지 흘리고.”


땀에 앞머리가 흥건히 젖은 소정은 아직도 열기가 가시질 않는지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곳 바로 밑에 앉아버렸다.


“음식은 다 샀나 모르겠네. 오늘 고기 구워 먹는데요. 언니 알고 있죠?”
“응, 아까 들었어. 호텔보다 이렇게 있으니까 더 편한 것 같다.”
“아무래도 그렇죠? 애들도 호텔보단 이런 데를 더 좋아하더라고요. 더운 나라 오면 수영장 있는 곳 빌려서 물놀이도 할 수 있으니까.”


촬영 일정이 많아 그런지 소정은 더 바빠진 듯한데 그에 비해 자신은 좀 한가해진 느낌이 들어 괜스레 미안했다.


“뭐 도와줄 거 없어? 곰손이라도 도울게.”
“없어요. 언닌 언니 하는 일에서만 하면 되는 거예요. 다들 그래요. 아셨죠? 전 이제 씻을게요. 땀을 너무 많이 흘렸어. 이따 저녁 식사 때 맥시 드레스 입어줘야지~ 참, 언니 있어요?”
“뭐가?”
“드레스. 비치 드레스.”
“없기도 하지만 고기 구워 먹는데 뭔 드레스...”
“바닷가잖아요~ 바닷바람에 좀 날려줘야지. 그러려고 입는 거잖아요 그거.”


이안은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어서 씻기나 하셔.”


소정이 샤워를 하러 들어간 후 이안은 읽던 책을 내려놓고 밖을 바라보았다. 건너편에 멤버들만 묵는 숙소 입구에서 정국이 다리에 반깁스를 한 채로 다른 멤버들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날 이후 정국과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나누어 본 적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그걸 부러 꺼내 언급할 필요는 느끼지 못했다. 그냥 나이 먹은 사람이 부린 주책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갔겠거니... 사실 바람이 그랬다.

하늘을 보니 뜨거운 낮의 기운이 넘어가기 시작한 것 같아 핸드폰만을 챙겨 들고 밖으로 나왔다. 이곳에 와서 가장 마음에 든 것은 해변이 가깝다는 것이었다. 일몰이 시작되는 바다가 너무 멋질 것 같아 기대감을 안고 발걸음을 옮겼다. 한국인에게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관광지라 한국인들이 적은 것에 비해 서양인은 많이 보였는데 들은 바로는 유명 관광지임에도 상대적으로 한적한 편이라고 했다. 음식점과 상점들이 즐비한 곳을 지나갈 때 길에서 모여 놀고 있는 아이들이 보여 잠시 서서 지켜보았다. 이안을 발견한 아이들이 무언가 자기들끼리 까르르 거리며 웃는데 까만 눈동자의 아이들이 너무 귀여워 손짓으로 사진 찍는 시늉을 했더니 이내 알아듣고 다가와 이안은 아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아이들의 보여 달라는 듯한 손짓에 보여 주었고 자신들의 모습을 확인한 아이들은 또 까르르 웃으며 즐거워했다. 

이안은 손을 흔들어 아이들과 인사하곤 얼마 남지 않은 길을 걸어 바다에 도착했다. 바닷가엔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거닐기도 하도 바다에 들어가 있기도 했는데 그 모습이 무척 한가롭고 평온해 보여 이안은 자신의 마음까지 그렇게 물드는 것 같았다. 나무 아래에 앉아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일몰을 기다리기로 했다.










우리, 사랑할 시간










***
지민은 숙소에 도착한 후부터 계속 이안이 보이지 않아 마침 나와 있는 소정에게 물었다.



“누나, 이안 누나 숙소에 있어요?”
“아니, 씻고 나와보니 없던데. 바닷가에 갔지 싶다.”

“아아, 네...”


얼마 안 있으면 해가 지기 시작할 텐데 혼자 있는 것이 걱정되어 나갈까 싶었지만 멤버들이 자신을 걱정할 것 같아 선뜻 나갈 수가 없었다. 주변을 둘러 바라보았더니 석진과 태형은 수영장에서 놀고 있었고 남준은 숙소 아래 그늘진 테라스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정국에게 같이 나가자고 할까 했지만 반깁스를 하고 있는 정국이더러 거기까지 걸어가자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데 그때 어느새 곁에 있었던 건지 정국이 말했다.



“나갈까요?”

“괜찮겠어?”

“이 정도야 뭐, 괜찮아요. 가요.”


형들에게 행선지를 이야기하고 조심을 당부받은 다음 문밖으로 나서자마자 지민은 걸어가며 이안에게 전화를 했다.


“누나, 어디에요?”
-바닷가에 있는데, 왜?
“누나 데리러 가요. 일몰 시작되면 바로 어두워지는데 혼자 위험해요.”
-응? 별로 그런 분위기 아니야. 걱정 마.
“벌써 나와서 가고 있어요. 숙소에서 나와 그 한 길로 간 거죠?”


정국은 지민 곁에서 걸으며 말없이 둘의 통화내용을 들었다. 그만하고자 했던 마음은 마음인 거고 없다는 말에 정국 역시 걱정이 되어 지민의 눈치도 그런 것 같아 같이 나선 것이었다. 길거리엔 구워지는 고기 냄새가 가득했다.


“냄새 맡으니까 배고파진다. 얼른 누나 데리고 와서 우리도 고기 구워 먹어야겠다.”
“네.”


바닷가에 도착하니 손을 흔들어주고 있는 이안이 보였다. 마침 일몰이 시작되어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둘은 이안이 있는 곳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진짜 괜찮은데... 평온해 분위기가.”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요.”


이안은 정국의 다리를 바라보았다.


“다리는 괜찮아? 무리하면 안 돼.”

“많이 나았어요.”

“우와... 노을 너무 예쁘다.”



지민의 감탄에 두 사람도 하늘을 바라보았다. 안으로 굽어져 들어간 해변의 노을은 산등성이 위 구름과 맞닿아 눈부신 빛을 뿌리고 있었다.



“누나, 좀 가까이 걸어가 볼까요?”
“아냐, 정국인 가기 힘들지.”

“전 여기 앉아 있을게요.”


정국은 말 끝나자마자 근처 벤치에 앉았고 이안과 지민은 신발을 벗어 놓고 걸어가기 시작했다. 노을 쪽으로 걸어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은 어두웠지만 움직임만으로도 즐거워하는 것이 보였다. 웃는 것 같은 모습을 보고 있자니 부아가 났다.

돌아오는 길 내내 정국은 말이 없었고 이안과 지민은 끊임없이 수다를 떨며 걸었다. 숙소에 도착했을 땐 고기 구워 먹을 준비가 한창이었다.



“야, 왜 이렇게 늦었어. 얼른 와.”


석진의 핀잔에 지민은 웃으며 대꾸했다.



“죄송해여 형님~”
“정국아”


케어 팀원이 부르는 소리에 정국이 돌아봤다.


“다리 좀 보자.”
“네.”


정국은 케어 팀원을 따라 들어갔고 이안은 준비하고 있는 부엌 쪽으로 들어갔다.


“나 뭐할까?”
“손 많아요 누나. 연장자 우대해 드릴게요. 앉아 계세요~”
“이 정도 도울 힘은 있다구~”


부엌에 서서 준비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먼저 준비가 끝난 채소 일부를 접시에 담아 바깥 테이블에 놓고 다시 부엌으로 들어가 남은 채소를 나르려 접시를 들고 부엌을 나섰다. 몇 발자국 걷지 않아 무언가 발에 걸려 넘어질 뻔하다 중심을 잡았지만 채소들이 바닥에 떨어져 버려 주우려 무릎을 굽혔다.


“에고... 다시 씻어야겠네.”


채소를 주우려 하는데 누군가의 팔이 뻗어 나와 줍기 시작해 바라보니 정국이었다.


“아, 치료받았어?”


정국은 이안을 보지 않고 말했다.



“누난 어른이어서... 참 편하네요.”
“...? 응?”


마지막 채소를 주워 접시에 올려주곤 잠시 이안을 바라보더니 휙 몸 돌려 가버렸다.










우리, 사랑할 시간










***
“이제야 살 것 같네.”


예쁜 비치 드레스를 입은 소정이 맥주를 마시며 만족스럽다는 듯 말했다. 다른 스태프들 모두 이렇게 한데 모여 쉬는 때는 많지 않아 모인 김에 여러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고 남은 일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투어가 끝난 이후에 시작되는 여름 휴가에 대해서도 나누게 되었다.


“날짜 잡기가 어려우니까 친구하고도, 가족들하고도 여행계획 세우는 게 쉽지 않아요. 일주일 정도 내가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게 가능한감? 우린 투어 끝나도 여행 촬영 준비 해야 돼서 여름 휴가가 가능할지 의문이야.”


맥주를 마시던 막내 코디가 눈빛을 반짝이며 아이디어를 냈다.


“BTS 커버 춤 경연대회 하실래요?”
“엥? 뭔 소리여.”


“팀을 짜서 중간중간 연습하고 경연을 하는 거지. 거기서 우승한 팀에게 우승 상품으로 일주일 맘대로 휴가 사용권을 주는 거죠.”


“누가 그렇게 해준대?”
“조카시라면서요.”


막내 코디가 눈짓으로 이안을 가리켰다. 사람들은 막내의 눈짓에 일제히 이안을 바라보았다. 이안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지 이들이 나누고 있는 대화의 내용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이안은 정국의 말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았다. 어른이라... 편하다?

그냥 넘겨 생각하기에는 말도, 정국의 표정도 마음에 걸려 무언가 잘못한 것이 있나 생각을 해 보았지만 이거다,라고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느낌상으로는 센 강가에서의 일인 것 같긴 했지만 어느 부분이 저 애의 기분을 상하게 한 건지는 짐작되지 않았다.


“언니, 있잖아여”
“야, 언니 난감해져. 그만해.”


소정이 막내 코디의 말을 막았다.


“왜? 무슨 일인데?”
“아유, 언니. 흘려들어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네 얘가.”


막내 코디는 아까 그들끼리 한 이야기를 이안에게 설명해주었다.


“대표님께 한마디만 부탁해 주실 순 없을까요 언니?”


이안은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말이야 못 하겠나 싶어, 그리고 태준이 개인적인 친분으로 안 되는 걸 된다고 할 사람이 아니란 걸 알고 있기에, 그리고 이 분위기에서 ‘no’라고 말할 수 없어 답했다.


“말은 해볼게. 일단 선주 언니한테 먼저 말하고 그다음에. 근데 장담은 못 한다~”


막내 코디는 좋아라 박수를 쳤고 나머지 스태프들은 장난치듯 이안의 이름을 외쳤다.


“안이안! 안이안!”


멤버들은 무슨 소린가 싶어 스태프들 쪽을 바라보았다.


“뭔 일이여?”
“그러게.”

“누나 이름 외치는데?”


지민은 궁금해 이안에게 들으려 걸어갔고 정국은 고기를 우걱우걱 씹다가 굽고 있는 석진에게 한마디 했다.



“형, 너무 탔어요.”

“이 형이 오랜만에 구워 그래. 잠깐만 기다려봐.”

“내일 어디서 촬영한다고?”

“배 타고 무슨 섬으로 들어간다던데?”


이안과 이야기가 끝났는지 돌아오는 지민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우리 춤 커버 댄스 경연한대요.”
“우리 춤?”


“응, 팀별로 연습해서 경연하는데 우승 상품이 맘대로 일주일 휴가 사용권이래. 이안 누나가 임 대표님께 한 번 말해 보겠다고.”



“그게 통할까 싶다.”


의자에 늘어지듯 앉아 맥주를 마시던 윤기가 말했다. 지민은 고기를 싸서 열심히 굽고 있는 석진에게 내밀어 먹여 주었다.


“근데 그 경연대회 심사위원이 우리래요.”
“우리?”


호석이 춤 이야기에 관심을 보였다.



“응, 우리 투어 마지막 날 관객들 다 나가고 나서 한다는데? 그때 심사위원 해달라고.”

“하하, 재밌겠네~”


스태프들은 말 나온 김에 팀을 짜기 위한 제 뽑기를 하고 있었고 환호와 탄식이 뒤섞인 소리들이 그들의 테이블 위에서 울리고 있었다. 하지 않겠다는 이안을 한사코 집어넣어 구성 되어진 팀은 짜고 보니 몸치 팀이었는데 그중 헤어팀 한 명이 애교 섞인 목소리로 부탁했다.


“우린 좀 봐주라. 봐, 이 팀을. 우리한테 제일 쉬운 안무 줘~~”
“그래그래, 봐줬다. 선택권 먼저 줄게. 뭐 할래?”


그렇게 해서 하게 된 안무는 그나마 방탄 춤에서 가장 쉽다는 ‘고민보다 go’ 안무였다. 이안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가고 있는 이 상황이 걱정되기도 하면서 재밌기도 해 그냥 듣고만 있었다. 사실 이 사항은 태준에게 도달하기도 전에 선주에게서 잘릴 가능성이 큰 것이기 때문에 될 거라고 믿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그저 자리에서 나온 조금의 희망 섞인 재밌는 이야기에 불과할 뿐.

한바탕 소란스러움이 지나간 다음 누가 틀어놓은 것인지 잔잔한 음악이 깔리며 사람들은 저마다 모인 자리에서 편안한 분위기로 이야기를 나누었고 이안은 아까의 생각으로 돌아와 건너편에 앉아 있는 정국을 바라보다 그 눈길에 자신을 바라본 정국과 눈이 마주쳤다. 그렇게 마주 바라보며 이안은 정국이 한 말을 다시 한번 떠올려 보았다.


‘누난 어른이어서... 참 편하네요.’










우리, 사랑할 시간










***
다음날 아침 일찍 촬영을 위해 섬으로 들어가는 보트를 탔다. 이안은 생각보다 보트가 작아 멀미를 걱정했지만 거리가 짧은 덕에 다행히 멀미로 고생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아침이어도 솟아오른 태양은 뜨거워서 사람들 모두 가능한 빨리 촬영을 끝내고 돌아가자고 모여 파이팅을 했고 순조롭게 진행되어 몇 멤버들의 개인 촬영만을 남기고 있었다.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정국은 그늘 아래 앉아 과일주스를 마시며 어젯밤 이안에게 했던 자신의 말을 떠올려봤다. 마주친 김에, 치밀어 오른 부아에 자신도 모르게 내뱉은 그 말을.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이안의 표정에 화가 났고 시작되기 전에 그만두자 했지만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자꾸 눈앞에 보이는 그녀를 두고 그러겠다 마음먹은 것이 가능하긴 한 건가 싶었다. 어젯밤 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 눈이 마주쳐 잠시 마주 보았을 때 두근거렸던 심장 소리가 옆 사람에게까지 들릴 것만 같았는데... 저 사람은 똑같다는 것이 화가 났다. 이안이 혹시나 무슨 뜻으로 한 말이냐고 물을까 봐 어떤 말이 적당한지 한참을 생각하고 고민했지만 그랬던 자신이 한심할 만큼 그녀는 어제와 똑같고 처음과도 같았다.

도대체 그 시간을 함께 했던 나는 뭐였던 거지? 아직도 손안에 그날의 촉감이 남아 있는데 저 사람에게 그날은 꿈처럼 존재 없이 사라진 건가.

풍경을 보는 척하며 주변을 살펴 이안을 찾아보았다. 그녀는 뙤약볕 아래 촬영하는 사람들을 챙겨주고 있었다.

정국의 촬영까지를 끝으로 모두 짐을 챙겨 다시 보트를 타고 돌아와 숙소로 돌아왔다. 촬영을 빨리 끝내자는 일념으로 점심은 간단히 싸간 샌드위치로 때워 다들 오후 들어서는 배가 고파졌고 조금 이른 시간이지만 근처 해산물 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언니, 진짜 안 가요?”
“응, 난 그냥 어제 먹고 남은 김치에다 밥이나 볶아 먹을래.”
“에이... 같이 가지. 어쨌든, 알았어요. 다녀올게요~”


스태프들과 멤버들이 함께 움직이느라 창밖으로 북적거림이 들려오다 모두 빠져나간 건지 조용해져 이안은 밖으로 나갔다. 밖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해가 지는 것을 보고 싶었다. 수영장 가까이 있는 의자에 앉아 불어오는 바람을 맞고 있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 보니 멤버들의 숙소에서 정국이 나오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정국은 조금 당황하는 것 같았고 이안은 부드럽게 물었다.


“정국이도 안 갔네. 김치볶음밥 해먹을려고 하는데 먹을래?”
“... 네...”
“잠깐만 앉아 있어.”


이안은 안으로 들어갔고 정국은 테이블 곁 의자에 앉아 기다렸다. 저녁 먹을 생각이 없었고 뜨거운 태양 아래 진행된 촬영으로 인해 한껏 오른 몸 안의 열기를 식히려 수영이나 하러 나왔지만 이안을 마주칠 거라 생각지 못했다. 머리 위 하늘은 여전히 푸르렀고 멀리 바다와 맞닿은 하늘은 해가 지려할 때 보이는 연보랏빛 구름들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얼마 안 있어 이안이 프라이팬 채로 다른 손에 숟가락 두 개만 들고 나오는 것이 보였다.


“자, 먹을까?”


한 입 먹어본 정국은 오물거리며 말했다.



“맛있네요. 요리 잘하세요?”
“아니, 그냥 하는 거지 뭐.”


이안은 맛있게 먹고 있는 정국을 바라보다 말했다.


“미안해. 정국아.”


정국은 먹던 것을 멈추고 이안을 바라보았다.


“내가 생각이 짧았어. 그렇게... 그런 순간을 보였는데 난 민망한 마음이 앞서서 너가 그냥 잊었겠거니 생각했고 그랬기를 바랐어. 적어도 너에게 그때 위로해줘 고맙다는 말은 했어야 했는데... 미안.”


아무 말 하지 않았지만 몸도 마음도 추웠던 그날 정국의 어깨는 분명 따뜻한 위로였었다.

그렇게 말하며 웃어 보이는 이안에게 정국은 뭐라 해야 하는 건지, 자기가 느끼고 있는 지금의 감정이 무엇인 건지, 알 수도 없으니 표현할 수도 없어 그저 이안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너무도 갑작스럽게 가슴으로 들어온 말이었다.


“널 무시하고자 할 의도는 없었어. 민망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자, 먹자.”


정국은 조금 망설이다 물었다.



“그날... 왜 그렇게 울었던 거예요?”


이안은 동그랗게 눈을 뜨고 자신을 바라보는 정국을 응시하다 오래 뜸 들이지 않고 답해주었다.


“부모님이 생각나는 날이었어. 두 분 다 그 가수를 좋아하셨거든.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분들이라... 그래서 그랬어.”


이안은 그날의 자신이 떠올랐다. 돌아가면 다시는 볼 일 없을 거라 생각하고 흐르는 강물에 나뭇잎 던지듯 이 아이에게 마음 한 조각을 던져놓고 흘러갔으니 그만이란 식이었는데 그 마음 받은 이 아이는 혼자 그걸 안고 있었던 것 같아... 다시 생각해봐도 미안한 일이었다.


“고마웠어. 그날 거기 강가라 그런지 꽤 추웠었는데, 그치?”


독일에서 보았던 그날의 모습도 지금 말하는 것들과 연관이 있는 걸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서러움을 담아 아이처럼 울던 그날에도 혹시 그런 것이었던 거냐... 묻고 싶었다.


“노래, 좋아하셨나 봐요. 그 노래도 좋아하셨다면서요. 장혜진의 ‘1994년 어느 늦은 밤’. 저도 좋아하게 돼서 가끔 들어요.”
“응, 노래 듣는 거 부르는 거 다 좋아하셨어. 엄마가 노래 잘하셨거든. 어렸을 때 돌아가셔서 정확히 기억나는 게 별로 없는데 노래하시던 건 기억에 남아. 그에 비해 우리 아빤 음치셨고... 하하”


하늘은 일몰이 시작되어 낮의 그 뜨거운 햇빛이 산화된 듯 붉어지고 있었다. 기분 좋은 설렘이 바람처럼 마음속에 불어 밥을 먹으며 이야기하는 내내 정국은 마음이 달그닥 거렸다. 하지만 이 마음을 언제까지 갖고 갈 수 있을까. 그런 마음이 허용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다 먹은 후 이안과 정국은 음악을 들으며 말없이 의자에 앉아 하늘을 보고 있었다.

영국에서, 파리에서, 그리고 지금 이곳에서, 그녀와 둘이 있는 시간은 마치 꿈... 같은 건가 보다. 이 마음은 꿈꾸는 건가 보다. 그렇다면 그냥 이대로 기분 좋은 꿈으로만 꿔야지. 꿈 만이라도... 그래야지...

자신의 마음 같은 노래가 생각났다.

 

넌 마치 Butterfly
멀리서 훔쳐봐 손 닿으면 널 잃을까
이 칠흑 같은 어둠 속 날 밝히는
나비효과
니 작은 손짓 한 번에 현실을 잊어 난

살며시 쓰다듬는 바람 같아
살포시 표류하는 먼지 같아
넌 거기 있지만 왠지 닿지 않아
Stop
꿈 같은 넌 내게 butterfly hi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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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또로록  40일 전  
 아고ㅠㅠㅠ 우리 여주ㅠㅠㅠㅠ

 답글 0
  깡미★  43일 전  
 먼가 아련하네ㅠ

 깡미★님께 댓글 로또 6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khkyeong  48일 전  
 khkyeong님께서 작가님에게 1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수수까아저씨  63일 전  
 저만 눈물이 나나요?ㅠ

 답글 1
  lucy8  77일 전  
 lucy8님께서 작가님에게 170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1
  lucy8  77일 전  
 완전 위로글ㅠㅠ진짜 내가 본 글중에 최고다

 답글 1
  『폐뮤늉』슙슙  77일 전  
 진짜 작가님 ㅠ 이글은 새벽갬성러에게 위로가 되는 글입니더 ㅠ

 답글 1
  민윤지짱짱맨뿡뿡♡♡  77일 전  
 제 픽은 정국이에여!!! 좀있다 자기전에 정주행 해야징!!!!

 답글 2
  김ᅠ예나  77일 전  
 밤에 또 읽어ㅑ겠당

 답글 1
  CARAT♡ARMY  77일 전  
 진짜 마지막 내용 보고 눈물날 뻔 했어요ㅠㅠ
 (너무 많이 울어서 더 나올 눈물 없을 줄 알았는데ㅠ)

 답글 1

27 개 댓글 전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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